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홍성군은 ‘축산의 메카’라 불릴 정도로 많은 가축들이 살고 있다. 인구 10만 명이 모여 사는 작은 도시지만 우리나라 전체 돼지의 5퍼센트가 홍성에 살고 있다. 약 55만 마리로 제주도 전체에 살고 있는 돼지의 숫자와도 비슷하다. 돼지뿐만 아니라 소 5만 마리(통계청 2017년)로 홍성에 산다.
그러다보니 홍성군에서는 읍내를 제외하곤 어디서든 쉽게 축사를 볼 수 있고 그로 인한 문제도 심각하다. 어디서든 축사에서 나는 악취를 쉽게 맡을 수 있고 축사 가까이에 사는 사람은 냄새 때문에 더워도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다.
홍성군에 사는 가축들은 매일 4200톤의 분뇨를 배출한다. 2012년 이후 축산분뇨의 해양투기가 금지되어 이 분뇨들은 땅에 매립되거나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대부분 분뇨가 퇴비, 액비로 처리되어 땅에 뿌려지고 있는데 이로 인한 토양·수질 오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홍성군의 한 마을 하천은 예전엔 멱을 감을 정도로 물이 맑았지만 지금은 수질이 나빠져 그럴 수가 없다. 2011년 구제역 발생으로 가축을 대량 매립한 이후에는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염려되어 대부분의 마을에 상수도가 설치되었다.
축산 때문에 갈라진 마을
우리나라 전체 돼지의 5퍼센트를 사육하는 홍성군은 축산으로 인한 문제들이 심각하다
지역 주민들과 축산 농가의 갈등도 늘어나고 있다. 홍성군에는 1990년대부터 공장식 사육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가족 단위의 생계형 축산으로 진행돼 주민들도 냄새를 참고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축산 규모가 점점 커지고 기업화되고 주민이 아닌 외지인이 축사를 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새로 들어서는 축사와 지역 주민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홍성군의 한 지역에 대형 축사가 들어선다고 하여 동네 주민들이 반대를 한 일이 있다. 천수만이 가까운 이 마을은 상수원보호구역,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자연생태계가 우수한 곳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보호구역 지정이 해제됐고 축사가 계획되었다. 주민들은 축사가 들어서면 산골을 타고 악취가 마을에 퍼지고 축사에서 발생한 정화방류수가 마을의 저수지를 오염시킬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추운 겨울 80세가 넘는 할머니들까지 군청 앞에 모여 축사 신축 반대 집회를 열었고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 옆 마을에는 마을 입구 1000평의 논 위에 대형 우사를 짓는 일 때문에 마을이 사분오열되기도 했다.
홍성군 옆의 보령군 천북면은 면 단위로는 돼지를 제일 많이 사육하는 곳으로 20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주민 갈등, 환경오염 문제들이 있지만 보령에 환경단체가 없어 이 지역 주민들은 예산홍성환경연합에 호소하고 있다. 축산과 관련해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과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형식으로는 100년이 지나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의 원인들인 제도, 구조를 뜯어 고쳐야 근본적인 해결이 될 것이다.
농장주와 환경운동가 등 머리를 맞대다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은 지역의 축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자들과 모여 2018년부터 축산정책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2018년 2월부터 축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돼지를 기르고 있는 농장주, 수의사, 축협 관계자, 축산과 공무원, 군의원, 시민단체, 주민들이 한 달에 한 번 한 자리에 모여 홍성군의 축산으로 인한 환경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머리를 맞대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우리는 축산을 하는 사람들은 돈을 좇아 환경을 오염시키는 사람들이라 생각했고 그들 역시 환경운동가들은 자신들을 공격하는 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포럼을 통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어갔다. 그들도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가축을 기르고 싶지만 그것을 실행하기엔 현실이 녹록치 않다고 털어놨다. 농장주가 가축의 환경이나 먹거리에 신경을 쓰려고 하면 투자가 늘 수밖에 없는데 아무리 투자를 해도 소비자들이 고기를 구입할 때 그런 노력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싸고 맛 좋은 고기만 찾는 상황에서는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오해가 풀리자 지속가능한 환경과 축산이라는 목표를 놓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야기를 거듭할수록 소비자가 바뀌지 않으면 농장이 바뀔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소비자들이 가축의 사육환경과 가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관심을 갖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다 급식과 연계한 홍성군만의 인증제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친환경 인증제의 현실적인 한계와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지역의 인증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친환경적으로 기른 고기의 소비에 관심이 제일 많은 것이 아이를 둔 부모이기에 학교 급식과 농장을 연결해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가축이 사육되는 환경에 대해서 알리고 농장은 점진적으로 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홍성군만의 자주인증제를 시행해 다른 농장과 소비자를 견인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 계획을 홍성군과 충청남도에 제안했다.
