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시공마저 인조잔디? 부디 아이들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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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학교운동장의 낡은 인조잔디를 재시공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이 이루어진다. 경남지역도 7, 8년 정도인 인조잔디의 내구연한을 꽉 채운 3개교가 선정되었으나, 또다시 인조잔디를 설치할 것이라고 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은 변경을 요구했으나, 경남도교육청은 인조잔디 조성을 조건으로 지원받은 것이라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학교 측도 몇 년 후에는 철거해야 하는데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너무도 당연하게 없다고 대답한다. 재시공 비용 5억 원 중 2억~3억 원은 폐기물 처리비용인데도, 또 몇 년 후에 걷어내야 할 인조잔디를 깔겠다는 것이다.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

인조잔디 운동장을 직접 돌아보니 실태는 여전했다. 아이들은 체육시간과 쉬는 시간에 운동장으로 뛰어나와 놀았지만, 아무도 교실로 들어가며 옷을 털거나 손을 씻지 않았다. 몇 년 동안 햇빛에 노출되고 무수히 밟히며 잘게 바스러진 잔디파일 조각들은 털실뭉치 모양으로 운동장을 굴러다녔고, 새카만 고무충전재들은 잔디 위에 떠다녀 색깔마저 거무튀튀해 보였다.

대학교 운동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학생들은 바짓가랑이에 잔디파일을 잔뜩 묻히고 나왔어도 털어내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이렇게 지내 와서 의식하지 못했다고 했다. 가끔 아이와 함께 운동장에 놀러 온다는 시민도 만났는데, 여기만 왔다 가면 밤새 아이들의 아토피가 심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공설운동장도 주민운동장도 인조잔디가 깔렸고, 그곳을 이용한 시민들은 조금씩 불편을 호소했다.

관리도 부실했다. 대부분 비싼 비용 탓에 제대로 세척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1년에 한두 번 전문업체에 간단한 세척을 의뢰하는 데도 비용이 회당 200만 원가량 소요되어 부담스럽다고 했다. 민자사업(BTL)으로 조성된 한 학교는 언제 세척을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1년은 훨씬 넘은 것 같다고 대답했다. 운동장 관리도 학교에서 직접 하지 않는 탓이었다. 고무충전재는 제때 보충하는 곳이 거의 없었고, 보충한 곳도 저가제품을 선택하여 악취가 발생하는 등 학생들과 인근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었다.


누구를 위한 인조잔디인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사업에 대한 경남도교육청의 입장이 많이 바뀌었다. 우선 내년부터는 재시공 대상 학교가 인조잔디를 선택하면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로 했고, 신규 운동장 조성사업에 대해서도 인조잔디는 가급적 배제하고, 도교육청 관할이 아닌 경로를 통해 지원되는 사업도 교육청과 협의해 줄 것을 경상남도에 요청했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축구부가 있는 경우에는 인조잔디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교생이 함께 사용하는 운동장이고, 축구부라 하더라도 피해가 발생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왜 예외를 두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개방형 운동장을 명목으로 집단 민원을 넣거나 아는 인맥을 총동원하여 가까운 초등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깔고 주말마다 통째로 사용하는 조기축구회 어른들은 여전히 큰 문제다. 2년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당시 어느 사립 중학교에서 갑자기 학생 20여 명을 모아놓고 축구부를 만든 적이 있다. 이를 계기로 인조잔디 운동장 지원기금을 따내자 축구부의 활동은 중단됐고, 지금까지도 부원 없이 축구부만 남아 있는 것이다.

학교운동장은 축구를 좋아하는 고학년 남학생들이나 조기축구회 어른들이 점유하는 곳이 아니라 그 학교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고, 아이들의 다양한 놀이문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의 안전을 위한다면

몇 년 전 환경부는 인조잔디에서 낮은 수준이지만 납, 아연 등 중금속과 가소제 등이 검출되었으며, 운동장을 사용했던 학생들의 손 표면에서도 중금속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기준치 미달이거나 낮은 수준이라는 것은 법으로 정해진 기준에는 그렇다는 뜻이다. 운동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어른이 아니라 활동량이 많은 성장기의 어린이, 청소년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조잔디 운동장의 유해성을 단순히 기준치 이상, 기준치 이하로 해석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건강이 연관되어 있다. 그나마 경남도교육청을 비롯한 몇몇 행정에서 인조잔디에 대한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나름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부처에 대한 개선 요구는 미약하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인조잔디의 위해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우리가 진정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안전 기준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현재의 인조잔디 조성사업의 문제점을 깨달아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지금 당장 이런 위험한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 사업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글•사진 김은경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부장 dangee93@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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