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안 되는 당연한 이유들

2017-12-01

문화재위원회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에 대해 재차 부결 결정을 내렸으나 문화재청은 행정심판법에 따른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구속력에 따라 해당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조건부 처분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혀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지난 10월 25일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는 설악산케이블카사업에 대해 재차 부결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위원회의 부결 결정에도 현상변경허가를 내준다고 한다. 그래서는 안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된다면 이 문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것이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하나씩 되돌아보자.


자연생태계와 미래세대가 주인인 곳

가장 기본적인 내용부터 살펴보자. 국립공원은 보호지역(protect area)이다. 생물다양성협약(CBD)에 따르면 보호지역이란 “특정 보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지정되거나 규제되고 관리되는 지리적으로 한정된 지역”이다. 너무도 당연하게 이용에 규제가 따르는 곳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보호대상에 대한 보호 강도의 차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어서 IUCN 카테고리를 만들어 보호지역을 세분화하였다. 이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국립공원은 카테고리 Ⅱ에 해당하며 이곳은 생태계의 보호와 휴양을 위한 곳이다. 즉, 자연 상태나 자연과 가까운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적, 문화적, 여가 목적의 방문객 이용을 관리하는 상태를 말한다. 

2016년 태백산 국립공원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되면서 우리나라는 22개의 국립공원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이중 국제적 기준에 최초로 부합된 곳이 바로 설악산 국립공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립공원을 자연공원제도로 지정해왔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2005년 설악산 국립공원이 IUCN 카테고리 Ⅱ로 인증을 받으면서 비로소 세계적 국립공원이 된 것이다. 현재는 16개 국립공원이 카테고리 Ⅱ로 국제적 인증을 받은 상태이다. 이렇게 보호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자연생태계가 국제적으로 인증된 설악산 국립공원에 관광목적의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국립공원은 국가의 대표적인 자연생태계와 자연 및 문화경관을 엄격하게 보전함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하여 국가가 지정 및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국립공원의 개념은 1892년 미국에서 대자연의 신비스런 자연 현상을 국민 모두가 영원히 즐길 수 있도록 공원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옐로스톤 지역에 적용하면서 시작되었다. 즉, 국립공원은 국가의 대표적인 자연생태계와 뛰어난 자연 및 문화유산 등을 온전하게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이용과 혜택이 미래세대에게 이어지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곳이다. 너무도 당연하게 국립공원은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자연생태계와 미래세대가 주인인 곳이다. 이러한 국립공원에 돈을 목적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설악산 국립공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다. 또한 제171호 천연보호구역이며 천연기념물 217호 멸종위기 1급 산양의 터전이다. 백두대간보호구역이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국내외의 다양한 보호제도로 꽁꽁 싸매서 보호하는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너무도 당연하게 설악산 국립공원은 우리 모두에게 보물 같은 곳이다. 특정 몇몇 사람들의 그릇된 판단으로 이런 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스위스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없다

설악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흔히 내세우는 논리가 몇 가지 있다. 그 중 외국사례를 종종 내세우는데 대표적인 곳이 스위스이다. 스위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인 체르마트나 융프라우 같은 산악에 버젓이 케이블카, 열차, 호텔 등을 설치하는데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하냐는 것이다. 얼핏 그럴 듯해 보이나 이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현상을 왜곡한 사례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고자 한다면 스위스의 국립공원에도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고 우겨야 한다. 그러나 너무도 당연하게 스위스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스위스는 1914년에 스위스 국립공원을 알프스지역 최초로 지정해 100년 넘게 보전해 오고 있다. 스위스 국립공원의 관리목표는 보전, 연구, 정보전달이다. 지난 2014년에는 국립공원 100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독일은 연방법으로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를 불허하고 있다. 베르히테스카튼 국립공원, 바이에르셔발트 국립공원 등 대표적인 산악형 국립공원은 IUCN 카테고리 Ⅱ의 기준에 맞게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그들에게 국립공원은 보전의 대상이며, 연구의 대상이며, 교육의 대상이다. 그대로 두고 잘 보전하면 계속해서 황금알을 낳을 것인데 앞뒤 가리지 않고 거위의 배를 가르는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오히려 환경이 보전된다는 논리도 있다. 이 논리가 타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케이블카 공사로 훼손되는 지역이 정교하게 점적 훼손에 그쳐야 한다. 즉, 중장비 투입, 작업도로 개설 등은 불가하며 중간 지주탑의 경우에도 무를 베어내듯 깔끔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둘째, 케이블카 이용객은 상부정류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왕복형이어야 한다. 너무도 당연하게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정교하게 케이블카만 가져다 설치할 수 있는 공법은 세상에 없을뿐더러, 일단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산양을 비롯한 동식물이 주인인 공간을 사람의 안전을 내세워 너무도 쉽게 훼손할 것이다. 케이블카 이용객이 상부정류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폐쇄형 체계는 가지산 도립공원의 얼음골케이블카에서 보듯 지켜질 수 없는 약속이다. 얼음골케이블카는 상부 등산로 폐쇄를 조건부로 승인된 사업이나 이후에는 이 조치가 위법하다며 결국 상부 등산로를 개방했다. 억지 논리를 앞세워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지역은 해발 1400여 미터의 아고산대지역이다. 아고산대란 해발 1200~1300미터 이상의 고지대로 혹독한 기후환경 때문에 큰키나무들이 살지 못해 초원경관이 형성된 곳을 말한다. 이러한 지역은 외부의 영향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너무도 당연하게 엄격한 보호가 필요한 핵심보호지역이다. 

