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아름다운숲 대상 ‘무풍한송로’ 이야기

부산역에서 양산으로 가는 길. 통도사IC에서 내려섰다. 양산대로에서 이어지는 신평 통도로를 올라간다. 길 끝에 선불교 대가람인 통도사로 들어가는 매표소가 있다. 통도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1000년 고찰이기도 하고 국보(290호)로 지정된 대웅전과 금강계단 등이 있는 문화재 구역이기도 하다. 매표소 입구를 지나자마자 보게 되는 것은 세 갈래 길이다.

눈에 먼저 띄는 것은 맑은 계류가 흐르는 통도천 물길이다. 통도천은 영축산(靈鷲山) 상봉에서 시작되어 상봉 남쪽 자락으로 슬쩍 기운 곳에 자리한 통도사 터를 휘감고 흘러내린다. 통도천 맑은 계류의 물길이 통도사가 사바의 시속에 이어지는 첫 길이다. 통도천 좌우로 찻길과 사람 다니는 길이 나뉜다. 좌로 찻길이 있고 우로는 ‘작은 것도 최소 100년은 넘어 보이는’ 큰 소나무들이 서늘하게 그늘 드리운 인도다. 이 솔길이 올해 18회를 맞이한 ‘아름다운숲전국대회’에서 대상(생명상)을 받은 ‘무풍한송(舞風寒松)길’이다. 이름 그대로 바람에 소나무 가지들이 흔들리며 춤을 추고, 구불구불 하늘로 뻗어 오른 솔 그늘 아래는 서늘하다.

무풍한송길의 솔들은 대부분 금강송. 그러나 굳이 곧게 높게 기르려고 노심초사하며 가꾸지 않고, 햇빛과 바람을 따라 제 뜻대로 휘어지며 자라는 것을 허락한 덕에 금강송들은 사람과 물과 차가 다니는 길의 허공을 꿈틀거리며 뻗어나가 넉넉한 줄기와 가지로 덮고 있다. 솔 그늘 아래로 솔바람이 불고, 통도천 계류가 천천히 흘러내리고, 사람들 또한 느릿하게 오르내린다. 찻길의 서행하는 차들은 가속페달조차 밟지 않는다. 무풍한송길을 오르노라면 곳곳에 불심으로 봉헌한 석등들이 서있다. 어두울 녘 등을 켜들고 숲을 비출 것이다. 느릿하게 걸어도 30분이면 ‘영축총림(靈鷲叢林)’이란 큰 편액을 달고 선 총림문을 볼 수 있다. 여기까지가 무풍한송길이다.
총림문에 들어서서 오른쪽에 성보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을 지나면, 통도사의 진문인 일주문이 ‘영축산통도사(靈鷲山通度寺)’ 편액을 들고 찾는 이를 반긴다. 여기서부터 1400년 선종 불교 대가람이자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와 금란가사(金欄袈裟)를 모신 불보(佛寶)사찰 통도사의 시작이다. 사찰 가장 위쪽에 정변전이 있고 그 아래에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이 있다. 통도사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다. 살아계신 부처(진신사리)를 모신 터라 형상에 불과한 불상이 필요 없는 것이다.

