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적으로 길을 확장하고 영화촬영이 진행된 생태계보전지역 동강제장마을
우리에게 동강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환경운동의 상징처럼 기억되곤 하지만 이제 서서히 잊혀져가는 추억일 뿐이다. 1990년대를 뜨겁게 달궜던 ‘영월댐’ 건설 반대운동이 그것이다. 환경단체와 수자원공사 그리고 지역주민이 찬반 입장으로 나뉘어 치열한 갈등을 겪었고, 결국 2000년 6월 총리실 주관 ‘물관리조정위원회’에서 사업 중단이 결정되었다. 영월댐 백지화를 염원하던 시민들과 환경운동 진영의 승리였다. 전 국민적 성원 속에 이룩한 댐 백지화는 동강을 일약 ‘국민의 강’으로 인식시켰다.
하지만 동강 생태계와 지역주민의 실상은 국민적 환호와는 거리가 멀었다. 댐 추진과정에서 수자원공사 직원들의 회유로 지역주민들은 금융권에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자신의 땅에 유실수를 심었다. 댐 건설이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믿었던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댐 백지화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최후의 생계대책을 강구했던 주민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영월댐 백지화 과정에서 한 마을에서 매일 마주치는 주민들이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치열하게 갈등을 벌인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결국 대출로 인해 빚에 쪼들리던 주민들은 외지인에게 농지를 헐값으로 매각하고 마을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 숙박업소, 펜션 등이 난립하면서 동강은 또 한 번의 위기를 맞게 된다.
동강이 법정 보전지역인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이러한 상황이 급등하던 2002년이었다. 강물이 흐르는 하천유역과 환경부가 매입한 토지에 한해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하지만 동강 주변마을의 난개발 상황을 제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역주민이 소유한 토지는 법률에 적용되지 않는 사유재산이기에 매매와 신축과 증축이 자유로울 수 있다. 그렇다면 법정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동강의 강변 상황은 어떠할까.
영화 촬영 위해 생태계보전지역 훼손
필자가 2018년 11월 30일 찾은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제장마을 강변은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제장마을은 동강 중류에 위치한 곳으로 천혜의 경관과 천연기념물 어름치, 수달, 고유종인 동강할미꽃 등이 서식하는 생태계보전지역의 핵심 지역이다. 이러한 입지이다 보니 강가의 민가나 텃밭을 이용한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 이용되곤 한다. 하지만 이날 제장마을 강가는 기존의 촬영장소와 규모를 압도적으로 달리하고 있었다.

제장마을 하방소 모래톱은 말 20여필을 동원한 촬영으로 인해 훼손되었다
촬영장 입구는 좁고 잡풀이 무성한 영화사는 강변길로 마을 사람들이 농기계 운행을 위해 이용한 길이었다. 물론 입구부터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행위가 엄격히 제한된다. 그럼에도 강변길 입구부터 촬영장비와 차량의 진입을 위해 굴삭기로 길을 확장시켰고, 이때 훼손된 식생이 주변에 방치된 상태였다. 굴삭기로 길의 확장을 위해 주변 식생을 훼손한 구간은 약 100미터까지 계속됐다.
