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환경 분쟁을 일으키나?

건설 관련 기업과 공공기관이 전체 환경분쟁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환경분쟁조정제도라는 것이 있다. 피해의 원인과 결과가 명확히 구분되기 어려운 환경피해의 특성을 고려하여 공평 타당성을 취하면서도 행정기관의 전문성과 공신력을 기반으로 환경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이다. 따라서 이 제도가 잘만 운용된다면 한 사회의 환경갈등과 관련한 사회적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으며, 국민의 환경권도 상당부분 보호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08년 3월~2014년 6월 간 환경분쟁조정 통계 자료’를 심상정 의원실과 생태지평연구소가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환경분쟁조정제도의 피해자 구제기능이 매우 미약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기업에 유리한 조정결과에 의해 환경분쟁이 더욱 유발되고 있는 측면까지 발견되었다.
 
 

환경분쟁조정사건 대다수는 건설업체

 
2008년 3월~2014년 6월 사이 환경분쟁조정사건은 총 949건으로 연관된 피신청인은 1653곳이었다. 이 가운데 피신청인이 건설업체인 사건은 총 539건으로 전체 사건에서 56.8퍼센트를 차지해 환경분쟁이 일어나는 주요한 부문이 토건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환경분쟁조정사건에 접수된 기록(피신청인이 단독인 경우와 다수인 사건 모두 집계)이 가장 많은 상위 20개 피신청인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토건 관련 공공기관과 기업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상위 20곳의 피신청인 중 민간기업이 14곳을 기록하며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공공기관도 수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환경분쟁조정 통계상 건설 관련 기업과 기관이 매우 많은 주요한 배경으로 국내 산업에서 건설업이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2년 현재 국내 GDP에서 건설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5퍼센트다. 20퍼센트를 상회했던 1990년대에 비해 지속적으로 감소추세에 있지만 2012년 기준 OECD 국가들의 평균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 10.15퍼센트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의 4대강사업, 부동산 규제완화 등의 토건사업은 이러한 높은 토건산업 비중을 지속하게 만들고 있다.
 
 
 

실효 작은 환경분쟁조정제도

 
한편 이번 통계를 통해서 환경갈등 조정제도로서의 환경분쟁조정제도의 실효에 대한 문제점도 발견되고 있다. 환경분쟁조정 접수건수 대비 배상건수를 나타내는 배상판정율은 75퍼센트이지만 신청배상액 대비 배상결정액을 나타내는 배상결정율은 5.9퍼센트에 머무르고 있다. 더구나 평균 분쟁처리기간은 198.7일로, 환경분쟁조정을 신청하고 조정을 기다리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기간이 요구된다. 이러한 문제는 환경분쟁조정제도를 필요로 하는 환경피해자들에게 투입비용대비 낮은 편익을 주고 있어 환경피해가 발생해도 환경분쟁조정을 신청하려는 유인을 떨어뜨리고 있다. 즉 “환경분쟁을 신속·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여 환경을 보전하고 국민의 건강과 재산상의 피해를 구제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환경분쟁조정법의 취지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환경분쟁조정제도의 낮은 실효성은 환경분쟁조정사건의 피신청인이었던 기업 등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아 기업과 공공기관에 의한 환경분쟁의 재발을 부추기고 있다. 전체 환경분쟁조정사건에서 접수건수가 많은 상위 20곳의 피신청인 중 1위인 한국도로공사는 2008년 7건, 2009년 24건, 2010년 6건, 2011년 5건, 2012년 12건, 2013년 8건으로 최근 5년동안 한해 5건 이상의 조정사건에 피신청인으로 기록되고 있다. 또한 2위를 기록한 대림산업은 2008년 3건, 2011년에는 무려 42건을 기록했고, 3위인 현대건설 역시 2008년, 2011년, 2013년에 각 10건씩의 조정사건 피신청인이 되었다. 환경분쟁조정사건 접수기록이 많은 기업과 기관이 또 다시 상습적으로 환경분쟁조정사건에 관여되고 있는 것은, 환경분쟁조정제도가 환경피해에 대한 사전예방에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말해 준다. 
 
 

소음진동 분쟁 가장 많지만 배상은 미미해

 
환경분쟁조정사건의 피신청인을 부문별로 분류하면 대기업, 중소기업, 기타, 공기업, 지방정부, 중앙정부 순으로 접수건수가 많았다. 이 중 민간기업이 피신청인으로 되어 있는 분쟁이 64.7퍼센트(대기업 34.7퍼센트, 중소기업 30퍼센트)로 나타나 민간기업이 환경분쟁을 일으키는 주요한 부문이었다. 민간기업이 아닌 피신청인 부문으로는 공기업(11.2퍼센트), 지방정부(4.7퍼센트), 중앙정부(2.2퍼센트) 순이다. 환경분쟁조정 배상판정율은 중앙정부가 85.7퍼센트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으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76퍼센트대로 나타나고 있다. 환경분쟁조정이 소요되는 평균처리기간은 198.7일로 나타났으며, 정부(206일), 공기업(200일)보다 대기업(182일), 중소기업(189일) 등 민간기업이 다소 적게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평균 배상결정율은 5.9퍼센트이며 이 가운데 공기업이 11퍼센트로 신청액 대비 배상액이 그나마 가장 높았고 대기업이 6.3퍼센트로 평균을 조금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원인은 소음진동이 796건으로 전체 분쟁건수 949건 중 무려 83.9퍼센트를 차지하여 환경분쟁조정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배상결정율은 토양이 173.3퍼센트로 신청액보다 더 높은 배상액이 결정된 유일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으며, 통풍이 14.4퍼센트, 일조가 11.4퍼센트로 나타났고 소음진동이 5.2퍼센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1인당 받은 평균 배상금은 7만9223원이다. 그리고 분쟁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소음진동을 제외하고 분석하더라도 고작 9만5753원이다. 분야별로 보면 악취배상금이 2만2760원으로 1인당 배상금이 가장 낮았고, 다음으로 소음분야가 6만479원이다. 반면에 토양은 1억265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층간소음에 대해서 국민들의 고통이 큰데, 배상금은 6만 원대에 불과하다. 이런 배상액이면 일반국민이 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서 소음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인지 또, 건설업자들이 부담스러워 할 것인지 의문이다. 이렇게 낮은 금액의 배상금이라면 조정효과는 매우 미흡할 것이며, 오히려 기업들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
 
환경분쟁조정사건의 대부분은 소음진동이 원인이지만 배상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환경규제강화하고 건설업 비중 조정 필요

 
환경 관련 분쟁에 대한 제도적 해결이 소송보다는 행정적 조정제도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국내의 현실상 환경분쟁조정제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환경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을 보호하고 구제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협소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는 곧 기업에 유리한 조정이 지속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최근 환경규제 완화 추세 속에서 더욱 더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전체 피신청인에 건설 관련 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분쟁조정건수가 높은 피신청인에 건설 관련 기업과 기관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의 환경피해와 환경갈등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업에 대한 실질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건설과 관계된 환경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더불어서 환경분쟁조정법이 사후조정 기능뿐 아니라, 사전 예방기능이 구현될 수 있도록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권한과 독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김종겸 생태지평연구소 연구원 mabu78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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