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의 미래를 생각하다

2019-04-01

증도 병풍도 갯벌 ⓒ고경남

3월 5일, 문화재청은 202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한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 세계유산 등재신청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완성도 검토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등재신청서가 형식요건 심사를 통과함에 따라 3월부터 내년까지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의 서류심사, 현장실사, 종합 패널회의 심사를 거쳐, 2020년 7월경 개최되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그동안 문화재청은 한국의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하여 해당 지방자치단체, 지역 주민, 해양수산부, (재)한국의갯벌 세계유산등재추진단 등과 함께 협력해 왔다.

한국의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 대상지역은 충남 서천유부도갯벌, 전북 고창갯벌, 전남 신안다도해갯벌, 전남 보성 장도순천만갯벌 등 4개 지역 갯벌이고, 관할 지자체는 서천군, 고창군, 신안군, 보성군, 순천시 등 5개 지자체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2010년부터 전문가, 주민, NGO 활동가, 지자체 간 워크샵과 각종 회의가 진행되어 왔다. 세계에 유일하게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한 지역인 와덴해갯벌을 관리하고 있는 와덴해 3국 공동사무국(CWSS)과 전문가들이 등재 지원 관련 자문을 해주었고, 최종 등재 확정과 향후 지속적인 관리에 있어서 많은 교류와 협력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 성공적 추진

우리나라가 한국의 갯벌 4개 지역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신청함에 따라 중국과 북한 정부도 자국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신청하는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동아시아-대양주 이동 경로 협력체(EAAFP)가 제안하여 베이징에서 진행된 한국과 중국 양안의 정부 관계자, 전문가, NGO 활동가가 참가한 갯벌 보전 회의에서 (재)한국의갯벌 세계유산등재추진단 우경식 단장(강원대 교수)이 참석해 등재 추진 과정을 발표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중국의 갯벌 16개 지역을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 정부도 지난해 6월에 청천강하구 문덕갯벌을 람사르 습지로 등재하는 데 성공했다. 북한 또한 북한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 신청하는데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갯벌을 시작으로 중국과 북한의 갯벌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황해갯벌 전체를 지속적으로 보전하고 현명하게 이용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는 와덴해 3국(독일, 네덜란드, 덴마크)이 협력해서 와덴해 연안 전체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 지속가능하게 보전하듯 국가 간 협력을 통해 갯벌과 바다를 지속가능하게 보전하는 또 하나의 사례를 만들게 될 것이다. 

황해는 하나의 커다란 만의 형태를 띤 지형을 띠고 있어서 많은 생물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가기에 좋은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다. 황해는 하나의 단일 생태권이다. 특히 황해는 와덴해에 비해 파랑의 영향이 비교적 적고 조석차가 3미터에서 9미터까지 다양하고 경사도가 급한 많은 강이 흘러든다. 이같이 지형적 자연적 조건에 따라 형성된 황해갯벌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며, 이에 의존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해 살아왔고 다양한 해양문화를 만들어 왔다. 근래 들어 3개국의 어민들이 해양자원을 가지고 때로는 경쟁을 하고 분쟁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황해를 남한, 북한, 중국 등 3개국이 공동자산으로 생각하고 공동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협력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불과 50년 동안 각종 산업단지 조성과 도시 건설을 추진하면서 황해갯벌의 66퍼센트가 매립으로 사라져 버렸다. 또한 갯벌과 바다에 퇴적물과 유기물을 공급해 주던 크고 작은 강들이 댐과 하굿둑 건설로 인해 가로 막혀 버렸다. 그 결과 모래가 많은 갯벌이 펄갯벌로 바뀌고, 갯벌 면적도 줄어들고 있다. 또한 각종 공단과 발전소들이 바닷가에 들어서서 황해로 오염물질과 온배수를 배출하고 있다. 그 결과 해양생물자원이 감소했고 이에 어민들은 더욱 남획하게 되면서, 결국 황해의 해양생물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갯벌과 바다의 생물을 먹이로 이용하며 국제적으로 이동하는 수많은 도요물떼새와 철새들이 급격히 감소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경제개발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중국과 남한이 황해의 개발을 가속화 시켰고, 황해의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시켜 왔다. 더욱이 북한 정부도 급격한 경제성장을 위해 북한의 서해안 갯벌을 매립하고 강에 각종 댐과 하굿둑을 건설할 가능성이 커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3국의 상황 속에서 황해갯벌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적 협력 무드가 형성된 지금은 황해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3국 협력 시스템을 건설할 좋은 기회이다. 도요물떼새와 철새를 통해 상호연결되어 있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상의 많은 국가들에게도 좋은 모범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3국이 국제사회의 갯벌생태계 보전에 관한 국제적 기준을 수용하고 3국 공동의 보전을 위한 협력 시스템 구축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큰 역할을 하리라 본다. 아직까지는 거점 단위로 등재 신청을 하지만 향후 3개국이 연안 전체를 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 연안 전체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어렵다면 국제적인 람사르 습지 또는 국내 연안습지보호지역이나 해양보호구역, 국립공원 등으로 지정해 관리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더 이상 무분별한 개발이나 매립, 그리고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주는 행위를 최대한 줄이고 생태관광 활성화를 통해 어촌공동체가 존속되기를 바란다.


