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 숲에서 지구인과 지구를 생각하다

2019-04-01

필리핀의 올랑고는 아직까지 관광객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개발되지 않았다. 개인이 운영하는 소박한 리조트에 묵으며 도시의 번잡함을 잊고 지낼 수 있다. 특히 물이 깊지가 않아 숲 곳곳을 직접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땅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 연안의 잔잔한 바닷가에서 숲을 이루는 독특한 생태를 지닌 나무가 있습니다. 그 나무는 가지 끝에서 새끼 나무를 키워 바닷물에 떨굽니다. 새끼나무들이 자라면서 그 나무들은 점점 더 넓은 숲을 이루어갑니다. 그 나무의 이름이 맹그로브입니다. 바람 부는 날 맹그로브 숲에 가면 모체의 바닥에서 죽순처럼 올라오는 새싹들이 손을 흔들며 반깁니다. 맹그로브 숲이 형성되면 육지에서 흘러내려 온 퇴적물이 쌓여 점차 숲은 육지로 변해갑니다. 

땅과 가깝고 바다와는 더 가까운 맹그로브 숲은 쓰나미 피해를 막아주는 방풍림이나 해수림입니다. 맹그로브 숲은 일상적인 파도가 내는 에너지의 70~90퍼센트를 흡수한다고 합니다. 맹그로브 숲에는 풍부한 유기물질이 존재해 다양한 수생생물들의 서식지로서 우수하고 바다 수질을 정화하는 데에도 탁월합니다. 그런 까닭에 맹그로브 숲은 연안 생태계의 보고라고 불립니다. 사람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유익합니다. 숲 인근의 주민들은 숲과 숲 근처 연안에 몰려있는 어패류를 손쉽게 채집할 수 있습니다.  

보르네오 섬 사라왁 바코국립공원의 맹그로브 숲은 빠른 속도의 배를 타고 멀리서 바라보는 거대한 곳이다

더 중요한 맹그로브 숲의 기능은 탄소흡수원으로서 우수한 능력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기후변화시대, 지구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맹그로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맹그로브 숲은 관광객들에게 필요한 백사장을 만들고 그곳에 리조트를 건설하는 일련의 연안습지 파괴사업으로 인해 대규모로 파괴되었고 또 파괴되고 있습니다. 인도양에서 쓰나미 피해가 커진 데에는 맹그로브의 상실에 큰 이유가 있습니다. 

맹그로브 숲이 인간의 미래에 중요한 자산이라는 점에 대해 피부로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잘 알려진,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맹그로브 숲들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놀기 좋고 보기만 좋은 휴양지가 아니라 환경친화적 휴식을 위해 맹그로브 숲 탐방을 권합니다.

먼저 필리핀 세부의 올랑고 섬 맹그로브 숲 방문을 권합니다. 관광객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거대한 맹그로브 숲과 그 안의 다양한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는 곳입니다. 자동차가 한 대도 없는 아름다운 섬입니다. 올랑고 섬은 무엇보다 조류 관찰로 유명합니다. 세계적인 탐조구역으로 유명해 많은 탐조인들의 방문이 잦습니다. 올랑고 섬 해변은 바다로 수백 미터를 걸어 나가도 바닷물이 무릎까지밖에 차지 않아 맹그로브 숲을 걸어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느낌입니다. 섬 사람들은 깡통 하나씩 들고 다니며 맹그로브 숲에서 게와 조개를 잡습니다. 그 주위를 졸랑졸랑 짱둥어가 뛰어다닙니다. 

 

말레이시아 랑카위 맹그로브 숲에 가면 마치 동물원에 온 것처럼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위)랑카위는 독수리라는 뜻으로 직접 독수리 들을 만날 수 있다

보르네오 섬의 사라왁과 사바주의 국제공항 인근에도 사람의 접근이 쉬운 맹그로브 숲들이 산재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코타키나발루로 우리나라 저가항공이 취항했기 때문에 방문이 편리해졌습니다. 큰 규모의 고급 리조트보다 바닷가에 가까운 곳에서 친환경적으로 운영되는 작은 숙박시설에 머물면서 맹그로브 숲을 탐방하고 주민들의 생태친화적 삶 속에 들어가 보는 것은 특별한 생태친화적 여행 경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신혼여행지로 많이 알려진 말레이시아 랑카위에도 훌륭한 맹그로브 숲이 있습니다. 올랑고 섬처럼 직접 들어가보는 것은 어렵지만 배를 타고 맹그로브 숲을 다니면서 관찰하기에 좋은 곳입니다. 맹그로브 숲이 조성한 서식지에는 다양한 수생, 육생 동식물들이 공생하는 생태계가 형성돼 있습니다.

대만의 타이페이의 단수이에도 유명한 맹그로브 숲이 있습니다. 바로 도심 옆에 있어 지하철을 타고 편하게 산책을 다녀올 수 있습니다. 해 지고 석양에 물든 맹그로브 숲의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맹그로브 숲은 자연이 인간에게 지구와 미래를 지키라고 전해준 희망의 선물입니다. 맹그로브를 심으러 해외로 자원봉사를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구의 바다가 다 연결돼 있듯이 맹그로브가 자라는 다른 나라의 해안이 건강하게 지켜져야 우리의 삶과 지구의 기후도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식목일이 곧입니다. 맹그로브 숲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에 한 그루 맹그로브 묘목값을 성금으로 보내려 합니다. 국적이 달라도 지구인은 연결돼 있습니다. 지역이 달라도 지구의 모든 환경은 연결돼 있습니다. 그리고 지구인과 지구환경도 연결돼 있습니다.

 

 

글•사진 | 강제욱 다큐멘터리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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