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에는 바다거북이 산다

2022-12-06

지난 2022년 10월 14일이었다. 저녁 7시가 넘어 서귀포 섶섬 앞바다로 잠수한 김국남 다이버는 바닷속 ‘여’(암초의 제주어)에 가만히 엎드려 있던 바다거북을 발견한다. 가까이 가보니 푸른바다거북이었다. 그래서 근래에 보기 드물게 아주 가까이에서 푸른바다거북의 유영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을 수 있었다. 지난 6월 말에도 구좌읍 월정리의 얕은 바닷가에서도 바위에 앉아 있던 푸른바다거북을 한 해녀가 목격하여 제주자연의벗에 제보하기도 했다. 성체가 되면 채식주의자로 바뀌는 푸른바다거북이 최근 제주도 육지 가까운 해안에서 해조류를 먹으러 자주 찾고 있다. 푸른바다거북을 최근 목격한 해녀 김정자 씨는 수심이 조금 깊은 바닷속에 사는 감태 등의 해조류가 감소하면서 육지 가까이에 자라는 해초나 해조류를 먹으러 오는 것이 아닐까라고 귀띔해주었다. 


제주 바다에는 바다거북이 상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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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14일 밤, 김국남 스쿠버가 섶섬 앞바다에서 찍은 푸른바다거북

그렇다. 바다거북은 잠깐 지나가다가 제주 바다를 찾는 것이 아니라 제주 바다 속에 서식하고 있다. 제주자연의벗은 스쿠버, 관련 학자 등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표선 앞바다의 해저 분화구(금덕이여) 속에, 삼양 앞바다에도 바다거북이가 상주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새섬, 문섬, 섶섬, 서건도, 형제섬 등 서귀포시 앞바다에도 바다거북이 상주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민들조차도 제주 바다에 바다거북이 살고 있는 사실을 잘 모른다. 제주 바다에는 돌고래뿐 아니라 바다거북이도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하기는, 바다거북은 돌고래처럼 물 위를 힘차게 솟구쳐 오르지도 않고 경계심이 강하여 바닷속을 조용히 유영하는 동물이라 눈에 띄기가 쉽지 않다. 

바다거북은 모래해변에서 알로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수컷은 평생을 바다에서 살고 암컷만 알을 낳을 때 잠깐 올라올 뿐이다. 그것도 모두가 잠든 밤과 새벽 사이에 알을 낳고는 황급히 떠나 버린다. 부화한 새끼들도 알을 깨고 나오자마자 본능적으로 바다를 향해 헤엄쳐 나가 대양으로 떠나버린다. 그래서 해녀나 스쿠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바다거북을 보기는 쉽지 않다. 그것도 일반인들이 바다거북을 발견하는 경우는 바닷가에 떠밀려온 사체나 부상당한 것을 발견하는 경우이다. 실제로 2021년에만 14마리 이상의 바다거북 사체가 제주 해안에서 발견되었다. 올해도 마찬가지이다. 매해, 제주 연안에서 바다거북의 사체나 그물에 걸려 부상당한 것이 10마리 이상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이는 바다거북이 제주 연안에 늘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간접적 증거이기도 하다.


바다거북 산란지, 중문색달해수욕장

1998년 10월 18일, 아침 7시경이었다. 중문 하이얏트 호텔의 한 직원이 갓 부화한 붉은바다거북 새끼 100여 마리가 모래를 뚫고 나와 바다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였다. 이후 중문색달해수욕장(이하 중문해수욕장)에서 2002년, 2004년, 2007년에 붉은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2007년을 끝으로 더 이상 바다거북의 산란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중문해수욕장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의 산란지이다. 일본처럼 정기적 산란지가 아닌 비정기적 산란지이다. 이것을 우연 산란장이라고 한다. 물론 제주 바다만이 바다거북 산란지로 기록된 건 아니다. 해운대 앞바다에서도 1964년 5월 27일 붉은바다거북이 150개 이상의 알을 산란했다는 신문기사도 있다. 그러나 그 이후 기록이 없다가 무려 34년 후인 1998년 중문해수욕장에서 산란이 확인된 것이다. 그것도 8년 동안 4차례나. 이것은 해운대 앞바다처럼 우연히 산란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바다거북이 중문해수욕장을 산란지로 삼았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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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거북(앞)과 붉은바다거북(뒤)은 제주 바다에 가장 많이 서식하는 바다거북이다. 특히 붉은바다거북은 중문색달해수욕장에 4차례나 산란했다(사진은 지난 8월 25일, 중문해수욕장의 바다거북 방류 행사)

