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지방자치, 희망의 씨앗은 있다

중앙집권적 대한민국에서 과연 생태적지방자치가 가능할까요?


생태적 지방자치, 희망의 씨앗은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 8차 생태사회포럼 후기


신재은 서울환경연합 활동가 shinje@kfem.or.kr

 


서울은 지역사회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이상한 도시입니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저 자신이 대한민국의 중심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 뿐, 이곳을 지역사회로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서울을 지역으로 바라보고 활동하는 지역 활동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마 지방소도시에서 태어나 20년을 살았던 필자의 특성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서울에는 참 많은 시민단체들이 있고, 서울시민의 손으로 뽑은 시의원도 100여 명에 가깝지만 한해 22조 원에 달하는 서울시의 예산을 견제할 수 있는 곳은 변변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부모세대부터 그 다음세대까지 연이어 서울에서 태어난 인구는 100만 정도라고 합니다. 이 100만 명의 사람들은 고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기분을 느낀다고 하네요. 심지어 서울을 지역구로 하는 어떤 정치인은 서울은 향우회도 없다면서 본인의 고향이 도움이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 섞인 농담을 던집니다.


하지만 지역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은 비단 서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심지어 지방자치와 공동체, 주민참여를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는 시민단체도 현실에서는 지역의 정치를 지역의 의제와 시선으로 다가가기를 어려워합니다.
지난 6월 2일에 있었던 지방자치선거의 결과는 4대강사업 등 일방적인 정권의 독주에 대한 견제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었지요. 생태정치에는 한 발짝 다가갔을지 모르겠으나, 4대강사업이라고 하는 어마어마한 개발사업의제의 그늘에서 여전히 지역의 의제는 거의 실종되어버렸습니다. 남한면적 0.6퍼센트에 불과한 서울에 정치, 경제, 문화, 인구 등 어마어마한 자원이 집중되어있는 중앙집권적 대한민국에서 과연 생태적지방자치가 가능할까요? 한 가닥 희망과 의문을 동시에 품고 8차 생태사회포럼을 찾았습니다.

 

 

토목산업 경제구조에서 ‘생태적 지방자치’는 가능할까?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지행네트워크> 하승우 연구활동가는 “근래에 이사 간 경기도 용인 역시 어마어마한 규모의 토목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경전철 예산손실 예상액이 한해 300억, 생태공원정비 100억, 하천정비 100억 등 몇 가지만 열거해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라는 말로 운을 뗍니다. 재벌중심의 수도권경제 때문에 지역경제가 약화되고, 그러다보니 국책사업이란 이름 아래 공동체가 파괴되고, 또다시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악순환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역이 지역의 정체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하고 지원하는 것입니다. 주민참여예산제의 도입이 여러 지역에서 논의되고 실제로 조례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현실에서는 운영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참여해야할 주민이 배제된 채 편한 사람들끼리 모여 설계되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이야기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는 소통이 아니겠죠? 좀 넓은 범위에서의 ‘뒷담화’ 정도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진보정당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의 통치수단으로 전락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전국의제로 지역을 동원하고, 지역의 일상적인 사업들은 멈춰버립니다. 민주노동당 지방자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이정필 연구원은 “그럼에도 여러 실험은 있었다. 자체 실력이 부족하고 우여곡절이 있어서 성과가 크지 못한 면이 있다. 지역자치나 소통에 대한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포럼에 참여한 서울흥사단 김춘식 부대표는 지방자치 단위를 더 쪼개서 마을이나 아파트 단위로 고민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청주시민들의 도시 만들기 
청주시의 주민참여형 도시만들기 사례는 한 교과서에도 소개될 정도로 이미 널리 알려졌다고 합니다. 50만 이상 도시계획의 결정권은 단체장에게 있으며, 지역의 법적 권한들은 점점 많아진다고 합니다. 청주시의 주민참여지원센터는 이 권한들이 단체장의 것이 아니라 주민, 시민단체의 것임을 이끌어내는 다양한 작업들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중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따른 기본계획 변경은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2021 청주도시기본계획및재정비』수립의 주요한 과제인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중략) 자연적, 생태적 환경에 대한 가치와 사유재산이라는 가치의 상충이 표면화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를 올바로 수행하기 위한 민주성과 객관성의 확보가 관건이 되었다. 1981년 도시계획법 전면개정에 따른 ‘공청회제도’, ‘공람제도’ 등은 주민참여의 관점에서 보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대개의 주민 공람이 관에서 발행하는 관보(官報)와 한두 개의 일간지에 게재하는 방법으로 알리게 되는데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으면 신문의 한 모퉁이에 실리는 작은 공고문을 찾아 확인하기란 불가능하고 계획안으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나 재산상의 영향이 어떤 것인지를 일반 주민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민참여도시만들기지원센터 김동호 사무처장의 설명입니다.


주민참여지원센터는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고 실질적인 ‘주민에 의한 도시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계획수립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고 합니다.
주민참여센터는 리 단위로 동네를 돌았다고 합니다. 동네 주민들과 함께 해당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지역상황과 맞지 않는 점 등을 확인하면서 지침을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현지답사와 주민들과 논의할 때는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이용해 자료의 신빙성과 현실성도 높이고 주민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어떤 부분은 완화되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오히려 강화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동호 사무처장은 “자세한 도면을 가지고 주민들을 만났는데, 관계에 신뢰가 쌓이자 주민들이 알아서 ‘땅에서 반은 자연녹지로 하고 나머지는 생산녹지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정도가 되었다.”는 이야기에 참가자들은 놀랐습니다. 1500여 개 필지를 네 번씩 직접 밟아보면서 작업한 정성을 보자면 사실 의외라기보다는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주민참여의 방법은 공청회제도입니다. 하지만 개발제한구역 해제 관련한 절차에서 한 지역에서는 민원이 4건 들어왔고, 공청회장에서는 책상을 뒤엎고 불 지르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청주의 경우는 민원 1050여 건이 들어왔으며, 다시 주민들과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합니다. 그 결과,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었음에도 보전녹지가 오히려 증가하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동네잔치를 벌이고, 연구진들에게 상패를 전달하기까지 했습니다. 스스로 참여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성취감과 감동이 컸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청주시의 또 다른 성공요소는 환경연합,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서로의 장점을 살려서 유기적인 연대를 이루었던 점도 있었다고 김동호 사무처장은 말합니다. 하지만 주민참여에서도 도시저소득층의 참여방안은 더 고민해야할 숙제로 남습니다.

 

 

더 느리게 생각하자
사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주민들을 배제하고 싶은 것은 정부뿐만 아니라 정당이나 시민단체들의 속내도 비슷할 것 같다고 감히 말해봅니다. 이해당사자는 공익적이지 못한 판단을 할 것이라는 불신과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할 자세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마 필자 역시 예외가 아닐 것 같습니다. “공무원과 엔지니어링은 민원을 적게 하고 빨리하는 지점에서 이해가 같다.”라고 수원생태사회포럼 남궁형 대표는 지적합니다.


토목기반의 경제와 중앙집권적인 국가문화가 이미 우리가 가진 거대하고 단단한 바위와 같은 조건이라면, 작은 계란을 던지는 심정일지언정 작은 성공사례를 계속해서 만들어가야만 합니다. 생각해보니 세상이 바뀌길 바랐던 저의 조급한 마음은 느린 삶을 추구하는 환경운동가의 기본적인 소양과 배치되지 않았나 싶어지네요. 서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에 작고 따스한 공동체가 하나둘씩 늘어가는 꿈을 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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