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물을 지킨 영웅들

2018-12-01

2018년 제 10회 SBS물환경대상 수상자가 결정됐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물환경대상은 물과 환경을 지키는데 솔선하여 탁월한 업적을 이룬 개인이나 단체를 격려하는 상으로 환경운동연합, SBS, 환경부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환경공단이 후원하고 있다. 올해 물환경대상 대상은 지리산댐백지화함양대책위원회가 받았다. 

이와 함께 △시민사회부문상 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원회 △교육연구부문상 박재현 인제대학교 교수 △정책경영부문상 수돗물시민네트워크가 선정되었다. 제10회 SBS물환경대상 시상식은 11월 29일 오후 3시 서울시 상암동 SBS프리즘타워 오디토리움에서 진행되며, 방송은 12월 4일 오후 4시 SBS채널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지리산댐 계획이 백지화될 때까지 20년을 싸웠다 

지리산댐을 반대해온 지리산댐백지화 함양대책위가 2018년 물환경대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리산생명연대 

지리산댐백지화 함양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지난 19년 동안 국가기관이 추진한 댐 건설 계획에 맞서,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댐 백지화 운동을 이어왔고 결국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었다. 대책위는 지리산댐뿐만 아니라 전국 댐 반대 운동의 상징적 역할을 하면서 댐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물 정책을 변화시키는 데도 일조했다.

지리산에 댐을 짓겠다는 발표가 난 것은 1999년. 시골 마을의 주민들이 거대 국가기관의 댐 건설계획에 반대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대책위 인사들을 협박하는 지역정치인이 있었고, 실제로 댐 반대주민들에게 직·간접적인 불이익도 있었다.  

댐 예정지역인 휴천면 주민들, 수몰 피해가 벌어지는 마천면 주민들, 함양음 주민들은 함양대책위를 구성하고 지리산생명연대, 지리산권시민사회단체협의회, 함안시민연대 등과 손을 잡고 대응했다. 젊은 나이에 귀향해 부자 2대가 반대운동을 이어온 김휘근 지리산생명연대 팀장은 “주민 대책위가 없었다면 댐 반대 명분이나 동력이 없었을 것”이라며 평가했다.

올해 9월 환경부는 더 이상 대형 댐을 짓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대책위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니 이런 날도 온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댐 건설 논란이 계속된 지난 19년 동안 주민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선시영 마천대책위원장은 “찬성하는 주민이건 반대하는 주민이건 잘못된 국책사업의 피해자였다.”며 “아직도 정부에 대한 불신이 다 해소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대책위는 향후 가칭 ‘엄천강을 사랑하는 지리산 사람들 모임’으로 이름을 바꿔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용유담 명승 지정 활동과 지리산권역 강지키기 활동 그리고 무너졌던 지역 공동체 회복에 기여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진강을 지키기 위한 눈물겨운 연대기 

물환경대상 시민사회부분상을 수상한 임진강지키기파주시민대책위원회 ⓒ함께사는길 이성수

임진강 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원회(이하 임진강대책위)는 국토부 주도의 임진강 준설 사업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농민, 시민, 시민단체, 전문가들의 활동과 노력으로 증명하며 무분별한 훼손으로부터 임진강을 지켜냈다. 또한 시민운동이 활성화 되지 않았던 지역에서 시민과 농민의 협력을 통해 지역 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어 냈다.

 2012년 국토부와 파주시는 임진강 하류 계획홍수위 확보를 목적으로 14킬로미터 구간의 대규모 하천 준설이 포함된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을 추진했다. 이 지역은 민간인통제구역으로 분류돼 하천의 고유성이 남아 있어 철새의 중간기착지이자 황복, 뱀장어 등 회유성 어종의 중요 산란지다. 환경부도 2011년 ‘습지보전구역’ 추진 의사를 밝힐 정도로 보전가지가 높은 지역이다.

국토부의 사업 계획이 구체화된 2014년 시민단체와 사회 인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임진강대책위는 피해 농민이 중심인 ‘임진강 준설반대 농민대책위원회’와 함께 손을 잡았다. 농민 스스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농민들을 만나려고 밭으로, 집으로 찾아다니며 민간단체의 가치지향성과 농민의 생존권을 말하며 신뢰를 쌓은 것이 노현기 위원장의 역할이었다.  

