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환경운동연합은 긴 세월 자연이 만든 호수, 영랑호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오늘도 청초호와 영랑호를 찾아 철새 모니터링을 했다. 청초호 갈대숲과 연결된 모래톱은 수심이 높아지면서 줄어들었다. 지난주에 보이던 쇠오리 가족은 어느 곳에 숨었는지 보이질 않는다. 대신 재갈매기와 괭이갈매기의 개체 수가 늘었고 뿔논병아리들도 멀리 자리 잡고 있다. 갈대숲 앞으로 흰뺨오리 수컷 한 마리가 목을 세우고 있고 검은머리흰죽지는 감당이 안 되는 먹이를 물고 힘들어한다.
영랑호는 지난주 범바위 앞까지 얼었던 얼음이 군데군데 녹아 있다. 중간 모래톱에는 대백로와 가마우지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고 상류지점은 알락오리, 물닭, 흰비오리, 논병아리와 터줏대감격인 흰뺨검둥오리, 그리고 청둥오리들이 자맥질을 하고 있다. 비오리와 뿔논병아리를 세기 위해 계수기를 누른다. 지난해에 비해 비오리의 개체수는 6배 가까이 늘었다. 초겨울에 관찰된 알비노(검은머리흰죽지로 추정)는 영랑호에 머물기 마땅치 않았는지 더 이상 관찰되지 않는다.
긴 세월 자연이 만든 호수 석호
청초호와 영랑호는 바다와 연결된 호수, 석호다. 석호는 해수가 유입되고 하천에서 담수가 흘러들어 독특한 기수호의 생태계를 이룬다. 1만8천 년 전부터 빙하기와 해빙기를 거치면서 만이 형성되고 오랜 세월 연안을 따라 흐르던 모래 등이 만의 입구를 막으면서 호수가 되었다. 이렇게 긴 세월을 거치며 생성된 석호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육화가 되기도 하고, 인위적인 개발로 인해 그 모양을 잃거나 심지어 매립되어 사라지기도 한다.
속초 시내에 위치한 청초호가 대표적이다. 1998년 강원도국제관광엑스포를 치르기 위해 청초호의 40퍼센트가 메워졌다. 그래서 청초호가 석호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영랑호는 수변의 형태가 다양하고 주변이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생태적으로도 안정적이다. 속초시 역시 “자연석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수변이 변화무쌍한 유선형을 하고 있는 영랑호는 찾는 이용객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는 치유 및 휴식의 호수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호수”라며 시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하지만 영랑호 역시 개발의 요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랑호는 속초시 소속 카누부의 연습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수상스키·웨이크보드 동호회에 내줘 매년 영랑호수를 헤집어 놓고 있다. 속초시민 1051명이 수상스키를 중단하고 영랑호를 보전하자는 의견에 서명을 했으나 속초시는 시민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지자체장이 바뀐 2018년, 선거 이전부터 영랑호 개발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상류습지복원지 백로·왜가리 서식지(번식지) 옆에 반려견 놀이터마저 설치되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반려견 놀이터는 원주지방환경청의 명령으로 내년 봄에 철거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속초시는 영랑호 중간에 다리를 놓겠다고 한다. 이마저도 부족한지 속초시장은 지난 12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영랑호를 시민들의 힐링 및 휴식공간으로 관광활성화를 위한 개발과 보존이 공존하는 친환경적인 관광자원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춰 개발해 낙후된 북부권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영랑호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영랑호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수달(천연기념물 330호)과 고라니가 살아가는 곳이며 밤이 되면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324-2)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천연기념물 고니와 큰기러기가 쉬어가는 곳이다. 2013년(~2014년)에는 우리나라에서 관찰, 기록된 바 없는 큰머리오리(버플 헤드)가 영랑호에 머물러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영랑호의 상류 습지는 장다리물떼새, 민댕기물떼새, 흰배뜸부기, 흰날개해오라기 등 동해안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희귀 조류들이 관찰되는 곳이다. 여름철새의 번식지이며 봄·가을 나그네새인 도요·물떼새들이 1만 킬로미터를 날아가기 위해 영양을 공급받고 쉬어가는 중간기착지이다.
아침의 영랑호수는 울산바위를 품고 저녁의 영랑호는 설악을 넘는 노을을 담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모습도 다양하지만 아침, 점심, 저녁도 다른 영랑호다.