한라산 국립공원의 정상부인 백록담 지역은 과거 사방팔방에서 등산이 가능했다. 그러나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아왔고 사람들의 발길에 아고산지대 초화류들이 밟혀죽으면서, 연쇄작용으로 토양이 유실되고, 훼손된 지역이 점차 넓어지면서 이제는 성판악과 관음사 두 곳을 제외한 등산로를 폐쇄하였다. 현재 훼손된 지역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복구를 하고 있으나 쉽사리 복구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덕유산 국립공원은 하계유니버시아드 경기 유치라는 명목으로 정상인 향적봉 코앞까지 곤돌라를 설치하여 이제는 슬리퍼를 신고도 갈 수 있는 동네 뒷산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했다. 내장산 국립공원의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부근도 훼손 범위가 넓어지면서 천연기념물 굴거리나무군락이 점차 피해를 받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의 권금성은 과거 식생이 온전하게 분포하고 있었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모암이 다 드러나 버렸다. 지리산 국립공원의 세석평전은 야영이 금지된 1996년 이후 지금까지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옛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너무도 자명하게 훼손이 예상되는 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인류를 구원할 곳에 케이블카라니

역치(?値)란 생물체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말한다. 설악산 국립공원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인정한 너무도 당연하게 지켜야 할 보호지역이다. 이런 곳이 막무가내 개발로 무너지게 되면 우리는 최고의 역치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다른 지역의 케이블카 개발을 막을 논리가 상실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조상들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씨감자는 먹지 않았다고 한다. 당장의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그것을 먹게 되면 더 이상의 삶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호지역은 그런 곳이다. 우리는 기후변화, 소나무재선충, 메르스, 조류독감 사스 등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위협에 직면해 있고 이에 노출되어 있다. 보호지역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할 열쇠가 될 것이다. 노르웨이 스발바르제도에는 전 세계 식량자원의 종자들이 보관되어 있다. 인류에게 닥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인류가 직면하게 될 식량의 위기나 질병에 대한 해법이 보호지역에 내재되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어 국제사회에서는 2020년까지 전체 육상면적의 17퍼센트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고, 문재인정부도 국정과제로 이를 채택하고 있다. 인류를 구원할 씨감자밭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우리나라 숲길, 둘레길 등과 개념이 비슷한 프랑스의 걷는 길 ‘랑도네’를 청년 대여섯 명이 가마형 외발수레에 노인을 싣고 교대로 부축하며 산을 오르내리는 사진을 본 적 있다. 사진은 사람냄새가 무엇인지, 공동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얼마 전 지리산 국립공원 5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지리산 국립공원사무소 신용석 소장이 지리산 국립공원의 50대 미래비전으로 노약자, 장애인 지리산체험 프로그램을 매년 500명씩 운영하는 안을 제시했다. 크게 동의한다. 돈 몇 푼에 민족의 영산 설악산을 가치 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기보다는 정말 사람 냄새나는 공동체를 위와 같은 방법으로 구현할 수는 없을까?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너무도 명백하게 많은 그런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글 | 최송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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