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미세먼지 사이의 먼 길

2019-02-01

도시숲 보전 위한 전향적 정책 필요

역사상 가장 격렬한 숲과 나무 지키기 운동이자 또한 가장 평화로운 운동이 히말라야 가르왈 지역 여성들에 의해 일어난 칩코(‘끌어안다’라는 뜻)운동이다. 히말라야 침염수림 지대를 상업벌목하려는 자들은 정부, 그리고 정부 계약을 따낸 외국계 기업들이었다. 가르왈의 원주민 여성들은 이미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숲이 벌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생활 속에서 전승되는 이야기들로 알고 있었고 그들의 현실 속에서 그 이야기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무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숲을 벌목하려면 나무만 아니라 원주민 여성들까지 잘라내야 한다는 무서운 진실 앞에서 벌목자들은 무릎을 꿇었다. 칩코 운동으로 원주민 여성들은 지역의 숲을 지킬 수 있었고 그로써 숲에서 나오는 식수와 자족적 소농들을 지킬 수 있었다. 숲이 생명을 지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히말라야나 아마존의 원주민들에게만 숲이 생명을 걸만큼 소중하고 그밖의 산업화된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전 세계 도시화율은 2018년 기준으로 55.3퍼센트를 넘어섰다. 대규모 숲과 유리된 도시지역에 인류의 반 이상이 사는 현실에서 숲의 중요성은 도시인들의 눈앞에서 사라져 직접 체감되지 않는다. 그러나 숲이 만드는 산소와 숲이 제공하는 목재가 없다면 도시인의 생활 또한 유지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체감도와 상관없이 명백한 진실이다. 사실상 숲이 가장 필요한 것은 도시인들이다. 도시는 기후변화의 열섬이다. 지난 1000년간의 온난화보다 지난 100년간의 온난화가 심각하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지구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한반도는 특히 기후변화의 핫 플레이스다. 한반도는 100년간 지구평균기온 상승분의 2배를 넘는 1.5℃가 동일 기간에 상승했다. 심각한 것은 한반도 남쪽 대한민국의 도시화율이 81.5퍼센트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도시는 에너지 사용이 집약되는 공간이다. 당연히 그 부의 피드백이 발생한다. 열섬이 일어나는 것이다. 도시 열섬효과는 도시기온을 비도시 지역보다 높인다. 그 효과는 평균기온 2.5℃ 추가상승으로 알려져 있다(산림청 2018). 

열 명 중 여덟 명 이상이 도시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생태적 공간이 숲이라는 사실은 기후변화의 완화기제라는 측면에서만 조명되는 것은 아니다. 2018년 3월 정부는 미세먼지(PM2.5) 일평균 환경기준을 기존 세제곱미터당 50마이크로그램에서 30마이크로그램으로 강화했다. 예보기준 또한 기존 51~100마이크로그램에서 36~75마이크로그램으로 강화했다. 바뀐 기준으로 2017년 미세먼지 상황을 되짚어 보자 놀라운 결과가 벌어졌다. 미세먼지 ‘나쁨’ 단계의 일수가 예전 12일에서 당장 57일로 늘어난 것이다. ‘매우나쁨’ 일수도 2일 발령돼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 수준으로 미세먼지 기준을 강화하자마자 드러난 우리나라의 심각한 미세먼지 오염 실태가 확인된 셈이다. 정부는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하고 종합대책을 내놓는 등 정책 대응에 부심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미세먼지 발생일과 오염 수준은 계속 전년 기록을 뛰어넘고 있다.  