가축사육 제한거리 조례 제정
한편 홍성군에 몇 년 전 충남도청이 옮겨 오면서 도청 주변으로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섰고 타지역의 도시민들이 이주해 와 아파트에 살게 되었다. 아파트가 위치한 신도시 주변에도 양돈농가들이 있다. 양돈 농가는 봄부터 가을까지 창문을 열어 놓는 데 축사에서 나는 악취가 아파트까지 간다. 이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의 악취 민원이 빗발치고 급기야 악취 때문에 다시 이사를 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홍성군 환경과는 가축사육 제한거리 조례 개정에 나섰다. 축사의 신규 진입을 막기 위해 가축사육 제한거리를 늘려 기존 규제를 강화하고 신도시 주변의 축산 농가가 홍성군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때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강화된 가축사육 제한거리에 상관없이 주거지역 등의 전부제한구역 이외의 어디든 축사를 지을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려 한 것이다.
가축사육 제한구역의 규제를 강화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홍성군에 더 이상의 축사를 들어서지 못하도록 한 부분은 찬성을 하지만 문제는 신도시 주변 지역의 축산 농가를 이전할 수 있도록 추가한 조항이었다. 신도시 주변에는 약 20곳의 축사가 있고 그 중 제일 규모가 큰 중견그룹 ㅅ농산에서 운영하는 농장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경우 어느 지역이든 주민 갈등, 공동체 붕괴 등의 문제가 일어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 이주한 도시민과 기존에 터를 잡고 살던 원주민과의 차별의 문제까지 야기하게 되는 것이어서 이 문제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의 해결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예산홍성환경연합은 공청회를 열게 되었다.
공무원과 이전 예정지역으로 거론되는 지역의 주민들, 축산 농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격렬하고 뜨겁게 서로의 입장을 꺼내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이후 군의회에서도 주민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공청회 자리를 만들고, 거리제한이 200미터에서 1.3킬로미터로 강화되어 규제강화의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한 한우협회에서 이어 공청회를 열어 3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 후 조례는 다시 수정되었다. 전체적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기조는 유지한 채 문제가 되었던 신도시 주변 축사 이전의 조항은 삭제되었다.
축분으로 지역 대안 에너지를!
뜨거운 여름은 그렇게 가고 날이 선선해지자 친환경 아웃도어 회사인 파타고니아의 지원으로 대안적으로 가축을 기르고 있는 농장과 바이오가스플랜트 시설을 찾았다. 우리나라 최초로 바이오가스플랜트 시설을 설치, 운영하고 있는 청양의 여양 농장과 최근에 바이오가스플랜트 시설을 설치해 대량의 가축 분뇨를 성공적으로 자원화하고 있는 논산계룡축협의 자연순환농업센터를 견학했다.
바이오가스플랜트는 가축의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효과가 23배나 된다. 이 메탄가스를 태워서 전기를 만들고 남는 폐열은 주변 하우스에 열원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목욕탕을 운영할 수도 있다.
약 10년 전 바이오가스플랜트 붐이 일어 전국 곳곳에 바이오가스플랜트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수년 뒤 국내 기술의 한계와 운영 인력의 부족으로 많은 시설들이 운영을 중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양의 여양농장은 1997년 국내에 처음으로 바이오가스플랜트 시설을 설치한 이후 꾸준히 기술을 전수해 2005년에 혐기소화조 2기를 증설해 주변 25농가의 축분을 처리해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온 액비는 주변에 친환경농업으로 재배되는 미나리 밭에 사용된다.
