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강 복원, 하구에서 시작될까

2017-07-01

영산강 하굿둑 ⓒ함께사는길 이성수


모든 강은 흘러서 바다로 간다. 하지만 강이 흘러가는 길은 그리 순탄하지 않다. 금강, 낙동강, 영산강의 하구가 하굿둑으로 막히고, 한강은 신곡보로 막혀있어서 먼 거리를 여행해온 강물은 바다 앞에서 가로막힌다. 그리고 가로막힌 거대한 댐 앞에서 오염물질은 차곡차곡 쌓이고, 물고기는 길을 잃는다. 아니 삶터를 잃는다. 

이는 하굿둑뿐만 아니라 댐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하굿둑 역시 댐이다. 4대강 16개 보 역시 세종보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형 댐이다. 대한민국에는 높이 15미터 이상의 대형 댐이 1300여 개나 있고, 4대강 16개 보는 댐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댐 정책의 정점과 같은 재앙이었다. 4대강사업은 16개 보 건설을 통해 댐 철거 운동의 불을 지폈다. 그 시작은 하구에서 먼저 타올랐다. 4대강을 휘젓는 포크레인을 보며 절망한 환경운동가들이 4대강 복원을 꿈꾸며 본격적인 댐 철거 운동을 시작했다. 


한강, 개발과 복원의 기로에 서다

서울의 한강은 4대강사업의 모델이 되었다. 2009년 11월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한강에 (신곡)보를 설치해서 항상 맑은 물이 흐르고 황복이 돌아왔다. 4대강사업의 모델은 한강종합개발”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신곡보 설치로 일 년 내내 물이 가득하고 유람선이 떠다니는 한강, 둔치를 개발해서 시민공원을 누리는 한강은 실제로 수도 서울의 상징과도 같다. 이런 한강에서 하천정책의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운동이었다. 서울이 하는 정책은 전국의 기준 혹은 롤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환경연합은 전문가들과 함께 신곡보를 철거해서 강의 흐름을 정상화하고, 수질과 수생태계 개선 효과를 예측했다. 또한 이수, 치수 등 예상되는 반론에 합리적 근거도 마련했다. 댐을 철거해서 강을 복원한 외국사례도 국내에 소개했다. 시민들은 이렇게 자연스러운 한강을 만드는 일이 강을 파헤치는 4대강사업보다 멋진 일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챘다. 

그 즈음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당시 4대강 공사가 한창이었고, 서울 구간 한강에서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한창이었다. 18대 국회는 4대강사업을 막기에 역부족이었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 vs 대규모토목공사’라는 프레임으로 일전이 벌어졌다. 결과는 무상급식의 대승이었다. 지방선거의 꽃인 서울에서는 ‘무상급식 vs 한강르네상스’로 격돌했다. 당시 한강르네상스를 추진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지만 한강 자연성 회복을 내세운 민주당 시의원이 대거 당선됐고, 이후 오세훈 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한강복원의 길을 텄다. 

하지만 거기서 멈췄다. 신곡보는 국토부 관할의 시설물이었고, 4대강사업의 반대논리가 작동하는 신곡보 철거는 그들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역시 미온적이었다. 4대강사업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를 비호하는 박근혜 정부가 탄생했고, 보수적인 중앙정부와 함께 새로운 길을 갈 자신감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정치적인 진영논리로 받아들였던 한강복원 공약이 내면화되지 못한 측면도 컸으리라고 본다. 

그 사이 한강개발 사업은 무럭무럭 자랐다. 2015년 기획재정부와 서울시는 한강 자연성회복 및 관광자원화 추진방안을 발표했고, 이 사업은 경인운하를 서울구간으로 연장하는 선착장 건설 등 각종 개발사업을 포함했다. 그리고 2017년, 서울시는 본격적인 한강개발예산 집행을 앞두고 있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하라”

낙동강은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낙동강에서는 1987년 완공된 하굿둑으로 인해 이미 녹조현상이나 생태계 파괴를 경험하고 있었다.4대강사업 이후 강물이 정체되자 녹조가 심각해지고 식수원의 취수마저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환경단체는 ‘낙동강하구 기수생태계계 복원 협의회’를 구성하면서 하굿둑 개방을 적극 주장하고 나섰다. 

