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난 새만금에 허탈한 전라북도 _ 이정현



지금도 여전히 전북 언론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것은 새만금이다. 새만금 물막이공사 이후 한동안 일방적인 여론몰이에서 벗어나 ‘새만금 문화권 재조명’, ‘새만금 거버넌스’ 등 전략적 사고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11월 17일 전북도청에서 발표한 새만금토지이용계획 용역결과 6개 개발방안 중 전북도의 뜻과 달리 산업단지 개발안이 집중개발 쪽으로 가닥이 잡히자 전북 홀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S프로젝트, J프로젝트로 명명된 전남 ‘서남권종합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서자 ‘전북 죽이기’라는 원색적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는 용역결과 발표를 기다려왔다. 최적의 개발안을 만들겠다는 토지이용계획보고서는 새만금 환상에 젖어 있는 도민들에게 새만금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나 토지 활용, 사업의 주체 등 새만금 사업이 처한 객관적인 조건과 상황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또한 해수유통을 통한 부분개발(산업단지, 항만, 해양관광)을 주장한 새만금 신구상이나 환경단체의 대안이 제대로 검토되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알맹이 빠진 보고서
토지이용계획 용역은 5개 정부 연구기관이 3년에 걸쳐 20억 원을 들여 기존 새만금 사업의 쟁점을 검토해 최적안을 만들기 위해 진행한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한 대로 연구 보고서는 내용과 수준에서 낙제점이었다. 동진강 유역을 우선 개발하고 수질을 지켜보면서 만경강 쪽을 개발하자는 2001년 순차개발 방식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부실한 보고서다. 새만금 사업의 한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고 왜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우선 보고서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경제적 타당성 분석이 빠져 있다. 새만금 사업에 대한 경제성 논란은 찬반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따라서 천문학적인 국민세금이 적절하게 쓰이는지, 사업의 타당성이 있는지를 재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전제이다. 그런데 ‘본 연구에서는 경제성이 있다는 민관공동조사단의 다수 의견을 수용했기 때문에 별도의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이를 비켜가고 있다. 2001년에 발표된 의견으로, 그것도 합의되지 않은 의견으로 대신한다는 보고서가 과연 새만금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만금간척사업에 얼마를 더 퍼부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2006년까지 들어간 돈이 벌써 약 2조 1천억 원, 앞으로 2020년까지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데만 3조 6천억 원에서 6조 원이 더 든다고 계산했다. 물론 여기에는 수질개선 비용만 1조 5800억 원이고 군산에서 방조제를 잇는 도로건설비, 방조제 외해의 환경개선비용 등은 빠져 있다. 감사원은 새만금을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하는 데 28조 원이 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와 같은 사업비 규모로는 140년 이상 걸릴 사업이다.

또한 보고서에는 내부 간척지 조성에 필요한 토사량을 확보할 방안이 없다. 이 역시 새만금 신구상, 즉 대안론의 주요 논거였다. 특히 신시도 부근을 분산개발할 경우 수심이 깊어서 필요한 토사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고서는 ‘2020년까지 약 1억 입방미터, 2030년까지 또 1억 입방미터 등 총 3억 입방미터의 토사가 필요한데, 사업지역 반경 30킬로미터 이내에서 구할 수 있는 토사량은 0.26억 입방미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사채취나 육지에서 토사를 공급받을 경우 환경적 문제가 발생할 것임을 언급하고 있다. 사업의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보고서는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 확보, 환경보전 대책 부실
보고서는 새만금 내부 토지이용에 따른 용수부족량은 하루 약 25만 2천~25만 4천 입방미터에 이를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그 대안으로 용담댐 물을 사용할 계획을 하고 있다. 하루 140만 톤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용담댐은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해 사용량이 늘어가는 추세이고 물 공급 기본계획상 여유분이 없는 상태이다. 금강으로 흘러가는 물을 줄이지 않는 이상 용담댐의 물은 추가로 쓸 수가 없다. 결국 또다시 댐을 짓자는 이야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또 다른 환경논란을 부를 것이다. 환경대책도 인공습지 조성과 유보지 조성 이외에 특별한 대안이 없다.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 수질대책도 목표수질을 달성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존 계획이 제시했던 수질개선대책이 모두 시행되더라도 농업용수를 위한 호소 수질기준 달성이 불가능하고 총인의 추가 삭감(10퍼센트)을 위해서는 고도처리시설 등의 추가 시설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에 따른 계획의 방법, 시설, 예산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답답한 전라북도
보고서가 제시하는 것은 분산개발이든 집중개발이든 농지의 비율이 72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농지조성 중심의 사업이다. 산업용지는 2020년까지 5퍼센트, 2030년까지 8퍼센트에 불과하다. 관광용지, 환경부지는 구색 맞추기로 끼워 넣은 것처럼 보인다. 새만금을 중국을 향한 물류기지로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신항만 계획도 없다. 전북도는 새만금 신항 연계를 위해 분산형을 선호하고 있으나, 농림부 등 정부는 목표수질 달성에 대한 부담 등으로 집중형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내심 사업의 주체가 되길 바라던 전북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도 농림부가 주도성을 갖고 나갈 수 있는 명분이 생긴 셈이다.

