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위협하는 환경호르몬 장난감 / 고도현

글·사진 고도현 환경운동연합 생명안전본부 간사 koh@kfem.or.kr

“환경호르몬 때문에 불안하죠. 그래도 애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면 안 사줄 수가 없어요.”

지난 달 열린 친환경상품전시회를 찾은 한 어머니가 환경연합이 전시한 환경호르몬이 들어 있는 어린이용품들과 관련 리플릿을 들쳐보더니 한숨부터 내쉰다. 이 분께 막연하게 친환경 소재 제품을 사용하라는 제안은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매우 어려운 얘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걱정 없이 안심하고 어린이용품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일까? 근본적으로 문제되는 제도들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17개 중 10개 제품서 프탈레이트 검출
환경연합 생명안전본부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공동으로 9월부터 10월까지 한 달 동안 문구와 완구를 포함한 어린이용품 내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 가소제 함량을 조사하였다. 서울시내 대형유통매장과 도매시장 및 인터넷 쇼핑몰에서 유통되고 있는 완구와 학용품 17종을 구입하여, 프탈레이트 함량과 어린이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표시사항에 대하여 조사하였다.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는 주로 플라스틱을 말랑말랑하게 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프탈레이트 종류는 다양하지만 주로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 DBP(디부틸프탈레이트), BBP(부틸벤질프탈레이트) 등이 있으며, DEHP, DBP는 동물실험 결과 간, 심장, 신장, 폐, 혈액에 유해할 뿐 아니라, 수컷의 정소 위축, 정자 수 감소 유발, 정자의 DNA 파괴, 유산 등 생식 독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지식경제부 소관 법률인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일명 품공법)하에 관리하고 있는 DEHP, DBP, BBP 3종 및 미국과 유럽 등에서 규제하고 있는 DINP(디이소데실프탈레이트)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조사 결과 조사품목 17개 중 7개 제품에서 DEHP가 다량 검출되었으며, 기준치(0.1%이하)의 최저 115배~최고 367배가 검출되었다. 3개 제품에서는 DINP가 기준치의 최저 276배~최고 377배가 검출되었다. EU에서는 완구나 학용품에 대해 DINP를 0.1퍼센트 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입에 넣으면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용출될 수 있으니, 입에 넣지 말 것”이라는 경고문구만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이외에도 자율안전확인마크(KPS마크)가 표시된 9개 제품 중 3개 제품이 가소제 기준에 부적합했으며, KPS마크가 부착된 9개 제품 중 7개 제품이 허위로 표시되는 등 기술표준원에 신고한 내용과 달랐다.

KPS마크는 장난감, 놀이기구, 문구류 등 일부 어린이용품에 대해 정부에서 제품 안전을 인증해 주는 마크로 마크 아래 신고필증번호와 공산품명 및 모델명, 신고기관명, 신고일이 함께 표기되어 있다.

제품안전포탈시스템(www.safetykorea.kr)에 들어가면 인증된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사례처럼 정작 정부인증마크를 받았지만 정부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제품의 안전을 확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어린이용품이지만 품공법 관리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제품(초등학생이 주로 사용하는 스티커, 캐릭터가 부착된 클립)의 경우에도 DEHP가 기준치의 220배, 367배가 검출되어 지식경제부의 품공법 제도하에서는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어린이 건강을 지킬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환경보건법 개정안에 거는 기대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10월 국정감사 때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제기하고, 어린이용품 관련 법규가 포함된 환경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에 발의된 환경보건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 소비자들이 어린이용품을 구입할 때 유해물질이 없는 어린이용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안심마크(Kids-Safe Mark)’를 부착하는 제도 도입
② 유해물질을 함유한 어린이용품에 대해서는 어린이가 스스로 주의할 수 있도록 알기 쉽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도안으로 표시하는 제도 도입
③ 어린이 건강에 치명적인 유해물질에 대해서는 어린이용품에 사용할 수 없도록 ‘어린이용품 사용금지 유해물질 목록’ 마련 및 이들 유해물질을 사용한 어린이용품이 발견되었을 경우 즉시 리콜을 강제 명령할 수 있는 제도 마련

그러나 환경보건법 개정안 검토 과정에서 환경부는 환경부의 「유해화학물질관리법」과 지식경제부의 품공법과의 관계 등을 감안하여 논란가능성이 높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현재 지식경제부 품공법하에서는 업체가 자체 비용을 들여 자율안전확인 인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업체에 비용만 가중시킬 뿐, 효율적으로 유해물질을 관리하기 어렵다. 또한 리콜 적용의 경우에도 유해물질 확인(최소 6개월~1년 소요) 이후에 위해성 여부를 평가하여 리콜을 적용하기 때문에 신속한 유해물질 관리대처가 어렵다.

이외에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KPS 마크 제도는 어린이용품 전체가 아닌 극히 일부 품목과 일부 위해성이 입증된 유해물질에 대해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제품의 물리적 안전뿐만 아니라 일부 유해물질 관련 안전을 모두 관리하고 있어 유해물질 관리 부분이 허술할 수밖에 없다.  

환경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경우에도 어린이용품의 특정 유해물질 규제가 어렵다. 지식경제부의 품공법처럼 품목별 규제가 아닌 물질별 규제를 하기 때문에 규제 대상인 물질이 위해성 노출이 낮은 품목에 있더라도 동일하게 규제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어 관련업체들의 반발이 크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환경부는 위해성평가 기준을 만들어 관련 업체들에게 알려주고, 이후 업체에서 제대로 시행하는지 여부를 정부에서 분석해서 위해성 평가기준을 초과한 제품을 제조한 업체에 대해서는 강제 리콜 제도를 시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어린이용품 제조업체 스스로가 유해물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자 할 경우 정부가 이를 기술적,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중국산 완구의 해외 리콜사례 급증 등 해외에서의 어린이용품 제조가 어린이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 등장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환경보건법 개정안이 어린이용품 내 유해물질 사용을 저감하기 위한 기업의 자발적 노력을 끌어올리고, 정부는 유해물질 관리를 강화시켜 환경호르몬을 포함한 각종 유해물질의 위협으로부터 어린이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환경연합은 관련 법안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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