하굿둑 개방은 지역의 폭넓은 공감대를 얻었고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가 낙동강 하굿둑 개방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는 등 여야 구분 없는 지역의제로 성장했다. 

서병수 시장은 “2025년까지 하굿둑 수문을 완전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섰다. 부산시가 직접 국토부와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등에 하구복원을 위한 연구개발비를 요구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시의 적극적인 요구가 이어지자 환경부도 2차에 걸쳐서 개방 방안을 마련했다. 부산시는 국토부와 환경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나서며, 국토부가 거부하는 염분모니터링을 시비를 들여 직접 수행하는 등 팔을 걷어붙였다. 그렇게 서병수 시장이 단계적 개방을 약속한 2017년이 밝았다. 

 

문재인 정부, 하굿둑 개방을 약속하다

하구 복원 운동은 4대강사업의 대안적 성격을 띈 까닭에 지난 정부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런데, 판을 뒤집는 일이 생겼다. 지난 10월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1700만 개의 촛불이 타올랐고 견고하게만 보이던 권력을 무너뜨린 것이다.

촛불은 국정농단 뿐만 아니라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불거진 많은 환경 현안도 주요 정책으로 끌어올렸다. 2017년 대선. 대통령 선거 후보들은 각각 차이는 있지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 4대강 재자연화와 물관리 일원화, 하구복원 필요성에 공감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보 상시개방과 철거 검토, 물 관리 일원화와 함께 낙동강하굿둑 개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신곡보 철거에 대해서도 서울시가 추진하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13일 만에 지시 6호로 6개 보 수문개방과 환경부로의 물 관리 일원화를 발표했다. 

 

지난 5월 16일 한강에서 녹조가 발생한 가운데 서울환경연합은 녹조 해결과 한강 자연성 회복을 위해 신곡수중보를 철거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하구 복원 운동도 기대감이 커졌다. 그동안 하구 복원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시설물의 담당 부처가 국토부라는 점이었다. 대통령이 지시한 환경부로의 물 관리 일원화는 사실상 국토부에 대한 징벌적 성격이며, 이는 4대강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맞닿아있다. 물 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되면, 하구복원 논의가 순탄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대통령 지시가 발표되자 서울환경연합은 낙동강뿐만 아니라 신곡보를 개방 대상에 추가해달라고 공식 논평을 냈다. 환경단체와 진보정당들은 지난 5월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신곡보 철거와 한강~경인운하 연결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지자체의 변화도 감지된다. 유영록 김포시장도 1인시위에 합류하고, 고양시민사회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신곡보 철거를 통한 한강 복원보다 개발사업에 방점이 찍혔던 서울시 내부 기류도 바뀌고 있다. 

낙동강은 3차 용역을 환경부 중심으로 시작하는 등 그간 준비된 만큼 달려가는 모양새다. 전남도의회도 영산강 하굿둑 개방과 해수유통을 전남도에 요구하고 나섰으며, 농업용수 문제로 전북도와 갈등을 빚고 있는 금강 하굿둑 개방 논의도 여전히 추진중이다. 

 

하구 가로막은 거대한 댐을 넘어

4대강 보 상시개방은 사실상 ‘찔끔방류’로 집행되면서 또다시 녹조가 창궐하는 등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4대강 복원의 성과는 하구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도 해볼 만하다. 대부분 지어진 지 30년가량 된 노후 댐인데다가 지자체를 중심으로 복원 논의가 이미 상당수준으로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또 기수역부터 시작해서 하천을 복원해서 상류로 올라가는 방식이 수질개선이나 생태계 회복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에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판이 시작되었다. 하구를 가로막은 거대한 댐을 넘어 바다까지 힘차게 흘러가는 강물을 상상해볼 시간이다. 넘실대는 촛불의 거대한 파도처럼, 흘러야만 하는 강이 가진 에너지가 언젠가 저 벽을 넘을 것이다.

 

 글 |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중앙사무처 물순환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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