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지 못했던 밥상 속 어린 물고기

2019-04-01

시중에 유통중인 총알오징어. 실은 살오징어 새끼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우리나라 어획량이 2016년 90만 톤으로 떨어진 후 지난해 겨우 100만 톤을 넘어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부 발표에 의한 정확한 수치는 100만8572톤이다. 정부의 어획량 위기 마지노선 100만 톤을 겨우 넘었다. 그렇다고 점점 사라지는 바다 속 물고기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1980년, 90년대 우리나라 어획량은 130만~140만 톤에 달했다. 예전과 비교해 강도가 매우 높아진 현재 어업 설비를 고려한다면 수치만으로도 우리 바다 생태계에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할 수 있다.


어린 물고기 수난 시대

매년 우리나라 어획량이 100만 톤 전후가 되는데, 공식집계 외로 남획되는 어린 물고기의 양은 전체 어획량의 약 50퍼센트인 49만 톤에 달한다. 대부분 양식장에서 양식 물고기의 먹이인 생사료로 쓰인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양식장 넙치 1킬로그램을 기르기 위해서 5.5킬로그램의 생사료가 필요하다. 1.5킬로그램짜리 넙치 세 마리를 기르기 위해서는 어린 물고기 500마리가 필요한 것이다. 어린 물고기는 자연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비용과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 생사료로 쓰이는 어린 참조기 1킬로그램당 단가는 600원이다. 하지만 자연에서 자란 참조기 1킬로그램은 약 10만 원에 거래된다. 어린 생명체에 대한 보호는 이성적으로 당연한 소리다. 더군다나 생사료로 쓰이는 어린 물고기의 비용 가치와 자랐을 때의 비용 가치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어린 물고기 수난 시대를 멈추기 위해서는 어민뿐 아니라 시민의 관심도 필요하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밥상에 올리는 어린 물고기도 적지 않다.  

어민들이 잡아 온 생선을 어판장에서 손질하고 있다


풀치도 어린 물고기예요

풀치는 갈치의 새끼이다. 갈치가 칼처럼 생겨서 지어진 이름이라면 새끼인 풀치는 풀처럼 생겼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지역에 따라 밥상에 올라오는 어린 물고기 중 하나다. 풀치 조림은 뼈까지 씹어서 먹을 수 있다는 요리법이 돌아다닌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뼈가 연할 수밖에 없다. 어린 풀치는 젓갈로도 많이 사용된다. 

풀치는 저인망이나 안강망 어법을 통해 주로 잡히는데 어린 물고기의 혼획률이 70퍼센트 이상이다. 며칠 전 부산에서 보도된 뉴스에 따르면 부산 위판장에 올라온 갈치의 82퍼센트가 18센티미터를 갓 넘긴 풀치라 했다. “새끼들을 싹쓸이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어민들의 성토도 함께 보도됐다. 갈치는 체장 측정방법이 머리끝에서 항문까지의 길이를 잰다. 18센티미터 이상이면 법적으로 포획이 가능하다. 하지만 갈치는 3년에 30센티미터까지 자란다.  18센티미터의 풀치는 그에 비하면 어린 물고기다. 

우리나라에서 관리하는 전체 어종들의 체장이 어린 물고기도 잡을 수 있는 크기여서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


잔멸치도 새끼라고요?

멸치는 국민 반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밥상 위 재료로 안 쓰이는 요리가 없을 정도다. 김치에 빠질 수 없는 액젓부터 시작해서 국물용 멸치까지 다양하다. 그중 바삭하고 달콤하게 볶은 잔멸치 볶음은 어린이들의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국민 반찬이지만 안타깝게도 잔멸치도 멸치의 새끼다. 

