기후변화, 숲이 답이다

기후변화는 그동안 인류가 직면해온 국지적이고 부분적이었던 환경문제가 전 지구적인 문제로 수렴되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신문이나 TV에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사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다. 극지방에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해안 도시들이 수십 년 안에 침몰할 것이라든지, 히말라야나 알프스 고산지대의 빙하가 녹아버려 저지대의 물 공급이 줄어들면서 농작물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식의 우울한 소식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추락하는 비행기, 인류문명 

기후변화는 이제 기상학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문제가 되었다. 몇 년 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기후변화 문제 전도사를 자처하고 『불편한 진실』이란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해 전 세계에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효과적으로 알렸다. 지구는 평평하다고 하면서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부르짖던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먼도 최근 기후변화 문제를 다룬 책을 냈다. 그는 책 제목에서 지구가 직면한 현실을 ‘뜨겁고’, ‘평평하고’, ‘번잡한’ 3단어로 잘 압축해 놓고 있다. 즉 지구는 기후변화 때문에 점점 뜨거워지고 있고, 무역 자유화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점점 나라 간의 경계나 장벽이 무너지고 있으며, 시간과 공간의 장벽도 초월하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지구의 수용능력을 초과하는 너무 과밀한 인구들이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 가지가 서로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일어난 현상이지만 이중에서도 기후변화 문제가 인류 생존에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행기 동체에는 수십만 개의 나사못이 박혀있다. 이들은 비행기의 엔진이나 프로펠러 같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모두 합쳐져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작은 나사못에 불과한 이들이 모두 합쳐져 비행기의 각종 부품들이 하나의 조립된 상태로 날 수 있게 만들고 더 나아가 안전 운항이라는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비행기 안의 승객을 인류 문명이라고 하면 이를 안전하게 태우고 가는 비행기는 인류문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생태계와도 같다. 그동안 인류문명은 자신의 생존을 뒷받침하는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비행기 동체를 하나로 단단하게 조립해주는 나사못을 하나씩 뽑아오고 있었다. 나사못이 한두 개 빠졌을 경우에도 비행기 운항에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빠진 나사못에 대해 큰 위기의식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빠른 속도로 많은 나사못이 빠지면서 이제 비행기는 더 이상 날지 못하고 빠르게 추락하고 있는 중이다. 


숲의 재발견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처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사실은 숲의 역할이다. 그동안 목재와 같은 물질적 가치로만 인식해 왔던 숲의 역할이 이제 기후변화를 완화시킬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지금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차원은 단순히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차원이 아니다. 그동안 산업혁명 이후 인류 문명이 석유에 바탕을 두고 발전해왔듯이, 인류가 새롭게 건설해야 할 문명은 숲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명이 되어야 한다. 숲이 어떻게 현재 위기에 처한 인류 문명을 구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인류문명을 대표하는 몇 가지 분야를 예를 들어 살펴보자. 


식량 생산 

10만 년 전, 천만에 불과했던 세계 인구가 예수가 태어날 무렵엔 1~3억 정도로 늘어났다. 현재 68억으로 늘어난 인구가 2050년 무렵엔 약 90억으로, 현재 인구 규모의 1.5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과연 지금도 부족한 식량을 어디서 어떻게 구할 것인가? 해답은 숲에 숨어 있다. 얼핏 보면 숲의 식량 생산 기여도는 매우 미미할 것처럼 보인다. 숲에서 생산되는 식량자원은 주곡에 비하면 그동안 주식에 대한 양념 정도로 취급되어 왔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수렵채취를 통해 식량을 구하던 인류가 약 10만 년 전부터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정착 생활을 하면서 식량을 채취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생산을 위해 이용한 식물은 수확기간이 1~2년 밖에 되지 않는 보리와 밀과 같은 초본류 식물이었다. 이것들은 메소포타미아 지역 고유 작물화됐고 곧 인근 유럽지역까지 퍼지게 되었다. 이후 각 지역은 기후적 특성에 따라 고유작물을 개발했다. 동아시아 지역의 쌀, 북아메리카의 옥수수는 지역의 주요 작물로 정착하게 되었다. 쌀, 보리, 밀, 옥수수 등이 세계 전역에서 주곡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들 작물들은 인류가 각종 육체적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의 절반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인류가 필요로 하는 단백질의 3분의 2를 공급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많이 소비하고 있는 감자나 콩이 인류의 식량에 차지하는 비중도 클 것 같지만 사실 이들도 주곡에 비하면 미미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감자나 콩도 그런 수준인데 숲에서 생산되는 식량자원들 가운데 일부인 과일이나 견과류 등을 주곡과 비교하면 식량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야말로 보잘것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현실적인 수준에서 보자면 그렇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실 숲에서 생산되는 각종 열매와 과일은 식량자원으로서 매우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숲에서 나는 열매를 주식에 가깝게 이용하고 있는 많은 예를 찾을 수 있다. 올리브 열매는 칼로리는 적으면서 많은 단백질, 비타민 등 영양가가 풍부한 식품으로 지중해 연안국에서 전통적으로 거의 매끼 식사에 이용하고 있다. 인도와 일부 태평양 연안국들의 코코넛이나, 호주의 마카다미아 열매, 아프리카 대륙 남부의 칼라하리 지역 원주민들에게 있어서 몽옹고 열매는 거의 주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중근동 지방 사람들에게 피스타치오, 호두, 밤, 헤이즐넛 등의 열매는 전통 음식에 빠질 수 없는 요소들이다. 

