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이후 벌써부터 비무장지대의 활용 방안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장마철 버섯 피어나듯 솟아오르고 있다. 비무장지대(DMZ)를 말할 때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이 ‘자연생태계의 보고’라는 말이다. 실제로 DMZ는 동식물의 낙원, 자연생태계의 보고라고 하긴 어렵다. 원시림이 가득 들어차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수시로 일어나는 산불로 인해 키 큰 나무들이 많지 않다. 정전협정으로 정해진 비무장지대의 너비는 4킬로미터, 그마저도 남북 철책선 앞에 더해 추진철책을 설치한 탓에 더 좁아진 곳이 많아 너비가 채 2킬로미터도 안 되는 곳도 있다. 우리 GP에서 북한군 초소가 수백미터에 불과한 곳조차 있다. 그런 너비는 야생동물들에겐 너무나 비좁은 공간이다. 생각만큼 동물들이 많지 않다. 가끔 마주치는 고라니와 산양, 멧돼지 정도가 전부다.
그럼에도 비무장지대는 아름답다. 늪지에서 아침 안개가 피어나면 한반도 어디서도 만나지 못했던 선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남북 대치의 시설물과 철책이 있음에도 DMZ의 산하는 그 모든 것들을 표시나지 않게 품에 안을 만큼 넉넉하다. 비무장지대는 또 고요하다. 때론 남북방한계선 외곽에서 사격 연습 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그밖에는 언제나 무거운 정적 속이다. 가끔 정적을 깨는 고라니의 울음소리는 그래서 더욱 크게 들린다. DMZ를 벗어나면 곧바로 크고 작은 소음이 귀를 파고든다. 개발의 손길은 DMZ 턱밑까지 뻗어있다. 민간인출입통제선(CCL)과 남방한계선(SLL) 사이의 민통선구역(CCZ)은 이미 개발의 여파로 신음 소리가 드높다. 평화가 개발압력을 높여 온갖 단체, 지자체, 심지어 정부까지 ‘평화’와 ‘친환경’으로 포장된 DMZ 개발 이슈를 꺼내든다.
DMZ 평화시 건설, DMZ 국가전략관광지 지정, DMZ 평화공업단지 건설, DMZ 남북화합농장 건설, DMZ 남북한공동관광지구 개발, DMZ 무비자국제관광지 건설, DMZ 안보관광센터 건립, DMZ 평화통일축구장 건설, DMZ 횡단자전거길 조성, DMZ 야생사파리공원 건설, DMZ 둘레길 조성, DMZ 남북청소년교류센터 건립, DMZ 국제평화교통연수원 설립, DMZ 북한이주민수용시설 건설, DMZ 브랜드마을 조성, DMZ 국제영상캠프 설립, DMZ 바이오연료단지 건설, DMZ 통일경제특구 건설, DMZ 남북교역자유지대 설치, DMZ 경제클러스터 구축, DMZ 남북교류타운 조성, DMZ 안보관광지 건립, DMZ 평화누리길 자전거도로 건설, DMZ 국제 비엔날레 개최, DMZ 지질공원 조성, DMZ 종소기업 전용공단 조성, DMZ 평화도시 건설, DMZ 인삼밭 조성, DMZ 추모 평화콘서트 개최……
대관절 이게 무슨 난리굿인가? 왜 세상의 모든 눈 먼 돈이, 개발 호재가 DMZ에만 있다는 듯이 이리들 새파랗게 돈독, 개발독이 올라 저 땅을 노리는가? 이 모든 개발 욕망이 현실이 될까 더럭 겁이 난다. 그나마 한반도에서 인간의 발길이 닿지 못하는 자연환경을 평화의 이름으로 유린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두어야 한다. 남북의 미래세대와 그곳에 깃든 동식물들의 미래를 위해 DMZ에 정적과 개발 없는 생태평화를 허하라!
