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곶해변
서울보다 평양이 가까운 섬. 북한의 장산곶과는 불과 13킬로미터 떨어진 서해 최북단의 섬 백령도에는 세계에 단 두 곳 뿐인 모래밭 천연비행장이 있다. 바로 사곶해변이다. 사곶사빈이라고도 하는 이 해변은 천연기념물 391호인데 썰물 때면 길이 2킬로미터, 폭 200미터의 백사장이 드러난다. 이 백사장이 바로 천연비행장이다. 그런데 이 천연비행장이 썩어가고 있다. 1990년까지도 C130 대형 수송기가 이착륙했던 사곶해변이 이제는 더 이상 비행장 기능을 할 수 없게 돼버린 것이다. 모래 사이로 시커먼 펄들이 스며들어 모래밭이 물러졌고 어떤 지점에서는 사람의 발이 푹푹 빠질 정도도 푸석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세계에 단 두 곳뿐인 천연비행장
사곶해변은 언뜻 보면 평범한 모래밭처럼 보이지만 그저 흔한 모래가 아니다. 규암 가루들이 두껍게 쌓여서 만들어진 백사장이다. 다른 지역의 백사장과 달리 사곶해변이 천연비행장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잘게 부서진 규암 알갱이들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규암은 도자기나 유리의 원료가 되는 석영이 주성분인 아주 단단한 돌이다. 그래서 이 모래 밭은 바닷물을 머금으면 아스팔트처럼 단단해져 활주로 기능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문화재청도 그 가치를 인정해 1997년 12월 30일 사곶해변을 천연기념물 391호로 지정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천연비행장이 망가져 가고 있지만 무책임하게도 그 사실관계마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문화재청은 2015년 10월 “문화재 관리 상태는 양호한 편”이란 보고서까지 냈다. 이는 새빨간 거짓이다. 보고서가 현장이 아니라 책상머리에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 현장에 가보면 사람이 밟아도 발이 푹푹 빠지고 호미로 5센티미터만 파 봐도 모래밭이 시커멓게 썩어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양호하다 할 수 있겠는가. 문화재청은 엉터리 보고서를 낸 책임자를 문책하고 당장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사곶해변이 썩어가는 것은 논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진행된 백령도 간척사업 때문이다. 간척사업으로 제방이 생기면서 대청도 쪽에서 밀려오던 강한 조류의 흐름이 끊기자 오염물들이 사곶해변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모래 사이로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800억 원이 투입된 이 간척사업은 담수호가 돼야 할 백령호가 소금호수가 되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농사지을 담수가 없으니 간척지는 논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황무지로 방치되어 있다. 백령호는 숭어, 망둥어 등 바닷물고기의 서식지가 돼버린 지 오래다. 오폐수가 유입되고 해수유통이 안 되는 백령호의 오염 또한 심각하다. 오염된 백령호에서 스며 나오는 오염물질 역시 사곶해변을 썩게 만들고 있는 주범 중 하나다.
800억 원 들여 실패한 간척사업
제방 왼쪽이 담수호, 오른쪽이 사곶해변이다
백령도 간척 사업은 농업기반공사(현 한국농어촌공사의 전신)가 1991~2006년 사이 475억 원의 예산으로 백령면 진촌리 일대에 진행한 ‘진촌지구 미완성 간척지 개발사업’이다. 하지만 2002년 인천시의회 김필우(무소속·옹진2선거구)의원의 제106회 임시회 시정 질의 자료에 따르면 간척 공사에는 실제로 8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간척 사업으로 476헥타르(144만 평)의 갯벌이 매립됐는데 사업 결과 250헥타르(75만 평)의 농업용 간척지가 생겼고 129헥타르(39만 평)의 담수호(백령호)가 만들어졌다. 또 기타 용도로 97헥타르(29만 평)의 간척지가 생겼다. 사업 이름에 ‘미완성’이 들어간 것은 1980년대 간척 공사가 일부 진행되다가 중단된 것을 다시 이어서 진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간척 사업은 계획 될 당시부터 반대 의견이 많았다. 백령도는 이미 충분히 많은 논이 있어서 주민뿐만 아니라 백령도 주둔 부대의 군인들까지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은 쌀이 생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주민들은 간척 사업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간척이 되기 전 갯벌도 황금어장이었다. 꽃게와 가자미가 넘쳐났고 김 양식과 굴 양식은 어민들에게 큰 소득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간척을 해서 논을 만든 뒤 불하해준다는 농어촌공사의 감언이설에 속고, 또 반대의견을 대놓고 표출할 수 없는 군사지역이란 특수성 때문에 간척 사업에 찬성하고 말았다.