현재 인류 식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곡물 생산용 식물들은 수확기간이 짧고 채취와 가공이 용이해 단연 나무에 비해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인류가 자연스럽게 이들을 주곡으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일 인류에게 쌀, 보리, 밀, 옥수수 등 현재의 주곡에 해당하는 작물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과연 인류는 굶어 죽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류가 오늘날의 주곡 작물의 품종 개량과 수확 증가를 위해 쏟은 노력만큼을 과일이나 열매를 맺는 몇몇 나무에 쏟았더라면 충분히 많은 양의 식량을 나무로부터 얻을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호두, 잣, 도토리를 주식으로 이용하려 했다면 오늘날 사과나무같이 열매를 따기 쉽게 하기 위해 키 작은 호두나무, 잣나무, 참나무들이 만들어졌을 것이고, 품종 개량을 통해 포도나무 덩굴 같은 호두나무나 참나무도 개발되었을 것이다. 호두 맥주, 호두 와인, 호두 차 등이 만들어졌을 것이란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세계에서 아직도 유일하게 도토리 열매를 식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숲이 잠재적인 식량자원이 될 수 있음을 세계를 향해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많은 식량과 기호식품들이 숲속에서 친환경적으로 생산될 수 있다. 조림지는 나무가 만드는 그늘과 국지적 기후 조절 기능을 가진다. 때문에 소, 돼지, 닭 등과 같은 가축들을 숲에서 키우게 되면 훨씬 스트레스가 덜한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 또한 가축들의 수를 적절히 관리하면 이들이 배출하는 배설물은 훌륭한 거름이 될 수 있어 나무들의 생육환경에도 도움을 주게 된다. 적도 지방에서 그늘 속에서 커피나 코코아 같은 작물을 키우게 되면 숲이 없는 곳에서 생산할 때보다 적은 양이 수확되지만 귀중한 열대림을 파괴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열대림에 의존해 있는 수많은 조류 등 야생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다. 


에너지 생산  

산업혁명 이후 그동안 인류 문명 발달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석유의 생산량은 이제 정점에 달했거나 아니면 정점을 이미 지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앞으로 석유에 의존해서는 지금과 같은 발전을 계속할 수 없다는 말이다. 더욱이 석유에 기반을 둔 인류 활동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켜 인류 생존을 더욱 위협할 것이다. 

현재 석유를 대체하는 에너지원으로 재생가능에너지나 바이오 에너지 등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체에너지 중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바이오 에너지다. 바이오 에너지는 식물에서 추출한 디젤이나 에탄올로, 기존의 자동차 등 석유에너지를 사용하는 동력장치에 섞어 쓸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이 때문에 석유를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해 있는 서구사회에서 선호되고 있다. 기술 개발은 오래 전에 이루어졌으나 생산비용이 높아 그동안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최근 석유 값이 치솟으면서 자연스럽게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러나 식량자원을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인간이 식용으로 쓸 수 있는 식량자원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식량 공급 문제를 더욱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으며, 그렇게 생산된 바이오 에너지는 대부분 서구인들의 호사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유지시키는 데 소비될 것이기 때문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바이오 에너지는 반드시 식량작물에서만 생산되지 않는다. 나무로부터도 바이오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나무는 인류문명이 가장 오랫동안 이용해오고 있는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나무는 많은 제3세계에서 그렇듯이 그 자체를 땔감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나무를 분쇄해서 펠렛으로 만들어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나무는 재생가능한 자원이다. 나무로부터 만들어진 바이오 에너지를 소비하여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더라도 이는 과거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고정시켰다가 방출되는 탄소순환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화석연료를 태웠을 때와 비교해 지구온난화에 덜 영향을 미친다.


추락하는 비행기에 함께 탄 사람들

기후변화와 같은 범지구적인 환경문제에 관한 한 잘 사는 나라 못 사는 나라, 또는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 간의 차이가 사라진다. 모두가 추락하고 있는 비행기에 함께 타고 있는 같은 운명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의 추락을 면하는 방법은 급격한 변화다. 레스터 브라운 같은 환경주의자가 10년 내에 기존의 산업 생산 및 에너지 생산 체제의 혁신적인 변화를 주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인, 산업계, 지도자 모두가 추락하는 비행기가 다시 고도를 잡고 순항할 수 있도록 석유문명을 포기하고 새로운 문명 건설에 동참해야 할 때다. 새로 건설해야 할 문명은 다름 아닌 숲을 바탕으로 한 문명이다.


탁광일 국민대학교 산림자원학과 leotak@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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