속초환경연합은 영랑호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하는 의견서를 속초시에 제출했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역의 생태계를 훼손해가면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 보전해놓은 영랑호가 관광지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목교, 스카이워크 대신 망원경 없이도 고니와 비오리를 볼 수 있고 설악을 품고 노을을 담는 영랑호를 오래오래 볼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은가. 무엇보다 6000년의 세월을 견뎌온 영랑호를 제대로 보전하는 일은 속초의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보물을 지키는 일이다.
글・사진 | 김안나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속초환경운동연합은 긴 세월 자연이 만든 호수, 영랑호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영랑호는 지난주 범바위 앞까지 얼었던 얼음이 군데군데 녹아 있다. 중간 모래톱에는 대백로와 가마우지들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고 상류지점은 알락오리, 물닭, 흰비오리, 논병아리와 터줏대감격인 흰뺨검둥오리, 그리고 청둥오리들이 자맥질을 하고 있다. 비오리와 뿔논병아리를 세기 위해 계수기를 누른다. 지난해에 비해 비오리의 개체수는 6배 가까이 늘었다. 초겨울에 관찰된 알비노(검은머리흰죽지로 추정)는 영랑호에 머물기 마땅치 않았는지 더 이상 관찰되지 않는다.
긴 세월 자연이 만든 호수 석호
청초호와 영랑호는 바다와 연결된 호수, 석호다. 석호는 해수가 유입되고 하천에서 담수가 흘러들어 독특한 기수호의 생태계를 이룬다. 1만8천 년 전부터 빙하기와 해빙기를 거치면서 만이 형성되고 오랜 세월 연안을 따라 흐르던 모래 등이 만의 입구를 막으면서 호수가 되었다. 이렇게 긴 세월을 거치며 생성된 석호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육화가 되기도 하고, 인위적인 개발로 인해 그 모양을 잃거나 심지어 매립되어 사라지기도 한다.
속초 시내에 위치한 청초호가 대표적이다. 1998년 강원도국제관광엑스포를 치르기 위해 청초호의 40퍼센트가 메워졌다. 그래서 청초호가 석호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영랑호는 수변의 형태가 다양하고 주변이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생태적으로도 안정적이다. 속초시 역시 “자연석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수변이 변화무쌍한 유선형을 하고 있는 영랑호는 찾는 이용객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주는 치유 및 휴식의 호수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호수”라며 시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하지만 영랑호 역시 개발의 요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랑호는 속초시 소속 카누부의 연습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수상스키·웨이크보드 동호회에 내줘 매년 영랑호수를 헤집어 놓고 있다. 속초시민 1051명이 수상스키를 중단하고 영랑호를 보전하자는 의견에 서명을 했으나 속초시는 시민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지자체장이 바뀐 2018년, 선거 이전부터 영랑호 개발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상류습지복원지 백로·왜가리 서식지(번식지) 옆에 반려견 놀이터마저 설치되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반려견 놀이터는 원주지방환경청의 명령으로 내년 봄에 철거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속초시는 영랑호 중간에 다리를 놓겠다고 한다. 이마저도 부족한지 속초시장은 지난 12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영랑호를 시민들의 힐링 및 휴식공간으로 관광활성화를 위한 개발과 보존이 공존하는 친환경적인 관광자원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춰 개발해 낙후된 북부권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영랑호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영랑호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수달(천연기념물 330호)과 고라니가 살아가는 곳이며 밤이 되면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324-2)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천연기념물 고니와 큰기러기가 쉬어가는 곳이다. 2013년(~2014년)에는 우리나라에서 관찰, 기록된 바 없는 큰머리오리(버플 헤드)가 영랑호에 머물러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영랑호의 상류 습지는 장다리물떼새, 민댕기물떼새, 흰배뜸부기, 흰날개해오라기 등 동해안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희귀 조류들이 관찰되는 곳이다. 여름철새의 번식지이며 봄·가을 나그네새인 도요·물떼새들이 1만 킬로미터를 날아가기 위해 영양을 공급받고 쉬어가는 중간기착지이다.
아침의 영랑호수는 울산바위를 품고 저녁의 영랑호는 설악을 넘는 노을을 담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모습도 다양하지만 아침, 점심, 저녁도 다른 영랑호다.
속초환경연합은 영랑호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하는 의견서를 속초시에 제출했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역의 생태계를 훼손해가면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 보전해놓은 영랑호가 관광지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목교, 스카이워크 대신 망원경 없이도 고니와 비오리를 볼 수 있고 설악을 품고 노을을 담는 영랑호를 오래오래 볼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은가. 무엇보다 6000년의 세월을 견뎌온 영랑호를 제대로 보전하는 일은 속초의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보물을 지키는 일이다.
글・사진 | 김안나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