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생활 속 환경호르몬 논란 10년 지금 우리는? _ 김만구



인간의 오감으로 인지하는 냄새, 소음과 같은 환경문제는 개개인이 그 현상을 판단할 수 있지만, 환경호르몬(내분비계장애물질)으로 인해 야기되는 환경문제는 그 실태와 위해성 및 대책 등에 관한 모든 것을 외부의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외부 정보의 생산과 전달을 담당하고 있는 학계, 정부당국, 언론 등은 국민들이 올바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정책을 펼치며 잘 전달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환경호르몬 관련 연구를 수행하였고 많은 연구결과도 있었다. 환경부에서만 2005년까지 총 34개의 과제에 115억 원의 사업비를 들였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에게 환경호르몬에 대한 정보가 효과적으로 잘 전달되었을까, 정부는 효율적으로 대처하였을까, 학계는 어떻게 대처해 왔나 하는 것들을 되새겨보게끔 한다.

10년 전과 바뀐 것 없어
그간 정부의 대응을 살펴보자. 1998년 6월 30일 모방송사의 환경호르몬에 관한 특집방송으로 한국의 환경호르몬 논쟁은 촉발되었다. 정부는 1998년 7월 3일 환경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민간 전문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대책협의회와 전문연구협의회를 즉시 구성하여 대처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의 중장기 연구계획도 수립했다. 환경호르몬에 관한 연구사업도 환경부에서는 대기 및 수질,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에서는 식품 및 인체영향조사, 해양수산부에서는 해양환경 및 수산물, 농촌진흥청에서는 농경지 및 농작물 등을 담당하였다. 각 부처는 연구결과를 언론 및 홈페이지를 통해서 발표해왔으나 아직 국민들에게까지 충분히 전달된 것 같지는 않다. 학계의 연구는 실태조사와 독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으나 많은 부분이 독성학적인 연구에 집중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언론은 그 속성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단속적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극적으로 보도해 온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환경호르몬 문제가 본격적으로 사회적인 이슈가 된 것은 스티로폼(발포 폴리스타이렌) 컵라면 용기에서 용출되는 스타이렌 이량체(SS)와 삼량체(SSS)의 검출 유무의 공방으로 시작되었다. 강원대학교에서 발표한 자료는 검출되었다고 했으며 식약청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했었다. 그 당시 이웃 일본에서는 ‘SS’나 ‘SSS’의 환경호르몬적 독성이 어떠한지로 논쟁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 대상이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 PC) 진공식품용기로 바뀌어 PC 용기에서 비스페놀A(Bisphenol A, (BPA))가 용출되는지 안 되는지 두 업체가 공방을 하고 있다. 대상만 바뀌었을 뿐 10년 전과 같은 형국이다.

그 당시 컵라면에 관한 환경호르몬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살펴보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방의 미래를 예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한다. 컵라면 용기를 전자레인지에서 5분간 가열하여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스타이렌 이량체(SS)와 삼량체(SSS)가 검출되었다는 강원대학교의 발표가 있은 뒤 식약청에서는 강원대학교에서 전자레인지를 사용한 것은 일반 컵라면 조리법이 아닌 가혹조건이라는 검토 결과를 내놓았다. 그리고 식약청은 식용유와 스프를 포함한 추가 시험을 각각 실시하여 식용유를 넣은 시험에서는 불검출되었고 스프를 넣어도 5분, 10분 용출 시험에서도 불검출되었으며 20분 용출한 시험에서는 용출되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래서 그 당시 국민들 사이에서는 “컵라면 10분 안에 먹으면 환경호르몬 괜찮대.”라는 말이 돌았었다. 요즘 컵라면 뚜껑을 보면 전자레인지 금지 표시가 있는데, 그 금지 표시가 그때 들어간 것이다. 그 후 폴리스타이렌(PS) 업계는 많은 독성연구를 통해 스타이렌 이량체(SS)와 삼량체(SSS)가 환경호르몬 독성이 없다는 자료들을 내놓고 있다. 업체들은 종이용기를 많이 도입했다. 그 당시 종이용기 업체에서는 나오지도 않을 SS와 SSS가 종이용기에서 안 나온다는 실험을 무척 많이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1998년도에 관련 업계의 협동조합으로부터 협박성 내용증명 편지를 받았는데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불검출’ 논란
분석 화학적으로 불검출되었다고 대상물질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검출한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처리 농축방법, 분리방법, 사용하는 검출기 등 여러 가지로 사용하는 분석방법에 따라 검출한계는 매우 다르다. 그러나 우리사회 많은 곳에서 불검출이 없다는 의미로 왜곡되어 사용되고 있다. 분석한 결과를 표시하는 데 있어서 사용한 시험방법으로 대상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을 때 불검출이라고 표시하고 그 시험방법의 검출한계를 밝히도록 되어 있다. 이는 불검출이 ‘0(zero)’,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용한 시험방법으로는 알 수 없지만, 검출 한계 이하로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즈음 논란이 되고 있는 PC용기에서 용출되는 비스페놀A의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 식품공전에는 폴리카보네이트 식품용 기구 및 용기포장에 관한 기준과 시험방법이 규정되어 있다. 식품공전 시험방법의 목적은 용기에서 비스페놀A가 기준값인 2.5피피엠 이상 용출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기준 이하의 함량이 얼마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식약청에서 발표한 식품공전에 의한 시험방법으로 불검출되었다는 것은 2.5피피엠 이상 이하를 판단할 적절한 검출한계를 가진 시험방법으로 시험하여 검출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런 목적에 기준보다 훨씬 미량의 비스페놀A를 검출할 수 있는 분석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시험방법을 사용하는 것은 비경제적일 수 있다. 그래서 비스페놀A가 “나온다, 안 나온다”의 논쟁에서 검출한계가 높은 시험방법으로 시험하였는데 불검출되었다고 하는 주장은 다분히 안 나왔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의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식생활문화 반영된 시험방법과 노출 모니터링
독성물질의 위해성은 물질의 노출량과 독성에 의해 결정된다. 어느 물질의 독성은 대부분 인종에 관계없이 거의 동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독성물질의 위해성은 노출량에 의해 좌우된다. 플라스틱 식품용기의 경우 서양 사람들은 용기를 거의 차가운 음식에 사용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뜨거운 국과 같은 더운 음식과 용기가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1809년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에서도 “밥 먹기는 봄같이 하고, 국 먹기는 여름같이 하고, 장 먹기는 가을같이 하며, 술 마시기를 겨울같이 하라하니” 하니 뜨거운 국을 먹는 것이 우리의 오래된 식생활 문화로 내려온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낮은 온도의 외국 음식보다 뜨거운 우리 음식으로 인해 플라스틱 식품용기에서 특정물질의 용출량이 많아져 국민들의 노출량도 많아지므로 위해성도 커질 수 있다. 그러므로 플라스틱 용기의 용출시험방법 등에는 우리 국민의 식생활문화가 반영되어야 한다.