논산계룡축협의 자연순환농협센터는 지역의 대용량 축분과 음식물을 처리해 전기를 만들고 있다. 이 시설이 들어설 때 지역 주민들은 ‘똥 공장’이 들어선다고 결사반대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농협과 공무원이 나서서 주민들을 설득해 시설이 들어서게 되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가동을 멈췄거나 손님이 왔다고 특별히 그런 것이 아닐까 했는데 음압시설을 설치해 냄새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악취 걱정을 했던 주민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전기 판매 이외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를 판매해 받는 이익을 주민에게 돌려주고 전기를 만들고 나오는 액비는 연세가 많아 논에 비료를 주기 힘든 농부들을 대신해 논밭에 뿌려 드리는데 지역의 젊은 청년들을 고용해 일자리 창출까지 하고 있었다.
여양 농장의 최동석 실장님과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센터의 김완주 소장님, 지역에서 마을과 함께 바이오가스플랜트를 준비중인 ㈜성우 농장의 이도헌 대표님을 축산정책포럼에 초대해 바이오가스플랜트의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악취와 환경오염의 주원인으로 지목되어온 축분이 바이오가스플랜트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폐열을 활용해 하우스 농사를 지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에도 일조하고 퇴비·액비를 생산해 친환경 농사에도 도움이 되는 자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확산되기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독일에서는 대안에너지 가격을 1KW당 350원에 판매해 농가에 큰 소득이 되고 축분을 돈을 주고 사오는 현실이지만 우리나라는 1KW당 70~80원 정도로 가격이 낮아 REC 같은 보조적인 것이 아니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 또한 대부분 화학비료를 뿌려 자원이 순환되는 농업을 하는 곳이 많지 않아 퇴비와 액비가 나갈 곳이 한정적이다. 그리고 지금은 농림식품부와 환경부가 대형 바이오가스 플랜트에 시설비 지원을 하고 있어 소형의 시설은 짓기 힘든 현실이다. 대안에너지의 가격이 올라가고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 곳이 늘어나고 마을과 농장 단위의 바이오가스플랜트들이 늘어나야 독일처럼 1만 개의 플랜트가 생겨 농촌이 채소나 가축을 생산하는 것뿐 아니라 대안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발전소가 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걸림돌이다. 지금까지 들어선 퇴비자원화 시설이나 축분 공공처리 시설이 악취를 내뿜고 있는 혐오시설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고 또 주민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동물이 행복한 농장
동물복지농장 ‘땅파는 까망돼지’에서 사육 중인 어미 돼지와 새끼 돼지
또 다른 대안은 동물복지농장이다. 경북 봉화의 ‘땅파는 까망돼지’ 농장의 돼지들은 농장이름처럼 돼지의 습성대로 땅을 파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대부분의 공장식 축사에서 밀식으로 사육되는 돼지들은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 꼬리를 물어뜯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꼬리와 송곳니를 자른다. 하지만 이곳의 돼지들은 너른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라 꼬리와 송곳니를 자르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축사의 70퍼센트는 돼지가 사는 곳 밑으로 똥이 떨어져 저장되는 슬러리방식이다. 돼지가 도축되기 전 3개월 동안은 똥오줌에서 올라오는 가스가 가득한 곳에서 숨을 쉬게 되어 폐와 호흡기의 질환에 걸리기 쉽다. 하지만 이곳의 축사에는 아래로 1미터 깊이로 흙이 채워져 있어 돼지들이 코로 땅을 파고 놀 수도 있고 추울 땐 파고 들어가 누워 있기도 한다. 똥냄새가 나지 않았는데 흙들을 주기적으로 갈아주는데다 흙 안에서 똥이 자연스럽게 발효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먹이도 수입 옥수수와 대두로 만든 사료를 주는 것이 아니라 풀을 주기도 하고 주변 농장에서 난 과일 껍질을 미강과 섞어 발효한 먹거리를 주고 있었다.
엄마 돼지들도 행복해 보였다. 대부분의 축사에 사는 암퇘지들은 수퇘지를 보고 흥분한 상태가 되었을 때 사람이 정액을 주입해 교배를 시키지만 이곳에서는 수컷과 암컷이 자연적으로 교배해 임신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암퇘지들은 감금틀(스톨)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너른 방에서 새끼돼지들에게 젖을 주며 자유롭고 살고 있었다.