하지만 간척사업으로 144만 평의 황금 갯벌이 사라져버렸지만 주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거의 없다. 40만 평의 간척지 논만 일부 주민들에게 불하됐을 뿐 나머지 사라진 갯벌 100만평은 쓸모없이 버려졌고 지금까지도 주민들에게 아무런 이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 대부분의 주민들은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황금어장 빼앗고 천연기념물까지 파괴
썩어가는 모래밭
간척 사업이 실패한 것은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1999년 완공된 250만 톤 규모의 담수호인 백령호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령호의 염분농도가 너무 높아 농업용수로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농어촌공사가 측정한 결과 백령호의 염분농도는 농업용수로 쓸 수 있는 염도 1000ppm보다 4배나 높은 4300ppm이다. 농어촌공사는 1999년부터 근래까지 30여 차례나 백령호 수문을 열어 담수를 바다로 흘려보내 염분농도를 낮추려 했으나 실패했다.
간척사업 완공 후 10년이 넘도록 백령호는 담수호 기능을 하지 못하고 간척지는 무용지물이 됐으니 이는 명백히 실패한 간척사업이다. 논이 되지 못한 간척지는 2011년 옹진군에서 매입해 현재 옹진군의 소유가 됐다. 간척에 실패한 농어촌공사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간척지를 옹진군에 떠넘겨 버리고 슬그머니 발을 빼버린 것이다. 백령도의 실패한 간척사업은 국토를 황폐화시키는 데 앞장서온 한국농어촌공사와 지역 토호들, 정치권의 합작품이다. 1999년 완공된 백령호 완공 탑에 새겨진 시행자의 이름은 당시 옹진군수였던 조건호다.
동아일보 2003년 3월 13일자 기사에 따르면 인천시의회 김필우(연평백령대청면) 의원은 시의회 시정 질의를 통해 “조건호 군수의 동생이 199702002년에 백령도 진촌지구 간척사업과 선착장 조성 등 100억 원이 넘는 16건의 공사를 맡았다”며 “대부분의 공사 발주가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쌀이 남아도는 백령도에 주민들의 생활터전인 150만 평의 황금 갯벌을 없애버린 백령도 간척사업이 어떤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것은 명백한 범죄다. 주민들이 대를 이어 먹고 살 수 있는 황금 갯벌을 없애 버렸고 800억 원이란 막대한 혈세를 탕진하고서도 논을 만들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한 실패한 간척. 그것만으로도 큰 범죄 행위인데 이제는 세계 단 두 곳뿐인 천연비행장이자 천연기념물을 파괴하고 있으니 이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중대 범죄인 것이다.
역간척으로 사곶해변 살려야
죽어가는 천연기념물 사곶해변을 언제까지 이대로 방치해 두어야 할까. 문화재청과 인천시는 서둘러서 사곶해변의 보존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백령도 주민들도 이를 원하고 있으니 주저할 이유가 없다.
대안은 역간척이다. 제방을 터서 해수 유통을 시키면 백령호를 되살릴 수 있다. 황무지로 버려진 간척지는 다시 물길을 터서 갯벌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 백령호가 살아나고 황무지가 갯벌로 환원 되면 끊겼던 조류의 흐름이 살아나고 오염원도 사라져 자연스럽게 죽어가던 사곶해변도 되살아 날 것이다.
외국의 경우 역간척이 활발하고 성공적으로 추친되고 있는 사례들이 많다. 특히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가 인접한 와덴해 지역은 역간척을 통한 갯벌 생태 복원에 적극적이다. 와덴해의 인구 2000명에 불과한 작은 섬 랑어욱은 역간척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랑어욱은 1923년부터 시작된 간척으로 섬이 황폐화되자 1986년 간척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고 역간척을 택했다. 2년의 역간척 공사 후에도 갯벌 생태계가 복원돼 철새들이 돌아오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갯벌생태계가 복원된 뒤 랑어욱은 생태관광의 메카가 됐다. 주민소득의 99퍼센트가 관광 수입인데 가장 가난했던 섬마을이 독일에서도 가장 부유한 마을 중 하나가 됐다. 최근 한국에서도 충청남도나 순천시 등에서 역간척이 활발하다.
