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먹거리가 불안한 사회 / 권호장




먹거리가 불안한 사회




먹거리 안전성이 위협받는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지나치게 많은 먹거리를 소비한다는 데 있다. 먹거리를 늘리기 위해 전통적인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농약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가축에 항생제를 투여하며, 유전자를 조작하고, 해외로부터 먹거리를 수입한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위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먹는 음식에 의해 어떤 존재인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초에 우리는 단 하나의 세포(수정란)에서 시작했다. 그 세포 속에는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라는 설계도만이 들어 있었다. 우리 인생의 최초 10개월은 어머니의 자궁이 제공해 주는 영양분으로 그 이후에는 입으로 직접 섭취한 음식물을 이용하여 오늘의 나를 만들어왔다. 조선시대 사진 속에 나타나는 왜소한 체격의 인물들과 오늘날 세계 수영계를 제패하고 있는 박태환의 차이는 설계도의 차이라기보다는 먹는 음식의 차이인 것이다.
진화의 역사에서 인류가 처한 환경은 항상 먹거리가 부족한 환경이었다. 굶주림으로 인한 영양결핍이 가장 심각하게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였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농산물 생산 및 유통방식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지역에서는 더 이상 식량이 부족하지 않게 됐다. 오히려 먹을 것이 넘쳐나는데도 오랜 진화과정을 통해 획득한 우리의 유전자는 계속 더 많은 음식을 먹고 몸에 저장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필요보다 훨씬 많은 먹거리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는 대규모 기업농에 의한 단작, 화석연료 의존농법에 의해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그렇게 생산된 먹거리를 온 세계에서 수입해다 먹고 있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먹거리의 생산량을 늘리고 장기간 보존을 위해 여러 가지 화학물질들이 사용된다. 이러한 먹거리 생산과정과 이동과정에서 사람의 건강은 주요 고려요소가 아니다. 이익만이 주목된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식탁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들에는 화학물질오염, 유전자조작식품의 위험, 광우병 쇠고기 등의 위험 등이 있다. 문제의 구조를 들여다보자.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먹거리 속 농약
농약의 사용은 해충을 방제해 농업생산을 증가시키지만 일정량은 농산물 속에 잔류하게 된다. 실제로 식약청이 2004년에 전국 대도시 시장과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채소와 과일을 조사한 결과 600건 중 101건에서 농약이 검출됐다. 대부분 잔류허용기준 이하로 나타났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기준치라는 것이 영유아 같이 특히 민감한 집단을 특별히 고려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식품이나 모유를 통해서도 농약에 노출될 수 있는데 이런 농약들끼리의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즉 잔류농약이 허용기준치 이하라고 하더라도 결코 안전을 보장하는 수준은 아닌 것이다.