전 세계 바다에는 7종의 바다거북(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장수거북, 올리브각시바다거북, 캠프각시바다거북, 납작등바다거북)이 산다. 그 중에서 우리나라 바다에는 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장수거북,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이 서식하고 있다. 중문해수욕장에서 산란한 바다거북은 붉은바다거북이다. 이들이 중문해수욕장 이외에 다른 제주 모래 해변에 산란하러 왔을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이들이 중문 앞바다뿐 아니라 제주 연안에 터를 잡아 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제주 모래 해변이 산란하기 적합한 것이 확인된다면 중문해수욕장뿐만 아니라 언제든 알을 낳으러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바다거북이 제주 해안에 산란한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가 크다. 단순하게 멸종위기종이 산란을 했다는 것을 넘어서 제주 해안이 그들이 안전하게 알을 낳을 수 있는 생태환경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다거북 산란지 회복 운동은 곧 해안 생태계 보전운동과 직결된다. 하지만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장소인 제주도의 해안사구가 도로개발, 건축물 등으로 상당부분 파괴되면서 바다거북뿐만 아니라 흰물떼새, 달랑게 등 해안사구에 서식하는 이들의 산란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해안개발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바닷물이 해안사구를 점점 잠식하면서 산란지는 더 위협받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7년부터 8월마다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인공 산란한 바다거북 새끼를 방류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새끼를 방류하는 이유는 바다거북의 회귀 본능을 이용해 이들이 다시 중문해안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들이 돌아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바다거북의 회귀본능을 이용하여 이들이 다시 중문 연안으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현재 중문해수욕장은 이들이 편하게 알을 낳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문해수욕장이 바다거북 산란지로서의 조건을 너무나 많이 상실했기 때문이다. 중문해수욕장의 야간 조명과 사시사철, 밤낮 가릴 것 없이 관광객들이 출입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바다거북은 인공조명에 매우 민감하여 빛이나 사람의 기척을 느끼면 뭍으로 올라오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의 한 바다거북 산란지에서는 인공조명을 막기 위해 해안에 커튼을 치기도 한다.  

또 설사 바다거북이 이 어려움을 뚫고 산란한다 하더라도 모래사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바다거북이 산란해 놓은 위를 밟게 되면 알이 부화하지 않거나, 부화하더라도 새끼거북들이 모래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되는 일이 많다. 바다거북은 보통 6~8월에 알을 낳는데 예전보다 도내 해수욕장 개장 시기가 상당히 앞당겨지면서 산란 시기와 겹치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문제도 있다. 또한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중문 해안사구에는 이미 천막 등 해양레저 시설로 점령되다시피 한다. 이 때문에 바다거북이 알을 낳으러 올라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는 것이다. 위 문제점을 해소하지 않고 매해 바다거북 새끼를 방류하며 이들이 또다시 돌아오는 일을 바라는 것은 누워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격이다. 문제의 근본원인을 처방하지 않고 해결을 추진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다. 


바다거북과 함께 사는 ‘공존의 길’의 모색

붉은바다거북의 정기적 산란지인 일본의 오하마 해안은 산란 시기에는 해수욕장을 폐쇄한다. 대신에 바다거북 생태관광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비정기적 산란지인 중문해수욕장을 바다거북의 산란을 위하여 폐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상권의 반발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절충점을 찾아가면 ‘공존’의 길은 가능하다. 붉은바다거북 산란지인 야쿠시마 해안처럼 최소한 산란 시기 중 알을 낳는 시간인 밤중에는 출입을 통제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산책로에 밤새 켜져 있는 조명등을 산란 시기에는 끄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처럼 해안커튼은 못 치더라도 현재의 인공조명을 최대한 줄여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바다거북의 알을 낳는 공간인 중문 해안사구를 잠식한 천막 등 시설물을 산란시기에는 철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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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하도해안사구에서 갓 부화한 흰물떼새 새끼. 제주 해안사구에는 바다거북뿐 아니라 흰물떼새가 산란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바다거북이 산란하러 다시 돌아온다면 중문해수욕장 출입이 예전보다 제한이 강화된다 하더라도 바다거북 생태관광지로 자리매김하여 관광객들이 중문 관광단지에 더 찾아올 수 있다. ‘바다거북과 함께 사는 길’을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한 관광의 모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지구 생태계의 지표종인 바다거북이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은 제주 해안 생태계를 살려나가는 과정이며 제주도를 ‘공존의 섬’으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글 |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 

사진제공 | 제주자연의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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