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10] 우리 곁의 것들/ 컵라면용기 / 박현철

우리 곁의 것들

컵라면용기
박현철/본지기자


98년 내내 시민들의 걱정거리로 회자된 환경 문제 가운데 단연 주목받았던 것은 환경호르몬
문제였다. 특히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컵라면 용기의 경우 ‘스티렌다이머’와 ‘스티렌트리
머’라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매출액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
다.
환경부는 지난 2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에 과한 법률」 개정을 통해 도시락업체들에게
합성수지용기를 못 쓰게 한 데 이어 9월에는 그 동안 합성수지용기를 사용하도록 해왔던 컵
라면에도 사용을 금지시킨다는 법 개정을 준비중이다. 이에 대해 라면업계는 이미 종이용기
를 사용하는 2곳을 제외하고는 잔뜩 볼멘 소리를 해대고 있다. ‘비싸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고 ‘국물이 안 새게 하려면 종이용기에도 비닐코팅을 해야 한다’는 것이 두번째 이유
다.
묻고 싶다. 환경호르몬이 인간이라는 종의 멸절을 부를 수도 있는 위험으로 특히 생식활동
에 치명적이라는 사실 때문에 컵라면 매출이 뚝 떨어졌던 것인지 아니면 컵라면의 값이 비
싸져서 매출이 떨어졌던 것인지? 또 기존 용기가 인체에 위해하다면 안전한 용기를 만들기
위해 총력으로 연구개발에 나서서 종이용기의 약점을 없앨 궁리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해보
나마나 그것도 위해하다며 ‘기존의 입장과 기술수준에서 파악한 비관적인 전망만을 되풀
이’하는 처사가 옳은지?
시민의 건강은 아랑곳 않고 장사는 해야겠다는 부도덕을 시장의 논리로 희석시키려는 이런
류의 낯두꺼운 행태에 대해 맹자는 한 닭도둑의 예화를 통해 꾸짖은 바 있다.
“날마다 이웃집의 닭을 훔쳐 먹는 이가 있었다. 다른 이가 그 훔치는 자에게 말했다. ‘너
하는 짓이 군자의 도리가 아니다.’ 훔치는 자가 답했다. ‘그럼 수를 줄여 매달 한 마리씩
만 훔쳐 먹다가 내년을 기다린 뒤 그만두겠다.’ 맹자(孟子)가 말했다. ”
“의(義)가 아닌 줄 알면 속히 고쳐야지 뭐 한다고 내년을 기다린다 하는가.”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1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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