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갈등 불 지르는 소각장 우선 정책 _ 홍수열



소각장 건설로 인한 주민들과 지방정부간의 분쟁이 끊일 날이 없다. 1990년대 이후 정부에서 소각장 건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이후 소각장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들과 지방정부간에 길게는 10여년 가까이 지루한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공권력과의 대립에 생업을 포기한 주민들의 심신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지쳐가고 있다. 소각장이 들어서는 지역의 주민들 사이에도 대립과 갈등이 벌어져 지역공동체가 분열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 폐기물처리시설을 건설하려는 지방정부는 지금 곧 소각장이나 매립장을 짓지 않으면 마치 곧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것처럼 지역주민들을 ‘협박’하면서, 폐기물처리시설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이는 구시대적 방법을 여전히 동원하고 있다.

환경부는 수도권 매립지 건설과 운영을 둘러싸고 큰 홍역을 치른 이후 소각장과 매립장의 설치 및 운영에 있어서 주민참여와 주변지역 주민들의 지원 등을 통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폐기물처리시설설치촉진및주변지역지원등에 관한 법률」(이하 폐촉법)을 제정하였으나, 소각장과 매립장 입지를 둘러싼 민관갈등을 해소하는 데 실패했다.

폐촉법 제정 이후에도 소각장과 매립장 입지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못하는 이유는 폐촉법 조항상의 한계도 있겠지만, 보다 근원적으로 폐촉법이 소각장과 매립장을 대체할 수 있는 폐기물 행정의 전면적인 방향전환이 목적이 아닌 지방정부에서 원하는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를 촉진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지역의 경우에는 임창열 전 도지사 때부터 경기도 지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환경빅딜’ 방식으로 광역소각장을 건설하는 것을 정책적으로 추진해왔다. 하지만 광역소각장 건설의 기본 개념은 규모의 경제를 통하여 폐기물 소각비용을 줄인다는 ‘소각장 운영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폐기물 관리정책 전반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고 있지 않아 오히려 지역의 폐기물 관리를 심각하게 왜곡할 뿐만 아니라 주민갈등을 더욱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된다.

환경오염, 재활용정책의 왜곡
소각시설에 대해서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있다. 소각옹호론자들의 경우 소각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폐기물 관리시설이므로 적극 도입해야 하며,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의 경우 기술적으로 통제가 가능하므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소각반대론자들의 경우 소각시설은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크므로 소각시설은 절대로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소각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에 대한 기술적 통제가능성에 대해서도 매우 회의적이다. 필자 역시 소각장의 안전관리에 대해서는 대단히 회의적이며, 소각장은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회피해야만 할 시설이라고 생각한다.

소각장은 우선 환경적으로 대단히 유해한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대표적으로 다이옥신이라는 매우 유해한 물질을 처리공정에서 부산물로 배출하며, 현재의 기술로 다이옥신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의 소각장 굴뚝에서의 다이옥신 방지기술은 다이옥신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굴뚝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잡는 것에 불과하다. 소각장 굴뚝에서 잡힌 다이옥신은 소각재(비산재)에 남아서 환경으로 배출된다. 현재 소각재를 통하여 배출되는 다이옥신에 대한 대책은 국내에서 전무한 실정이다. 소각장 굴뚝으로 배출되는 다이옥신의 양을 줄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다이옥신의 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다이옥신에 대한 우려는 완전히 해소될 수 없다. 또한 소각장에서 폐기물을 연소할 때 수백 종류의 오염물질이 발생하나, 그 중에서 유해성이 제대로 연구된 물질은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소각장으로 인한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소각장 설치를 하지 않거나, 소각장에 유해폐기물이 반입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이다. 방지시설의 최신화를 통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술만능주의 입장은 대단히 위험하다.

