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린이 돌아왔다

사카린이 돌아왔다

                    
이지현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 leejh@kfem.or.kr

 

나른한 오후.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이 간절하다. 짜증나고 스트레스 받을 땐 케이크 한 조각으로 기분을 전환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단맛을 좋아한다. 우는 아이도 사탕 하나면 울음을 뚝 그친다. 먹기 싫어하는 쓴 약도 설탕물만 있으면 쉽게 먹일 수 있다. 쓴맛, 짠맛, 신맛, 단맛 등 우리 혀가 느끼는 미각 중 가장 발달해 있다는 단맛. 우리 모두가 단맛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맛이 우리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포도당의 맛이기 때문이며, ‘단맛=에너지’로 우리 몸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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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소주 한 잔, 막걸리 한 잔, 고추장이나 간장 한 숟가락,
그리고 껌까지 사카린은 모든 먹거리의 단맛 제조자였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꿀에서 설탕으로 다시 인공감미료로
단맛을 우리가 즐기는 또 다른 이유는 ‘뇌’에 있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하는 뇌는 따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없다. 혈액을 통해 공급되는 포도당만을 에너지로 쓰며 하루 열량의 20퍼센트 가까이를 사용하는 대식가다. 이런 뇌는 에너지원이 부족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 짜증을 나게 하고 당 공급이 불안정한 사람은 손이 떨리기도 한다. 때문에 어떤 당으로 에너지를 섭취하느냐는 뇌의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현미, 고구마, 감자와 같이 섬유질이 풍부한 복합당질의 식품을 먹으면 서서히 분해되어 꾸준히 우리 몸에 당을 공급해 줄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해준다. 설탕과 같은 단맛은 빨리 분해, 흡수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당을 공급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뇌의 활동이 불안정해 진다. 그래서 음료 등 가공식품을 많이 먹은 아이들의 정서가 불안정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기도 있다. 과다하게 섭취한 포도당은 인슐린을 통해 몸에 저장되므로 비만의 원인이 되고, 인슐린의 활동이 과하면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우리 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당은 예전에는 자연에서만 얻을 수 있었다. 꿀, 과일, 사탕수수, 사탕무 등 말이다. 그러다 20세기에 들어서 사탕수수를 가공해 설탕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의 설탕은 지금처럼 흔한 것이 아니었다. 대표적인 식민지 농업으로 사탕수수, 커피, 차 등이 재배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본다면 ‘단맛=부=경제’, 그리고 ‘단맛=정치’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이런 단맛을 모든 사람들이 널리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그리고 비만과 당뇨, 충치 등 과다한 섭취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서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인공감미료’다.

 

사카린의 재래, 그 이면
최초의 인공감미료는 ‘사카린’이다. 1879년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렘센 교수와 콘스탄틴 칼베르그는 인류 최초의 인공감미료인 사카린 개발에 성공했다. 사카린은 설탕에 비해 단맛이 300배나 되었다. 이는 아주 적은 양으로도 단맛을 낼 수 있었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해 급속히 대중화되었다. 또, 세계대전을 두 차례 겪으면서 물자가 부족했던 당시 사카린은 엄청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6.25 전쟁 이후 어려웠던 시기에 사카린은 가정에서 옥수수를 찔 때, 김치를 담을 때, 식혜를 만들 때 등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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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부자와 귀족의 단맛이었던 사탕수수의 설탕을 대중의 단맛으로 바꾼 기적의 인공감미료, 사카린)

 
이처럼 인기를 누리던 사카린은 1977년 캐나다 국립 보건연구소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방광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이 연구결과는 “사카린=발암물질”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으며,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사카린을 사용 금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세계의 과학자들은 이 실험 이후에도 사카린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다. 결국 약 30년간 이어진 과학계의 사카린 안전성에 대한 연구는 당시 실험에서 사용된 사카린 양이 과다하였고, 쥐에서는 방광암을 유발했지만, 다른 동물들에서는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는 결과가 받아들여지며 사카린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판정을 받게 됐다.


과학계가 채택한 연구결과는 세계보건기구에서도 받아들여져 1993년 사카린의 일일허용섭취량을 종전보다 2배 늘리게 만들었다. 1999년 국제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사카린을 발암물질 항목에서 제외시켰다. 2000년에는 미국 독성학 프로그램(NTP)도 같은 조치를 취했고 2010년 미국 환경보호청(EPA)까지 사카린을 인체와 환경 유해 물질 항목에서 삭제했다. 사카린 업계는 세계보건기구와 미국의 결과를 인용하며 ‘사카린에 대한 논란은 종식됐다.’ ‘사카린이 명예회복 되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 정부도 사카린 사용 확대를 지시했고, 최근 사카린 협회는 이를 환영하며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했다.


사람들은 어떤 화학물질에 대해 단지 과학적 결과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과학적 사실과 함께 개인의 경험, 사회의 경험, 자발적 선택 가능성, 과학적 지식 정도 등 다양한 인식의 합으로 그 물질을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1급 발암물질인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담배를 피운다. 막걸리를 마실 때 감미료인 아스파탐이 들어있는지는 살피면서 더 심각한 위해물질인 알코올은 염려하지 않는다. 또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를 마시면서도 감미료를 사용해 칼로리를 낮춘 제품을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 과학의 발전은 화학물질의 안전성에 대해 새로운 결과들을 내어 놓는다. 늘 사용하던 가습기 살균제가 폐병의 원인이었음을 밝혀내기도 하고, 그간 냉장고나 에어컨의 냉매로 사용하던 프레온가스가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밝혀지며 전 세계가 사용금지하는 협약을 채택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간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성 연구들은 주로 발암성, 유전독성 등 독성을 중심으로 연구되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만, 신경계의 영향, ADHD 등 다양한 인체 영향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004년 미국의 한 대학연구팀은 설탕 대신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식품이 과식을 촉발해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인공감미료를 먹인 쥐가 설탕을 먹인 쥐에 비해 칼로리 기준 3배나 많은 먹이를 먹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며 말이다. 이는 우리 뇌가 단맛은 몇 백배나 높게 인식하지만, 단맛만큼 칼로리가 인식되지 않으니 더 많은 양을 먹게 된다는 것이다. 설탕보다 몇 백배의 단맛을 내기 때문에 비만에 도움이 된다는 감미료의 장점을 뒤집는 연구 결과다.


‘사카린이 발암성이 없는 것으로 입증되었다.’며 ‘사카린의 사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는 정부 발표만으로, 지난 30년간 “사카린=발암물질”이라는 인식까지 한꺼번에 되돌릴 수는 없다.

  

다시 가동되는 사카린의 정치경제학
지난 30여년 동안 사카린은 사용이 제한되었지만, 우리는 큰 불편함 없이 식생활을 이어왔으며, 식품업계 또한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지금 법적으로 허가되어 사용하고 있는 식품첨가물도 되도록 사용을 자제하자는 사회적 요구가 거센데 왜 굳이 그간 외면 받아온 사카린을 다시 끄집어내야만 하는 걸까? 이면에서 최근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사카린 사용 확대를 들고 나왔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아직도 단맛은 우리에게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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