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전면 복원 약속을 지켜라

2019-02-01

동계올림픽 스키장 건설로 훼손된 가리왕산이 방치된 가운데 지난해 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했다. 더 큰 피해를 발생하기 전 복원이 시급하다 사진제공 녹색연합

지난 1월 20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가리왕산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를 제안했다. 곤돌라와 운영도로 존치 여부에 대한 입장 차이가 크니 조정기구를 꾸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보는 시선은 여전히 불편하다. 


전면 복원 전제로 한 가리왕산 스키장 

가리왕산은 2011년 동계올림픽이 결정된 순간부터 논란의 중심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평창올림픽 개최전인 2014년에 ‘분산개최’를 포함한 ‘어젠다 2020’을 발표했다. 누적된 적자와 대규모 환경파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동계올림픽 유치 반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내놓은 자구책이었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정부와 최문순 지사는 ‘분산개최는 없다’고 일축하며 IOC의 해법을 외면했다. 

같은 정선군에 위치한 하이원리조트도 대안지로 떠올랐다. 이 스키장 정상부에서 폐광지인 영월상동쪽으로 대안경기장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강원도와 스키협회는 여러 대안을 모두 무시했고 무능한 체육행정과 스포츠외교의 결과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왔다.

당시 영업 중인 국내 스키장은 모두 적자였다. 정선 가리왕산에서 가까운 태백 O2리조트 스키장은 4000억 원을 들여 건설했으나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강원도는 가리왕산에 알파인 스키장 건설을 강행했다. 단 3일의 경기를 위해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보호림을 해제하고 10만 그루를 베어냈다. ‘환경 올림픽’을 내세웠지만 대형국제스포츠대회가 갖는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당시 강원도가 관계부처와 시민사회를 설득한 유일한 논리가 ‘쓰고 난 뒤에 원래대로 돌려 놓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따라 ‘생태복원추진단’이라는 사회적 합의 기구가 꾸려졌다. 강원도가 간사단체였고 강원도, 환경부, 산림청, 올림픽대회지원위원회, 정선군, 전문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되어 현장조사를 포함해 1년 동안 활동했다. 그 결과 올림픽 바로 전인 2017년 12월 8일 곤돌라와 운영도로 철거를 기본으로 한 전면복원에 합의했다. 이는 언론에도 공표되었다. 만약 사후활용계획이 있다면 올림픽 경기 전에 내용을 담아 제출하도록 하였다. 

2018년 1월 강원도는 중앙산지관리위원회에 사후활용계획이 없으며 이에 따른 전면복원 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올림픽 경기가 끝나자 강원도는 돌연 입장을 바꿨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바뀔 수는 있어도 법이 바뀔 수는 없다. 강원도는 중앙산지관리원회의 의견을 무시로 일관하며 결국 가리왕산국유림 대부기간인 2018년 12월 31일을 넘겼다. 

산림청과 환경부는 차례로 복구명령을 내렸다. 사회적 합의기구의 결정에 불복하며 곤돌라 존치 논의를 포함해 모든 논의를 원점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합의기구를 제안했다. 이는 오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사회적 합의’를 수용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올림픽의 새로운 유산으로 기록해야 

훼손되기 전 가리왕산 ⓒ녹색연합

강원도는 가리왕산 복원을 하면 더 많은 훼손과 비용이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활용을 위해서도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하다. 지난여름 다행히도 큰 비가 정선을 피해갔지만, 시간당 30밀리미터의 비에 가리왕산은 산사태가 났다. 슬로프와 운영도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6가구가 침수되었으며 재해예방 공사를 진행했고 중앙정부의 긴급 지원이 있었다. 가리왕산은 평균 경사도가 약 25퍼센트에 달한다. 따라서 산 입구부터 하봉까지 지그재그로 산을 가로지르는 곤돌라와 운영도로를 존치하고는 제대로 된 생태복원이 불가능하다. 가리왕산의 시설물을 철거하는 것은 전면복원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행위다. 

강원도는 올림픽만 하고 나면 정선도 뭔가 부흥이 일어난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정선주민들은 오지산촌에 활성화를 기대하며 추운 겨울 올림픽 지원에 적극 참여했다. 그러나 남은 것은 산사태 위험이 아주 높은 쓸모없는 활강경기장 뿐이다. 이것이 동계올림픽이라는 국제경기대회의 본질이다. 

우리가 지금 지혜를 모으고 힘을 써야 할 일은 가리왕산 스키장 찬반 논쟁이 아니다. 지역주민들의 허망함을 상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복원이다. 정선군에 복원을 실행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실제적인 조직을 만들고 지원해야 한다. 가리왕산은 우리나라 산림복원 기술의 집합체가 될 것이다. 산림복원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 생태관광 등으로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다. 가리왕산의 복원은 올림픽의 새로운 유산으로 기록될 것이다.

 

 

 글 | 배제선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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