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조를 넘어 생태관광으로’ 타이완을 배우자

2017-12-01


타이완에서 열린 ‘2017 버다톤’에 참가한 탐조가들이 산새를 기다리고 있다


탐조문화가 시작된 나라는 영국이다. 그 문화가 전파되어 미국과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의 몇몇 나라들이 기틀을 잡았다. 그렇다면 아시아는 어떨까? 서구문화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일본은 아시아 중 가장 오랜 탐조문화의 전통을 갖고 있으며, 중국은 경제력과 인구를 바탕으로 태동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뜨거운 나라는 따로 있다. 바로 타이완이다. 튼실한 탐조 문화와 탐조 인구를 바탕으로 단순히 철새를 보는 것을 뛰어넘어 생태관광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또한 아시아 조류 박람회(ABF, Asian Bird Fair)를 발족시킨 핵심국가로서 아시아의 탐조 문화를 이끌어 가는 다양한 활동을 선도하고 있다.


아시아 탐조 문화를 이끌어 가는 타이완

지난 10월 타이완생태관광협회가 주최하고 타이완 교통부 관광국에서 후원하는 타이완국제탐조 행사 ‘2017 버다톤(Birdathon)’이 열렸다. 이 행사에 초청받아 타이완의 탐조문화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행사는 타이완 남쪽의 타이난과 쟈이 일대에서 진행되었는데, 사전에 따쉐산(大雪山)과 아리산(阿里山)을 탐방하며 고유종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초청받아 온 사람들은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미국, 영국 등에서 탐조관광을 생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일부는 기자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행사가 있다면 정부관계자, 학자, 생태보호활동가 등이 주류를 이루는데 비해, 실제 현장에서 생태관광을 하는 사람들이 초대된 점이 매우 큰 차이였다.

대회 참가자들은 가족팀, 청년팀, 학생팀, 외국팀 등으로 나뉘며, 24시간 스스로 탐조를 하고 그 기록을 제출하는데 철새를 가장 많이 관찰한 팀이 우승을 한다. 올해는 24시간 동안 160여종을 관찰한 팀이 우승을 했다. 과연 대단한 자원과 실력이다. 그리고 그 기록과 내용은 홈페이지에 차곡차곡 정리가 되어 있다(http://en.taiwanbirdathon.org.tw). 

타이완은 섬나라이다 보니, 고유종의 수가 많다. 고유종이란 그곳에만 있는 새이다. 전 세계 탐조생태관광의 큰 흐름 중에 하나는 고유종을 보는 것이다. 27종의 고유종을 가진 타이완은 상당히 매력적인 곳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관리와 홍보도 매우 잘 되어 있다. 대회를 지켜보며 그들의 저어새에 대한 사랑과 고유종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즉 새들에 대한 사랑이 생태관광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고유종 6종, 특아종 7종을 관찰하기도 했다. 

 

타이완 특산종 스윈호꿩 


행사가 개최된 타이난과 쟈이는 동북아 특산종인 저어새의 최대 월동지이다. 전 세계 3000여 마리 중에 2000여 마리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행사의 중심에는 항상 저어새가 있고 가는 곳마다 저어새의 보호를 강조한다. 저어새 생태 전시관도 따로 있고, 저어새 생태투어안내 자료도 잘 구비되어 있으며, 수행하는 체계도 잘 갖추고 있다. 

여기서 큰 아쉬움이 나올 수밖에 없다. 타이완인들이 사랑하고 전 세계인의 관심을 갖는 저어새의 고향이 바로 우리나라다. 저어새는 우리나라 경기서부 해안과 섬에서 4~10월까지 번식을 하지만 거의 방치 수준이다. 민간단체가 자체 또는 제한된 지자체 예산을 받아 몇몇 곳을 보호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저어새가 타이완에서 대접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부러우면서 가슴이 답답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생태관광을 통해 저어새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탐조생태관광은?

지난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울산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국제행사가 열렸다. 타이완, 필리핀, 말레이시아가 주축이 되어 발족하여 올해로 8회째를 맞는 ABF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된 것이다. 탐조관광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열렸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또한 아시아 20여 개국 뿐만 아니라 러시아, 독일, 미국, 호주,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전 세계가 참여한 아시아 최대의 탐조인 잔치였다. 

 

지난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울산에서 ABF가 열린 가운데 각국에서 참가한 탐조가들이 우포늪을 찾아 탐조하고 있다


이 박람회의 특징은 아시아 각 지역에서 새를 포함한 생태계보호 활동을 하는 NGO와 탐조관광을 공정여행으로 발전시킨 여러 아시아 국가들의 탐조 전문 생태관광 여행사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둠으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이익과 나눔이 토론과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선순환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고 먼 우리에게 간결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행사는 마무리 되었다.

우리나라가 가야 할 탐조생태관광의 방향은 어디에 있을까? 두루미는 세계의 탐조인들이 보고싶어 하는 새 중 하나다. 철원에는 두루미 개체수도 많을 뿐더러 서울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경쟁력이 있다. 재두루미 수천 마리도 함께 있고, 운이 좋으면 우리나라를 찾는 7종(전 세계 15종)의 두루미 중 4~5종을 하루에 볼 수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경험이다. 또한 지역에서 두루미 보호를 위해서 애쓰는 분들도 많이 있다. 

서산 천수만도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다.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이 거의 다 이곳을 지나가고 있다. 버드랜드라는 우리나라 최고의 탐조센터가 있고 활동가들도 많다.


아시아에서 배우고 함께 가야 

우리는 자원이 없는 것이 아니라, 구슬을 아직 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실을 꿰려는 시도들이 뜻대로 되지 않은 몇몇 사례를 들은 바 있다. 그렇다면, ABF와 같은 좋은 마당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고 좋은 사례를 배운다면, 우리도 분명 우리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새들은 아시아 각 지역에서 이동해오고 또 이동해간다. 결코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될 수 없기에 아시아에서 배우고 협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시아에서 배워 아시아와 함께 가자. 그 길에 답이 있을 것이다.

 

 글•사진 | 이병우 탐조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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