사단법인 섬연구소(소장 강제윤)에서는 천연기념물 사곶해변 살리기 캠페인 영상 ‘백령도의 눈물’을 만들어서 유튜브를 통해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 영상은 미국의 댐 해체 운동을 후원하고 있는 친환경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지구를 위한 1% 기금’ 후원으로 제작됐다. 이 영상이 천연기념물 사곶해변을 되살리는 한 톨의 씨앗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글•사진 |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
사곶해변
서울보다 평양이 가까운 섬. 북한의 장산곶과는 불과 13킬로미터 떨어진 서해 최북단의 섬 백령도에는 세계에 단 두 곳 뿐인 모래밭 천연비행장이 있다. 바로 사곶해변이다. 사곶사빈이라고도 하는 이 해변은 천연기념물 391호인데 썰물 때면 길이 2킬로미터, 폭 200미터의 백사장이 드러난다. 이 백사장이 바로 천연비행장이다. 그런데 이 천연비행장이 썩어가고 있다. 1990년까지도 C130 대형 수송기가 이착륙했던 사곶해변이 이제는 더 이상 비행장 기능을 할 수 없게 돼버린 것이다. 모래 사이로 시커먼 펄들이 스며들어 모래밭이 물러졌고 어떤 지점에서는 사람의 발이 푹푹 빠질 정도도 푸석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세계에 단 두 곳뿐인 천연비행장
사곶해변은 언뜻 보면 평범한 모래밭처럼 보이지만 그저 흔한 모래가 아니다. 규암 가루들이 두껍게 쌓여서 만들어진 백사장이다. 다른 지역의 백사장과 달리 사곶해변이 천연비행장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잘게 부서진 규암 알갱이들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규암은 도자기나 유리의 원료가 되는 석영이 주성분인 아주 단단한 돌이다. 그래서 이 모래 밭은 바닷물을 머금으면 아스팔트처럼 단단해져 활주로 기능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문화재청도 그 가치를 인정해 1997년 12월 30일 사곶해변을 천연기념물 391호로 지정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천연비행장이 망가져 가고 있지만 무책임하게도 그 사실관계마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문화재청은 2015년 10월 “문화재 관리 상태는 양호한 편”이란 보고서까지 냈다. 이는 새빨간 거짓이다. 보고서가 현장이 아니라 책상머리에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 현장에 가보면 사람이 밟아도 발이 푹푹 빠지고 호미로 5센티미터만 파 봐도 모래밭이 시커멓게 썩어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양호하다 할 수 있겠는가. 문화재청은 엉터리 보고서를 낸 책임자를 문책하고 당장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사곶해변이 썩어가는 것은 논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진행된 백령도 간척사업 때문이다. 간척사업으로 제방이 생기면서 대청도 쪽에서 밀려오던 강한 조류의 흐름이 끊기자 오염물들이 사곶해변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모래 사이로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800억 원이 투입된 이 간척사업은 담수호가 돼야 할 백령호가 소금호수가 되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농사지을 담수가 없으니 간척지는 논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황무지로 방치되어 있다. 백령호는 숭어, 망둥어 등 바닷물고기의 서식지가 돼버린 지 오래다. 오폐수가 유입되고 해수유통이 안 되는 백령호의 오염 또한 심각하다. 오염된 백령호에서 스며 나오는 오염물질 역시 사곶해변을 썩게 만들고 있는 주범 중 하나다.
800억 원 들여 실패한 간척사업
제방 왼쪽이 담수호, 오른쪽이 사곶해변이다
백령도 간척 사업은 농업기반공사(현 한국농어촌공사의 전신)가 1991~2006년 사이 475억 원의 예산으로 백령면 진촌리 일대에 진행한 ‘진촌지구 미완성 간척지 개발사업’이다. 하지만 2002년 인천시의회 김필우(무소속·옹진2선거구)의원의 제106회 임시회 시정 질의 자료에 따르면 간척 공사에는 실제로 8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간척 사업으로 476헥타르(144만 평)의 갯벌이 매립됐는데 사업 결과 250헥타르(75만 평)의 농업용 간척지가 생겼고 129헥타르(39만 평)의 담수호(백령호)가 만들어졌다. 또 기타 용도로 97헥타르(29만 평)의 간척지가 생겼다. 사업 이름에 ‘미완성’이 들어간 것은 1980년대 간척 공사가 일부 진행되다가 중단된 것을 다시 이어서 진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간척 사업은 계획 될 당시부터 반대 의견이 많았다. 백령도는 이미 충분히 많은 논이 있어서 주민뿐만 아니라 백령도 주둔 부대의 군인들까지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은 쌀이 생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주민들은 간척 사업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간척이 되기 전 갯벌도 황금어장이었다. 꽃게와 가자미가 넘쳐났고 김 양식과 굴 양식은 어민들에게 큰 소득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간척을 해서 논을 만든 뒤 불하해준다는 농어촌공사의 감언이설에 속고, 또 반대의견을 대놓고 표출할 수 없는 군사지역이란 특수성 때문에 간척 사업에 찬성하고 말았다.
