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09] 특집-작은학교/ 소규모학교 통폐합, 절감효과보다 사회적 비용 증가시킨다

소규모학교 통폐합, 절감효과보다 사회적 비용 증가시킨다

박인옥/<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무처장


1960년대 이후 농촌사회의 열악성이 확대되면서 농촌의 교육환경까지 이를 닮아갔다. 모든
교육은 도시중심교육으로 추진되어 농촌 학생을 소외시켰고 이런 소외감은 소극적 교육투자
로 이어졌다. 이러한 경향성은 급기야 농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정책으로 최악의 모습을 드
러냈다.
IMF체제 아래 어디를 가나 어려운 형편인 게 요즘 현실이지만 오히려 농촌은 귀농자가 느
는 등 산업화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짐을 보여 희망적이다. 농촌환경개선을 위해 정
부가 투자를 확대하려는 의지를 보이기 시작한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정부의 농어
촌 환경개선정책과는 반대로 농어촌교육은 거꾸로 돌아간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이하 학부모회>는 99년 2월 이후 몇 개월에 걸쳐 각 시도교
육청의 통폐합추진에 대한 조사와 이에 대한 문제점, 지역실정 등을 검토하여 지난 5월 17
일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후 ‘두밀리 학교 살리기’ 운동의 적극적 참여자인 장호순 교
수(순천향대)와 함께 통폐합 대상 학교를 회원으로 한 <작은 학교를 지키는 사람들> 모임
발대식을 가졌고, 교육시민단체와 연대하여 <농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 반대 비상대책위원
회>를 구성하여 2차례의 대규모 항의집회와 교육부장관 면담을 추진하였다. 이때 참가한 대
다수 학교 학부모들은 교육부가 돌아오는 농촌보다 떠나는 농촌을 강요한다며 통폐합의 부
당성과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등교거부 및 수업거부로 의사표시를 했다.
통폐합 반대를 위한 조직적인 운동에 전국각지에서 동시에 결합한 학부모들은 자신의 권리
가 무엇인지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를 지역공동체 단위의 활동을 통해 파악해
갔다. 학부모들은 운동에 동참하면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것만이 부모의 책임이라던 인식
에서 의무교육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도 요구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는 데
까지 나아갔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학교와 지역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뭉치는 것을 가능케
했다.
우리 사회는 시민의 힘으로 권력의 힘을 막을 수 있는 통로가 거의 마련돼 있지 못하다. 권
력의 힘을 막을 수 있는 조직적인 힘과 사회정의를 지키기 위한 교육적 풍토를 접하지 못했
기 때문에 교육시민단체의 역할은 그만큼 크다할 수 있다.
정치, 경제, 복지측면의 혜택에서 농어촌은 항상 소외의 대상이었고 수동적 시민으로 피해를
보기만 하는 약자에 속했기에 교육문제에 있어 조직적인 운동을 펼칠 수 있는 동기와 창구
는 좁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수십 년간 그랬던 것처럼 정부당국의 도시중심의 교육정책과
추진성공에 대한 자만이 깔려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농어촌 소규모학교의 통폐합은 초기
에는 무리 없이 추진되는 듯했다. 한창 모내기로 바쁜 4, 5월에 집중적으로 추진되었고 학부
모들은 당연히 통폐합되는 것이 자녀들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
이 교육권력에 대응한다는 것은 거의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 통폐합 대상학교 학부모들
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정부의 교육적, 경제적 통폐합 당위성 배경에 대응할 논리의 한계와
부재는 학부모를 한때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어린 자녀들이 이른 새벽에 일어나 먼 거리를 통학해야 하고 심하게는 부모의 생계
까지 포기하며 자녀의 교육을 책임져야만 하는 상황에 봉착했을 때 난감함을 떠나 의무교육
을 담당하는 정부에 배신감마저 들었다고 한다.
통폐합에 대한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의 부재로 인한 부작용은 이미 통폐합이 된 지역학교에
도 나타나고 있다. 교육청이 약속한 각종 지원금이 지원되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편
이 예상되고 폐교된 학교의 흉물화, 농어촌지역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폐교의 임대, 자녀
의 부적응 등으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통폐합이 유보된 학교라 해도 복부인의 출현으로
이미 몇 억에 팔렸다는 등의 소문이 나 학부모와 학생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거대, 과밀학급 해소 및 소규모학교의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적극적 투자가 우선되지 못한 채 통폐합 기준이 되는 1백명(분교), 20명(폐교) 이상의
학생수를 채우는 학교 존립에 집중하다 보니 지역간, 학교간, 주민간, 학부모간의 갈등을 증
폭시키는 등 경제적, 인적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이미 2000년 3월 또는 2002년까지 유보된 학교는 정부의 절감노력에 비해 엄청난 사회적 비
용증가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국가가 학생을 모집하고 지도할 의무를 학부모가 하고 있
는 상황이고 보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더욱 학부모를 화나게 만드는 것은 앞으로 예상되는
학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교육청이 나서서 언론사를 상대로 로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
이다. 소규모학교 통폐합으로 절감되는 돈보다 교육관료들이 써대는 돈이 더 많은가 보다.
지역교육을 담당하고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교육위원회와 시도의회가 책임 있는 교육철학으
로 지역공동체, 학교공동체의 해체를 막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쉽다. 교육부
의 탄력적인 통폐합 운영 결정으로 몇몇 시도에서는 뒤늦게나마 현장을 방문하여 신중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전남과 경남의 경우처럼 지역주민, 학부모와의 약속을
어기면서 강행하는 지역도 있다.
학부모의 단결된 모습이 흩어지지 않도록 지역의 교육시민단체의 역할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권력에 대응해 약자의 편에 서는 학부모 단체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3 00:08)
제작년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