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4월호] 숲의위기/ 재생지의 환경성과 경제성

재생지의 환경성과 경제성
김달수/본지 기자

흔히 우리의 일상생활이나 업무용으로 쓰는 것 중에서 가장 심각하게 환경을 희생시
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종이로 만들어진 제품일 것이다. 종이제품은 거의
1백% 나무를 원료로 하며 수요 또한 엄청나기 때문이다. 종이는 결국 우리 생활에
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이면서도 막대한 환경손실을 지불해서 얻는 제품이
다. 따라서 불필요하고 무분별한 종이 낭비를 줄이고 재생지 사용을 절대적으로 높
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제지용 벌목을 줄여 숲을 보호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종이는 그 원료와 생산공정을 거쳐 완제품에 이르는 전과정이 환경파괴의 부담을 안
고 있기 때문에 폐지를 재활용한 재생지 사용은 오래전부터 제기되고 있다. 목재펄
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들은 더더욱 이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
다. 일본의 경우 그동안 부분적으로 사용하던 재생지를 오는 99년부터는 초등학교
및 중학교 전교과서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경제난에 따른 외화절감
을 위해 올 2학기부터는 초등학교 교과서 중 38권을 재생지로 만들 계획이다.

고급 아트지와 그린용지의 차이
이처럼 재생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재생지의 경제성과
환경성에 대한 의문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즉, 재생지의 품질과 제작비용,
안정적인 공급 가능성 등이 바로 그러한 의문의 출발점이다.
우선 재생지는 점점 화려해지고 고급스러워지는 소비자들의 눈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는 지적이 있다. 실제 재생지를 사용하는 경우는 상품성이나 특별한 경제적 이익 때
문이 아니라 이미지 제고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제지업체의 관계자에 따
르면 “1백% 순펄프만을 사용한 최고급 약품코팅 아트지와 재생펄프가 포함된 그린
아트지와의 품질 차이는 일반인이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이며, 그린백상지 또한 일반
색상지보다는 조금 어둡지만 역시 품질에는 차이가 없다”고 한다. 적어도 품질에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최근 제지업계의 용지생산도 고급지는 물론 모든 용지에 순
수 펄프만을 사용하지 않고, 비록 적은 비율이지만 고지(이미 한번 이상 사용한 용
지)를 첨가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문제는 제작비용과 안정적인 공급이다. 종이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환율이 급등하
기 전 96년말을 기준으로 볼 때, 일반품(중질지 기준)의 제조원가는 톤당 56만2천원
인 반면 재생지는 57만9천원이 들어가 재생지가 오히려 비싼 편이었다. 폐지의 수거
와 운반, 화학처리와 제조과정에서의 원료 손실 등 재처리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수
요가 적어 대량생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반용지보다 재생용지의
값은 비싸게 매겨졌고 용지공급도 불안정했다. 실제 재생지 생산량이 가장 많은 제
지업체의 경우도 97년도 재생지 판매량은 전체 인쇄용지의 2%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환율급등으로 종이의 원료 및 제품가격이 최고 99%까지 올라 폐지를 이용한
재생지의 생산원가는 안정세로 돌아섰고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여기에 국내
재생지 생산업체의 증가와 기술혁신, 수요의 증가만 뒷받침된다면 외화절감은 물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솔제지의 한 관
계자는 “요즘들어 재생지의 사용이 급증했고, 생산설비도 갖추었기 때문에 재생지
의 안정적인 공급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한솔제지는 올해부터 전 용지의
‘그린용지화(재생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한킴벌리도 고지수급을 그
동안 거의 수입에 의존했지만 올해에는 15% 정도를 국산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철저한 분리수거가 숲을 살린다
이면지 활용이나 포장을 간단히 하는 것은 종이의 소비총량을 줄이는 가장 중요하면
서도 손쉬운 방법이다. 또한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다 쓴 종이를 철저히 분리
수거하는 것이다. 폐지는 재생지의 원료가 되지만 분리수거의 정도에 따라 재생율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종이의 원료인 펄프는 물론 폐지까지도 수입하고 있다. 96년도의 수입상
황을 보면, 폐지는 27%(1백44만7천6백16톤), 펄프는 80%(2백만1천6백73톤) 가까운
분량을 수입에 의존했다. 당시의 총 수입액은 폐지가 대략 1천4백33억원(톤당 9만9
천원), 펄프가 약 9천5백48억원(톤당 47만7천원)이었다. 물론 지금은 환율 급등으로
인해 이보다 두배 가까운 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폐지보다 약 4.8배 정도 비싼 순
수한 펄프 수입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물론 수입 폐지 가격 또한 비싸게 올라
국산 폐지 활용율도 월등하게 높아졌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제지업체마다 폐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폐지수
거업체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환율급등으로 국내 폐지활용율이 높아져 폐지 품귀
현상마저 나타날 정도로 폐지가 대접을 받고, 가격도 30% 정도 올라 폐지 수집상들
이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한다.
이처럼 폐지 수거와 재활용은 활기를 띠고 있지만, 아직도 분리수거의 문제점과 수
거율 저조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제지업체가 폐지를 수입하는 이유는 국산
폐지의 품질이 나쁘고 그나마 제때에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산
폐지의 경우 종류별 분리배출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물 함유율이 높은 편이다. 제지
업계에서는 ‘종이의 강도를 유지하고 경제성을 감안해 펄프 대체용으로 질이 좋은
폐지를 수입하는 것’이라고 한다.
선진 외국의 경우 심지어 색깔별로 구분해 분리수거가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의 경
우 종이의 수거와 분류율이 80%에 이르고 재활용율도 64%에 이른다. 미국의 경우
원목펄프가 풍부해 같은 양의 펄프생산비보다 폐지 재처리 비용이 더 비싸기 때문에
전체 폐지 재활용율은 우리보다 낮지만, 주택가 등의 폐지회수율은 많게는 99%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번 제지공장은 24시간 가동하는 특성 때문에 동일한 종류의 폐지를 적기에 공급받
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분리수거 체계와 수집상들의 영세성을 극복하고 회수율
만 높인다면 적어도 폐지수입에서 오는 외화지출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고활
율과 경제위기라는 제반 여건을 감안해 현재 55%인 종이의 재활용율을 10%만 증가
시키더라도 약 4천1백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6백22억원의 수입대체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재 재생율이 1백%에 가까운 종이제품은 두루마리 화장지(화장실용)와 벽지 등이
다. 인쇄용지 중에서는 신문용지와 만화용지가 80∼1백% 가까운 재생율을 갖고 있
다. 환경마크협회에서 그린용지로 인정하는 것은 재생율이 최소 30% 이상은 돼야
한다. 흔히 우리가 재생지로 알고 있는 중질지와 서적지(교과서 용지)는 각각 10%와
5% 남짓한 재생율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전부 재생용지는 아니다. 백상
지, 전산용지, 복사지, 중질지, 서적지 등은 30%, 아트지는 10% 이상 고지가 배합돼
야 그린용지로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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