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 전자파 대신 국민 건강 지켜라

정부여 전자파 대신 국민 건강 지켜라


김시형 녹색소비자연대 생태주거운동본부 담당이사 sngcn@hanmail.net

 

 

한 대학에서 2007년도에 어떤 직업여성의 하루생활을 추적하면서 전자파 노출 정도를 측정한 적이 있다. 이 조사결과 휴대전화, 무선공유기 등 고주파의 영향은 고려하지 않고서도 전기장판, 헤어드라이기, 지하철, 진공청소기, 컴퓨터 등 하루 평균 2.15mG의 전자파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그런데 그 노출 수준은 국제암연구기구에서 수년간의 역학연구를 통해 어린이 백혈병 발생위험 증가와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한 수준인 2~4mG에 해당하는 것이다.


전자파의 위해성 여부는 여전히 논란중이지만 정부와 기업은 전자통신산업의 세계적 경쟁력과 관련 제품의 편이성에 대한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 이렇다보니 일반 시민들도 전자파 위해성에 대해 무감각해진 면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각종 전자통신제품과 기술들이 더 나은 성능을 표방하면서 새로이 개발되고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데 그 대부분이 더 강한 전자파를 배경으로 하는 것들이다.

 

전자파 위험 시대
우리나라는 전자파와 관련해 고압송전선은 WHO에서 규정한 단기 노출 시의 극한 값을, 휴대전화 기기는 기기 인증 시 인체에의 전자파흡수율(SAR)을, 이동통신 중계 기지국은 6분/시 평균값을 법적 안전기준으로 정해 관리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체, 다른 관련 연구소들은 국제적인 신뢰성 있는 기구들의 기준을 준용하여 더 엄격하게 전자파 관련 인체보호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이 삼고 있는 기준은 신체에 흡수된 에너지에 의한 열작용, 유도전류가 일으키는 자극작용, 방전에 의한 쇼크 및 화상 등 단기적인 노출에 따른 위해성만을 근거로 작성되었다. 전자파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환경에서 정작 눈여겨봐야 할 장기간 누적효과에 따른 비열적작용-호르몬, 신경계, 정신활동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정부도 이러한 부분은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사법부, 기업체들은 이런 기준을 근거로 어느 날 갑자기 송전선이 생기면서 그 부근에서 생활하게 된 국민들, 휴대전화와 하루 종일 붙어살다시피 하는 젊은이들, 사무실 지역은 물론이고 주거 지역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이동통신 중계기지국 주변의 시민들에게 전혀 위해하지 않다고 선전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은 ‘휴대폰 전자파와 건강장해 규명을 위한 역학적 기반조사 연구’를 진행했다. 조사팀은 뇌암이나 유방암은 뚜렷하지 않지만 88년부터 5년간의 여성 휴대전화 가입자 증가와 93년부터(암 잠복기 5년 감안) 5년간의 여성 갑상선 암의 급증은 통계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2003년 7월에야 언론에 공개되었고 정통부와 이동통신 3사는 생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주최해 그 다음해 인체에 전자파 영향이 없다고 발표했다. 인체에 대한 장기적 영향을 논해야 함에도 생쥐에 대한 단기적 연구를 갖고 안전성을 운운하는 방식은 전혀 신뢰할 수 없다.

 

 

도심 지역 전자파 노출량 위험 수준 많아
장기체류하는 생활, 근무, 교육공간에 있어서 마땅히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이 없는 서글픈 현실 속에서 생태건축에서 앞서가는 독일의 Baubiologie Maes와 IBN이 공동연구한 ‘취침공간과 같이 우리가 생활하고 장기 체류하는 공간에서의 전자파 위험도에 대한 가이드’를 우리나라에서도 적용해야 한다. 스위스와 같이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는 나라들은 Baubiologie Maes가 발표한 기준들과 유사한 수치를 국가 기준으로 삼기 위한 행동을 추진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는 유해전자파로부터 국민건강 지키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9일에는 국내 최초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부지역과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일대의 전자파 노출량 측정 지도를 만들어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측정 결과 전체적으로는 역삼동 일대의 전자파 노출이 서현동 지역보다 월등히 심했으며 두 지역 모두 전자파 노출이 극심한 지역이 있었다. 독일 Baubiologie Maes의 취침이나 근무 등 장시간 머무는 공간에서의 전자파 유해성 평가 가이드라인 기준 적용 시 위험수준을 넘는 곳도 많았다. 이러한 극심 지역은 상시 근무하거나 생활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즉각적인 전자파 감소 조치가 필요하다. 이동통신 중계 기지국의 설치를 해주는 대신 일정금액의 사용료를 받는 건물은 실상 전자파 노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오히려 그 주변은 전자파 노출량이 컸다.


‘어느 정도가 위해한 수준인가’라는 문제 외에도 한쪽에서는 편리함을 누리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전자파에 대량 노출되어 피해를 보고 있음도 확인됐다. 고압송전선 문제가 그렇고 이동통신중계국이 그러하다.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적극 나서야
영국과 호주정부는 2002년에 휴대전화 사용이 성장기 청소년들의 건강에 유해할 수 있으므로 사용 자제를 권고한 바 있고, 스위스와 미국의 여러 주정부에서는 주거지역과 병원, 학교 등의 주변에 자기장이 400 내지 1000nT(4~10mG)가 넘지 않게 규제하고 있다. 리히텐슈타인과 스위스에서는 2013년부터 휴대전화 기지국의 전자파 강도 규제를 약 1000μW/㎡로 대폭 강화하는 등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더 이상 극한 값에 해당하는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근거로 무책임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전자파 노출량이 제대로 표시된 정보를 알 권리가 있으며 전자파에 과연 얼마만큼 노출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민들과 사용자의 동의가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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