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한국, 석면 공해 쓰나미의 경보

질병, 특히 사회적 질병에 대해 예상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물질에 의한 공해병의 창궐은 너무나 압도적인 스케일과 무지에 의한 광범위한 사용례로 볼 때 21세기 내내 한국사회를 괴롭힐 환경보건병, 공해병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물질, 석면이다. 돌이되 돌의 성격보다는 천으로 짤 수 있을 정도로 긴 섬유형 구조체를 가졌다. 그래서 일단 체내로 흡입되면 배출되기 힘들다. 소량으로도 폐암과 악성중피종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킨다. 문제는 아기 분가루에서 시작해 염전의 소금창고 지붕까지 안 쓰인 데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우리 사회 곳곳에 쓰였고,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그런 데도 석면이 쓰였어?”

“뭐 석면을 그 따위로 처리했단 말이야!”

지난 한 해, 우리는 그렇게 놀라면서 석면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놀라고 다시 잊고를 되풀이 했다. 그렇게 지나가도 좋은 걸까. 석면 사용의 다양성과 광범위성은 누구도 예외라고 확신할 수 없게 만든다. 한 번 인체에 들어온 석면이 병을 일으킬 때까지 사람마다 잠복기가 다르다. 그 시간차가 수십년에 이를 수도 있어 개인적 경각심을 높이는 건 사회적 차원에서 볼 때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중요한 건 국가가, 사회가 석면 피해에 대한 구조적 대응책을 만드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등 석면의 위험성을 알려온 단체들과 피해자 모임의 노력으로 2009년 12월 22일 석면피해자구제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큰 의미를 갖는 일이다. 석면 관련 직업력이 아니라 주거력이 있어도, 아니면 상품을 사용하다 석면병에 걸렸더라도 그를 국가가 구제할 법적 장치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생각해 보라! 이 법이 없이 차후 누군가가 석면병에 걸렸다면, 완치는 꿈도 꿀 수 없는 석면병이 그와 그의 가정에 미칠 파괴적인 영향력을. 법을 마련한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석면피해구제법이 제정에 이르기까지 석면의 위험성을 우리 사회에 알렸던 충격적인 사건들이 2009년에는 한 달이 멀다 하고 벌어졌다. 마치 우리 사회 곳곳에 매설됐던 석면 지뢰들이 연이어 터져 나온 것 같은 일 년이었다. 1월 충남 홍성과 보령 석면광산 주민 피해 확인, 2월 서울지하철 석면 오염사태, 충북 제천 석면광산지역 오염 확인, 3월 태평로 삼성본관 석면 오염 확인, 4월 베이비파우더 석면 사용 사건, 5월 시멘트 내 석면 사건, 환경성 석면 피해 사망자 첫 민사소송, 6월 세종로 정부청사, 은평구청 석면 오염, 7월 학교 건물 석면 오염, 8월 석면 분진 속의 왕십리뉴타운 홍익어린이집 사건, 9월 성남시의 석면 문제, 10월 서울 뉴타운의 석면 문제, 부산 재개발지역의 석면 문제, 11월 염전과 소금의 석면 문제, 무궁화호 새마을호 석면 문제, 12월 충남 광천 악성중피종환자 발생 등이 줄줄이 터졌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2009년 12월17일 소비자보호원이 석면 오염 베이비파우더 사용으로 인한 85명의 피해자에게 보령메디앙스는 70만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조정결정을 내렸다. 사용금지기준의 최고 50배나 되는 고농도의 석면에 오염된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한 수많은 사람들이 불안한 상태로 살아가는 심정을 헤아린다면 70만 원이라는 돈이 위로가 될 리 만무하다. 그러나 소비자보호원의 결정은 가해자 책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진보적인 결정이다. 이 결정은 또한 또 다른 260명이 낸 3건의 민사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소모적인 법정분쟁보다 가해자인 업계가 ‘석면피해기금’을 조성, 실질적인 피해 대책을 수립하고 피해 최소화를 위한 교육, 홍보활동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제안을 했다. 석면에 노출된 사람이 흡연에 노출되면 최고 90배나 폐암 발병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석면 오염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한 어린이들이 평생 사회로부터 주의 깊은 보호를 받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금을 통해 이런 사회적 보호가 가동되도록 해야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석면피해구제법 제정을 계기로 더 높은 석면 경각심을 가지고 21세기 한국사회가 겪을 최악의 공해병 사태로 석면 문제를 경험하지 않도록 사회적 노력을 조직해 가야 한다. 석면의 불편한 진실은 다 드러나지 않았다. 이것은 현재진행형의 사회적 위협이다.