그리고 특정물질에 대한 국민들의 노출정도는 개개인의 배뇨 중 물질의 농도를 평가하는 직접적인 방법과 함께 국민들의 생활패턴을 분석하고 극한 상황을 가정한 환경에서의 노출량과 같은 간접적인 연구도 병행하여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 플라스틱용기는 특성상 반복사용에 따라 특정물질의 용출량도 늘어나므로 구입하여 오래 사용하는 경우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요즈음 논란이 되는 비스페놀 A 등과 같은 물질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국민들이 얼마나 노출되고 노출될 수 있는지를 모니터링하여 이를 근거로 위해성을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식품이나 용기에서 용출되는 특정물질의 안전기준은 그 물질의 일반독성, 발암성, 변위원성 등 여러 가지 측면의 독성들이 고려되어 결정된다. 그러나 아직 연구단계에 있는 여러 가지 물질들의 환경호르몬 측면의 독성들은 모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과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안전기준 등 법규에 반영하기에는 어려운 점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현재 적용되고 있는 안전 기준을 만족하는 것과 더불어 환경호르몬의 위해 가능성이나 국민들의 대처요령에 관해서는 정부부처나 언론에서 자극적이지 않게 잘 홍보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있다, 없다’의 흑백논리를 벗어나 정량적인 관점에서의 홍보가 필요할 것이다.

환경호르몬 논란 이면
1990년대 각국의 각 단체에서 환경호르몬 의심물질들의 목록을 발표했다. 목록에 포함된 화학물질들이 가장 많았던 곳은 일본 후생성으로 142종이었고 세계자연보호기금이 67종으로 제일 작았다. 우리나라는 세계자연보호기금의 목록을 기초로 환경호르몬 물질들을 관리하고 있다. 총 67종의 물질 중 이미 규제되고 있는 것이 49종이며 규제되지 않던 18종에서 우리나라에서 유통사례가 없는 10종을 제외하면 8종만 규제되지 않고 있다. 각국의 환경호르몬 목록에 수록된 화학물질들을 보면 그 화학물질들을 관리하는 국제적인 협회나 단체가 있고 많은 노력과 연구를 통해 그 화학물질들의 무해성을 입증하려고 애쓰고 있다. 또한 각국의 화학산업은 경쟁력이 있는 화학물질이 있다. 목록에 있는 화학물질을 사용 금지시키고 해당 화학물질을 대체하려는 국가간, 업체간 힘겨루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와 같이 환경호르몬 논란 이면에는 각 물질과 관련된 경제적인 측면도 관계가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까지 인간들이 많이 사용해온 환경호르몬 의심물질들이 생태계 내에서 인간들이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며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인간도 생태계 내의 한 구성요소라는 생각을 가지면 환경호르몬 문제 해결에 관한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근 방한한 침팬지의 어머니 제인 구달여사가 강연에서 “모든 인간이 미국이나 한국 수준의 삶을 영위하려고 하면 지구 4개가 더 필요할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 사람들같이 잘사는 사람들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삶을 영유하려고 한다.”라고 한 말은 우리들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김만구 mgkim@kangwon.ac.kr
강원대학교 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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