영화촬영장인 제장마을 하방소에 이르자 상태는 무척 심각했다.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백사장까지 길을 새로 만든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생태계보전지역 내로 진입한 굴삭기 두 대가 세워져 있었다. 강변 곳곳에는 텐트가 설치되었고 촬영 스텝과 연기자들 100여 명이 분주히 오갔다. 하방소 얕은 물가에는 말 20여필에 오른 연기자들이 보였다. 전투장면을 위해 곳곳에 연막을 피웠고 공포탄이 석회암 절벽에 증폭이 되며 계곡에 울려 퍼졌다. 도대체 어쩌자고 생태계 보전지역에 이런 촬영을 허가했을까? 관할청인 원주지방환경청에 훼손된 이미지를 첨부하여 현재 상태를 신고하고 정선군 문화관광과에 인허가 상황을 문의하였다. 하지만 해당 부서에서도 인허가의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신고가 접수되고 당일 오후 정선군 관계자 두 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담당 공무원은 “지역 홍보차원에서 촬영을 허가했다.”면서도 이렇게 대규모로 촬영인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더구나 생태계보전지역임을 감안하여 촬영만 허가했을 뿐, 굴삭기로 보전지역을 훼손하는 걸 허가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화약류에 대한 사용은 관할 경찰서에 별도로 신고하여 허가받으라고 촬영사 관계자에게 전했다고도 말한다. 정선군청 담당 공무원이 영화사 촬영 관계자에게 불법적으로 생태계보전지역을 훼손한 사실을 고지했다. 필자는 임의로 개설한 도로를 통해 강변에 진입한 차량의 철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촬영사 관계자는 묵묵부답이었다. 오히려 그 와중에도 강변으로 촬영차량은 계속 진입하고 있었다. 정선군 공무원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는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 ‘지역 홍보차원에서 허가했다’고 말할 때부터 예상했던 바였다. 필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지역 홍보 운운하면서 어물쩍 넘어갈 생각하지 마라’는 항의가 전부였다.
환경청의 행위 중지 거부하고 화약 또 사용

불법적으로 사용하다 남은 인화물질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동강 생태계보전지역 내에서 불법적 훼손을 일으키며 촬영한 영화는 더블유피쳐스(Wpictures)사가 제작하는 ‘전투’였다. 원신연 씨가 감독으로 배우 유해진과 류준열이 출연하는 영화였다. 대한독립군이 최초로 승리한 ‘봉오동 전투’ 4일의 여정을 담은 영화로 전해진다. 일제강점기 대한독립군은 목숨을 걸고 이 강산을 지키려 싸웠는데, 더블유피쳐스는 법으로 보전하고 있는 생태계를 훼손하며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이율배반적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촬영장소로 사용되는 제장마을 하방소 일대는 어떤 곳인가. 남한강에서 맨 처음 모래톱이 나타나는 곳으로 이러한 조건으로 인해 과거 먹황새가 서식하던 곳이었다. 그리고 보호종은 아니지만 강변 모래톱에 할미꽃이 집단으로 서식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식지는 굴삭기의 도로 개설과 150여 명에 이르는 인원과 장비, 차량 심지어는 말발굽으로 대거 훼손되고 말았다.
다음날인 12월 1일은 토요일이었다. 이른 아침, 원주지방환경청에서 조사단이 동강 촬영현장에 도착하여 훼손 상황을 조사하였다. 원주지방환경청은 관계법에 의해 △소음진동 등으로 야생동물 서식지 교란 △생태계보전지역 내 야생동식물 채취 및 훼손 △인화물질(화약류 포함) 소지 등의 위반사실을 조사하여 제작사 더블유픽쳐스 관계자로부터 사실을 인정하는 확인서에 서명 받았다. 위의 행위는 자연환경법 제15조 등의 위반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그리고 환경청은 더블유픽쳐스 관계자에게 ‘촬영중지’를 지시하였다. 하지만 영화사 관계자가 완강히 거부하였다. 본인들은 생태계보전지역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관례대로 관계기관에 절차를 밟고 촬영에 임했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들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현행법상 ‘생태계보전지역에 일정규모 이상의 인원, 차량 및 장비 등이 출입하는 경우 그 목적과 내용에 대해 환경부 또는 관련 유역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미비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생태계보전지역 내에서 일어나는 ‘훼손행위’에 대해 ‘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을 뿐 ‘모든 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칫 제도적 취약점으로 인해 손해배상 소송도 우려될만한 상황이었다. 결국 원주지방환경청은 △화약류 설치 및 사용 금지 △훼손된 강변 식생 원상회복 △보호조류 출현 시 드론 촬영 금지 등을 명령했다. 전투장면은 화약류의 사용 없이 불가능한 것으로, 사실상 촬영중지 명령을 우회적으로 내린 것과 다름 아니었다.
하지만 그 기대와 달리 다음날인 12월 2일, 주민으로부터 촬영장에서 화약사용이 이루어졌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폭발음이 종일 있었다는 증언이었다. 원주지방환경청도 촬영이 종료된 12월 3일 현장을 점검하면서, ‘행위중지 명령’을 어기고 촬영 중 추가로 공포탄을 사용한 것을 확인하고 두 번째 확인서를 발부, 서명 받았다.
