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가습기살균제 - 밝혀지지 않은 의문과 진실

사람 잡는 가습기살균제

밝혀지지 않은 의문과 진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choiyy@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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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는 8월 31일 원인 미상의 폐 손상으로 4명이 사망하는 등 수십여 명의 피해 사례가 발생한 최근 일련의 사건에 대해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가습기의 살균제(세정제)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시점에서 확실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습기살균제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제조업체도 출시를 자제토록 한다.`”고 밝혔다.

 

일상용품이 사람을 죽였다!
질병관리본부가 이런 조치를 취한 배경은 환자들에 대한 역학조사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환자집단이 그렇지 않은 비교집단에 비해 발병 위험도가 무려 47.3배나 높았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예비독성실험을 해봤더니 제한적이지만 일부 제품에서 역학조사와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정부는 향후 3개월 이상 소요되는 정밀조사를 통해 최종 결과를 밝히고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국민 누구나가 아무런 의심 없이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제품 때문에(현재로서는 강력한 원인으로 추정)


2011년에만 30대의 젊은 여성 4명이 ‘`사망`’했고, 또 다른 3명은 ‘`폐 이식`’이라는 극단적인 의료조치에 의해서 겨우 회생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사건 전말이다.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발표에 대해 환경보건시민센터는 ‘`피해가 산모에게만 있겠는가? 더 많은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센터의 지적 이후, 영유아를 포함한 많은 유사 피해 사례가 센터에 접수됐다. 그 결과 추가 확인된 영유아 사망 5건, 산모 사망 1건 등 모두 8건의 피해 사례에 대해 9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고 정부에 피해조사 확대를 요구했다.   


정부 발표대로 추가정밀조사가 진행중이므로 최종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역학조사 결과와 부분적 독성시험 그리고 다수의 관련 피해 사례`’ 등을 종합해 볼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알 수 있으며 진실을 추정할 수 있는 다수의 의문들도 생긴다.

 

피해의 보건학적 특징
△치사율이 매우 높다(`high mortality)
2006년 대한소아학회 학술지에 보고된 사례의 경우, 15건 중 7명이 사망해 47퍼센트의 치사율을 보였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서울시내 한 종합병원의 산모 피해 중 ‘`2011년 신고, 보고된 환례`’의 경우 8명 중 4명이 사망, 50퍼센트의 치사율을 보였다. 게다가 생존자 중 3명은 폐 이식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통해서야 생존했을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첫 노출-발병-악화-사망까지 평균 15개월. 매우 빨리 진행된다(`semi-acute exposure)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파악해 공개한 8건의 사례 중 6건의 사망 사례(영유아 5건, 산모 1건)를 분석했다.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지 3~28개월(평균 12.3개월)만에, 동절기에 집중 사용한 경우 2~3년 만에 증상이 나타났다. 병원 입원 후에는 2~5개월(평균 2.7개월)만에 사망했다. 첫 노출→발병→악화→사망의 과정이 5~30개월(평균 15개월)로 ‘`치사율 높은 아급성 독성화학물질 사건(`fatal semi-acute toxic chemical accident)으로 규정할 수 있다.


△영유아·산모·환자 등 생물학적 약자들의 집중적 피해(`biologically vulnerable group)
가습기에 많이 노출되는 특성을 지닌 인구집단이 있는데, 영유아와 산모 그리고 환자들이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환경오염물질에 매우 취약한 생물학적 약자그룹으로서 위험인구(population at risk)로 분류된다. 


△불특정 다수가 피해대상이고, 드러나지 않은 피해 규모가 매우 크다(`non-specific target and veiled victim group)
가습기살균제는 남녀노소 시민 누구라도 흔히 사용하는 생활용품으로 슈퍼마켓, 약국 등에서 손쉽게 구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영유아와 산모를 중심으로 어린이는 물론 성인 남성까지 피해계층이 다양하다.