축수산물 속 항생제
사람에서 감염병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항생제들이 가축 사육에도 사용된다. 가축에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장을 촉진시키는 기능도 한다. 항생제가 사료에 배합돼 무차별적으로 투여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많은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다. 식약청이 2005년에 동물의약품 잔류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계란이 60건 중 9건 검출됐고, 돼지고기의 경우 총 60건 중 6건에서, 수산물 중에는 광어가 60건 중 10건이 검출됐는데 잔류허용기준을 초과한 것도 5건이나 됐다. 이 결과는 전체 유통 중인 동물의약품의 일부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항생제가 훨씬 광범위하게 잔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잔류 항생제는 인체에 흡수돼 여러 가지 건강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그 밖에도 항생제 내성균을 출현시켜 국민보건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반코마이신내성세균(VRE)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 아보파신이라는 항생제의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다. 이 조치를 시행한 후 돼지, 닭 등에서 VRE가 현저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고 사람에서도 마찬가지 효과를 나타냈다.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가축 항생제 사용을 제한하는 추세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항생제에 대해서는 아직 잔류허용 기준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는 등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리고 항생제 사용을 근본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축들의 사육환경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유전자조작식품의 확산
식품산업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 중의 하나가 유전자조작식품에 대한 것이다. 유전자조작식품은 다른 종의 유전자나 실험실에서 만든 유전자를 이용해 생산한 식품을 말한다. 유전자를 조작해 해충에 저항성이 있는 품종을 만들어 농약사용을 줄일 수 있고, 척박한 토양에서 자라는 품종을 만들 수도 있으며, 영양가가 높은 품종을 만들 수도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장점들이 거론되지만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가장 많이 우려를 하는 부분은 새로이 합성된 유전자가 자연생태계로 퍼져나가 생태계를 유전자로 오염시킬 가능성이다. 실제로 호주에서는 유전자 변형된 유채의 꽃가루가 재배지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는데 다른 식물과 수분해서 새로운 종을 만들 수도 있다. 또 다른 우려는 농약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유전자변형식물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병충해에 강하지만 결국은 농약에 내성을 가진 해충이 출현할 것이라는 점이다.
유전자조작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식품이 사람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증거들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유전공학적으로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단백질을 생산함으로 알레르기 질환이나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부터 LMO(living modified organism)법이라 불리는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이 법에 따르면 유전자변형식품을 수입할 때 식품안전성 심사뿐 아니라 환경위해성 심사까지 하게 돼 있어 법적규제의 틀 속에서 관리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LMO 관련 연구시설 등 인프라가 취약한 상태에서 법만 통과해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중금속 등 무기 화학물질
식품오염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물질 중의 하나가 수은이다. 2005년 3월에 환경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공동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혈중 중금속 수준은 수은이 리터당 4.34마이크로그램(ug/L)으로 나타났다.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은 대개 1ug/L 이하로 나타나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수은 노출수준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수은처럼 환경오염이 어떻게 귀결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오염물질도 없다. 석탄을 태우거나 쓰레기소각로를 통해 공기 중으로 배출된 수은이 물 속에 가라앉게 되면 세균에 의해 유기수은으로 변화되고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은 우리 밥상으로 되돌아온다.
먹이사슬 정점에 있는 참치나 황새치 같은 큰 물고기들에 높은 농도로 존재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섭취할 때는 신경독성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특히 임산부들에게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식품 중에 가장 많이 들어있는 무기물은 나트륨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소금의 형태로 사용돼 맛을 내거나 보존제의 역할을 한다. 소금은 잘 알려져 있듯이 과도한 섭취는 고혈압의 원인이 된다. 또한 방부제로 흔히 사용되는 질산염(nitrate)은 어린이 음식에 들어가는 경우 청색증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조리과정에서 아민(amine) 종류와 반응하여 나이트로자민이라는 발암물질을 형성할 수도 있다.
광우병의 위협
흔히 광우병으로 알려져 있는 해면상뇌증(BSE)은 소의 뇌에 발생하는 만성퇴행성질환이다. 이 병에 걸린 소는 안절부절 못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며 자세가 이상해지고 신경조절이 안 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병의 원인은 프리온이라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는데 치료법이 없고 예방접종 방법도 없다. BSE는 1986년 영국에서 처음 발견됐고 이후 미국, 캐나다, 이스라엘,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다.
광우병과 관련된 핵심적인 이슈는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으면 인간에게도 전염이 되느냐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증거들이 보고되고 있다. 원래 인간에게는 크로이츠펠트-야곱병(CJD)이라는 뇌에 스폰지 같은 구멍이 뚫리며 퇴행성 장애를 보이다 사망하는 질환이 있다. 보통의 CJD는 노년에서 나타나는데 젊은 나이에 발현하는 변종성 크로이츠펠트-야곱병(vCJD)이 1996년 영국에서 처음 보고됐다. 이 질환은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 특히 뇌와 척수 부분과 특히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인간광우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변종성 크로이츠펠트-야곱병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지만 발생한 적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뼈를 고아먹는 등 광우병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서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

먹거리 풍요시대의 식품위험사회
우리는 단군 이래 처음으로 먹거리가 넘쳐나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먹거리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많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글에서는 주로 화학적 유해요인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흔히 식중독으로 불리는 미생물에 의한 식품오염 사고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또한 육식과 패스트푸드소비 증가로 인한 비만의 문제도 심각한 문제이나 지면의 제약상 이곳에서는 다루지 못했다.
안전한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는 생산자, 유통 및 판매자, 정부, 소비자들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식품관리체계가 잘 정비될 필요가 있다. 식품의 생산에서 최종적인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리하는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제도가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도입 초기라 앞으로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리고 현재 8개 부처에 나눠져 있는 식품관리체계를 일원화하는 방안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먹거리 안전성이 위협받는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지나치게 많은 먹거리를 소비한다는 데 있다. 먹거리를 늘리기 위해 전통적인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농약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가축에 항생제를 투여하며, 유전자를 조작하고, 해외에너지 고갈의 문제도, 생태적 안전성의 문제도, 경제적 부담의 문제도 모두 해결하게 될
재생가능에너지의 사회로 가는 길이야말로 ‘안전한 사회’, ‘안전한 미래’로 가는 길이다로부터 먹거리를 수입한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위협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꼭 필요한 만큼만 균형 있게 먹고 먹거리의 생산 및 유통과정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먹거리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권호장 hojang@dankook.ac.kr
단국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사진


사람은 먹는 것에 의해 존재가 결정된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농약의 사용은 생산을 증대시키지만 잔류물이 남아 건강을 위협한다.
양평 옥천초등학교의 유기농밭 ⓒ함께사는길 이성수


유전자조작식품은 생태계 교란의 우려와 함께 인체에 대한
안전성 여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유전자조작식품 수입과 판매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의 퍼포먼스 ⓒ함께사는길 이성수

항생제 남용, 광우병 등으로 축산물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유기축산을 도입한 한 농장 ⓒ함께사는길 이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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