아빠의 악몽

재개발, 재건축 홍수시대를 산다. 너무나 공사장이 흔해서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다. 2009년 9월27일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다. 아빠는 아이와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바로 옆 공사장에서 백석면이 최고 20퍼센트나 함유된 슬레이트와 천정텍스를 철거하고 있다. 철거 현장 옆집에 슬레이트 조각이 떨어졌고 창틀 먼지에서 석면가루가 검출됐다. 아빠의 긴 악몽이 시작되었다. 


“엄마가 맨날 발라주는 내 파우더지요!”

‘베이비파우더 석면쇼크’ 제기됐던 여러 석면 문제 중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이다. 

하나나 둘 겨우 낳아 애지중지하면 키우는데 석면 베이비파우더라니! 

국산이 좋다고 친정 엄마한테 부탁해 계속 받아썼다는 유학생 엄마는 

아침 일찍 파우더 통을 들고 쫓아와 아기한테 죄인이 되었다며 울었다. 

피해자 모임에는 여대생들도 여럿 보였다. 피부 관리를 위해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했는데 베이비파우더 제조회사인 

피고 측에서 내세운 변호인단은 국내 최고 승률의 <김&장>이다. 

과오를 바로잡으려는 노력 대신 최고 비싼 법률 전문가를 고용해 

피해자들과 싸우겠다는 기업, 

법 이전에 상식으로 보아 유죄일까 무죄일까?


석면 함유된 조경석 

석면 피해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석면광산 지역이다. 전국 20여 곳의 석면광산 중 특히 충남 홍성과 

보령지역에서 다수의 석면 피해자가 확인됐다. 오래 전에 폐광됐는데 왜 피해자가 계속 나오는 걸까? 

석면 폐석을 안전처리하지 않고 방치했기 때문이다. 주변 석면에 노출된 지 수십년 긴 잠복기를 거쳐 

이제 발병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2009년 10월19일 경기도 가평의 한 식당 입구이다. 

사진 왼쪽 바위에 하얀 선, 그게 백석면이다. 이 식당 인근에 두 개의 석면폐광이 있다. 

광산업자는 폐광 후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사라졌고, 자치단체는 이들 석면광산의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개발붐이 일면서 조경석으로 돌과 바위가 사용되고 있지만 

석면 함유 여부는 관심도 없다. 판매하는 조경업자도, 구입하는 소비자도, 이용하는 시민들도……! 

무지가 부른 공포의 현장이다.   


석면 철거 현장을 지나 어린이집으로 

2009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는 국회가 아니라 서울 성동구 왕십리 뉴타운공사장에서 열렸다. 

그곳에 서울형 어린이집인 구립 홍익어린이집이 있다. 이 어린이집 주변에서 올 초부터 뉴타운 사업을 위한 

석면철거가 진행됐다. 홍익어린이집은 이주하지 않고 계속 운영됐고 100여 명의 어린이들은 석면 먼지 속에서 

7개월이나 어린이집을 다녔다. 2009년 9월1일 아침, 그 100여 명 중의 한 명인 어린이가 철거 현장을 지나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해야 하는 엄마는 동생을 업고 앞장서서 걸음을 재촉한다. 

버거운 생계에 쫓기는 엄마가 어린이집 주변 상황을 세세히 살펴 석면 오염 우려가 있음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민환경연구소가 조사해보니 어린이집 창틀 먼지에서 석면이 나왔다. 아이들이 다니는 길목, 

인근 아파트 창문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다. 국감장에 학부모 10여 명이 참관하려 하자 구청이 막고 나서 

한참 항의한 뒤에야 참관이 가능했다.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으나 사건의 책임자인 성동구청장은 

야당 의원들의 사과요구를 거절해 정회 소동까지 빚었다. 시는 문제 해결을 약속했지만 

감사가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뒷짐만 지고 있다.  