더블유픽쳐스 관계자는 “공포탄 발사 이외의 추가 화약류를 사용하지 않았다.”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행위중지 명령을 거부하고 다음날 화약사용 등 예정된 촬영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기에 충분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이 최초로 조사한 1일 현장에는 화약류의 폭발로 파편 등의 특수효과를 내기 위한 재료가 담긴 포대가 야적돼 있었다. 제작사인 더블유픽쳐스가 철수한 3일 아침, 현장은 이미 사용된 빈 포대가 널려 있었고 개봉이 안 된 포대도 방치된 상태였다. 그리고 1일 조사 당시 목격되지 않았던 지표면의 폭발 흔적과 타다만 파편물들이 확인되었다. 육안으로 확인되는 장소만도 10여 곳에 이른다.
불법 촬영된 동강 촬영 삭제해야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더블유픽쳐스는 동강 생태계보전지역을 훼손하면서 영화 ‘전투’를 촬영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원상복귀(?)’시키겠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훼손된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복원하는 건 불가능하고 의미 없다 판단하고 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과태료 부과 및 관련사안에 대해 고발할 예정이다.
제작사는 제도적 취약점을 악용하여 의도적 불법을 저질렀다. 이는 두 차례에 걸쳐 불법을 인정한 확인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고발된다 하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영리 회사 입장에선 비교적 가벼운 처벌이며 오히려 불법촬영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고 의도적으로 위반한 비윤리적 행위다.
본 사안에 대해 원주지방환경청의 검찰 고발과 별도로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더블유픽쳐스에 요구사항을 전달하였다. 그 내용은 ‘독립 운동가들이 죽음으로 지켜낸 고귀한 승리를 생태계보전지역 훼손으로 모욕한 제작진과 출연진의 공식 사과’와 ‘생태계보전지역을 훼손하며 불법으로 촬영한 동강 전체 촬영분량의 삭제’ 등이다. 향후 제작사의 입장에 따라 영화 ‘전투’에 대한 법적·도의적 책임을 묻는 시민활동을 준비할 예정이다. 그리고 생태계보전지역의 훼손을 차단할 수 있도록 제도적 취약점에 대한 개선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글・사진 | 김금호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사무국장
불법적으로 길을 확장하고 영화촬영이 진행된 생태계보전지역 동강제장마을
하지만 동강 생태계와 지역주민의 실상은 국민적 환호와는 거리가 멀었다. 댐 추진과정에서 수자원공사 직원들의 회유로 지역주민들은 금융권에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자신의 땅에 유실수를 심었다. 댐 건설이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믿었던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댐 백지화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최후의 생계대책을 강구했던 주민들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영월댐 백지화 과정에서 한 마을에서 매일 마주치는 주민들이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치열하게 갈등을 벌인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결국 대출로 인해 빚에 쪼들리던 주민들은 외지인에게 농지를 헐값으로 매각하고 마을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 숙박업소, 펜션 등이 난립하면서 동강은 또 한 번의 위기를 맞게 된다.
동강이 법정 보전지역인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이러한 상황이 급등하던 2002년이었다. 강물이 흐르는 하천유역과 환경부가 매입한 토지에 한해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하지만 동강 주변마을의 난개발 상황을 제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역주민이 소유한 토지는 법률에 적용되지 않는 사유재산이기에 매매와 신축과 증축이 자유로울 수 있다. 그렇다면 법정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동강의 강변 상황은 어떠할까.
영화 촬영 위해 생태계보전지역 훼손
필자가 2018년 11월 30일 찾은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제장마을 강변은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제장마을은 동강 중류에 위치한 곳으로 천혜의 경관과 천연기념물 어름치, 수달, 고유종인 동강할미꽃 등이 서식하는 생태계보전지역의 핵심 지역이다. 이러한 입지이다 보니 강가의 민가나 텃밭을 이용한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 이용되곤 한다. 하지만 이날 제장마을 강가는 기존의 촬영장소와 규모를 압도적으로 달리하고 있었다.
