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천사 상괭이. 사진 속 상괭이는 지난 2014년 부산 앞바다에서 상처를 입고 구조된 오월이로 부산아쿠아리움에서 치료를 받고 바다로 돌아갔다 ⓒ해양수산부
상괭이는 포유류다. 세상에 태어나는 방식이나 숨을 쉬는 방식이 인간과 꼭 닮아있다. 어미 뱃속에서 잉태되어 나오면 어미의 젖을 먹고 자란다. 폐호흡을 하기 때문에 숨을 쉬기 위해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돌고래와는 그 모습이 다르다. 크기도 아담하고 얼굴도 동글동글하고 등지느러미가 없다. 무엇보다 그 얼굴이 사람 같기도 하고 자꾸 웃고 있는 것 같아 ‘미소천사’라고도 불린다.
미소천사 상괭이
미소천사와 함께 상괭이는 토종이라는 수식어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시대 어류학서인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상광어와 해돈어라는 이름으로 상괭이가 등장한다. 상괭이는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 얕은 수심에서 먹이활동을 하면서 쭉 정착하면서 살아왔다. 상괭이의 피부층이 두꺼운 지방층으로 이루어져있어 계절의 변화나 수온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정착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상괭이는 대다수의 바다생물과 달리 광범위한 염분 농도에 적응이 가능해 민물에서도 활동한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 밀물을 따라 바다에서 강으로 먹잇감을 쫓아 이동하기도 한다. 한강에서 상괭이를 볼 수 있었던 이유다. 목숨을 걸고 온 비장한 이동이 아니라 밀물에 흘러가는 물고기를 따라 온 자연스러운 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한강에서 살아있는 상괭이를 만나는 일은 그리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신곡수중보라는 거대한 댐이 생긴 이후 상괭이가 한강에서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간혹 밀물 때 신곡수중보를 넘어들어 왔다가 썰물 때 보에 걸려 빠져나가지 못해 죽은 상괭이를 발견할 뿐이다.
현재 상괭이는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3만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라남도 여수에서도 상괭이를 볼 수 있다. 여수환경연합은 개체 수가 점점 줄고 있는 토종 돌고래 상괭이 보호를 위해 서식지 조사 및 해양환경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도 2015년 상괭이 사체를 한강에서 발견한 것을 기점으로 한강하구의 수중보 개방과 한강의 재자연화를 상괭이 이야기와 함께 엮어 캠페인을 하고 있는 터라 이맘때면 상괭이를 볼 수 있다는 말에 청년회원모임 ‘청년잡화’와 함께 살아있는 상괭이를 만나러 여수로 떠났다.
새벽 4시 30분, 동이 트기 전 여수 화정면 월호도와 개도 사이 해상으로 이동했다. 여수환경연합과 함께 상괭이 보호 활동을 하는 박근호 회원이 안내를 맡아주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상괭이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돌고래와 달리 등지느러미가 크게 솟아 있지 않고 수면 위로 뛰어오르지도 않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무엇이 파도인지 상괭이인지 구분이 어렵다.
“어 상괭이다.” 박근호 회원이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보니 상괭이 등이 선명하게 보였다. 잔잔한 물결 위로 슬쩍슬쩍 보이는 상괭이의 동그란 등은 유난히 반짝였다.
여수 바다에서 만난 상괭이. 돌고래와 달리 등지느러미가 없고 솟구치지 않아 자세히 관찰하지 해야 만날 수 있다 ⓒ박근호
상괭이가 오가는 바다와 강
상괭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및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우리나라 연근해의 상괭이 개체 수는 2005년 3만6000여 마리에서 2011년 1만3000여 마리로 급격히 감소했다. 또한, 매년 1000마리 이상의 상괭이가 그물에 걸려 죽거나 다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세플라스틱 등도 상괭이를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대로라면 한강에서처럼 우리 바다에서도 토종고래 상괭이가 자취를 감출지도 모를 일이다.