하지만 간척사업으로 144만 평의 황금 갯벌이 사라져버렸지만 주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거의 없다. 40만 평의 간척지 논만 일부 주민들에게 불하됐을 뿐 나머지 사라진 갯벌 100만평은 쓸모없이 버려졌고 지금까지도 주민들에게 아무런 이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 대부분의 주민들은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황금어장 빼앗고 천연기념물까지 파괴
썩어가는 모래밭
간척 사업이 실패한 것은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1999년 완공된 250만 톤 규모의 담수호인 백령호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령호의 염분농도가 너무 높아 농업용수로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농어촌공사가 측정한 결과 백령호의 염분농도는 농업용수로 쓸 수 있는 염도 1000ppm보다 4배나 높은 4300ppm이다. 농어촌공사는 1999년부터 근래까지 30여 차례나 백령호 수문을 열어 담수를 바다로 흘려보내 염분농도를 낮추려 했으나 실패했다.
간척사업 완공 후 10년이 넘도록 백령호는 담수호 기능을 하지 못하고 간척지는 무용지물이 됐으니 이는 명백히 실패한 간척사업이다. 논이 되지 못한 간척지는 2011년 옹진군에서 매입해 현재 옹진군의 소유가 됐다. 간척에 실패한 농어촌공사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간척지를 옹진군에 떠넘겨 버리고 슬그머니 발을 빼버린 것이다. 백령도의 실패한 간척사업은 국토를 황폐화시키는 데 앞장서온 한국농어촌공사와 지역 토호들, 정치권의 합작품이다. 1999년 완공된 백령호 완공 탑에 새겨진 시행자의 이름은 당시 옹진군수였던 조건호다.
동아일보 2003년 3월 13일자 기사에 따르면 인천시의회 김필우(연평백령대청면) 의원은 시의회 시정 질의를 통해 “조건호 군수의 동생이 199702002년에 백령도 진촌지구 간척사업과 선착장 조성 등 100억 원이 넘는 16건의 공사를 맡았다”며 “대부분의 공사 발주가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쌀이 남아도는 백령도에 주민들의 생활터전인 150만 평의 황금 갯벌을 없애버린 백령도 간척사업이 어떤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것은 명백한 범죄다. 주민들이 대를 이어 먹고 살 수 있는 황금 갯벌을 없애 버렸고 800억 원이란 막대한 혈세를 탕진하고서도 논을 만들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한 실패한 간척. 그것만으로도 큰 범죄 행위인데 이제는 세계 단 두 곳뿐인 천연비행장이자 천연기념물을 파괴하고 있으니 이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중대 범죄인 것이다.
역간척으로 사곶해변 살려야
죽어가는 천연기념물 사곶해변을 언제까지 이대로 방치해 두어야 할까. 문화재청과 인천시는 서둘러서 사곶해변의 보존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백령도 주민들도 이를 원하고 있으니 주저할 이유가 없다.
대안은 역간척이다. 제방을 터서 해수 유통을 시키면 백령호를 되살릴 수 있다. 황무지로 버려진 간척지는 다시 물길을 터서 갯벌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 백령호가 살아나고 황무지가 갯벌로 환원 되면 끊겼던 조류의 흐름이 살아나고 오염원도 사라져 자연스럽게 죽어가던 사곶해변도 되살아 날 것이다.
외국의 경우 역간척이 활발하고 성공적으로 추친되고 있는 사례들이 많다. 특히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가 인접한 와덴해 지역은 역간척을 통한 갯벌 생태 복원에 적극적이다. 와덴해의 인구 2000명에 불과한 작은 섬 랑어욱은 역간척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랑어욱은 1923년부터 시작된 간척으로 섬이 황폐화되자 1986년 간척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고 역간척을 택했다. 2년의 역간척 공사 후에도 갯벌 생태계가 복원돼 철새들이 돌아오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갯벌생태계가 복원된 뒤 랑어욱은 생태관광의 메카가 됐다. 주민소득의 99퍼센트가 관광 수입인데 가장 가난했던 섬마을이 독일에서도 가장 부유한 마을 중 하나가 됐다. 최근 한국에서도 충청남도나 순천시 등에서 역간척이 활발하다.
사단법인 섬연구소(소장 강제윤)에서는 천연기념물 사곶해변 살리기 캠페인 영상 ‘백령도의 눈물’을 만들어서 유튜브를 통해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 영상은 미국의 댐 해체 운동을 후원하고 있는 친환경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지구를 위한 1% 기금’ 후원으로 제작됐다. 이 영상이 천연기념물 사곶해변을 되살리는 한 톨의 씨앗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글•사진 |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