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대강 보 건설에서 해체 결정까지

2019-04-01

강천보 건설 현장 ⓒ한숙영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이 고향 부여에 돌아와서 한 말이라고 한다.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강과 산도 긴 시간을 두고 보면 나무가 자라고 숲이 생기듯이 어떤 상황도 조금씩은 변한다는 의미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우리 강은 4대강사업이라는 큰 고초를 겪었다. 4대강 보 처리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2019년,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 


2008년 6월  한반도 대운하 사업 중단을 선언하다

2005년 청계천 복원사업 완공을 앞두고,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본격적으로 한반도대운하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운하를 통해서 고용을 창출하고, 국토균형발전을 이루며, 물류비용 저감, 수자원 확보, 레저산업 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조령에 터널을 뚫어서 한강과 낙동강을 잇고, 금강, 영산강까지 연결하는 운하를 만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되기 어려운 일이었다. 

2007년 대선에 출마한 이명박 당시 후보는 한반도대운하를 핵심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었다. 2008년 광우병 소고기 수입 논란이 발화점이 되어 MB정부의 일방적인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2008년 3월 발족한 한반도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에는 전국 115개 대학 2400명의 교수들이 참여했다. 임기 초 여론의 역풍을 맞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민이 반대한다면 한반도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09년 6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발표되다

2009년 6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이 발표되었다. 한반도 대운하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가 되어 돌아왔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제방을 쌓고, 강바닥을 파내는 준설, 그리고 본류에 16개 보를 짓는 것이 핵심이다. 2013년 감사원 발표에서 확인되듯이 4대강사업은 운하를 기준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준설규모가 2억2000만 톤에서 5억7000만 톤으로 2배 이상 늘었고, 보의 개수도 소형 4개에서 중대형 16개로 증가했다. 준설과 보 건설 규모가 늘어난 까닭에 4대강사업의 폐해도 그만큼 커졌다. 


2009년 11월  4대강사업 착공하다

4대강사업이 공식적으로 착공했다. 11월 6일, 4대강사업 추진을 위한 마지막 행정절차인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완료된 직후 악화된 여론 속에 착공식도 치루지 못한 채 강에 중장비만 투입된 지 2주일 만이다. MB정부는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사업 예정지에서 발견된 대부분의 법정보호종에 대해 ‘영향이 미미’하다거나, 상식적 근거 없이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된다는 결론을 내놓으며, 환경 영향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대안 없이 사업을 착공한 것이다. 

비민주적인 사업 추진은 사업 발표 이후 고작 11개월 만에 모든 절차를 완료하고 사업을 착공하는 전무후무한 일을 가능케 했다. MB정부는 국가재정법 시행령까지 바꿔 예비타당성 조사를 대부분 면제받았고, 30년 전 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반년 만에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였으며, 문화재지표조사 역시 부실하게 마쳤다. 그리고 4대강사업의 수변 개발로 농지를 수용당하는 수많은 농민들과 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는 주민들의 의사는 ‘국책 사업’이라는 이유로 모조리 무시되었다. 


2010년 5월 31일  문수스님 4대강 중단을 촉구하며 소신공양하다

4대강사업을 반대해오던 조계종 문수스님이 4대강사업 즉각 중단을 요구하는 유서를 남긴 채 오후 2시경 경북 군위읍 사직리 하천 제방에서 소신공양을 하셨다. 많은 이들이 슬픔과 충격에 빠졌다. 

 

2010년 7월 22일  4대강 중단 요구 고공농성 돌입

환경운동연합 박평수, 염형철, 장동빈 등 활동가 3명이 22일 새벽 ‘4대강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경기도 여주 4대강사업 한강 제3공구 이포대교 옆 20미터 높이의 이포보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또한 이환문, 최수영 등 2명의 활동가는 경남 창녕군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공사장 타워크레인을 점거하고 4대강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정부와 여당에 ‘4대강 공사 중단’, ‘국회 검증기구 구성’, ‘정부 여론수렴기구 구성’ 등을 요구하는 고공농성에는 7000여 명의 시민들이 현장을 지지방문했다. 농성은 41일이나 이어졌다.  