소비자가 변해야 축산이 변한다
지역사회와 축산농가, 농장동물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은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행복하게 살다 식탁에 오른 돼지는 맛도 건강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공장식 축사에서 비좁게 사육한 돼지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사람들이 이런 고기를 많이 찾을수록 가축과 환경이 건강한 축산이 늘어날 것이다. 고기 소비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환경을 생각하고 건강하게 자란 고기를 선택하는 것이 가축의 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기후변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당장 일주일에 하루를 고기를 먹지 않는 날로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산홍성환경연합은 앞으로 축사 내부의 환경을 개선해 가축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외부로 나가는 축분을 자원화하기 위해 축산업과 연결된 많은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토론하고 공부를 계속할 것이다. 또한 관련 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에 계속 제안하며, 일반 소비자의 가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기 위한 캠페인 등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글 | 신나영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충청남도 홍성군은 ‘축산의 메카’라 불릴 정도로 많은 가축들이 살고 있다. 인구 10만 명이 모여 사는 작은 도시지만 우리나라 전체 돼지의 5퍼센트가 홍성에 살고 있다. 약 55만 마리로 제주도 전체에 살고 있는 돼지의 숫자와도 비슷하다. 돼지뿐만 아니라 소 5만 마리(통계청 2017년)로 홍성에 산다.
그러다보니 홍성군에서는 읍내를 제외하곤 어디서든 쉽게 축사를 볼 수 있고 그로 인한 문제도 심각하다. 어디서든 축사에서 나는 악취를 쉽게 맡을 수 있고 축사 가까이에 사는 사람은 냄새 때문에 더워도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다.
홍성군에 사는 가축들은 매일 4200톤의 분뇨를 배출한다. 2012년 이후 축산분뇨의 해양투기가 금지되어 이 분뇨들은 땅에 매립되거나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대부분 분뇨가 퇴비, 액비로 처리되어 땅에 뿌려지고 있는데 이로 인한 토양·수질 오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홍성군의 한 마을 하천은 예전엔 멱을 감을 정도로 물이 맑았지만 지금은 수질이 나빠져 그럴 수가 없다. 2011년 구제역 발생으로 가축을 대량 매립한 이후에는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 염려되어 대부분의 마을에 상수도가 설치되었다.
축산 때문에 갈라진 마을
우리나라 전체 돼지의 5퍼센트를 사육하는 홍성군은 축산으로 인한 문제들이 심각하다
지난해에도 홍성군의 한 지역에 대형 축사가 들어선다고 하여 동네 주민들이 반대를 한 일이 있다. 천수만이 가까운 이 마을은 상수원보호구역,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자연생태계가 우수한 곳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보호구역 지정이 해제됐고 축사가 계획되었다. 주민들은 축사가 들어서면 산골을 타고 악취가 마을에 퍼지고 축사에서 발생한 정화방류수가 마을의 저수지를 오염시킬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추운 겨울 80세가 넘는 할머니들까지 군청 앞에 모여 축사 신축 반대 집회를 열었고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 옆 마을에는 마을 입구 1000평의 논 위에 대형 우사를 짓는 일 때문에 마을이 사분오열되기도 했다.
홍성군 옆의 보령군 천북면은 면 단위로는 돼지를 제일 많이 사육하는 곳으로 20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주민 갈등, 환경오염 문제들이 있지만 보령에 환경단체가 없어 이 지역 주민들은 예산홍성환경연합에 호소하고 있다. 축산과 관련해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과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형식으로는 100년이 지나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의 원인들인 제도, 구조를 뜯어 고쳐야 근본적인 해결이 될 것이다.
농장주와 환경운동가 등 머리를 맞대다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은 지역의 축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자들과 모여 2018년부터 축산정책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이야기를 거듭할수록 소비자가 바뀌지 않으면 농장이 바뀔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소비자들이 가축의 사육환경과 가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관심을 갖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다 급식과 연계한 홍성군만의 인증제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현재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친환경 인증제의 현실적인 한계와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지역의 인증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친환경적으로 기른 고기의 소비에 관심이 제일 많은 것이 아이를 둔 부모이기에 학교 급식과 농장을 연결해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가축이 사육되는 환경에 대해서 알리고 농장은 점진적으로 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홍성군만의 자주인증제를 시행해 다른 농장과 소비자를 견인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 계획을 홍성군과 충청남도에 제안했다.