정부종합1청사, 뿜칠 석면 품었다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는 대한민국의 주요 행정부처가 들어 있다. 

행정부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중앙부처 공무원 수천명이 일하는 곳이다. 

이 청사를 리모델링중인데 석면 철거가 엉망이었다. 

사진은 세종로 청사에서 나온 건축폐기물을 내다 버린 의정부의 한 건축폐기물 중간처리장이다. 

농도 70퍼센트의 백석면 덩어리 뿜칠 석면을 일반 건축폐기물로 위장해 버렸다. 

선별하여 다시 여기저기 건축 현장에서 재사용된다고 한다. 세종로 종합청사를 조사했다. 

엘리베이터 안의 먼지에서 석면이 나왔다. 안 나오면 이상한 일이다. 

석면폐기물을 엘리베이터로 운반했었던 것이다. 

불법이 확인되고 오염이 지적됐지만 노동부와 청사 측은 아무, 정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법적 하자가 없기 때문이란다. 

이 건물에서 살다시피 하는 수천 명의 공무원들과 

또 수 많은 방문객들이 석면노출 위험인구가 된 사건이다. 

당신이 혹시 그 중의 하나는 아닌가? 


삼성 래미안에도 석면은 있다 

삼성 래미안 아파트에 산다고 하면 중산층 이상이라는 말이 있다. 

이 고급 아파트에 석면이 사용되었다고 하면 믿어지는가? 

건축재에 석면 사용은 몇 년 전부터 불법이다. 어디에 석면이 쓰였을까? 

화장실, 부엌, 베란다 등 타일이 붙은 곳에 사용된 백색시멘트, 줄눈시멘트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곳이다. 

여길 긁어다 분석해보니 트레몰라이트 석면이 2퍼센트, 기준치의 20배나 되는 농도로 나왔다. 

이 석면 시멘트를 만들어 판 회사는 홈페이지에 전국 수백여 유명 공사현장에 이 시멘트를 팔았다고 선전하고 있었다. 

자, 우리 아파트는 아닌가 확인하시라. 대우푸르지오, 현대홈타운, GS자이, 포스코, 롯데, SK건설 등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정부당국은 물론이고 해당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들이 모두 한결같이 조용하다. 

집값 하락이 석면보다 무섭다는 뜻이다. 우리 정말 제대로 잘 살고 있는 걸까?     


석면 소금, 잡수셨습니까? 

소금에서도 석면이 나왔다. 미량이었다. 미량이니 괜찮은 걸까? 발암물질인 석면은 이 정도는 노출돼야 문제가 된다는 노출한계 즉, ‘역치’가 없다. 아무리 미량이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어째서 소금에서 석면이 나왔을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염전의 구조와 형태를 알고 있다. 그곳 소금창고와 해주창고가 슬레이트로 덮여 있는 것도 기억할 것이다. 

슬레이트에 석면이 사용된 사실은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아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근데 이 두 가지가 통합적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것이다. 

염전과 소금을 관리하는 곳은 식품의약품안전청,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그리고 자치단체들이다. 

이 여러 행정기관의 수많은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이 과연 ‘소금과 석면 슬레이트 지붕의 위험한 조합을 

전혀 생각도 못해봤다.’는 게 믿겨지는가? 

사진은 2009년 7월 6일 전북 부안군 곰소의 한 염전 해주창고 모습이다.  


93,052  

무얼 뜻하는 숫자일까? 2009년 12월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추미애 위원장과 양당 간사 

그리고 11명의 여야 국회의원 전원에게 전달된 국민서명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의 숫자다. 

2009년 1월 20일부터 11월 말까지 전국에서 진행된 ‘석면특별법 제정촉구’ 서명운동의 결과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들이 앞장서고 석면 피해자가 

가장 먼저 발생한 부산지역의 사회단체들이 열심히 뛰었다. 국회 환경노동상임위원회는 12월 22일 

‘석면피해구제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지금이 아니라 미래로 갈수로 점점 더 그 존재감이 커질 것이다. 사진은 2009년 7월16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석면피해자전국대회의 모습이다. 

서명에 참가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최예용 석면추방네트워크 집행위원장  choiyy@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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