노 위원장은 임진강 지키기 운동에 대해 “시민단체, 농민단체, 전문가의 연대기였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는 국토부 홍수위 계산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는 역할을 하고, 농민들과 신뢰 관계는 ‘파주시 주민 서명 조작 사건’을 밝히는 데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노 위원장은 “‘임진강 지키기 축제 한마당’에 참여한 시민들의 힘이 임진강 지키기 운동을 성과로 만들게 했다.”고 덧붙였다.

임진강 대책위는 앞으로도 단체를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노 위원장은 “남북협력시대를 맞아 한강하구 준설이라는 위협요소가 있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임진강 하류지역을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임진강 유역을 남북공동으로 관리하며 경제협력과 생태보전을 같이 지향해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밝혀낸 학자 

교육연구부분상 수상자 박재현 인제대학교 교수 사진제공 물환경대상사무국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4대강사업에 반대하며 학자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 전문가다. 박 교수는 4대강사업의 전신인 한반도 대운하부터 학문적 관점에서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왔고,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등 하천 회복과 물 정책을 바르게 세우는 데 기여했다.

박 교수는 ‘준설과 보 설치로 인한 하천유황변화 분석’을 통해 4대강사업에 따른 유속저감과 재퇴적 문제를 과학적으로 지적했다. ‘지하수모델링을 통한 지하수 유동과 지하수의의 변화 분석’으로 4대강사업에 따른 지하수 변화를 밝히며 함안보의 관리수위를 낮추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4대강사업 찬성 측으로부터 ‘사기꾼’, ‘곡학아세 교수’, ‘나중에 정치하려고 한다.’ 등의 소리를 들으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심지어 공동 참여 국책 연구에서 배제되거나 전문가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해 중요한 연구 기회마저 가질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실 운영비 마련을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한때 1억 원 가까이 개인 빚을 지기도 했다는 것이 박 교수의 말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박 교수는 낙동강 유역을 중심으로 토론회, 주민설명회 등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알리고 바로잡는 데 고군분투했다. 박 교수 같은 전문가가 있었기에 4대강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여론이 유지될 수 있었고, 이러한 여론이 우리 사회가 4대강 재자연화에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평가다.

박 교수는 “앞으로 4대강 재자연화에 기여하고 싶다.”며 그 이유에 대해 “훼손된 강을 복원하는 것이 결국엔 사람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 강조했다.

 

수돗물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 

공공의 물 수돗물의 신뢰 회복을 위해 활동해온 수돗물시민네트워크가 정책경영부문상을 수상했다 사진제공 물환경대상사무국 

(사)수돗물시민네트워크(이하 수도넷)는 환경·소비자단체와 환경부, K-water 등 수돗물 관련 기관의 거버넌스로 2014년 창립했다. 단체의 염형철 공동대표는 “수돗물은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지만, 극단적인 불신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무조건 마시자는 게 아니라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제대로 평가해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넷은 공공기관부터 수돗물을 음용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어왔다. 2015년 17개 광역지자체 청사 내 음용형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정수, 냉온수기를 사용하고 있었고, 수도넷과의 협약으로 수돗물음수대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에는 국회 내 음용수 수질조사를 통해 정수기와 먹는샘물에서 ‘먹는물 관리 기준’을 넘어선 일반세균이 발견된 것을 지적하며, 수돗물 음수대 설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감시 활동과 함께 정책 대안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수도법 개정 과정에서 지자체가 수돗물 운동 단체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안하기도 하고, 지자체 차원의 수돗물 음용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시민대상 수돗물 인식 증진 교육도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이며, 관리의 사각지대인 정수기와 먹는샘물의 문제점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장정화 사무국장은 “과불화합물 등 민감한 사안이 생겼을 때 더욱 긴밀한 민·관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앞으로 거버넌스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부산, 대전, 세종, 성남, 전주에 있는 지역 본부에 추가해 수돗물 운동의 전국적 플랫폼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글 |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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