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물새가 이끄는 남북 평화의 길

2019-01-01

북한의 문덕, 금야습지 2곳이 2018년 12월 10일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쉽’(EAAFP) 인증 ‘국제 철새서식지’에 등재되었다 ⓒNial Moores ‘새와생명의터’

제10차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파트너쉽’(이하 EAAFP) 총회가 2018년 12월 10~14일  중국 하이난에서 ‘사람과 물새가 만나는 철새 서식지’를 주제로 개최됐다.    

지구상에는 9개의 철새 이동경로가 있다. 그중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 이동경로(이하 철새 이동경로)는 극동 러시아·알래스카에서 시작하여 동아시아·동남아시아를 거쳐 호주·뉴질랜드로 이동하는 경로를 말한다. 이 경로에 위치한 국가만도 22개국에 이른다. 

2002년 지속가능발전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자발적 이니셔티브(Type II)의 일환으로 2006년 11월 6일 출범한 EAAFP는 철새와 그들의 서식처, 그리고 그 생태계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현재 EAAFP에는 한국·북한·중국·일본·러시아·뉴질랜드·방글라데시를 비롯한 18개국 정부, 유엔식량농업기구·생물다양성협약·람사르협약 등 6개의 정부간기구, 국제조류협회·국제두루미재단 등 11개의 국제 NGO 등 총 37개 기구와 조직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5000만 마리 이상의 물새들이 서식하는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 이동경로에는 1060곳의 국제적으로 중요한 물새 서식지가 있고 EAAFP는 정부, 지자체, 지역 단체들과 함께 이들 서식지를 발굴하고 국제 철새 서식지로 등재하는 등의 국제적인 보호활동을 이끌고 있다. 이번 제10차 회의에서는 141개 지역이 새로 국제 철새 서식지로 등재됐다. 

제10차 총회의 뜨거운 이슈는 북한의 참여였다. 즉 북한정부가 EAAFP의 정식 회원이 되었고, 북한의 문덕·금야 철새보호구역이 한국의 화성습지를 비롯한 다른 나라 5개 습지와 함께 국제 철새 서식지로 등재된 것이다. 북한은 이미 2018년 10월 두바이에서 개최된 제13차 람사르 당사국총회에서 170번째 당사국으로 정식 가입했고 ‘문덕철새보호구역’과 ‘라선철새보호구역’을 람사르 습지로 등재시켰다. 북한 국토환경보호성 대외경제협력팀의 허명혁 선임연구원은 12월 10일 열린 인증서 수여식에서 “문덕과 금야가 국제 철새 서식지로 등재될 수 있도록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한스자이델재단’과 ‘새와생명의터’에 감사하며 지속적으로 습지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2018년 5월 문덕습지(국제 철새 서식지)에서 북한 최초로 ‘작은도요’가 관찰됐다 ⓒNial Moores ‘새와생명의터’

평안남도 문덕군에 위치한 ‘문덕철새보호구역’은 3715헥타르(ha)에 달한다. 이곳에 두루미, 알락꼬리마도요, 저어새, 붉은어깨도요를 비롯한 23종의 국제적 멸종위기종들을 포함한 8만 마리의 물떼새들이 서식한다. 

함경남도 금야군에 있는 5693헥타르 면적의 ‘금야철새보호구역’은 금야강과 톡지강이 만나 바다로 흐르는 송전만과 접하고 있다. 4만2000마리 이상의 물새들의 서식지다. 이곳에는 붉은가슴흰죽지, 두루미, 재두루미, 알락꼬리마도요, 붉은어깨도요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 연안습지, 논, 염습지, 저수지 등 다양한 생태환경을 자랑하고 있어 북한 국토환경보호성은 이곳을 향후 람사르 습지로 등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덕과 금야 이 두 지역은 1995년에 이미 북한 국토환경보호성에 의해 철새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EAAFP가 출범하기 전 ‘아태지역 두루미 네트워크’가 지난 1998년 ‘국제적으로 중요한 두루미 서식지’로 지정한 곳이다. 올해 북한이 EAAFP에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두 지역은 재인증 절차를 거치게 됐다.  

이번 총회의 또 다른 특징은 ‘습지 사진전’, ‘EAAFP 대화’ 등의 부대행사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환경연합은 ‘새와생명의터’와 함께 재두루미의 서식지인 주남저수지, 도요새·저어새들의 서식지인 화성습지, 역시 재두루미·두루미의 서식지인 연천군 등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 이동경로에 위치한 한국의 주요 습지 사진전, 비무장지대보호를 주제로 한 EAAFP 대화에 참여했다. 

습지 사진전을 준비하던 12월 10일 오전, 문덕·금야·라선 철새보호구역 사진전시전을 준비하는 북측 대표단과 만나 상호 습지보호 전략과 전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재두루미와 저어새, 붉은어깨도요가 남북으로 갈라진 환경운동가들을 이어주는 순간이었다. 습지와 철새 보호 관련 업무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로 나뉜 처지라 개발과 보존의 갈등을 부처 간에 어렵게 조율해야 하는 우리와 달리 북한은 국토환경보호성 내의 3개 담당 부서 간 조율로 일이 처리된다. 갈등의 양상이 전면적이지 않은 것이다.

비무장지대의 보전을 주제로 한 대화에서 환경연합과 ‘새와생명의터’는 민통선 지역들 중 철새 월동지처럼 생태적가치가 있는 지역에 대해 ‘땅 사기 운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이뤘다. 불참을 예상했지만 북한 대표단은 우리가 호스트가 된 EAAFP 대화에 참여했다. 다음날 저어새 보호구역 현장 방문 때였다. 전일 대화에서 우리가 제안한 ‘땅 사기 운동’에 관해 질문했다. 전 국토가 국·공유지인 그들에게 땅을 사고파는 개인 간의 상거래 행위는 생경한 일이었을 것이다.  

EAAFP 사무국은 물론 국제두루미 재단(미국), 야생조류협회(홍콩), 미란다 재단(뉴질랜드), 호주조류협회 등 해외 참여단체들은 북한의 EAAFP 참여에 모두 즐거운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북한 또한 북한의 자연자원 보호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국제사회에 감사를 표했다. 

2019년은 EAAFP 출범 10주년이 되는 해다. 오는 5월 20일 ‘세계철새의 날’을 시작으로 22일까지 10주년 행사가 인천 송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그때 남북의 습지와 철새 보호 활동가들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남북이 평화의 시대를 향한 큰 진보를 일궈낸 2018년이었다. 사람과 체제의 공존이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한반도에서 불러오는 생태평화의 시대로의 이행을 고대한다. 

 

 글 |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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