가축사육 제한거리 조례 제정
한편 홍성군에 몇 년 전 충남도청이 옮겨 오면서 도청 주변으로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섰고 타지역의 도시민들이 이주해 와 아파트에 살게 되었다. 아파트가 위치한 신도시 주변에도 양돈농가들이 있다. 양돈 농가는 봄부터 가을까지 창문을 열어 놓는 데 축사에서 나는 악취가 아파트까지 간다. 이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의 악취 민원이 빗발치고 급기야 악취 때문에 다시 이사를 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홍성군 환경과는 가축사육 제한거리 조례 개정에 나섰다. 축사의 신규 진입을 막기 위해 가축사육 제한거리를 늘려 기존 규제를 강화하고 신도시 주변의 축산 농가가 홍성군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때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강화된 가축사육 제한거리에 상관없이 주거지역 등의 전부제한구역 이외의 어디든 축사를 지을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려 한 것이다.
가축사육 제한구역의 규제를 강화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홍성군에 더 이상의 축사를 들어서지 못하도록 한 부분은 찬성을 하지만 문제는 신도시 주변 지역의 축산 농가를 이전할 수 있도록 추가한 조항이었다. 신도시 주변에는 약 20곳의 축사가 있고 그 중 제일 규모가 큰 중견그룹 ㅅ농산에서 운영하는 농장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경우 어느 지역이든 주민 갈등, 공동체 붕괴 등의 문제가 일어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 이주한 도시민과 기존에 터를 잡고 살던 원주민과의 차별의 문제까지 야기하게 되는 것이어서 이 문제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의 해결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예산홍성환경연합은 공청회를 열게 되었다.
공무원과 이전 예정지역으로 거론되는 지역의 주민들, 축산 농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서로 다른 이해를 가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격렬하고 뜨겁게 서로의 입장을 꺼내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이후 군의회에서도 주민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공청회 자리를 만들고, 거리제한이 200미터에서 1.3킬로미터로 강화되어 규제강화의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한 한우협회에서 이어 공청회를 열어 3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 후 조례는 다시 수정되었다. 전체적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기조는 유지한 채 문제가 되었던 신도시 주변 축사 이전의 조항은 삭제되었다.
축분으로 지역 대안 에너지를!
뜨거운 여름은 그렇게 가고 날이 선선해지자 친환경 아웃도어 회사인 파타고니아의 지원으로 대안적으로 가축을 기르고 있는 농장과 바이오가스플랜트 시설을 찾았다. 우리나라 최초로 바이오가스플랜트 시설을 설치, 운영하고 있는 청양의 여양 농장과 최근에 바이오가스플랜트 시설을 설치해 대량의 가축 분뇨를 성공적으로 자원화하고 있는 논산계룡축협의 자연순환농업센터를 견학했다.
바이오가스플랜트는 가축의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다.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실효과가 23배나 된다. 이 메탄가스를 태워서 전기를 만들고 남는 폐열은 주변 하우스에 열원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목욕탕을 운영할 수도 있다.
약 10년 전 바이오가스플랜트 붐이 일어 전국 곳곳에 바이오가스플랜트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수년 뒤 국내 기술의 한계와 운영 인력의 부족으로 많은 시설들이 운영을 중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양의 여양농장은 1997년 국내에 처음으로 바이오가스플랜트 시설을 설치한 이후 꾸준히 기술을 전수해 2005년에 혐기소화조 2기를 증설해 주변 25농가의 축분을 처리해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온 액비는 주변에 친환경농업으로 재배되는 미나리 밭에 사용된다.
논산계룡축협의 자연순환농협센터는 지역의 대용량 축분과 음식물을 처리해 전기를 만들고 있다. 이 시설이 들어설 때 지역 주민들은 ‘똥 공장’이 들어선다고 결사반대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농협과 공무원이 나서서 주민들을 설득해 시설이 들어서게 되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가동을 멈췄거나 손님이 왔다고 특별히 그런 것이 아닐까 했는데 음압시설을 설치해 냄새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악취 걱정을 했던 주민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전기 판매 이외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를 판매해 받는 이익을 주민에게 돌려주고 전기를 만들고 나오는 액비는 연세가 많아 논에 비료를 주기 힘든 농부들을 대신해 논밭에 뿌려 드리는데 지역의 젊은 청년들을 고용해 일자리 창출까지 하고 있었다.