제장마을 하방소 모래톱은 말 20여필을 동원한 촬영으로 인해 훼손되었다
촬영장 입구는 좁고 잡풀이 무성한 영화사는 강변길로 마을 사람들이 농기계 운행을 위해 이용한 길이었다. 물론 입구부터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행위가 엄격히 제한된다. 그럼에도 강변길 입구부터 촬영장비와 차량의 진입을 위해 굴삭기로 길을 확장시켰고, 이때 훼손된 식생이 주변에 방치된 상태였다. 굴삭기로 길의 확장을 위해 주변 식생을 훼손한 구간은 약 100미터까지 계속됐다.
영화촬영장인 제장마을 하방소에 이르자 상태는 무척 심각했다. 촬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백사장까지 길을 새로 만든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생태계보전지역 내로 진입한 굴삭기 두 대가 세워져 있었다. 강변 곳곳에는 텐트가 설치되었고 촬영 스텝과 연기자들 100여 명이 분주히 오갔다. 하방소 얕은 물가에는 말 20여필에 오른 연기자들이 보였다. 전투장면을 위해 곳곳에 연막을 피웠고 공포탄이 석회암 절벽에 증폭이 되며 계곡에 울려 퍼졌다. 도대체 어쩌자고 생태계 보전지역에 이런 촬영을 허가했을까? 관할청인 원주지방환경청에 훼손된 이미지를 첨부하여 현재 상태를 신고하고 정선군 문화관광과에 인허가 상황을 문의하였다. 하지만 해당 부서에서도 인허가의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신고가 접수되고 당일 오후 정선군 관계자 두 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담당 공무원은 “지역 홍보차원에서 촬영을 허가했다.”면서도 이렇게 대규모로 촬영인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더구나 생태계보전지역임을 감안하여 촬영만 허가했을 뿐, 굴삭기로 보전지역을 훼손하는 걸 허가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화약류에 대한 사용은 관할 경찰서에 별도로 신고하여 허가받으라고 촬영사 관계자에게 전했다고도 말한다. 정선군청 담당 공무원이 영화사 촬영 관계자에게 불법적으로 생태계보전지역을 훼손한 사실을 고지했다. 필자는 임의로 개설한 도로를 통해 강변에 진입한 차량의 철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촬영사 관계자는 묵묵부답이었다. 오히려 그 와중에도 강변으로 촬영차량은 계속 진입하고 있었다. 정선군 공무원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는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 ‘지역 홍보차원에서 허가했다’고 말할 때부터 예상했던 바였다. 필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지역 홍보 운운하면서 어물쩍 넘어갈 생각하지 마라’는 항의가 전부였다.
환경청의 행위 중지 거부하고 화약 또 사용
불법적으로 사용하다 남은 인화물질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동강 생태계보전지역 내에서 불법적 훼손을 일으키며 촬영한 영화는 더블유피쳐스(Wpictures)사가 제작하는 ‘전투’였다. 원신연 씨가 감독으로 배우 유해진과 류준열이 출연하는 영화였다. 대한독립군이 최초로 승리한 ‘봉오동 전투’ 4일의 여정을 담은 영화로 전해진다. 일제강점기 대한독립군은 목숨을 걸고 이 강산을 지키려 싸웠는데, 더블유피쳐스는 법으로 보전하고 있는 생태계를 훼손하며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이율배반적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촬영장소로 사용되는 제장마을 하방소 일대는 어떤 곳인가. 남한강에서 맨 처음 모래톱이 나타나는 곳으로 이러한 조건으로 인해 과거 먹황새가 서식하던 곳이었다. 그리고 보호종은 아니지만 강변 모래톱에 할미꽃이 집단으로 서식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서식지는 굴삭기의 도로 개설과 150여 명에 이르는 인원과 장비, 차량 심지어는 말발굽으로 대거 훼손되고 말았다.
