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강은 어떻게 살아나는가

2019-04-01

강을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강 스스로의 힘으로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다. 하천을 살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유황을 회복하는 것이다. 자연유황의 회복이란 단순히 하천에 흐르는 물의 양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기후와 지형에 의해서 형성되어온 하천 흐름의 역동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하천의 개발과 훼손은 인간이 했지만, 하천의 치유는 인간의 기술보다는 자연 스스로의 힘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 하천 복원을 또 다른 개발사업으로 인식하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4대강사업으로 준설된 모래산이 55미터의  모래썰매장이 되었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4대강사업은 강 살리기 역행 사업

4대강사업이 막 시작하던 때에 『생명의 강』(RIVERS FPR LIFE-샌드라 포스텔, 브라이언 릭터 공저)을 번역 출간했다. 하천 바닥을 준설하고, 물의 흐름을 막는 대규모 보를 설치하는 것이 강 살리기에 얼마나 역행하는 일인지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어서 바로 그런 역행을 추진한 사업인 4대강사업으로 인해 위기에 빠질 것이 명백한 당시 우리 사회와 강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하나인 샌드라 포스텔은 이 책에서 강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환경유량(Environ-mental Flow)’, ‘자연유황(Natural Flow Regime)’, ‘취수 상한제’ 등의 개념에 대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설명했다. 그는 “하천복원을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하천의 역동적인 자연유황 회복이다. 물길을 복원하는 것이 강 살리기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자 방향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권고는 외면 받고 결국 4대강사업은 실시됐다. 

건강한 하천이 되려면 가능한 하천에 흐름을 방해하는 시설물들을 설치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0세기 인간의 문명은 자연을 지배하고 통제하면서 발전해 왔다. 전력을 생산하고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하천의 생태와 환경을 훼손하면서 수자원을 개발해 왔던 것이다. 20세기 말이 되어서야 자연과 공생하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이 도입되었고, 하천의 복원이 시작되었다. 


미국의 지속가능한 하천 프로젝트

샌드라 포스텔의 또 다른 책 『리플레니쉬』(Sandra Postel. 2017. Replenish: The Virtuous Cycle of Water and Prosperity)는 강 살리기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그것을 극복하고 강을 살리는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미국공병단과 자연보호협회(The Nature Conservancy)는 2002년 지속가능한 하천 프로젝트(SRP)를 시작했다. 이들은 강을 건강하게 하는 강물 흐름의 패턴을 결정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했다. 그들이 이 방법론을 적용한 프로젝트 대상은 오하이오 강의 아름다운 지류인 켄터키 그린리버였다. 이 강은 미국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하천어와 담수 홍합들의 서식처였다. SRP 팀은 하천의 자연유량과 특정한 종의 서식지에 대한 정보를 이용하여 댐 운영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그들은 저수지의 홍수조절용량을 조금 줄이고, 겨울과 봄의 저류량을 조정하여 홍수 위험을 크게 하지 않으면서 생태계에 더 유리한 물관리 방법을 찾아냈다. 더욱이 이러한 댐 운영의 조정으로 레크리에이션 기간이 늘어나서 보트 등 휴식과 관광 관련 수익을 45퍼센트나 늘릴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SRP 팀은 프로젝트가 확실하고 실행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댐 운영 지침을 바꿀 수 있었다. 

미국의 지속가능한 하천 프로젝트(SRP) 관련 하천들  출처 : 자연보전협회(https://www.nature.org/en-us/)

2012년까지 지속가능한 하천 프로젝트와 그 협력자들은 6개 강의 11개 댐에 이러한 하천 치유 유량을 적용했다. 많은 하천들에서 홍수터가 복원되고, 수백 종의 새들이 혜택을 받게 됐다.

불행하게도, 강을 살리는 작업이 항상 이와 같은 윈-윈(WIn-Win)의 상황인 것은 아니다. 하천에 보나 댐을 만들게 되면 새로운 이해당사자들이 생기게 된다. 수력댐의 경우 전력생산자와 이용자, 다목적 댐의 경우 용수공급과 홍수예방의 수혜를 받는 사람들, 농업용 댐의 경우 농민들이 대표적이다. 강을 복원하려할 때, 강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기능을 상실한 보를 철거하고 강을 살리는 일이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댐이나 보를 철거하고 하천을 복원하는 사업의 경우 대부분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는 이해당사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호주의 머레이-다링 강 유역 강 살리기 사업

호주의 유명한 머레이-다링강 유역 강 살리기 경험은 강 살리기 과정에서 넘어야 하는 이해당사자들과의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호주의 경우 2007년 ‘지속가능한 취수한계’라고 불리는 개념을 제도적으로 도입했다. 강을 살리기 위해서 환경유량을 보장해야 하고, 이용을 위한 취수는 환경유량을 보장하고 남은 양의 범위에서만 가능하게 한 것이다. 

머레이-다링 유역에서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극심한 가뭄과 녹조 등을 겪으면서 제도적으로 취수상한제를 도입하고, 2010년 물관리계획에 이를 포함시켜서 발표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은 유역 전체에서 기존의 취수량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농민들의 강한 반발을 사게 되었다. 하천환경관리에만 관심을 두고, 농민들의 삶은 돌아보지 않는다는 강한 비난이 이어졌고, 결국 머레이 유역계획에 인간에 대한 영향을 포함시키라는 의회의 요청을 정부가 받아들이게 되었다. 

호주 하천관리청은 주민들의 생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과 계획은 실패하게 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게 되었고, 건전한 과학을 지역 주민들의 실제 삶과 결합시키는 새로운 접근을 하게 되었다. 오랜 협의를 거쳐 발표된 초안은 과도하게 허가된 수리권의 상당량을 다시 하천으로 돌리는 것을 포함하고 있었지만, 농민들에게도 불리하지 않았다. 수리권 거래제를 통해서 농민들은 가뭄시에 이용가능한 물의 양이 줄어들더라도 크게 손실을 보지 않게 되었다. 더욱이 정보기술을 활용해서 농업용수의 공급을 자동화함으로서 물이용 효율을 극대화하고 물손실을 70퍼센트까지 줄이게 되었다. 그러나 기후변화 영향으로 갈수록 유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유량과 농업용 취수 사이의 할당 문제로 머레이-다링 강 유역의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호주뿐만 아니라 미국과 다른 많은 나라들에서도 강 살리기 프로젝트에서 주민들, 특히 농민들과의 갈등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갈등은 대부분 강 살리기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서 합의를 도출해 내고, 농민들에게 적절한 보상이나 기술적 지원 등을 통해서 풀어가고 있다. 미국의 플린트 하천의 경우 가변 관개(variable rate irrigation, VRI)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섬세한 물관리로 환경유량 확보한 해외 경험 배우자 

클라마스 강 중류에 있는 아이언 게이트 댐(Iron Gante Dam). 발전용이 아닌 방류수 저류를 위한 조절 댐이다. 상류 저수지에서는 독성 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의 1만 배가 검출됐다 ⓒ이철재

최근 4대강 재자연화를 둘러싸고, 주민들과의 갈등이 대두되고 있다. 하천관리청, 환경단체, 지역주민, 전문가들로 신뢰에 기반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그 속에서 공동의 계획을 세우고 하천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삶도 같이 고려하면서 문제를 풀어간 호주와 미국의 사례들은 앞으로의 우리나라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의 과정에서 좋은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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