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마을 지키던 나무들 벼랑 끝에 서다

성미산마을 지키던 나무들 벼랑 끝에 서다


박대신 시민기자, 고양환경운동연합 회원 rosmann@dreamwiz.com

 


서울시 마포구에 마지막 남은 자연숲 성미산이 또 다시 위기에 처했다. 홍익재단이 성미산을 깎아 홍익 초중고를 이전하겠다며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주민들의 생활공간이자 휴식공간이자 문화공간이었던 성미산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은 또 다시 온몸으로 공사를 저지하고 있다. 굴착기와 전기톱이 드나드는 위험한 공사현장에 천막을 쳐놓고 24시간 농성중이다.

 

성미산 마을을 품다
성미산. 마포구 성산 1동에 위치한 표고 66미터의 야트막한 산. 어찌 보면 산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동네 뒷동산이다. 하지만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성미산은 단순한 흙더미가 아니다. 생태적, 문화적, 교육적으로 거대한 가치를 지닌 그 자체로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신들을 ‘성미산 마을 사람들’이라고 칭한다. 마을 주민들은 공동으로 출자해 유기농 식당과 마을학교, 풍물패 등을 만들었고 매년 마을축제를 열고 있다. 성미산 마을은 서울 도심에서도 대안공동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마을 만들기의 성공사례로 꼽혀 다른 지역에서 찾아와 벤치마킹을 해갈 정도였다. 이들의 돌봄과 나눔의 공동체 중심에는 성미산이 있었다.


성미산은 도심 속 작은 산이지만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 보호종인 오색딱따구리가 살 정도로 생태적으로 우수하다. 또한 성미산은 동네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매일 나들이를 올 정도로 일상과 연결된 친근한 벗이기도 하다. 성미산은 지난 2001년과 2003년, 배수지와 아파트 공사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온몸으로 공사를 막아냈고 성미산을 살리기 위해 매년 나무를 심어왔다. 주민들은 성미산이 파괴되는 것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일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산을 깎아 학교 만들겠다는 홍익재단
지난 2008년 홍익대를 소유한 홍익재단은 홍익대 내부에 있는 초중고를 성미산 일대로 이전하겠다며 마포구청에 신청을 했고 마포구청은 홍익재단의 학교 이전을 위해 서울시청에 이 땅을 체육시설부지에서 학교부지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홍익재단의 계획대로라면 성미산의 3분의 1을 갈아엎어야 한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성미산 생태보존과 생태공원화를 위한 주민대책위(이하 성미산주민대책위)를 구성, 반대 활동에 나섰다. 도심의 작은 산을 3분의 1이나 잘라내면 성미산은 생태적 가치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성미산 아래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어 굳이 이 지역으로 학교를 이전할 이유도 없으며 오히려 홍익초중고가 이전할 경우 기존 학생들의 안전한 등굣길과 건강권, 행복권을 위협할 소지가 있다고 반대했다. 


성미산주민대책위는 서울시가 홍익재단의 땅을 매입해 성미산 전체를 생태공원으로 지정하고 홍익재단이 학교들을 이전할 수 있도록 대체부지를 마련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2008년 6월 서울시 자문기구인 녹색서울시민위원회(공동위원장 오세훈, 윤준하 등)도 성미산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성미산을 생태공원으로 만들고 학교 부지는 여러 기관들이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대안을 만들어 보자며 서울시장, 서울시의회, 마포구청장, 구의회 의장, 홍익재단 이사장 등에 공문을 발송했다. 오세훈 시장도 2009년 서울시 의회 시정 질의에서 주민들과 충분히 상의하고 만일 협의가 여의치 않을 때는 대체부지 마련을 위한 노력을 행하겠다는 답변을 하기도 했다.


성미산을 둘러싼 갈등의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기습적으로 안건을 상정·심의해 성미산의 체육시설 부지를 학교시설 부지로 용도변경 승인해주면서 다시 사태는 악화됐다. 이어 서울시교육청은 홍익재단의 학교 건축 사업을 인가하고 성서초등학교 학생들의 진입로에 홍익초등학교 학생들의 스쿨버스까지 다닐 수 있도록 허가했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길에 성서초등학교 학생들의 안전한 등굣길과 건강권, 행복권마저 위협받게 된 것이다.


2010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당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성미산 마을과 성미산을 방문해 교육감이 되면 적극적으로 홍익재단의 학교 이전 대체 부지를 함께 찾는 등 대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선거 5일 전인 5월 28일 마지막 행정인가인 실시계획인가를 고시, 결정해버렸고 홍익재단은 6월 1일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건축허가가 6월 2일 지방선거 이전에 결정된 사안이라 번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미산주민대책위는 이번 사태가 마포구, 서울시, 서울시교육청이 주민들을 무시하고 졸속으로 처리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에 성미산주민대책위는 △홍익학원 학교시설 승인 및 건축허가 재심의 △성미산 전체 생태공원화 △홍익학원의 신축공사 중지 △홍익 초중고 대체부지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성미산의 나무들을 제발 살려주세요
지난 7월 15일, 그날도 벌목작업을 강행하려는 공사 관계자들과 주민들이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간 나무를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주민도 있었다. 전기톱을 같이 부여잡고 먼저 내려놓으라며 실랑이를 벌이는 주민과 인부도 있었다. 주민들은 벌목을 막기 위해 보초를 서듯 교대로 공사장을 감시하고 있었다.


주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현재의 공사 진행에는 도로점용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중장비가 들어오는 등 불법적인 요소도 많다고 한다. 성미산의 홍익재단 건설부지 주위에는 성서초등학교, 자전거 통학 시범학교인 경성중고등학교 등이 있어 공사가 계속될 경우 아이들의 통학길도 위험할 수 있다. 물론 성미산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적 삶을 파괴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홍익재단이 굳이 이곳에 학교를 지으려는 이유는 뭘까. 땅값이 비싼 홍익대 내부에 있는 현재 초중고를 땅값이 싼 산으로 이전하고 홍대 내부는 다른 용도로 개발을 해 수익을 남기기 위한 계산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민대책위는 홍익재단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홍익재단측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찬성하는 주민들도 일부 있다. 사립학교 설립으로 인해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개발이익을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책위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부질없는 기대’라고 일축한다. “현재 사립 초중교에 다니는 학생은 대부분 타지역 거주자로서 스쿨버스로 등하교할 가능성이 많을 뿐만 아니라 초중교로 인해 지역경제가 발전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반면 자연숲인 성미산을 현재처럼 주민들의 안식처, 지역의 랜드마크로 잘 가꾸어나간다면 당장의 경제적 효과 이상의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시는 ‘동네 뒷산 공원화’ 등 친환경인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숲을 보존하는 것이야말로 이러한 정책에 가장 잘 부응하는 것이 아닌가. 서울시가 대체 부지를 찾아 홍익초중고가 이전할 수 있도록 중재한다면 홍익재단은 더 넓은 평지에 학교를 지을 수 있어 좋고, 주민들은 성미산을 자연 그대로 후대까지 남겨줄 수 있어 좋을 것이다. 지역경제 발전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보상금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주민들의 바람은 단 한가지다. 성미산이 자연 그대로의 푸름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홍익재단은 계속해서 힘으로 밀어붙이며 공사를 강행할 태세고 주민들은 성미산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한때 주민들을 품었던 성미산, 이제 주민들의 품에 성미산을 안겨줘도 되지 않을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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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의 격렬한 항의가 이어지자
잠시 멈추는 굴착기 ⓒ박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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