글 · 사진 | 박종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 더 많은 사진은 월간 함께사는길 6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벌써부터 비무장지대의 활용 방안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장마철 버섯 피어나듯 솟아오르고 있다. 비무장지대(DMZ)를 말할 때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이 ‘자연생태계의 보고’라는 말이다. 실제로 DMZ는 동식물의 낙원, 자연생태계의 보고라고 하긴 어렵다. 원시림이 가득 들어차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수시로 일어나는 산불로 인해 키 큰 나무들이 많지 않다. 정전협정으로 정해진 비무장지대의 너비는 4킬로미터, 그마저도 남북 철책선 앞에 더해 추진철책을 설치한 탓에 더 좁아진 곳이 많아 너비가 채 2킬로미터도 안 되는 곳도 있다. 우리 GP에서 북한군 초소가 수백미터에 불과한 곳조차 있다. 그런 너비는 야생동물들에겐 너무나 비좁은 공간이다. 생각만큼 동물들이 많지 않다. 가끔 마주치는 고라니와 산양, 멧돼지 정도가 전부다.
그럼에도 비무장지대는 아름답다. 늪지에서 아침 안개가 피어나면 한반도 어디서도 만나지 못했던 선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남북 대치의 시설물과 철책이 있음에도 DMZ의 산하는 그 모든 것들을 표시나지 않게 품에 안을 만큼 넉넉하다. 비무장지대는 또 고요하다. 때론 남북방한계선 외곽에서 사격 연습 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그밖에는 언제나 무거운 정적 속이다. 가끔 정적을 깨는 고라니의 울음소리는 그래서 더욱 크게 들린다. DMZ를 벗어나면 곧바로 크고 작은 소음이 귀를 파고든다. 개발의 손길은 DMZ 턱밑까지 뻗어있다. 민간인출입통제선(CCL)과 남방한계선(SLL) 사이의 민통선구역(CCZ)은 이미 개발의 여파로 신음 소리가 드높다. 평화가 개발압력을 높여 온갖 단체, 지자체, 심지어 정부까지 ‘평화’와 ‘친환경’으로 포장된 DMZ 개발 이슈를 꺼내든다.
DMZ 평화시 건설, DMZ 국가전략관광지 지정, DMZ 평화공업단지 건설, DMZ 남북화합농장 건설, DMZ 남북한공동관광지구 개발, DMZ 무비자국제관광지 건설, DMZ 안보관광센터 건립, DMZ 평화통일축구장 건설, DMZ 횡단자전거길 조성, DMZ 야생사파리공원 건설, DMZ 둘레길 조성, DMZ 남북청소년교류센터 건립, DMZ 국제평화교통연수원 설립, DMZ 북한이주민수용시설 건설, DMZ 브랜드마을 조성, DMZ 국제영상캠프 설립, DMZ 바이오연료단지 건설, DMZ 통일경제특구 건설, DMZ 남북교역자유지대 설치, DMZ 경제클러스터 구축, DMZ 남북교류타운 조성, DMZ 안보관광지 건립, DMZ 평화누리길 자전거도로 건설, DMZ 국제 비엔날레 개최, DMZ 지질공원 조성, DMZ 종소기업 전용공단 조성, DMZ 평화도시 건설, DMZ 인삼밭 조성, DMZ 추모 평화콘서트 개최……
대관절 이게 무슨 난리굿인가? 왜 세상의 모든 눈 먼 돈이, 개발 호재가 DMZ에만 있다는 듯이 이리들 새파랗게 돈독, 개발독이 올라 저 땅을 노리는가? 이 모든 개발 욕망이 현실이 될까 더럭 겁이 난다. 그나마 한반도에서 인간의 발길이 닿지 못하는 자연환경을 평화의 이름으로 유린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두어야 한다. 남북의 미래세대와 그곳에 깃든 동식물들의 미래를 위해 DMZ에 정적과 개발 없는 생태평화를 허하라!
글 · 사진 | 박종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 더 많은 사진은 월간 함께사는길 6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