그 다음으로 소각장 건설은 지역사회 재활용정책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 소각과 재활용을 비교했을 때 재활용이 소각에 비해 보다 많은 긍정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재활용의 경우 폐기물 관리비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재활용 가능자원의 수거 및 선별, 재생과정에서 많은 지역사람들의 고용효과(소각장의 10배)를 창출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 반면 소각장의 경우 폐기물 관리비용이 높을 뿐만 아니라, 소각장 운영에 필요한 기술, 물질 및 인력을 외부에서 충당해야 하므로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만약 지역의 재활용정책을 적절하게 구축하지 않은 채 소각정책을 도입할 경우 지역의 재활용정책의 도입을 막아버린다.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가 전국 시민단체, 주민단체와 함께 지난해 5월(소각장 17곳, 매립지 14곳), 10월(소각장 4곳, 매립지 2곳)에 소각장과 매립장에 반입되는 종량제 봉투내 쓰레기의 성상을 조사한 결과 재활용 가능자원의 비율이 60∼80퍼센트에 달했으며, 당장 분리수거해서 재활용이 가능한 5종 분리수거 품목과 음식물의 경우 40∼60퍼센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현재 재활용 가능자원에 대한 분리수거를 강화할수록 소각장에 반입되는 쓰레기, 특히 가연성 쓰레기의 양은 줄어들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곧바로 소각장의 가동중지나 가동율 저하를 가져와 지자체 예산의 낭비를 가져오므로 재활용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없게 된다.

소각장 설치에 따른 주민 갈등
소각장 갈등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지방정부가 소각장 설치의 필요성에 대한 지역사회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의 경우 지역사회의 쓰레기 감량정책과 재활용정책이 미진한 상태에서 대용량의 소각장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2003년도에 ‘안성판 부안사태’로 불리며 큰 논란이 되었던 안성지역의 경우 시민단체들과 주민들은 소각장(50톤/일) 설치의 근거가 되는 폐기물 통계의 부정확성, 소각장 대안시설의 가능성을 주장하며 소각장 설치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마산시의 경우에도 인근 창원소각장과의 공동사용을 주장하며 마산시의 소각장 설치의 필요성에 대하여 반박했다.

둘째, 소각장 입지선정 과정에서 입지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사전에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안성, 마산, 청주소각장 건설을 둘러싼 논쟁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된 사항이 입지선정위원회 주민대표들이 참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지가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 지역주민 반발을 회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많이 채택하고 있는 소각장 설치 유치신청 방식의 경우 입지지역 주민들의 범위를 둘러싼 해석의 문제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즉 경제적 보상을 노리고 한 마을에서 유치신청을 하여 입지가 결정된 경우 경제적 혜택은 받지 못하면서 소각장 설치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는 이웃마을 주민들이 적극적 반대운동을 하게 돼 마을간 분쟁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웃마을의 반대운동으로 소각장 입지가 철회되자 유치마을의 주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충주소각장 갈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소각장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인 관리전략 필요
소각장은 불가피하게 설치되어야 할 시설이라는 것이 인정된다 할지라도, 소각장이 입지하는 지역에 악취 및 소음 유발, 오염물질 배출 등의 환경적 영향과 재산상의 가치하락 등의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시설이므로 소각장 입지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결국 소각장 입지 지역의 주민들은 전체 지역사회의 편익을 위하여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차별을 받게 되는데, 이런 차별이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소각장 설치의 목적과 과정의 합리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폐기물처리시설의 필요성 및 설치규모의 적정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둘째, 처리시설의 입지선정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적정한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입지선정이 과학적인 연구·조사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넷째, 입지지역 주민들에 대한 정당한 사회적·경제적 보상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소각장 갈등으로 인한 지역사회의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지방정부의 폐기물 관리전략이 수정되어야 한다. 소각장과 매립장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적인 관리전략에 대한 충분한 모색 없이 소각장과 매립장 건설을 우선적 목표로 설정할 경우 지역사회의 반발을 필연적으로 불러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적극적인 수요관리정책을 통해서 처리량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별장의 선별시스템과 전처리 시스템 구축분야에서 아직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전처리 시스템 분야는 도입이 거의 되지 않았으므로 이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

수요관리 시스템이 가동할 경우 충분히 소각장을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최근의 남해군의 사례이다. 남해군은 소각장을 설치하는 대신 매립장 입구에 선별장과 전처리 시스템을 설치하여 최종 매립되는 쓰레기의 양을 반입량의 20퍼센트 수준으로 줄였다고 한다. 이것은 소각장 반대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희망적인 전망을 던져주고 있으며, 소각장 건설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전문가나 정책담당자들에게 현재의 정책흐름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지역사회 폐기물 관리전략 수립 및 추진에 있어서 반드시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폐촉법을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의 관점이 아니라 주민참여 및 주민보호의 관점에서 개정되어야 한다.


홍수열 waterheat@hanmail.net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소각매립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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