통도사 경내를 돌아 다시 무풍한송길로 접어든다. 오를 때의 길과 내려 갈 때의 걷는 맛이 다르다. 빛이 조금 더 약해져서 솔 그늘이 살짝 더 짙어졌다. 허공을 올려다보니 우듬지까지 퍼진 솔가지들이 하늘에 차양을 치고 있다. 통도사를 영축총림으로 키운 대선사 월하(月下·191502003)스님이 열반하신 지 10여 년이 훨씬 더 지났다. 그 분이 학인이던 시절 일제 치하의 통도사는 독립운동하던 이들에게 군자금을 모아 보내던 곳이었다. 날이 차가워지던 그 가을, 승 하나가 모금한 금을 들고 산문을 내려가는 풍경이 보인다. 불(佛)이 속(俗)을 돕던 아름다운 풍경이다. 통도사가 무풍한송길을 가꾸는 것 또한 그런 일이다. 자연을 돕는 일은 성속(聖俗)을 함께 돕는 일이다. 아름다운 길에 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피어나길 기대한다.
* 더 많은 사진은 함께사는길 12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
사진 | 이성수 기자
2018 아름다운숲 대상 ‘무풍한송로’ 이야기
부산역에서 양산으로 가는 길. 통도사IC에서 내려섰다. 양산대로에서 이어지는 신평 통도로를 올라간다. 길 끝에 선불교 대가람인 통도사로 들어가는 매표소가 있다. 통도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1000년 고찰이기도 하고 국보(290호)로 지정된 대웅전과 금강계단 등이 있는 문화재 구역이기도 하다. 매표소 입구를 지나자마자 보게 되는 것은 세 갈래 길이다.
눈에 먼저 띄는 것은 맑은 계류가 흐르는 통도천 물길이다. 통도천은 영축산(靈鷲山) 상봉에서 시작되어 상봉 남쪽 자락으로 슬쩍 기운 곳에 자리한 통도사 터를 휘감고 흘러내린다. 통도천 맑은 계류의 물길이 통도사가 사바의 시속에 이어지는 첫 길이다. 통도천 좌우로 찻길과 사람 다니는 길이 나뉜다. 좌로 찻길이 있고 우로는 ‘작은 것도 최소 100년은 넘어 보이는’ 큰 소나무들이 서늘하게 그늘 드리운 인도다. 이 솔길이 올해 18회를 맞이한 ‘아름다운숲전국대회’에서 대상(생명상)을 받은 ‘무풍한송(舞風寒松)길’이다. 이름 그대로 바람에 소나무 가지들이 흔들리며 춤을 추고, 구불구불 하늘로 뻗어 오른 솔 그늘 아래는 서늘하다.
무풍한송길의 솔들은 대부분 금강송. 그러나 굳이 곧게 높게 기르려고 노심초사하며 가꾸지 않고, 햇빛과 바람을 따라 제 뜻대로 휘어지며 자라는 것을 허락한 덕에 금강송들은 사람과 물과 차가 다니는 길의 허공을 꿈틀거리며 뻗어나가 넉넉한 줄기와 가지로 덮고 있다. 솔 그늘 아래로 솔바람이 불고, 통도천 계류가 천천히 흘러내리고, 사람들 또한 느릿하게 오르내린다. 찻길의 서행하는 차들은 가속페달조차 밟지 않는다. 무풍한송길을 오르노라면 곳곳에 불심으로 봉헌한 석등들이 서있다. 어두울 녘 등을 켜들고 숲을 비출 것이다. 느릿하게 걸어도 30분이면 ‘영축총림(靈鷲叢林)’이란 큰 편액을 달고 선 총림문을 볼 수 있다. 여기까지가 무풍한송길이다.
총림문에 들어서서 오른쪽에 성보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을 지나면, 통도사의 진문인 일주문이 ‘영축산통도사(靈鷲山通度寺)’ 편액을 들고 찾는 이를 반긴다. 여기서부터 1400년 선종 불교 대가람이자 부처님의 진신사리(眞身舍利)와 금란가사(金欄袈裟)를 모신 불보(佛寶)사찰 통도사의 시작이다. 사찰 가장 위쪽에 정변전이 있고 그 아래에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이 있다. 통도사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다. 살아계신 부처(진신사리)를 모신 터라 형상에 불과한 불상이 필요 없는 것이다.
통도사 경내를 돌아 다시 무풍한송길로 접어든다. 오를 때의 길과 내려 갈 때의 걷는 맛이 다르다. 빛이 조금 더 약해져서 솔 그늘이 살짝 더 짙어졌다. 허공을 올려다보니 우듬지까지 퍼진 솔가지들이 하늘에 차양을 치고 있다. 통도사를 영축총림으로 키운 대선사 월하(月下·191502003)스님이 열반하신 지 10여 년이 훨씬 더 지났다. 그 분이 학인이던 시절 일제 치하의 통도사는 독립운동하던 이들에게 군자금을 모아 보내던 곳이었다. 날이 차가워지던 그 가을, 승 하나가 모금한 금을 들고 산문을 내려가는 풍경이 보인다. 불(佛)이 속(俗)을 돕던 아름다운 풍경이다. 통도사가 무풍한송길을 가꾸는 것 또한 그런 일이다. 자연을 돕는 일은 성속(聖俗)을 함께 돕는 일이다. 아름다운 길에 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피어나길 기대한다.
* 더 많은 사진은 함께사는길 12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