산림청 연구에 따르면 도시숲 1헥타르는 연간 168킬로그램의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물질을 제거한다. 미세먼지 흡수원으로서 숲의 탁월성은 기후변화에서도 마찬가지로 발휘된다. 엽면적 1600제곱미터의 느티나무 한 그루가 연간 2.5톤의 탄소를 흡수하고 1.8톤의 산소를 생산한다. 30년생 플라타너스 한 그루는 엽면적 1제곱미터당 하루 664킬로칼로리의 대기열을 흡수한다. 2017년 4월 국립산림과학원의 서울 홍릉숲과 도심의 PM10(부유먼지)과 PM2.5(미세먼지) 농도측정분석 결과를 보면, 도시평균 PM10 농도가 1세제곱미터당 60.2마이크로그램일 때 홍릉숲은 42.4마이크로그램이었다. 25.6퍼센트나 숲이 오염농도를 저감시킨 것이다. 또한 PM2.5의 경우도 도시평균이 1세제곱미터당 23.5마이크로그램일 때 홍릉숲에서는 13.4마이크로그램으로 무려 40.9퍼센트나 숲이 오염농도를 저감시켰다. 

미세먼지 재난에 대처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도시에 숲을 늘리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2020년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으로 인해 공원에서 해제될 전국의 공원 면적은 504제곱킬로미터나 된다. 숲을 늘려야 할 판에 이제까지 미세먼지를 저감해온 숲들이 개발위기에 내몰려 ‘미세먼지 재난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정부의 공원일몰 대응정책은 매우 안이하고 한심한 상황이다. 미세먼지 오염 저감정책과 공원일몰 대응정책이 사실 같은 정책이라는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공원부지 중 사유지를 공원으로 임차하라는 제도인 ‘임차제’(2018년 12월 국토교통부) 정도가 중앙정부의 대응정책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제도는 임차비용이 사실상 공원부지인 사유지 매입비용과 거의 차이가 없어 실효성이 없는 ‘무늬만 대책’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해 관내 일몰해제 공원부지 중 개발 위험성이 높은 사유지를 매입하겠다는 정책을 내자 이를 받아 중앙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각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하면 그 이자의 반을 중앙정부가 보전해주겠다는 정책이었다. 이 또한 실효성 없기는 임차제와 마찬가지다. 이 제도 시행 이후 1년 동안 실제로 전국 지자체가 신청한 액수는 79억 원에 불과하다. 지목이 대지로 돼 있어서 일몰이 되면 당장 개발 위기에 놓인 긴급 매입할 필요가 있는 공원부지(전국 합계 7.6제곱킬로미터) 매입 비용만 4조2083억 원(환경운동연합 2019)에 이른다. 원금의 반도 아닌 이자만 50퍼센트 보전해주는 정도는 지자체들을 ‘숲 지킴이’로 나서게 만들 ‘당근’이 되지 못한다.  

2019년 정부 예산 470조5000억 원 중 60조 원 이상이 토목건설 예산으로 분류된다. 당장 도로와 철도 건설비용으로 주로 쓰이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세수만 해도 연간 14조 원이 넘는다. 이 재정이 겨우 4조2083억 원에 불과한 위기의 도시숲 긴급 부지 매입비용으로 쓸 수 없다고 해선 안 된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더구나 그 비용의 다도 아니고 서울시처럼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하면 그 절반의 원금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진행해도 된다. 그러면 정부 예산의 지출은 2조1000억 원이 필요할 뿐이고 그것도 지방채를 20년 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발행하면 연간 1000억원이 좀 넘는 수준의 정부예산만 필요할 뿐이다.”라고 지적한다. 중앙정부가 미세먼지에서 시민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도시숲을 일몰에서 건지는 것이다. 방법이 있는데 실행되지 않는 것은 인식 부족인지 의지 부족인지 정부가 답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추가적인 미세먼지 감축정책을 마련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든 예시에 ‘일몰에서 도시숲을 구하라!’는 지시는 없었다. 미세먼지 때문에 못 살겠다며 시민들이 일몰의 숲에 몸을 묶는 2018 대한민국 버전의 ‘칩코운동’이라도 벌여야 ‘숲과 미세먼지 사이의 먼 길’은 이어질 것인가? 

 

 글 | 박현철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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