4년생인 멸치는 성어가 되면 최대 18센티미터까지 자라는 어종이다. 볼펜 크기까지 자랄 수 있다. 알에서 부화한 새끼 멸치의 길이는 2.1~2.6밀리미터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잔멸치의 크기를 떠올려보자. 부화하고 얼마 되지 않은 아주 어린 물고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멸치는 우리 밥상에서도 중요하지만, 바다 생태계에서도 중요하다. 작은 크기로 인해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플랑크톤 다음에 위치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린 멸치의 자원량에 관한 정확한 연구나 조사결과를 갖고 있지 않다. 우리 식생활과 매우 밀접하고 해양생태계에 가장 유용한 생물인 멸치의 연구를 바탕으로 정부가 자원량에 따른 관리를 해야 한다. 단순한 멸치 자원량 조사뿐 아니라, 멸치를 잡기 위해 사용하는 세목망과 멸치 어구로 인해 발생하는 다른 치어들의 혼획 피해도 함께 연구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 년에 두 번 위기의 어린 오징어

우리가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사 먹는 오징어는 살오징어이다. 어느 순간 오징어의 값이 폭등하고 한 마리에 8000원을 호가하며 ‘금징어’라는 별명이 붙었다. 총알오징어는 오징어 대란에 혜성같이 나타나 값비싼 오징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품종 같았다. 인터넷 블로그에는 총알오징어를 맛있게 요리하는 법이 가득했다. 내장을 가르지 않고 통째로 쪄서 먹으면 그 고소함이 입에 가득하다는 표현이 총알오징어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총알오징어는 우리가 먹는 살오징어의 새끼오징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 년에 두 번 총알오징어가 잡힌다. 총알오징어는 크기가 작아 근해 채낚기 어업으로는 잡기 힘들고 주로 동해안 정치망 어업으로 잡힌다. 정치망 어업은 허가 받은 물고기의 이동로에 그물을 설치하고 물고기를 그물 안에 가두어 잡는 방식이다. 정치망 어업은 물고기를 선별하여 포획하기 힘들고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어망 구조로 인해 어린 물고기가 포획될 가능성이 크다.

오징어는 법으로 정한 관리 어종이다. 잡지 말아야 하는 어획 가능 체장이 정해져 있다. 코트를 두른 듯한 오징어는 외투장으로 길이를 잰다. 오징어의 머리부터 다리 위 외투까지의 길이다. 오징어 포획 법적 허용기준은 12센티미터이다. 볼펜의 하얀 부분의 길이를 상상하면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시중에는 허용 체장 이하의 총알오징어를 “부드러운 어린 오징어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붙여 판매하고 있다. 오징어 체장이 법적 허용기준을 넘기더라도 12센티미터의 오징어는 아직 어린 오징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풍요로운 바다 밥상에서 시작하자

우리 주변에는 어린 물고기가 마치 새로운 어종인 것처럼 지칭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노가리는 사실 명태의 새끼이고 풀치는 갈치의 새끼이며 총알오징어는 살오징어의 새끼다. 가오리의 새끼는 간자미, 고등어의 새끼는 고도리, 전어의 새끼는 전어사리로 불린다. 대부분의 어린 물고기는 찜이나 회 그리고 젓갈로 담가진다. 두흉갑장으로 체장이 정해진 꽃게는 눈 부분부터 마지막 다리 사이 갑장의 길이가 6.4센티미터 이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보다 작은 꽃게를 음식점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때 국민생선으로 불리던 명태는 우리 앞바다에서 사라졌다. 과도한 어획이 주원인이었다. 해양수산부는 2014년부터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국산 명태가 우리 밥상에 올라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어린 물고기는 생각보다 많다. 철 따라 올라오는 어린 물고기가 있고 너무나 보편적이어서 어린 물고기였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물고기도 있다. 또한 생소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불려 어린 물고기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물고기도 있다. 고민과 혼란 그리고 충격 속에서도 인지해야 할 사실은 우리 바다 속 해양생물이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원인과 방법을 찾아 다시 풍요로운 바다, 지속가능한 해양생태계를 만들어 우리 미래세대와 해양생태가 공존하게 만들어야 한다. 해양생태를 보전하고 자연과 인류가 상생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관심 그리고 행동이다. 

 

 글 |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해양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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