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 지중해 고대문명은 왜 멸망했는가

지중해 고대문명은
왜 멸망했는가


고대문명의 멸망사는 대량생산과 소비의 문명을 구가하는 21세기 인류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가? 『고대문명의 환경사』(Ecology in Ancient Civilization)라는 책을 낸 미국의 호나경사학
자 도널드 휴즈(J. Donald Hughes)는 그 배경에 환경의 악화가 있었다고 지적한다. 환경악화가
문명을 멸망시킨 결정적인 내인이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터키 이스탄불, 그리스 아테네, 이
집트 카이로와 룩소‘를 찾아가는 취재여행을 떠났다. 열흘 남짓한 취재로 환경파괴의 역습으로
문명이 멸망했음을 확인하기란 애초부터 무리다. 그러나 휴즈가 강조하듯 ‘우리는 고대세계를
현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출발점으로 간주하여 되돌아보아야 한다.’ ‘오늘날 고도로 발달된
기술사회의 문화적 직계조상이라 할 수 있는 고대문명으로부터 현대 환경위기의 뿌리를 찾으려
는 시도’는 우리의 여정을 진지한 성찰로 채워줄 것이다. 결국 우리가 얻을 것은 오늘의 우리
세계와 현대 인류문명의 현주소이며 우리 문명이 환경과 길항관계에 놓인 현실을 초극하기 위한
지혜가 아닐 것인가.
동서양을 가르면서 지중해와 흑해를 연결한다는 터키의 보스포러스해협과 고도(古都) 이스탄불
어디에도 고대문명의 자취는 없다. 다만, 경제인플레로 화폐가치가 급락하여 군밤 한 봉지가 2백
만 터키화나 했다. 거리는 불경기의 우울과 불우한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
리스 파르테논 신전. 휴즈는 이곳은 예전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던 곳이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이 도저히 믿어져지지 않을 정도로 일대는 메말라 있었다. 휴즈는 다음과 같이 표현
하고 있다.
‘신전 주위의 아크로폴리스 밑에는 아티카 지방의 완전히 메마른 민둥산이 그 하얀 뼈대를 푸르
디푸른 지중해의 하늘 아래 앙상하게 드러내 놓고 있다. 선뜻 바위라고 부르기가 망설여질 정도
로 하얗게 탈색된 모습이다. 고대 그리스 인들이 건설한 가장 훌륭한 신전은 바로 그들이 파괴
한 자연 환경의 폐허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도시는 온통 하얀 대리석으로 덮여 있었다. 채석이 이들의 환경을 악화시켰음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나무꾼의 도끼소리가 온 숲속에 울려 퍼졌다’는 호메르스의 기록은 목재를 구하기 어려
워지자 나타난 대리석 건축양식이 나오기 훨씬 전의 이야기일 것이다. 지중해 그리스 인근 3개
섬을 둘러보면서도 거의 모든 섬들에서 산림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다만, 아테네 시내의 국립대학
도서관 앞 광장에서 본 수천 마리의 철새로 보이는 새떼의 존재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중동아랍권에 속하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걸쳐 있는 나일문명의 발상지 이집트. 카이로의 첫
인상은 도시가 온통 먼지로 뒤덮여 있다는 것. 비록 사막 인근의 도시라고는 하지만 정도가 심하
다. 천만명이 넘는 도시인구와 악명 높은 교통체증, 경제난 및 환경악화가 어우러진 결과라고 <
아랍환경과청년>(AOYE)에서 폐기물재활용사업을 담당하는 변호사 출신의 환경운동가 몬타사
(Montasar)가 설명한다. 카이로국립박물관의 소장품들은 7천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이집트문명의
선명한 자취로 방문객의 경탄을 자아낸다. 아침햇발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사진에 담기 위해
새벽에 다시 찾은 기자(Giza)지구의 주변 동네 한가운데를 지나면서 카이로 서민들의 삶의 한 단
면을 볼 기회가 있었다. 주식으로 가운데가 빈 둥근 빵과 전통차 한잔을 앞에 둔 한 노인의 얼굴
엔 삶의 피곤함이 가득했다.
카이로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떨어진 룩소(Luxor)의 신전들과 각종 유적지들은 신비 그 자체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카르낙(Karnak)신전에 이르러서는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한다. 동행한 유홍준
교수가 여행 내내 이번 취재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강조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그 옛날에 어떻
게 이런 건축물과 문화를 이루었는가? 도대체 이들은 왜 그리도 철저히도 멸망해버렸는가? 하는
질문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휴즈의 주장을 다시 들어보자.
‘북아프리카에 번성하였던 고대제국의 거대한 도시들은 오랜 세월동안 사하라 사막의 모래 밑
에 파묻혀 있다가 최근에 와서야 하나둘씩 발굴되고 있다. 길고 곧게 뻗어 있는 넓은 도로, 거대
한 극장들과 시장들, 이 모든 것들이 현재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불모의 땅 위에 내버려져 있
다. 그러나 고대에는 대규모의 인구가 그 땅 위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밀과 올리브 기름, 그 밖
의 많은 농산물들을 생산하고 있었다. 이들 제국의 멸망은 확실히 자연환경의 파괴 및 변화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나일강의 풍부함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집트문명과 지중해 인근 여러 문명들 즉,
메소포타미아문명, 인더스문명, 그리스와 로마문명 등에 대해 휴즈는 ‘결국 근동지방을 포함한
지중해 연안 지역에는 고갈되고 파괴된 자연 환경들 가운데에 고대문명의 폐허들이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그리스와 레바논의 삼림 황폐화, 사막에 묻혀 사라져 간 로마와 메소포타
미아의 도시들의 예는 인간이 자연을 잘못 다룬 가장 극명한 본보기들이다’고 설명한다.
자연이 문명의 몰락이라는 엄청난 방식으로 인간에게 복수한다는 섬뜩한 이야기를 이 지역에서
는 실감할 수 있다. 지중해 주변의 고대문명의 발자취는 선조 인류의 실패담인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감탄해 마지않는 찬란한 유적지인가? 남겨진 문명의 잔흔들은 그 답이 ‘인류의 실패담
‘이라는 비극적인 울림으로 비춰졌다.

글·사진 / 최예용 choiyeyong@yahoo.co.kr
본지 영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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