주민들은 어리둥절하다. 새만금이 무한한 가능성을 주는 기회의 땅인 줄 알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다된 밥이 아니라 먹다만 찬밥만 들어 있는 것이다. 보고서를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새만금 사업으로 전북도민이 어떤 혜택과 개발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아리송하다.

그래서인지 일부 관변단체는 ‘새만금 사기극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전북도민을 우롱하는 공청회를 즉각 중단하고 첨단산업기지, 관광레저단지, 과학도시, 동북아 물류허브를 지향하는 미래지향적 사업계획으로 다시 작성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새만금 사업이 실체도 없고 기대효과도 없다는 것을 제대로 깨달은 똑똑한 도민들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전라북도는 새만금 내부 개발을 뒷받침하는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개발주체의 변경이나 국제투자자유무역지대 설치, 재정지원 확대, 각종 인허가 제도의 의제처리가 핵심내용이다. 그러나 전북도는 특별법 시안을 만들어 놓고 공개도 못하고 있다. 정부와 조율을 거치지 않은 것도 한 이유이긴 하지만 서해안을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경제자유구역이나 항만개발 등의 다른 사업계획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 설득은 아예 포기한 채 대선 국면을 활용하는 정치인들에 휘둘리면서 의원입법에 가능성을 두고 있는 전북도의 모습은 초라하기만 하다.

새만금을 벗어나야 새만금을 본다
‘서남권종합개발’에 대한 전라북도의 대응 태도도 바람직하지 않다. 신항만, 국제공항, 산업단지, 해양관광단지 등 새만금이 선점한 이슈를 전남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나 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는 “새만금 사업에 대한 전략적 고려와 정책적 연관 없이 특정지역에 국한된 서남권 종합발전구상은 국가발전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일면 옳은 말처럼 보인다. 그러나 서해안권 전체로 볼 때 전라북도가 원하는 새만금 내부이용계획이 국가발전 전략에 맞는 내용인지 먼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서해안 개발사업의 대부분은 중국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인천의 송도를 중심으로 한 경제자유구역, 동북아 물류중심을 노리는 평택항, 목포를 중심으로 하는 서남해안권 역시 물류와 관광레저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광양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전라북도가 판단해야 할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이것저것 다 끌어다 보기에만 좋은 그림을 그릴 것이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환황해권을 겨냥한 새만금이 어떤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발굴하여 창의적인 혁신역량을 집중한 후 정부와의 조율을 통해 전략적인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한다.

새만금을 벗어나야 새만금을 볼 수 있다. 지역을 벗어나 서해안 전체에서 새만금을 바라보고 또 전북의 미래 성장동력을 어디에서 얻을 것인지, 시각을 달리하는 사람들의 합리적인 의견도 자주 들어야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는 안 된다.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새만금을 중동의 두바이로 만들자고 목청을 높였다. 두바이 모델은 전북도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김석철 교수의 새만금 바다도시 안에 가깝다. 우리가 두바이에서 배울 것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도시의 역사, 문화, 지정학적 위치를 잘 반영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용기를 내어 고백해도 좋을 듯하다. “사실, 새만금 사업 대안을 찾고 있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 좀 도와줄래.”라고.


이정현 leekfem@hanmail.net
전주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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