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물도의 비극 - 지속가능성의 기로에 선 섬 관광

소매물도의 비극 - 지속가능성의 기로에 선 섬 관광

글•사진 지찬혁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simplezi@kfem.or.kr

최근 몇 년 사이 섬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제주 올레길’과 ‘슬로시티 증도’가 불러온 섬 관광 바람이다. 증도의 경우 2007년에는 연간 5만 명 정도가 배를 이용해 섬에 들어갔지만 지금은 연육교를 통해 10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연안여객선을 이용해 제주를 찾는 방문객도 지난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뭍사람들에게 잊혀져 가던 섬들이 관심의 대상이 된 건 좋은 일이지만, 시끌벅적한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섬의 생태계와 마을들은 새로 생긴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섬으로 사람들이 밀려들자 뭍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이던 것들이 큰 문제로 나타났다. 쓰레기수거, 식수, 전기, 하수처리, 편의시설 등 관광객 증가의 속도에 맞춰 고무줄 늘이듯이 쉽게 처리할 수 없는 문제들이 섬에는 한둘이 아니다. 우리의 섬 관광, 이대로 지속가능할까?

시험받는 섬들의 지속가능성
경남 통영 앞바다에 보석처럼 떠있는 섬이 있다. 통영과 거제에서 여객선을 이용해 들어갈 수 있는 이 조그만 섬은 소매물도라고 불린다. 소매물도는 문화관광부가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한 이후 팔자가 바뀌었다. 한적하고 여유롭던 작은 섬은 갑자기 증가한 방문객들로 인해 시끄럽고 소란한 섬이 됐다. 소매물도 방문객은 2011년 30만 명을 넘어섰는데, 이들 대부분이 소매물도에서 내려 등대섬을 보기 위해 몰려간다.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섬의 생활쓰레기는 급격히 증가해 1년에 서너 번 수거선박으로 실어 나르면 해결 가능하던 쓰레기는 지금은 매월 1회로도 부족한 지경이 되었다. 식수, 생활용수 등 부족한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뭍에서 물을 공급받는 양도 크게 늘었고 섬 곳곳에는 커다란 물통들이 설치돼 경관을 훼손할 정도가 됐다. 마을발전기에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면세유지원금도 2007년보다 7배나 증가했다. 소매물도는 지금 섬 관광정책의 음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문제는 섬 지역의 특수한 여건으로 생기는 문제들을 육지의 환경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당연한 결과로 통영시와 주민, 숙박업주 등 섬 관광과 관련된 당사자들은 생활쓰레기를 비롯한 섬의 문제점들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생활쓰레기 처리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까지 산더미처럼 선착장 앞에 쌓아두는 생활쓰레기 대부분은 소매물도의 펜션들에서 나오고 있는데 이마저도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채로 방치되거나 불법소각되고 있었다. 올해 초 환경연합이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문제해결을 요청하였으나, 통영시의 답변은 “소매물도 내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쓰레기 투기, 매립, 소각행위를 우리 시가 과태료 처분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통영시는 최근 생활쓰레기처리를 마을발전기금으로 처리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마을의 동의 없이 언론에 알려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통영시가 생활쓰레기 관리정책을 세금으로 해결하지 않고 마을기금으로 해결하도록 정한 셈인데, 통영시 섬 주민 7천여 명 모두가 동의할지 의문이다. 

이 같은 통영시의 ‘배짱’ 정책은 「폐기물관리법」에서 ‘섬 지역을 쓰레기수거지역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통영시는 이 조항을 ‘통영시가 쓰레기 수거의무에서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섬 지역의 쓰레기는 특수한 여건이기 때문에 별도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법의 본뜻을 외면하고 섬을 쓰레기 사각지대로 방치한 책임을 통영시는 져야 한다. 사실 섬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분리수거만 잘 한다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고 이렇게 분리된 쓰레기는 여객선을 이용해 매일 육지로 배출하면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다. 이에 따르는 비용은 통영시가 쓰레기관리정책을 마을이나 수거업자에게 위탁하면 그만인데 이런 방법을 외면하고 수년 째 쓰레기처리 문제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통영시의 속내가 궁금하다.

쓰레기 대란, 먹는물과 전력 부족
섬의 물 부족 현상은 생활쓰레기 이상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식수도 부족한 섬에서 펜션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은 식수를 허드렛물로 펑펑 쓰고 버리기 일쑤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만들어진 마을 화장실은 수세식 화장실이어서, 화장실 유지용수를 별도로 마련해야 할 지경이다. 섬을 이용하는 방문객 30만 명에 맞춰 물을 공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상해 보라! 여름철 성수기가 되면 매일 천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한 번씩만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1톤 가량의 물이 필요한데 과연 이런 관광이 지속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섬마을은 하수처리장이 따로 없으니 바다의 오염은 장기적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매물도를 비롯한 통영의 섬은 해녀들이 해산물을 채취하는 곳이 많은데, 이 청정해역으로 생활하수가 그대로 내려가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방문객이 증가하면서 섬의 전기공급에도 비상등이 켜질 위기에 있다. 섬을 찾는 숙박객에게 냉장고, 에어컨을 제공할 요량으로 전기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숙박업주와, 마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정도의 전기는 충분하다는 주민 대표가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통영시는 국립공원 지역 안에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입장이다. 과연 ‘조그만 섬에 들어가서까지 문명의 혜택을 맘껏 누리며 지내다 오는 관광이 지속가능한 것’인지, ‘조그만 섬에 들어가서 최소한의 불편을 감수할 의사조차 없는 것’인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부터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소매물도가 겪고 있는 고통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정부와 지자체가 섬을 관광상품으로 홍보하기에 급급해 섬의 생태적, 환경적인 조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을 첫 번째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뭍의 관점에서 섬을 관리하려 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소매물도의 등대섬은 문화관광부의 ‘가고 싶은 섬’, 통영시의 ‘통영8경’ 등 곳곳에서 광고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통영시의 지속가능한 섬 관리는 낙제점에 가깝다. 섬의 고유한 생태, 환경은 섬의 역사, 문화와 더불어 소중한 관광자원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섬의 조건에 맞춰 섬을 여행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섬을 소비하는 관광정책 바꿔라
올 여름 착한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은 섬 관광이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지, 환경행정이 제대로 집행되는 섬인지 고려해 주길 부탁한다. 섬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소매물도에 버린 쓰레기를 당연히 수거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 사람들이 아니다. 섬은 본래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야 다시 가고 싶지, 이름만 ‘가고 싶은 섬’으로 붙인다고 그런 섬이 되는 것은 아니다. 찾는 이들의 배려와 지역 행정의 전향적인 대처, 중앙정부의 섬 관광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소매물도의 관광 아이콘 등대섬의 전경

소매물도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 통영과 거제에서 
하루 3차례, 총 6번 이렇게 사람들이 섬에 내린다

소매물도 부둣가에 쌓여 있는 생활쓰레기(2011년 10월)

국립공원지역에서 쓰레기 불법소각(2011년 8월)

해산물을 팔고 있는 소매물도의 해녀. 
폭증한 생활하수가 그대로 흘러드는 해안에 그녀들의 어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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