여양 농장의 최동석 실장님과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센터의 김완주 소장님, 지역에서 마을과 함께 바이오가스플랜트를 준비중인 ㈜성우 농장의 이도헌 대표님을 축산정책포럼에 초대해 바이오가스플랜트의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악취와 환경오염의 주원인으로 지목되어온 축분이 바이오가스플랜트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폐열을 활용해 하우스 농사를 지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에도 일조하고 퇴비·액비를 생산해 친환경 농사에도 도움이 되는 자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확산되기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독일에서는 대안에너지 가격을 1KW당 350원에 판매해 농가에 큰 소득이 되고 축분을 돈을 주고 사오는 현실이지만 우리나라는 1KW당 70~80원 정도로 가격이 낮아 REC 같은 보조적인 것이 아니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 또한 대부분 화학비료를 뿌려 자원이 순환되는 농업을 하는 곳이 많지 않아 퇴비와 액비가 나갈 곳이 한정적이다. 그리고 지금은 농림식품부와 환경부가 대형 바이오가스 플랜트에 시설비 지원을 하고 있어 소형의 시설은 짓기 힘든 현실이다. 대안에너지의 가격이 올라가고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는 곳이 늘어나고 마을과 농장 단위의 바이오가스플랜트들이 늘어나야 독일처럼 1만 개의 플랜트가 생겨 농촌이 채소나 가축을 생산하는 것뿐 아니라 대안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발전소가 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걸림돌이다. 지금까지 들어선 퇴비자원화 시설이나 축분 공공처리 시설이 악취를 내뿜고 있는 혐오시설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고 또 주민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동물이 행복한 농장
동물복지농장 ‘땅파는 까망돼지’에서 사육 중인 어미 돼지와 새끼 돼지
또한 우리나라 축사의 70퍼센트는 돼지가 사는 곳 밑으로 똥이 떨어져 저장되는 슬러리방식이다. 돼지가 도축되기 전 3개월 동안은 똥오줌에서 올라오는 가스가 가득한 곳에서 숨을 쉬게 되어 폐와 호흡기의 질환에 걸리기 쉽다. 하지만 이곳의 축사에는 아래로 1미터 깊이로 흙이 채워져 있어 돼지들이 코로 땅을 파고 놀 수도 있고 추울 땐 파고 들어가 누워 있기도 한다. 똥냄새가 나지 않았는데 흙들을 주기적으로 갈아주는데다 흙 안에서 똥이 자연스럽게 발효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먹이도 수입 옥수수와 대두로 만든 사료를 주는 것이 아니라 풀을 주기도 하고 주변 농장에서 난 과일 껍질을 미강과 섞어 발효한 먹거리를 주고 있었다.
엄마 돼지들도 행복해 보였다. 대부분의 축사에 사는 암퇘지들은 수퇘지를 보고 흥분한 상태가 되었을 때 사람이 정액을 주입해 교배를 시키지만 이곳에서는 수컷과 암컷이 자연적으로 교배해 임신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암퇘지들은 감금틀(스톨)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너른 방에서 새끼돼지들에게 젖을 주며 자유롭고 살고 있었다.
소비자가 변해야 축산이 변한다
지역사회와 축산농가, 농장동물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은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행복하게 살다 식탁에 오른 돼지는 맛도 건강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공장식 축사에서 비좁게 사육한 돼지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사람들이 이런 고기를 많이 찾을수록 가축과 환경이 건강한 축산이 늘어날 것이다. 고기 소비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환경을 생각하고 건강하게 자란 고기를 선택하는 것이 가축의 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기후변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당장 일주일에 하루를 고기를 먹지 않는 날로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산홍성환경연합은 앞으로 축사 내부의 환경을 개선해 가축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외부로 나가는 축분을 자원화하기 위해 축산업과 연결된 많은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토론하고 공부를 계속할 것이다. 또한 관련 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에 계속 제안하며, 일반 소비자의 가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기 위한 캠페인 등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글 | 신나영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