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그녀는 왜 생리대를 버렸을까 _ 박은수



스물여덟 정민 씨의 최대 관심사는 잘 먹고 잘 사는 법. 먹을거리를 고를 때도 식품첨가물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원료는 국산으로 쓰였는지, 일회용제품은 아닌지 등등 꼼꼼히 따진다. 얼마 전에는 환경호르몬 걱정 때문에 플라스틱 물병도 유리병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그런 정민 씨에게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일회용 생리대. 일회용 생리대가 몸에 좋지 않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성분 표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여느 물건처럼 꼼꼼히 따지고 살 수가 없다. 최근 정민 씨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 생겼다. 자신이 그나마 믿고 1년 가까이 사용한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고 발표됐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안명옥 의원은 식약청이 제출한 ‘2006년 상반기 의약외품 품질부적합 내용’을 분석한 결과 한방생리대로 유명한 업체의 생리대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 제품은 15일간 제조업무 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회수율은 31.9퍼센트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현재 해당업체는 식약청 검사방법에 문제를 제기하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문제가 터지자 다른 생리대 업체는 너도나도 자사제품은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지 않은 안전한 생리대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을 본 정민 씨는 또 한 번 경악했다. 한 일회용 생리대 업체가 자사제품 홍보 이벤트용으로 일회용 생리대의 화학물질을 경고하는 동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하얗고 깨끗한 생리대, 과연 속도 그럴까요? 생리대 속에 들어있는 놀라운 비밀 지금부터 공개합니다.’로 시작되는 영상은 생리대에 커피를 붓고 생리대를 찢어 안에 흡수체의 실상을 보여준다. ‘이 알갱이가 바로 화학흡수체. 일회용 생리대의 화학흡수체는 생리혈과 결합하면 피부트러블과 냄새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민 씨도 생리대에 물을 붓고 안을 뜯어봤다. 결과는 동영상보다 더 끔찍했다.

사실 일회용 생리대의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생리대 회사들이 새하얗고 얇으며 빠르게 흡수하는 생리대를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화학적 조치’들을 취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염소계 표백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는 다이옥신 문제다. 생리대를 위해 염소계 표백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다이옥신이 생성될 수 있으며 낮은 수준의 다이옥신이라도 암이나 자궁질환 또는 면역체계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일본 등에서는 생리대에서 미량의 다이옥신이 검출되었다는 실험결과와 삽입식 생리대의 독성 때문에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생리대 표면커버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이나 생리대 화학물질로 인해 피부염증 등이 유발될 수 있음도 지적한다. 실제로 2002년 여성민우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도 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 10명 중 6명이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후유증을 겪은 적이 있거나 아니면 지금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후유증으로는 76퍼센트가 가려움증, 다음으로 피부질환 및 습진 등이었다.

‘포름알데히드 불검출’이면 안전?
놀란 정민 씨는 일회용 생리대 업체, 시민단체, 식약청을 찾았다.
먼저 일회용 생리대 업체. “자사제품은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지 않았으며 우리나라의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안심하고 사용하셔도 됩니다.”라고 말할 뿐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생리대의 화학성분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시민단체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명형남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전 서울환경연합 팀장)은 “생리대 사용에 있어 많은 여성들이 문제점을 제기해왔다. 서울환경연합에서도 각 기업에 일회용 생리대 성분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했으나 기업은 기밀 또는 보안을 이유로 묵살했다.”고 말했다.

식약청. “시중 유통되는 일회용 생리대는 식약청 고시 「의약외품에 관한 기준 및 시험방법」중 생리처리용 위생대의 기준 및 시험방법 또는 해당 품목의 허가(신고)사항의 기준 및 시험방법으로 관리기준을 정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일회용 생리대를 수거하여 해당 품목의 기준 및 시험방법에 따라 품질검사하여 부적합한 경우 행정처분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식약청이 말한 고시에는 포름알데히드, 형광물질, 산/알칼리 등에 관한 규정만 기준을 설정하고 있을 뿐 우려되는 다이옥신이나 다른 화학물질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많은 유해물질을 모두 검사하기는 불가능하다. 제조과정 중 혼입될 수 있는 물질만 규제하고 있다.”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생리대 속 화학물질에 대한 우려는 전문적으로 검토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관련 연구나 근거 자료가 없다.”는 식약청 담당자의 해명은 정민 씨를 더 실망시킬 뿐이었다.



정민 씨를 더 황당하게 한 것은 허술한 관리 감독이다. 지난해 식약청은 일회용 생리대가 안전 기준에 맞게 생산되는지 검사하는 ‘수거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받았다. 1971년 의약(부)외품으로 지정된 이래, 현재까지 시판되는 생리대를 수거하여 제품이 기준에 맞추어 생산되었는지를 검사하는 ‘수거검사’ 기록이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 지난해 국감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그 후 본격적인 수거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전수 조사가 아닌 샘플 조사로 이번 국감 때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문제를 제기한 안 의원은 “여성의 필수품인 생리대에 대해 아무리 철저한 규제기준을 적용하고 안전관리 지침을 마련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리대와 관련된 현행 규제기준과 관리기준은 너무 느슨하다.”며 “생리대 사용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 많은 여성들이 문제제기해온 만큼 수거검사를 확대하고 더욱 엄격한 유해물질 규제기준을 만드는 등 제도적 장치를 완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물질 가득 태운 트로이목마
“생리후유증이 너무 심했는데 얼마 전 받은 검사 결과 자궁에서 작은 혹이 발견됐어요. 의사 말이 정확한 이유는 모르나 근래 들어 흔한 병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수술을 앞둔 정민 씨는 앞으로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기가 겁이 난다. 자신의 병에 일회용 생리대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월경 기간 동안 정민 씨가 사용하는 생리대는 하루 평균 5개, 월경 기간이 보통 5일이니 일 년이면 300개다. 가임기간을 기준으로(15~49세) 정민 씨가 사용했고 앞으로 사용해야 할 생리대 수는 1만500개, 외부물질에 대한 방어력이 크게 떨어지는 시기에 일회용 생리대 안의 모든 물질과 평생 적어도 1만500번 접촉해야 하는 정민 씨에게는 당연히 들 수밖에 없는 우려다. 또한 일회용 생리대가 보편화된 이후 근래 20~30년간 정민 씨처럼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자궁암, 질염 등 여성의 자궁관련 질환 발병률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나 대안생리대를 쓰고 난 후 생리통, 피부염증, 냄새 등이 많이 좋아졌다는 사례들은 정민 씨의 생각이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정민 씨는 대안생리대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 이미 서랍 안에 남아 있던 생리대도 버릴 작정이다. 정민 씨에게 일회용 생리대는 더 이상 마법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준 눈부신 하얀 날개가 아니다.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화학물질을 가득 태운 트로이목마다.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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