△무분별한 화학물질 남용이 부른 대표적 바이오사이드(`Biocide) 피해 사례(`biocide issue) 
바이오사이드란 농약(`pesticide 살충제)과 작업환경유해물질 등과는 별도로 생활 속에서 노출되는 유해화학물질들 가운데 살충·살균기능을 갖는 물질의 총칭이다. 유럽 등에서 일반화된 개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용어다.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는 우리나라에서 1997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해 벌써 14년이 지나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관리상의 사각지대에 있는 바이오사이드(살생물제 또는 생태계교란물질)의 대표적 사례다. 바이오사이드 안전관리 정책개념이 도입되어 식약청, 환경부 등 관련 부처의 법과 전문인력 등 제도를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

 

여전히 남는 의문들, 그리고 추정가능한 진실
피해의 특징들을 정리해봤지만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는다. 대표적인 의문점을 정리해보자.

 

△영유아 피해 규모는?
2008년 대한소아학회 학술지에 보고된 「2006년 초에 유행한 소아 급성 간질성폐렴」 사례 보고의 경우, 서울 소재 2개 대학병원에서만 15명이 발병했다(이중 7명 사망). 2011년 8월 31일 정부 발표 후 피해자 가족들이 만든 한 인터넷카페에 모인 피해 사례는 대부분 사망 사례로 최소 30건이 넘는다.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최근 2~3년간에만 사망 등 치명적인 상태에 이른 피해가 100건이 넘을 것으로 보이고,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기 시작한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수백 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유아 이외의 피해는?
어린이, 청소년 피해 사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성인 피해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37세 남성의 경우 원인 미상의 호흡곤란 증후군으로 병원 신세를 졌는데 집중치료를 받고 난 지금도 통증이 남아있다고 한다. 생물학적 약자 그룹의 하나인 노인들의 피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왜 영유아 피해문제가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나?
2008년 소아학회의 학술보고와 영유아 피해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볼 때 당국은 영유아 피해 문제를 익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 사례 보고의 ‘`사례 5`’와 ‘`사례 6`’은 유아와 산모의 가족 피해 사례인데, 유아 피해 때문에 병원을 찾았던 엄마(산모)가 병원 측의 권유로 검사한 결과 ‘`원인 미상 간질성폐질환`’으로 진단된 경우다. 그런데 유아는 6월에 사망하여 더 치명적인 사례였지만 정부 발표에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의 이번 발표 관심 대상이 ‘`산모에 국한됐다.`’고 하더라도, ‘`영유아도 유사 사례가 있어 향후 영유아에 대한 조사를 확대하겠다.`’는 언급조차 없었다는 점은 ‘`정부가 영유아 피해를 누락시켜 전체 피해 규모를 고의로 축소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 충분하다. 


△영유아들의 ‘`원인 미상 간질성폐질환`’ 사망 사례가 많이 보고되어 왔는데 왜 정부는 조사를 하지 않았나?
몇 가지 추측이 가능한데, 사회문제화 되지 않아 방치했거나, 사건의 파장이 클 것으로 우려해 쉬쉬했을 수도 있다. 더 근본적인 배경은 보건당국과 의료계가 질병의 발병 원인보다 치료에 관심을 가지는 속성을 가졌다는 점이다. 암 문제를 보더라도 암 정복을 외치지만 정작 왜 암이 발병하는지에 대한 원인 파악과 발암물질 노출을 막음으로써 암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암의 조기진단, 조기치료만을 외치는 것이 국가의 ‘`암 정복 정책`’이다. 사후약방문식 한계가 엄존하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영유아 피해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소아학회 등을 통해 조사에 착수한다는 발표를 했다. 여론에 밀려 조사하는 경우라서, 매우 소극적인 조사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들은 살균제 성분의 인체 노출 안전성 검사를 철저히 했을까?
제조사들은 주요 살균제 성분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유럽과 국내 등에서 안전성 검사를 충분히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동물실험(피부실험, 음용실험 등)을 통해 안전검사를 받았을지 모르지만, 초음파가습기 등을 사용해 미세 물 입자에 동반된 살균제 성분이 호흡기관 깊숙이 노출되는지를 실제와 같은 조건에서 시험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이번 피해자의 경우와 같이 영유아나 산모가 오랫동안 실내에 누워 있는 특징을 갖는 생물학적 약자 계층 소비자를 고려한 단기, 중장기 노출시험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노출시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결과를 감추었을 가능성도 확인해야 한다. 


