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무효!"

2016-09-01

양양군 공무원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경제성 용역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시민대책위는 케이블카 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지난 7월 양양군의 오색삭도추진단장과 실무 공무원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경제성 용역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케이블카 사업 진행과정에서 사업자 양양군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사업의 경제성 검증을 의뢰해 그 결과 보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양양군이 환경부에 제출한 경제성 보고서는 KEI의 보고서가 아니었다. KEI가 작성한 보고서는 경제성만 분석한 16쪽 짜리 짧은 보고서였지만 양양군은 ‘지역경제 파급효과’, ‘오색 삭도 운영에 따른 사회적 편익’ 등을 추가해 마치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경제성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보고서를 임의대로 조작해 제출한 것이다.

당시 우원식 의원실이 양양군의 보고서 조작을 지적하자 양양군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본 보고서를 다시 환경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미 문서 조작이 드러난 뒤였다. <설악산을 지키는 변호사들>은 2015년 11월 9일 고발장을 접수했고 8개월여가 지난 지난 7월 기소가 이루어진 것이다.

도대체 이 사업에 어떤 문제가 있길래 문서까지 조작하는 ‘범죄’를 저질러야만 했을까?

 

거짓 보고서 제출한 양양군

케이블카 노선구간에 해당하는 오색지구에서부터 상부정류장이 위치할 끝청 하단부는 국립공원지역이자 자연공원법상 공원자연보존지구, 문화재보호법상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이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보호지역이며,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상 원칙적으로 개발행위가 금지되어 있는 핵심구역이다. 총 5개의 중요 보호지역으로서 보전가치가 높은 곳임에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이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활성화’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추진되어 왔다.

2015년 8월 28일 국립공원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이후, 케이블카 사업은 절차상의 온갖 문제에도 올 7월까지 진행돼 환경영향평가(본안)라는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7월 초에 양양군이 접수한 본안이 국립공원위원회에 제출했던 자연환경영향검토서와 많은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더 이상 문제는 승인 당시 부대조건을 충족하느냐가 아니라,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당시 제출했던 자연환경영향검토서가 제대로 된 것이었는지 여부로 변해버렸다.

당장 460억 원이었던 사업비가 587억 원으로, 127억 원이나 증가했다. 증가한 127억 원 중 대부분인 111억 원이 공사 과정 중 헬기 수송에 따른 비용으로 밝혀졌다. 애초에 공사 과정에 헬기를 이용해 환경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던 양양군과 환경부의 주장과는 달리, 처음부터 헬기 수송비용을 예산에 편성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멸종위기 야생동물도 10종에서 11종으로 증가했으며, 국가적색목록(IUCN Red-list)은 25종에서 85종으로 크게 증가했다. 희귀식물은 1종에서 118종으로 늘었으며 검토서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특산식물 54종도 추가됐다. 즉 보호종의 종류와 수가 공원위원회 심의 당시보다 전체적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심의 당시 양양군은 케이블카 구간이 산양의 서식지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해당구간에서 산양의 어린 개체가 확인되면서 이 구간이 산양의 번식지이자 주요 서식처로 확인됐다. 또한 서식 확인지점도 5지점에서 22지점으로 늘었다. 이외에도 삵, 하늘다람쥐, 무산쇠족제비의 서식 확인 지점이 늘어나 자연환경영향검토서의 신뢰성에 큰 의문이 생겼다.

 

환경성도 경제성도 없어

이렇듯,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평가하는 큰 두 축인 경제성과 환경성이 제대로 담보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환경성에 큰 관심이 없다. 슬픈 일이지만 양양군민들도 경제성만 있다면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하지 않는 입장도 적지 않다.

그러나 환경성이 아닌 경제성만 놓고 보았을 때도 이 사업은 문제가 많다. KEI의 경제성 보고서 원본은 사업의 경제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KEI가 각기 다른 기준으로 케이블카 탑승 수요를 조사해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탐방객 정보에 근거한 추정치(A)가 0.9이고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근거한 추정치(B)가 1.28에 불과하다(경제성은 1을 기준으로 1보다 클수록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이는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서 추가된 127억 원을 고려하지 않고 계산한 추정치임을 유념해야 한다. 같은 보고서에서 KEI는 요소별 변동폭에 따른 추정치를 산정했는데, 공사비 요소가 10퍼센트 증가하면 경제성은 0.036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본안에서 증가한 공사비 127억 원, 즉 27퍼센트 증가를 적용해보면 경제성은 0.0972 떨어진다. A가 약 0.9에서 약 0.8로 떨어지고 B가 약 1.19로 떨어지게 된다. 이런 식이라면 가뜩이나 낮은 경제성이 더 낮아져, 사업성을 확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여기에 국회예산정책처가 지적한, 총사업비로 포함시키지 않은 제세공과금 중 세금을 비용에 포함시키게 되면 경제성은 더 낮아질 것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무효

설악산을 그대로 두어라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국립공원위원회는 자료를 근거로 심의를 결정했다. 때문에 다시 심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당한 주장에 대해 환경부는 재심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행정법원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심의 무효 소송 재판이 진행 중인데 환경부는 이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다시 심의한다는 입장이다. 

소송의 쟁점이 되고 있는 두 가지 법은 자연공원법과 백두대간보호법이다. 국립공원인 설악산은 자연공원법의 적용을 받는다. 또한 하부정류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백두대간보호법’) 제6조 제2항 제1호에서 정하는 핵심구역에 해당한다.

먼저, ‘자연공원법 제18조 제2항 제1호 나’ 목은 공원자연보존지구에서 허용되는 행위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른 최소한의 공원시설의 설치 및 공원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연공원법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은 ‘삭도의 경우 5킬로미터 이하, 50명 이하’이다(자연공원법 시행령 별표 1의 2). 사실 설악산 케이블카는 그 기준을 어기지 않는다.

하지만 케이블카가 입법취지에 맞는 최소한의 공원시설인지 여부는 해석의 문제이다. 단지 5킬로미터를 넘지 않았으므로 기준에 부합한다는 기계적이고 위법적인 해석을 지양하고, 국립공원 공원자연보존지구로 보호하고자 하는 생태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하는 것이 옳은 일 아닐까.

백두대간보호법도 마찬가지이다. 동법 제7조 제1항 각호 중 삭도 설치행위를 포함할 수 있는 항목은 제2호 “도로·철도·하천 등 반드시 필요한 공용·공공용 시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의 설치” 행위이다. 동법 8조 제1항 제1호는 허용 시설로 “도로·철도·하천·궤도시설 또는 송전탑”을 명시하고 있다. 이 궤도에 삭도, 즉 케이블카가 포함되므로 하위법령 기준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케이블카가 “반드시 필요한 공용 공공 시설”인지는 역시 해석의 문제다.

결국 남는 것은 해석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가치의 문제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설악산 고유의 생태적 가치를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낮은 경제성이라도 개발을 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남는 것이다. 자연공원법과 백두대간 보호법 모두 해당 지역의 생태적 가치에 무게를 두고, 이들 지역을 절대적으로 보전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고 본다면 우리의 선택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4대강사업, 새만금사업을 비롯한 온갖 토건개발 사업으로 지금까지도 사람뿐만 아니라 뭇생명들이 고통스러워하고 피해를 받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도 이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경제성 용역 보고서 조작 사건을 계기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무효 소송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하는 이유다.

 

글 | 오일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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