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4대강 자연성 회복의 의미

2019-04-01

세종보. 수문이 열리니 자연스럽게 물이 흐른다 ⓒ이용기

40여 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4대강사업으로 금강에 세워진 세 개의 댐과 영산강의 두 개 댐에 대하여 비용/편익 분석의 결과를 토대로 모두 해체 또는 개방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금강의 세종댐과 영산강의 죽산댐은 해체, 금강의 공주댐은 다리 기능만 남기고 부분 해체, 금강의 백제댐과 영산강의 승촌댐은 상시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곧 낙동강과 한강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평가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서 자유한국당은 ‘문명파괴’ 행위라면서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전 세계의 여러 건축물 중 큰 비용이 투입된 공사이지만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오히려 관리비만 까먹는 애물단지 건축물을 뜻하는 ‘흰 코끼리(White elephant)’ 로 한국의 4대강을 선정하였다. 국제 NGO로부터는 ‘습지파괴상’ 대상을 받았으며, 프랑스의 신문 『르몽드』는 이를 환경 파괴와 부패가 점철된 재앙이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조롱 받는 문명’은 파괴되어도 싸다.  


농업용수 핑계 삼는 거짓말

일부 농민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농업용수를 거론하면서 ‘결사반대’ 구호를 걸고 나섰는데, 4대강은 일부 농민들의 강이 아니라 국가의 강이다. 농민들은 농업용수를 해결해 달라는 요구는 할 수 있지만, 국가의 강을 소수의 주민들이 자기들 좋은 대로 이렇게 만들어 달라 저렇게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월권이다. 그리고 이들 자칭 농민들 중에는 댐 수문의 개방 여부와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 많이 섞여 있다. 공주댐은 지난 일 년간 수문을 개방했어도 지하수와 농업용수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공주댐의 물과는 전혀 상관없이 유구천의 물을 쓰는 사람들까지 데모를 하고 나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사업을 하면서 농민들에게 허황된 개발의 꿈을 심어주어 땅값을 오르게 하였는데, 박근혜 정부도 ‘에코델타시티’니 ‘라베니체 에브뉴니’ 이런 요상한 이름으로 혹세무민하는 강변 개발 계획을 내놓아 그 꿈을 계속 부풀려 놓았었다. 그러나 그 꿈은 그냥 꿈 이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 우리 국민들은 깨달아야 할 때가 되었다. 농업용수는 공사 중에 수위가 가장 낮았을 때에도 공급해 주었다. 물은 20미터 정도는 펌프로 쉽게 끌어 올릴 수 있어서 농업용수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수문을 여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을 때에는 그 방법과 비용도 이미 다 계산에 들어가 있다. 다만, 지하수위가 올라서 농사를 못 짓는 곳이 있는데 이 문제는 수문을 열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공주보 ⓒ이용기

4대강에 가득 모아둔 물이 농업용수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4대강사업이 가뭄 해결에 도움을 준적은 없다. 4대강은 수위가 내려가지 않고 항상 물이 댐 위를 찰랑찰랑 넘쳐흘러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었고 또 그렇게 관리되고 있는데, 그 뜻은 그 상류에 있던 댐, 즉 소양댐, 대청댐 등에서 흘려보내는 물을 쓰고 있는 것이다. 즉, 금강 부여에서 보령댐으로 도수해간다는 물은 4대강사업을 해서 모아둔 물이 아니라 그냥 대청댐에서 흘려보내서 부여로 흘러가는 물일뿐이다. 

 

보의 홍수·오염 저감효과라는 거짓말 

4대강에 세운 댐들은 지금껏 물이 새고 강바닥이 파이고 댐 구조물이 파손되어 끊임없이 콘크리트를 쏟아 부으면서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이유는 이 댐들을 모래 위에 세웠고 옆구리를 흙더미에 걸쳐 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댐들은 쉽게 무너진다. 연천댐을 비롯하여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대만 등 세계 각 나라에서 다 댐이 무너진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댐의 옆구리가 터져서 무너진 사례가 많다. 홍수를 막기 위하여 피해지역의 상류에다 댐을 짓는 것은 흔히 하는 방법이지만 4대강사업처럼 하류에 댐을 줄줄이 지어 수위를 올려놓고 홍수를 막는다는 것은 동서고금에 없던 일이다. 4대강에 줄줄이 지은 댐은 하나가 무너지면 그 아래의 댐들도 다 무너져 오히려 대형 재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작년 일본에는 하루에 500밀리미터의 비가 쏟아지면서 해일이 닥치듯이 강물이 둑을 넘쳐흘렀고, 중국에서는 하루에 1000밀리미터에 이른 비가 온 적도 있다. 만약 이런 비가 우리나라에 온다면 모래 위에 세운 모든 댐들이 줄줄이 다 터지면서 큰 재난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댐들은 하루 속히 헐어서 국민의 생명을 보존하도록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물그릇을 두 배로 키우면 오염은 절반으로 줄어든다면서 낙동강의 물그릇을 11배 키웠고 거기다 4조 원을 들여 수질오염물질 배출량(BOD, 생물학적산소요구량 기준)을 95퍼센트, 인 배출량을 90퍼센트 줄였다고 발표하였다. 주장대로라면, 낙동강 물은 이제는 그냥 들어가서 바로 마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4대강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을 비롯한 맹독이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의 수백 배가 검출되고 있는데 이런 물을 그냥 마시면 죽는다. 이 마이크로시스틴은 물고기와 농작물에도 축적되기 때문에 수문을 빨리 열어야 한다. 

4대강사업으로 보에 막힌 강은 독성 물질을 품은 녹조가 번성했다 ⓒ여주환경운동연합


혈세 낭비 자연성 왜곡하는 4대강사업 유산들

4대강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자면 관리비가 많이 든다. 댐, 자전거 도로, 수변공원 등에 드는 시설의 유지관리비가 매년 5000억 원을 웃돈다. 또 보도된 바에 의하면 악화된 수질 관리에도 1조 원 가까운 예산을 쓰고 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댐에서 물이 새고 구조물이 파손되어 계속 보강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고, 댐 하류에 깊게 파인 강바닥에도 계속 콘크리트 덩어리 등으로 메우고 있다. 역행침식으로 무너지는 지천들도 보수해야 하고, 준설한 모래를 쌓아둔 농경지의 임대료도 나가야 한다. 또 농지 침수와 안개 발생으로 인한 농업손실, 물고기들이 사라져서 실업상태에 빠진 어민들이 입는 손실 등등 또한 보상해줘야 한다. 이 모든 곳에 혈세가 낭비된다. 

근본적인 문제는 유지관리비를 아무리 많이 들이더라도 4대강은 언젠가는 스스로 제 길을 찾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이 강이 스스로 댐과 둑을 터뜨리고 제 길을 찾아갈 때에는 우리에게 큰 재앙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래서 시급히 강이 자연성을 회복하도록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하천을 자연 상태에 가깝도록 복원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서 재난의 위험을 줄이며 유지관리비도 최소화할 수가 있고 물고기들이 살아나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번에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실시한 경제성 평가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아무쪼록 거짓이 더 이상 판치지 못하고 진실이 드러나 4대강이 자연성을 회복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 |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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