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석면 휘날리는 서울지하철 _ 최학수


▒ 역사 냉방화공사 중 철거된 석면닥트를 시민이 다니는 통로에 방치해 놓았다

지난 1월 말경 경악할 만한 영상이 공중파를 타고 저녁뉴스에서 흘러나와 시민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적이 있었다. 내용인즉 인체에 치명적인 석면(트레몰라이트)이 덧칠됐다는 방배역 승강장 천장 부위에다 드릴작업을 하고 나서 바닥에 쌓인 분진을 승강장 아래 선로에다 그냥 쓸어버리는 장면이었다. 선로에 버려진 분진은 작업자가 석면으로 뿜칠(스프레이)된 승강장 천장을 드릴로 구멍을 뚫을 때 발생된 것이니까 대부분 석면분진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처럼 버려진 석면분진은 열차가 다닐 때 일어나는 바람으로 역사 내부 전체로 확산되고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시민과 지하철노동자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지하공간 뒤덮는 석면분진
수도권 시민 1천만 명이 하루에 한 번씩 전철을 탄다. 또 10량을 단 열차 한 대에는 한 칸에 400여 명씩 최대 4천여 명까지 탈 수 있다. 특히 가장 붐비는 출근시간대는 많은 시민들로 열차 안이 빼곡하게 들어차기 때문에 객차 면적당 승차인원 밀도는 하루 중 가장 높은 때이다. 뿐만 아니라 배차간격이 짧고 운행횟수가 많아서 하루 중 최대 이용률을 기록하는 때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아침시간에 지하철에서 가장 유해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하철이 운행되기 직전인 새벽시간대에 터널과 지하역사 안에서 각종 공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들 공사 중에는 석면해체 작업도 있고 각종 유해물질을 비산시키는 일반작업도 있기 마련인데 작업 시 유해물질 비산방지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지하철은 실내와 같이 공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잘못된 작업으로 발생된 석면분진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지하역에 잔류하게 된다. 이렇게 역사내부가 석면분진으로 오염되면 승강장에서 열차가 출입문을 여닫을 때마다 열차내부로 석면분진이 유입될 수도 있고, 터널로 연결된 인근 역에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시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석면의 치명적인 위해성과 갖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과 규정을 제대로 준수해 작업하고 철저히 감독한다면 안전은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지하철을 위협하는 또 다른 위험은 시설 노후화로 인한 석면의 자연탈락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누수와 열차진동 등에 의해 훼손되면서 석면이 자연적으로 떨어져 나오며 비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광범위한 지하철 석면노출
우리나라에서는 1970~80년대에 석면을 많이 썼다. 석면이 가진 견고성과 내화성, 그리고 흡음성 덕분에 지하철과 같은 곳에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후 석면이 논란거리가 되면서 1990년대 초부터 해마다 실시해오고 있는 역사 냉방화공사 때 하나씩 교체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설비자재만 비석면자재로 교체했을 뿐 건축자재는 2000년 초 냉방화공사 때까지 여전히 석면자재로 재시공하는 실수를 범해왔다. 현재는 석면이 없는 역사가 더러 생겨나고 있지만 이전의 모든 지하철역에 석면자재가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석면으로 뿜칠된 흡음재는 샘플조사 결과 2호선 16개 역사에 사용되었고, 역사의 터널입구 벽면과 승강장 하부 벽면, 선로 위 천장부가 대부분 뿜칠로 되어 있는 3, 4호선의 경우 5개역을 샘플조사한 결과 2개역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사실상 전역을 대상으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해야 할 것이다.
석면뿜칠이 있는 승강장 천장에 각종 전기배관, 통신배관, 통신용안테나, 소방설비배관, 환기닥트, 스크린도어, 장애인엘리베이터 등의 공사가 이루어져왔고 이때마다 석면은 훼손되어 비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터널벽면 뿜칠은 터널을 따라 연결된 각종 통신라인이 벽면에 설치되면서 훼손되었고, 선로 위 천장부 뿜칠은 누수방지와 전력선공사를 하면서 훼손되었다. 여기에 시설물의 노후화 및 누수로 인한 석면뿜칠의 자연탈락도 가세하고 있다.
환기설비에 쓰인 석면패킹의 문제도 심각하다. 냉방화공사를 하지 않은 지하역사에는 환기닥트 이음매에 2~3미터 간격마다 석면패킹이 사용되었다. 1개역당 약 500~1천여 개소에 이른다. 환기닥트 석면패킹재는 냉방공사 때마다 해체, 제거해서 비석면재로 교체하고 있으나 냉방공사를 하지 않은 지하역사에는 그대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환기닥트에는 석면패킹이 닥트내부로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내부 청소 시 패킹이 훼손되며 역사내부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다. 닥트내부 청소는 매년 이루어지고 있다.
역무실, 매표실 등의 사무실 공간도 역시 석면사용에서 예외가 아니며, 각종 공사 때마다 사용되는 석면용접포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석면용접포는 석면함유량이 많고 작업자가 옮겨 다니면서 바닥에 깔고 발로 밟고 올라가 작업하는 등 석면비산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 작업 역시 감독과 통제가 안 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 역사 누수방지공사를 하면서 석면뿜칠을 긁어내고 시공하였다