상괭이 지킴이 여수환경연합 박근호 회원과 서울환경연합 회원들 사진제공 서울환경운동연합
다행히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다. 혼획과 남획, 기수역을 가로막는 구조물들, 또 해양쓰레기 등으로부터 상괭이를 구할 수 있다. 정부는 2016년 9월 상괭이를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했다. 관련 제도를 강화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우리의 생활습관을 바꾼다면 상괭이의 미소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강과 바다를 가로막는 보를 허문다면 상괭이들은 예전처럼 바다와 강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 것이다. 상상해보라. 지금 내가 상괭이를 만나러 왔듯 한강으로 놀러온 상괭이가 미소 지으며 우리를 반기는 날을.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글 | 조민정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부문 활동가
미소천사 상괭이. 사진 속 상괭이는 지난 2014년 부산 앞바다에서 상처를 입고 구조된 오월이로 부산아쿠아리움에서 치료를 받고 바다로 돌아갔다 ⓒ해양수산부
상괭이는 포유류다. 세상에 태어나는 방식이나 숨을 쉬는 방식이 인간과 꼭 닮아있다. 어미 뱃속에서 잉태되어 나오면 어미의 젖을 먹고 자란다. 폐호흡을 하기 때문에 숨을 쉬기 위해 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돌고래와는 그 모습이 다르다. 크기도 아담하고 얼굴도 동글동글하고 등지느러미가 없다. 무엇보다 그 얼굴이 사람 같기도 하고 자꾸 웃고 있는 것 같아 ‘미소천사’라고도 불린다.
미소천사 상괭이
미소천사와 함께 상괭이는 토종이라는 수식어가 함께 따라다닌다. 조선시대 어류학서인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상광어와 해돈어라는 이름으로 상괭이가 등장한다. 상괭이는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 얕은 수심에서 먹이활동을 하면서 쭉 정착하면서 살아왔다. 상괭이의 피부층이 두꺼운 지방층으로 이루어져있어 계절의 변화나 수온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정착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상괭이는 대다수의 바다생물과 달리 광범위한 염분 농도에 적응이 가능해 민물에서도 활동한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에서 밀물을 따라 바다에서 강으로 먹잇감을 쫓아 이동하기도 한다. 한강에서 상괭이를 볼 수 있었던 이유다. 목숨을 걸고 온 비장한 이동이 아니라 밀물에 흘러가는 물고기를 따라 온 자연스러운 여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한강에서 살아있는 상괭이를 만나는 일은 그리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신곡수중보라는 거대한 댐이 생긴 이후 상괭이가 한강에서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간혹 밀물 때 신곡수중보를 넘어들어 왔다가 썰물 때 보에 걸려 빠져나가지 못해 죽은 상괭이를 발견할 뿐이다.
현재 상괭이는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3만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라남도 여수에서도 상괭이를 볼 수 있다. 여수환경연합은 개체 수가 점점 줄고 있는 토종 돌고래 상괭이 보호를 위해 서식지 조사 및 해양환경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도 2015년 상괭이 사체를 한강에서 발견한 것을 기점으로 한강하구의 수중보 개방과 한강의 재자연화를 상괭이 이야기와 함께 엮어 캠페인을 하고 있는 터라 이맘때면 상괭이를 볼 수 있다는 말에 청년회원모임 ‘청년잡화’와 함께 살아있는 상괭이를 만나러 여수로 떠났다.
새벽 4시 30분, 동이 트기 전 여수 화정면 월호도와 개도 사이 해상으로 이동했다. 여수환경연합과 함께 상괭이 보호 활동을 하는 박근호 회원이 안내를 맡아주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상괭이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돌고래와 달리 등지느러미가 크게 솟아 있지 않고 수면 위로 뛰어오르지도 않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무엇이 파도인지 상괭이인지 구분이 어렵다.
“어 상괭이다.” 박근호 회원이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보니 상괭이 등이 선명하게 보였다. 잔잔한 물결 위로 슬쩍슬쩍 보이는 상괭이의 동그란 등은 유난히 반짝였다.
여수 바다에서 만난 상괭이. 돌고래와 달리 등지느러미가 없고 솟구치지 않아 자세히 관찰하지 해야 만날 수 있다 ⓒ박근호
상괭이가 오가는 바다와 강
상괭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및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우리나라 연근해의 상괭이 개체 수는 2005년 3만6000여 마리에서 2011년 1만3000여 마리로 급격히 감소했다. 또한, 매년 1000마리 이상의 상괭이가 그물에 걸려 죽거나 다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세플라스틱 등도 상괭이를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대로라면 한강에서처럼 우리 바다에서도 토종고래 상괭이가 자취를 감출지도 모를 일이다.
상괭이 지킴이 여수환경연합 박근호 회원과 서울환경연합 회원들 사진제공 서울환경운동연합
다행히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다. 혼획과 남획, 기수역을 가로막는 구조물들, 또 해양쓰레기 등으로부터 상괭이를 구할 수 있다. 정부는 2016년 9월 상괭이를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했다. 관련 제도를 강화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우리의 생활습관을 바꾼다면 상괭이의 미소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강과 바다를 가로막는 보를 허문다면 상괭이들은 예전처럼 바다와 강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 것이다. 상상해보라. 지금 내가 상괭이를 만나러 왔듯 한강으로 놀러온 상괭이가 미소 지으며 우리를 반기는 날을.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글 | 조민정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부문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