3국 공동의 보전협력체계 건설과 담당 국가사무 단위의 조직 필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보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등재 과정과 이후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 단지 관광 활성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 지나치게 치중한다면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단기적인 이득을 노린 정책 추진은 결국 세계자연유산으로서 갯벌이 지닌 가치를 상실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세계자연유산에서 해제되는 불명예도 받을 수 있다. 갯벌 생태계의 보전을 위해 그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지역 어촌공동체, 주민들을 포함시켜 그들을 보전과 현명한 이용의 주역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다.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등재신청서를 제출한 지금부터 황해 갯벌과 바다의 보전 및 현명한 이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 정부가 직접 나서서 전문가, NGO, 지역주민, 관련 정부 기관이 참여하는 갯벌과 바다를 포함하는 해양보전 전략과 이행계획을 새롭게 짜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과 북한 그리고 국제사회에 황해 전체를 보호하기 위한 협력체계를 요구하고 실현해 나가야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한국의 갯벌 ⓒ한국의갯벌 세계자연유산등록 추진단

한국의 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은 전문가, NGO 활동가들이 의지를 가지고 시작해 해당 5개 지역 지방자치단체(신안군, 순천시, 보성군, 서천군, 고창군)와 3개 광역지자체(전라남도, 전라북도, 충청남도), 그리고 문화재청과 해양수산부가 협력해 진행됐고, 지역 주민들의 동의와 협력을 이끌어 내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한발 더 나아가 우리나라 연안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 해양보전 주무부서인 해양수산부의 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해양수산부가 우리나라 전체 갯벌과 바다의 종합적 보전계획을 세워 해양을 안고 있는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동참을 설득해야 한다. (재)한국의갯벌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을 구성해, 5년 넘게 체계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세계자연유산 등재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경험에 비춰 볼 때 담당 공무원들이 1~2년마다 바뀌는 현실에서 국가적인 갯벌과 바다의 종합보전계획이 수립돼도 책임 있는 장기 수행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이 작업을 수행할 팀을 해양수산부 내에 설치하되 그 책임자를 외부 전문가에게 위임하는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은 각 나라마다 2020년까지 전체 해양면적의 10퍼센트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도록 결의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지정 현실은 아직 3퍼센트 내외에 불과하다. 2020년까지 단 1년밖에 남지 않았다. 해양보호구역 추진팀(가칭)을 시급히 조직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이러한 전향적인 갯벌과 바다 보전정책은 중국과 북한에도 긍정적인 자극을 주어 황해 전체의 보호에 기여할 것이다. 이번 한국의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이 우리나라와 북한, 중국 3국이 황해갯벌과 바다 보전을 위한 공동의 협력체계를 건설하여 황해 전체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3국의 바다와 갯벌 정책이 일대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글 | 주용기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주간 인기글





03039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23
TEL.02-735-7088 | FAX.02-730-1240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서울 아03915 | 발행일자 1993.07.01
발행·편집인 박현철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현철


월간 함께사는길 × 
서울환경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