‘4대강사업중단’을 요구하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3명이 남한강 이포보에 올라 41일간 점거 농성을 벌였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2012년 7월  녹조라떼 낙동강을 뒤덮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은 7월 4일 ‘이것이 녹색성장이라면 관둬라’는 제목으로 낙동강 녹조현상이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실제로 「낙동강 수계 클로로필-a 및 남조류 분석 결과(2012)」를 보면 6월 남조류 세포 수는 상주보를 제외하고 모두 ‘조류주의보’ 이상이며 하류인 합천창녕보는 1만1308cell/mL(밀리리터당 세포수), 창녕함안보는 1만7672cell/mL로 ‘조류경보’에 해당한다. 시민들은 녹조가 가득한 낙동강의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4대강사업 시작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2012년 10월  금강에서 60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다 

10월 17일부터 13일 동안 금강에서 환경부 추산 5만4000마리, 환경단체 추산 60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4대강사업으로 인한 과도한 준설로 수심이 깊어지고 보가 물의 흐름을 막으면서 산소가 부족해 질식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폐사한 물고기의 80퍼센트는 누치와 끄리, 참마자, 눈불개, 쏘가리, 동자개, 숭어, 강준치 등이었다. 길이가 136센티미터가 넘는 메기도 있었다. 1년 넘게 조사를 진행한 국립환경과학원은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2014년 6월  큰빗이끼벌레 강을 뒤덮다 

저수지에서 간혹 발견되던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Pectinatella magnifica)가 금강 전역에서 발견되었다. 저수지 등 정체 수역에서 사는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에 나타나게 된 것은 그 자체로 강 생태계가 심각하게 위협당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었다. 


2014년 12월  박근혜 정부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가 4대강 보의 문제를 인정하다

4대강조사위는 보고서를 통해 보와 준설에 의한 체류 시간 증가로 녹조와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증가 요인이 작용했으며, 강 생태계가 정수 선호종으로 대체되었음을 밝혔다. 또한 보 자체의 홍수 시 저류 능력이 거의 없으며, 보에 의한 수질개선 효과가 없다고도 분석했다. 4대강 보에 대해서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린 것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4대강 상시개방과 재조사를 지시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4대강 보 상시개방, 물 관리의 환경부로의 통합, 4대강사업 정책감사 등을 지시했다. 4대강 보 수문 개방을 통해 4대강 복원과 물 관리의 혁신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또한 개발부서로서 4대강사업 전면에서 행동대장 역할을 해온 국토부의 물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전환한다는 점 역시 유역관리의 전환을 의미했다. 


2017년 11월  세종보 등에서 수문 전면개방을 통한 모니터링이 시작되다

4대강 보의 관리수위를 일부 낮추는 방식의 ‘찔끔 개방’ 논란을 딛고, 11월 본격적인 보 모니터링이 확대되며 세종보 등에서 최저수위까지 전면개방이 이루어졌다. 세종보 상류에 넓게 드러낸 모래톱에 흰목물떼새(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2급) 한 쌍이 번식을 시작했다. 멸종위기종이 세종보 상류를 다시 찾은 것이다. 흐르지 못하고 썩어가는 강물로 악취와 붉은 실지렁이가 가득 찼던 금강은 수문이 개방되자 멸종위기의 생명들도 돌아오기 시작했다.


2019년 2월 22일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 금강,영산강 보처리방안 발표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금강, 영산강 보 처리 방안’ 발표를 통해 세종보, 죽산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백제보, 승촌보 상시 개방을 제시했다. 위원회의 주요 판단 근거는 보를 해체할 경우의 경제적 편익이다. 4대강사업의 이·치수 효과가 없음은 여러 차례 감사를 통해 확인된 바 있고, 보를 개방하거나 해체할 경우 가져올 수질, 수생태의 회복과 앞으로의 유지관리비용이 절감되는 기대효과로 볼 때 위원회의 이와 같은 발표는 ‘상식을 재확인’한 일이다.

 

정리 |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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