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접착제도 믿을 수 없다 _ 이철재



2004년 ‘집이 사람을 공격한다’는 주제의 언론보도를 통해 새집증후군의 유해성이 처음 발표된 이후 국민들의 새집증후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와 더불어 친환경건축자재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었다. 정부에서는 2004년 5월 「다중이용시설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을 개정하여 아파트 입주 전 휘발성유기화합물 총방출량(TVOC)과 포름알데히드(HCHO) 농도를 측정하여 공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건교부는 다중이용시설의 바닥과 벽면에 쓰이는 마감재와 접착제 가운데 휘발성유기화합물과 포름알데히드가 다량으로 방출되는 제품의 사용을 금지하는 규칙 개정안을 마련하여 실내공기오염을 줄이고자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2005년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에 의하면 새 아파트의 실내공기오염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와 같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새 아파트의 심각한 실내공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해 건축자재 중 평당 4킬로그램이 사용되고 있는 온돌마루용 접착제에 대해 조사하게 되었다.

친환경인증기준 현황
국내에서 건축자재 관련 친환경인증기관으로는 환경부 등록 법인인 친환경상품진흥원과 한국공기청정협회가 있다. 친환경상품진흥원에서는 환경마크를, 한국공기청정협회에서는 HB마크(Healthy Building material: 친환경 건축자재 단체품질인증제도)를 부여하고 있다. 환경마크는 법정임의인증(국가표준)이며, HB마크는 민간임의인증(단체표준, 사내표준)을 하고 있다. 접착제의 휘발성유기화합물 관련 친환경인증기준은 표 1과 같다. 친환경상품진흥원은 함량과 방출량을, 한국공기청정협회는 총방출량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실내용으로 적합하지 않은 상품 많아
조사대상으로 시장점유율이 높은 제품 가운데 HB마크를 받은 유성과 수성 제품(HB마크와 환경마크를 모두 받은 제품 1개 포함) 중 시중에서 대표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제품 8개를 선별하여 조사했다. ‘오염물질이 함유되어 있지 않으면 방출되지 않는다’는 기본 원리를 고려하여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관련 기준치 설정 시 방출량만이 아닌 함량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방출량 조사뿐만 아니라 함량 조사도 실시했다. 또한 친환경인증을 받은 온돌마루용 접착제의 VOCs의 함량을 조사하고 국내의 실내공기질 측정방법에 의한 접착제의 총방출량도 조사했다.

친환경 온돌마루 바닥재 접착제의 함량 조사 결과 한국공기청정협회의 HB마크를 받은 유성 접착제의 경우 친환경상품진흥원 환경마크 함량 기준을 모두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공기청정협회의 HB마크를 받은 수성 접착제의 경우 친환경상품진흥원의 환경마크 인증도 받은 수성제품을 포함한 총 2개의 수성제품은 모두 함량 기준을 만족시켰다.

친환경상품진흥원의 환경마크 기준을 적용시킨 결과 한국공기청정협회의 HB마크를 받은 유성 접착제의 함량 결과로는 모두 실내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제품들로 나타났다. 심지어 조사 대상 제품들 중에 실외용으로도 적합하지 않은 제품이 포함되어 있었다.

친환경 온돌마루 바닥재 접착제의 총방출량(TVOC) 조사 결과, 한국공기청정협회의 HB마크의 TVOC 시험방법으로 방출량 시험을 한 결과 6개 유성 제품 중 2개 제품에서 HB마크 기준에 현저히 미달되는 결과를 얻었다. 조사결과 함량과 TVOC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함량과 TVOC 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 표 3과 표 4의 제품 E와 제품 F의 함량과 TVOC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이는 TVOC 시험방법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러한 문제가 있는 TVOC 방출량 결과를 놓고 최우수, 우수 등 등급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사용하는 것은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VOCs 함량 저감 대책 부재
현재 유기용제 저감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건축자재로는 페인트를 예로 들 수 있다. 2004년 환경부가 페인트의 VOC 저감을 위해 페인트에 포함된 유기용제 함량을 줄이는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환경부는 2005년 7월부터 수도권에 현재보다 VOC가 5~7퍼센트 적게 함유된 환경친화형 도료가 공급되도록 국내 최초로 도료에 대한 휘발성유기화합물 함유기준을 설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위의 자발적 협약을 통해 환경부는 VOCs 방지시설 설치를 통한 관리보다 도료의 VOC 함유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보다 더 효율적이며, 도료의 VOC 함유기준을 강화함으로써 VOC 함량이 낮은 도료 사용 확대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유성도료를 수용성 및 분체 도료 등으로 전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이 접착제 사용현황을 페인트와 비교해 볼 때 도포량과 사용량이 더 많은 접착제에 대해 구체적인 유기용제 함량 저감 대책이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페인트 함량 규제 기준 법령과는 달리 페인트보다 실제적으로 사용량이 많고 바닥재에 밀폐되어 난방으로 인해 지속적인 유해물질 방출이 우려되는 접착제에 대해서는 함량 규제 법령이 없어 접착제의 VOCs의 효율적인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실내공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새 아파트의 경우 입주 전 실내 공기 가열 방법인 베이크 아웃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페인트의 VOCs 함량 저감의 목적인 수도권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반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VOCs 관련 기준 목적인 제품 생산 및 사용단계에서 대기 중 광산화물 생성 등으로 인한 대기오염과 실내에서 중·장기간 방출로 인한 인체 유해성을 동시에 고려한 방향에 크게 벗어났다고 본다. 접착제의 VOCs 함량 저감을 위해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인증제도의 차별화, 규제기준 마련 필요
친환경상품진흥원의 환경마크와 한국공기청정협회의 HB마크로 친환경인증제도가 분산되어 있는 탓에 각각의 인증에 따른 관련업체의 비용부담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각 인증제도의 시험항목 및 방법이 달라 측정치의 비교가 불가능하고 기준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여지가 높다는 것도 문제다. 이와 더불어 시험방법과 인증기준이 까다로운 환경마크보다 상대적으로 인증이 용이한 HB마크에 대한 업체의 신청이 집중되어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건축자재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애초의 취지와 달리 오히려 관련업체의 면죄부로 악용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2007~2008년에 화장품과 살충제 등 건축자재외 오염물질 방출제품 관리에 대해 VOC 함유량 표기 의무화에 건축자재도 포함시켜 유기용제 함유량별 실내/실외용 구분, 피부 자극성, 허용 사용 면적, 환기정도 등 구체적인 정보를 소비자 및 시공업자들에게 알기 쉽게 표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온돌마루용 접착제 생산업체들이 등록되어 있는 한국공기청정협회는 HB마크 제도에 VOCs 함량 기준을 도입하고, TVOC 등급인증제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바닥재 접착제의 단계적인 VOCs 함량 저감을 위해 환경부는 바닥재 접착제의 함량 규제 기준을 시급히 마련하고 법령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철재 leecj@kfem.or.kr
서울환경연합 초록정책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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