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전남-제주 해저터널인가

2017-03-01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묻지마 공약이 우려되는 가운데 이낙연 전남지사가 전남 제주 해저터널 사업을 대선 공약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가 지난 2월 15일 각각 개최한 ‘19대 대선 지역공약 토론회’에서 대통령선거 공약에 반영시키기 위해 준비해 왔던 정책 안을 선보였다. 에너지, 농수산, 첨단, 관광 등 여러 분야의 정책이 제시되었고 전남 공약안에는 굵직한 SOC사업, 사회간접자본 즉 산업기반시설도 상당히 포함되어 있다.

특히, ‘이것은 꼭 공약으로 채택해주세요’라고 읽히는 전남 핵심과제 중 서울에서 제주까지 이어지는 고속철도가 있다. 전남과 제주 간 해저터널 사업을 해달라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대선 공약에 공을 들이는 것은 지방정부로서 풀기 어려운 지역과제를 국가과제 즉 국책사업으로 추진해 줄 것을 제안하는 취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전남-제주 간 해저터널이 전남 그리고 국가가 꼭 추진해야할 과제인가. 혹여 해저터널이라는 수십조 원의 토건사업 자체가 목적은 아닌가. 

 

항공기나 선박 결항 대비 해저터널?

이낙연 전남지사는 공공연히 제주 관광 발전과 지역 균형발전, 국가 경제 활로를 위해 전남- 제주 간 해저터널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폭설, 폭우 시 항공기 또는 선박 운항이 어려워 관광객의 발이 묶이기 때문에, 해저터널로 이를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폭설 혹은 태풍으로 제주지역 항공기 결항이라는 소식이 있을 때마다 전남도는 슬쩍 해저터널 주장을 하기도 했다. 

전남-제주 간 해저터널은 목포~해남 지상 66킬로미터, 해남~완도 보길도 교량 28킬로미터, 해저터널 73킬로미터 등 총 167킬로미터 길이로 건설 기간 16년, 총 사업비 16조800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하지만 실제 사업비는 이보다 분명 초과할 것이며 관리비용까지 따진다면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전남-제주 간 해저터널은 2007년 당시 박준영 전남지사, 김태환 제주지사가 함께 전남-제주 간 해저터널을 국가사업으로 건의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거론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지금 제주도는 해저터널을 원하지 않는다. 제2공항에 집중을 해야 한다는 것과, 해저터널로 육지와 연결이 되는 순간 섬이 갖는 매력과 특색을 잃게 될 것이라는 판단도 내재되어 있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이 공약을 제시했다가 급히 철회했다. 같은 당 지역 국회의원과 전남도가 요구해서 반영했던 것 같은데, 해저터널 필요성에 대한 검증이 안 되었다는 논란이 일자 바로 철회한 것이다. 당시에 광주환경연합과 전남환경연합은 해저터널 공약 비판 성명을 냈다.  

현재 이낙연 전남지사는 해저터널에 대한 의지가 높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낙연 지사가 ‘서울~제주 간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낙연 지사는 2014년 전국 시도지사와 대통령이 만나는 자리에서도 해저터널을 요구했고, 지금도 전남도 내 자체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해저터널을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하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다. 1억 원이 넘는 용역비도 투입했다. 대선 공약 요구도 이의 연장선이다. 

 

전남도지사의 이상한 계산 

이낙연 전남지사는 전남-제주 해저터널 건설 타당성 조사 용역을 착수하는 등 의지가 높지만 지역 시민사회는 전남 제주 해저터널이 태형 토건기업만 배불릴 토건사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남도청


제주도는 전남-제주 간 해저터널을 반대하고 있다. 제주 지자체 차원에서도 그렇고, 전반적인 지역민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이낙연 전남지사는 일방적으로 제주관광발전을 거론하며 해저터널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섬의 입장에서 보면 내륙의 횡포로까지 느끼겠다 싶을 정도다.   

해저터널이 없는 현재도 이미 과잉으로 제주에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수년째 천만이 넘는 관광객이 제주를 찾고 있다. 이미 항공, 항만 인프라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제2공항도 계획되어 있는데 해저터널을 만들어 고속철도를 제주까지 연결하자고 전남이 요구하는 것이다. 제주도가 수용할 수 있는 수를 넘어서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도 문제다.

오히려 값싼 관광 상품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 이미 그런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수위가 넘어서면 관광객은 많은 반면 지역경제 효과는 반비례하게 된다. 쓰레기 처리 등 제주가 떠안아야할 숙제만 커질 수 있다. 향후 관광객 예상 수나 유치하려는 목표치를 한정 없이 키울 수는 없다. 그래서 제주를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 관광객을 무한정 확대한다는 방향에서 벗어나 수요 관리로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조건 관광객 수에 비례하여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오판이라는 것이다.   

이낙연 지사는 서울 제주 간 고속철도가 놓이면, 전남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광주-무안공항-목포-제주로 이어지는 노선이 생기면, 전남에 관광객이 더 유입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특히 중국 관광객을 염두하고 있는데, 제주로만 가지 않고 전남을 경유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상한 계산이다. 전남을 생각하지 않던 중국 관광객이 철도 노선을 따라 전남도 들리자 한다는 것인가? 혹여나 전남에 관광객이 기대만큼 오지 않았던 것이 그간 교통망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인가?

교통망은 지금도 차고 넘친다. 물론 없던 교통망이 하나 더 생기면 그에 따른 유입효과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소요 예산 대비 효과 측면으로 보았을 때 유입 효과라고 할 수 있냐는 것이다. 

 

대형 토건기업만 배불릴 해저터널

이낙연 전남지사는 해저터널이라는 토건사업으로 경제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도 언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남-제주 간 터널 사업이 선행되면 해외 공사 수주도 수월하다는 것이다. 이쯤이면 더욱 의아하다. 도대체 왜 전남도지사가 민간기업 걱정을 하고 있는가?

최근 수립된 제3차국가철도망 계획에도 서울 제주 간 고속철도는 반영이 안 되었다. 사업성이나 공공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남도지사는 지역균형발전 특히 토건산업의 활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국가사업으로 추진하라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지역 국회의원 91명의 서명으로 전남-제주 간 해저터널 촉구 결의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상임위 안건으로 통과되었다. 국가예산과 정책을 평가하고 감시하는 국회의원으로서는 적절치 못한 행동인데도, 오히려 당당하다. 

현재 대통령선거 예비 후보 중 한중일 해저터널까지 이야기하는 이도 있다. 마치 지역에 큰 선물이나 시혜를 베푸는 양 무엇을 건설하겠다, 길을 뚫겠다, 철도를 놓겠다는 공약을 쉽게 던지는 후보를 유권자인 국민은 여전히 보고 있다. 정작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빈약한 수준만 드러낼 뿐이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SOC사업을 무리하게 펼친 것이 지금까지 국가재정난과 경제난을 겪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을 귀담을 필요가 있다. 이는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광양 목포 간 고속도로는 예비타당성 검증 과정을 거쳐 건설됐지만 수요예측을 과다하게 책정하여 명절 외에는 텅 빈 도로, 기존 도로가 있는데 거의 같은 노선으로 또 만들어 쌍둥이 도로라고 비판을 받고 있다.

과잉 교통망이 구축되었고 전국 산천에 각종 토건사업이 이루어져 왔다. 경제발전, 일자리 창출 등 지역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토건사업이 추진되었다. SOC 과잉요구는 정작 지역발전과 무관하고 대형 토건기업만 배불린 결과만 낳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저터널도 그 연장선 아니겠는가.

 

글 |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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