다음날인 12월 1일은 토요일이었다. 이른 아침, 원주지방환경청에서 조사단이 동강 촬영현장에 도착하여 훼손 상황을 조사하였다. 원주지방환경청은 관계법에 의해 △소음진동 등으로 야생동물 서식지 교란 △생태계보전지역 내 야생동식물 채취 및 훼손 △인화물질(화약류 포함) 소지 등의 위반사실을 조사하여 제작사 더블유픽쳐스 관계자로부터 사실을 인정하는 확인서에 서명 받았다. 위의 행위는 자연환경법 제15조 등의 위반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그리고 환경청은 더블유픽쳐스 관계자에게 ‘촬영중지’를 지시하였다. 하지만 영화사 관계자가 완강히 거부하였다. 본인들은 생태계보전지역이라는 사실을 몰랐고 관례대로 관계기관에 절차를 밟고 촬영에 임했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들의 주장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현행법상 ‘생태계보전지역에 일정규모 이상의 인원, 차량 및 장비 등이 출입하는 경우 그 목적과 내용에 대해 환경부 또는 관련 유역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미비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생태계보전지역 내에서 일어나는 ‘훼손행위’에 대해 ‘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을 뿐 ‘모든 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칫 제도적 취약점으로 인해 손해배상 소송도 우려될만한 상황이었다. 결국 원주지방환경청은 △화약류 설치 및 사용 금지 △훼손된 강변 식생 원상회복 △보호조류 출현 시 드론 촬영 금지 등을 명령했다. 전투장면은 화약류의 사용 없이 불가능한 것으로, 사실상 촬영중지 명령을 우회적으로 내린 것과 다름 아니었다.
하지만 그 기대와 달리 다음날인 12월 2일, 주민으로부터 촬영장에서 화약사용이 이루어졌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폭발음이 종일 있었다는 증언이었다. 원주지방환경청도 촬영이 종료된 12월 3일 현장을 점검하면서, ‘행위중지 명령’을 어기고 촬영 중 추가로 공포탄을 사용한 것을 확인하고 두 번째 확인서를 발부, 서명 받았다.
더블유픽쳐스 관계자는 “공포탄 발사 이외의 추가 화약류를 사용하지 않았다.”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행위중지 명령을 거부하고 다음날 화약사용 등 예정된 촬영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기에 충분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이 최초로 조사한 1일 현장에는 화약류의 폭발로 파편 등의 특수효과를 내기 위한 재료가 담긴 포대가 야적돼 있었다. 제작사인 더블유픽쳐스가 철수한 3일 아침, 현장은 이미 사용된 빈 포대가 널려 있었고 개봉이 안 된 포대도 방치된 상태였다. 그리고 1일 조사 당시 목격되지 않았던 지표면의 폭발 흔적과 타다만 파편물들이 확인되었다. 육안으로 확인되는 장소만도 10여 곳에 이른다.
불법 촬영된 동강 촬영 삭제해야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더블유픽쳐스는 동강 생태계보전지역을 훼손하면서 영화 ‘전투’를 촬영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원상복귀(?)’시키겠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훼손된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복원하는 건 불가능하고 의미 없다 판단하고 있다. 원주지방환경청은 과태료 부과 및 관련사안에 대해 고발할 예정이다.
제작사는 제도적 취약점을 악용하여 의도적 불법을 저질렀다. 이는 두 차례에 걸쳐 불법을 인정한 확인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고발된다 하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영리 회사 입장에선 비교적 가벼운 처벌이며 오히려 불법촬영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사실을 알고 의도적으로 위반한 비윤리적 행위다.
본 사안에 대해 원주지방환경청의 검찰 고발과 별도로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더블유픽쳐스에 요구사항을 전달하였다. 그 내용은 ‘독립 운동가들이 죽음으로 지켜낸 고귀한 승리를 생태계보전지역 훼손으로 모욕한 제작진과 출연진의 공식 사과’와 ‘생태계보전지역을 훼손하며 불법으로 촬영한 동강 전체 촬영분량의 삭제’ 등이다. 향후 제작사의 입장에 따라 영화 ‘전투’에 대한 법적·도의적 책임을 묻는 시민활동을 준비할 예정이다. 그리고 생태계보전지역의 훼손을 차단할 수 있도록 제도적 취약점에 대한 개선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글・사진 | 김금호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