여전한 안전불감증
지하철 석면문제에 정부가 참여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1년에도 정부와 서울시가 나서서 석면문제를 최대한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철저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에 과거에 쓰였던 석면문제가 다시 불거지게 된 것이다.
시민단체와 학계, 서울시가 합동조사한 2001년 냉방화공사역 석면해체 작업현장과 그 이후 최근까지 이뤄진 역사 냉방화공사의 불법적인 석면해체 작업에 비추어볼 때 2001년 이전의 역사 냉방화공사 역시 석면해체 제거작업이 일반건축물 해체작업과 구별되지 않고 무분별하게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실제 시청(2호선)역, 을지로입구역, 삼성역, 선릉역, 교대(2호선)역, 신림역, 영등포구청역 등은 석면뿜칠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냉방화공사를 했기 때문에 1년여 공사기간 동안 각종 공종(설비, 전기, 통신)으로부터 석면뿜칠 부분이 무수히 훼손되면서 역사내부를 오염시켜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 석면전문가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하철에서의 석면해체 작업이 갖는 중대한 책임을 생각한다면 전문성 있는 업체에 맡겨 안전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필수다. 그런데 일반철거업자나 해당공정을 담당하는 업체가 그냥 공사를 맡아온 것이다. 이들은 석면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석면해체 작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근본적 대책과 시민의 협조 필요
현재 지하철 석면문제 중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할 것은 승강장과 대합실, 터널내부 등에 뿜칠된 석면이다. 이 뿜칠된 석면은 열차진동과 풍압에 가장 가까이 노출되어 있으면서 노후도 심하며 주요 설비들이 매설되어 있는 곳이어서 수시로 시행되는 보수작업으로 인해 석면뿜칠의 훼손이 가장 우려된다.
단기적으로는 뿜칠된 역사에 대한 전면적인 공사중지를 계속 유지하고 근본대책이 나올 때까지 노후화로 인한 자연탈락을 막는 안정화 조치도 즉시 이뤄져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물론 가장 근본적인 대책인 석면제거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석면을 제거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뿐 아니라 전문성 있는 인력과 업체가 필요하고 시민의 관심과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때문에 일개 기업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가장 빠르고 현실적인 방법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예산을 들여 제거하는 길이다.
지하철 석면제거를 위해서는 적어도 몇 개월 동안 해당 역사를 폐쇄조치해야 한다. 현재처럼 시민이 이용하는 상태에서 하게 되면 실수로 인한 석면노출을 배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지하철 운행이 끝난 새벽에 1~2시간을 이용해 제거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게 된다. 따라서 역사를 폐쇄한 다음 24시간 석면제거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해서 신속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
교통문제는 당분간 인근의 역과 역을 잇는 셔틀버스를 운행해서 폐쇄된 역의 이용량을 감당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역사폐쇄에 대한 해당역 주변 상인과 이용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이들로부터 협조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지하철 석면문제는 그 규모나 위험성, 석면 종류의 위해성을 볼 때 지난 2001년처럼 수박겉핥기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서울메트로뿐만 아니라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노동부와 환경부, 그리고 애초부터 석면자재를 사용하여 지하철을 건설한 서울시 등이 함께 힘을 모아 국가시범사업으로 규정하고 공동으로 노력할 때만이 근본적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글·사진/최학수 kalko33@hanmail.net
서울메트로 노조 역무산안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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