△액상 제품의 과도한 사용가능성?
피해 사례 중에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할 때 정량보다 많이 넣었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조사는 병뚜껑에 반 컵씩 사용하라고 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향기가 좋고, 또 더욱 철저히 살균을 하려고 양을 많이 넣게 된다는 것이다. 가습기살균제는 액상제품과 알약제품으로 나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1, 2위 한국산 제품 모두 액상이다. 액상제품의 경우 제품구조상 과도하게 사용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과다 사용시 부작용 가능성도 조사돼야 한다. 그러나 수입산인 세퓨의 경우도 액상이며, 보고된 피해 사례의 경우 세퓨 제품 중 일정량의 액상이 들어있는 낱개 포장제품을 사용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 발생이 사용량보다는 노출량과 노출시간이 더 중요한 변수일 수 있다. 따라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가습기살균제가 한국에서만 많이 사용된다는데,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서 판매된 가습기살균제의 경우, 외국 특히 유럽에서 수입된 제품이 최소 3종류나 된다. 따라서 ‘`유럽에서도 일반 시민들 특히 영유아와 산모들이 가습기살균제를 흔히 사용하는지, 이번과 같은 유사한 피해 사례가 있는지`’ 등에 대한 참고조사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대로 한국만 많이 사용하는 게 사실이라면, 이유는 무엇일까?
Ⅰ. 가습기와 살균제가 갖는 근본적인 폐질환 발병 위험성에 무감각한 정부당국의 안전정책 실종 Ⅱ. 가습기 제조사와 살균제 제조사 및 공기청정기(가습기능이 추가된 제품) 등 관련 산업계의 과다한 광고와 ‘`팔면 끝!`’이라는 판매전략 Ⅲ. 안전사용에 대한 충분한 주의 및 고지 없는 의료계의 가습기 사용 권유 Ⅳ. 언론 등을 통해 조장된 과다한 가습기 사용 풍토 Ⅴ. 환기와 자연가습 대신 가습기와 살균제 등 인공적 수단에 의존하는 사회풍토 Ⅵ. 온돌 주거문화와 밀폐/단열이 강조되는 주택구조 그리고 과도한 실내난방 등이 복합된 겨울철 실내 저습도 문제 등을 직간접적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가습기도 원인제공자다? 
환경독성학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가습기`’와 ‘`살균제`’는 같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정부는 ‘`가습기 문제가 아닌 가습기살균제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초음파식(또는 분무식) 가습기가 만들어내는 미세한 물 입자는 폐 깊숙이 흡입될 수 있어, 언제라도 화학물질이나 바이러스가 흡착되어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기구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몇 년 전부터 대부분의 대형병원에서 가습기 사용으로 인한 폐렴 등을 막기 위해서 가습기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이렇게 위험한 장치인 가습기에 세정과 살균 목적의 물질을 투여하도록 만들어진 ‘`가습기살균제`’의 사용은 곧바로 폐에 살균제를 집어넣는 행위와도 같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대한 평가?
이번 발표는 부분적인 역학조사와 독성조사 결과를 가지고, 사전예방적 차원에서 사용 자제와 판매 자제를 권고했다는, 나름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부 발표는 시혜적 분위기를 바탕으로 매우 제한적 정보만 공개하고 있다. 1차 발표한 역학조사와 독성평가의 모든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또한 추가조사의 내용과 방법 등도 공개하고 일을 진행해야 한다. 게다가 해당 제품 리스트를 비공개하고 해당 물질도 밝히지 않은 채, 일개 병원 조사 결과만을 언급하는 등 매우 제한적인 정보만을 공개해 의문을 키웠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중대한 문제인 만큼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투명하게 일을 진행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의 책임은?
이번 사건은 유해화학물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와 해당 기업의 책임이 크다. 기본적으로 유해물질관리를 허술하게 하여 무고한 국민이 생명을 잃고 폐 이식을 해야 살 수 있는 치명적 상황에 처하게 한 심각한 정책 실패의 문제다. 그럼에도 정부 발표에는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가 전무하다. 최종 발표가 나오면, 당국과 산업계에 엄중한 법적,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시민 스스로 안전을 지켜야 한다
영유아 피해 사례 발표후 많은 피해 사례가 제보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과 공동으로 피해 사례 접수를 받고 있고 또한 아직도 판매중인 제조, 판매사에 대해서는 판매 중단과 반품을 요구하는 시민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시민 스스로 자구책을 세워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은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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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 사용 피해자모임은 지난 9월 2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이를 안고 나온 엄마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던 중 첫째 아이를 잃었다며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렸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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