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호의 얼음 위에 웅크리고 있는 큰고니 무리
지난 1월 22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맹추위가 20여일 넘게 계속됐다.
많은 저수지와 하천, 물웅덩이 등 거의 대부분의 습지들의 수면이 얼어붙었다. 바닷가 갯벌까지 얼음에 덮여 있었다. 습지에서 살아가는 물새들 중 논습지에서 낙곡을 먹는 기러기들과 일부 오리들은 먹이활동을 할 수도 있었지만 다른 대부분의 새들은 얼음 위에 서 있거나 웅크리고 앉아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다. 아마도 굶주린 상태로 오랫동안 그 자리에 머무르고 있다고 추정됐다.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부와 지방정부 등 새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할 행정조직과 관련 연구기관 연구자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매년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의 주관으로 겨울철 조류 전국 동시센서스 조사를 하는데 올해는 1월 19일에서 21일까지 AI예찰지역을 포함한 전국 200개 주요 습지에서 실시했다고 한다(http://species.nibr.go.kr/bird). 하지만 이 시기 이후로 평균 기온이 영하 10도 가까이 뚝 떨어지면서 전국 대부분의 습지가 얼어붙었는데도 야생조류들의 겨울나기에 관한 어떤 조사도 행해지지 않았고 새들을 돕기 위한 행동지침도 수립되지 않았다.
새들이 추위를 피해 일차 도래지보다 더 남쪽으로 남하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이동해 기착한 곳을 찾아가 현황을 알아보았다.
얼어붙은 수면, 먹이는 어디에?
1월 28일 오전 8시 30분, 영암호. 신안문화원 김경완 사무국장과 동행했다. 영암호는 영암군과 해남군이 호수 가운데에서 행정구역이 나뉜다. 영암군 쪽으로 영암호에 접근하는데 북쪽 하늘에서 가창오리 2만여 마리가 영암호로 날아 들었다. 전날 낙조시간에 논습지로 나가서 밤새도록 낙곡을 먹고 영암호로 들어오는 것이다. 아주 먼 거리까지 나가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아침 늦게 들어왔다. 영암호 동쪽은 대부분 얼음으로 얼었고, 서쪽은 아직 얼지 않았다.
새들이 추위를 덜 타기 위해 갈대군락을 바람막이 삼아 갈대군락 남쪽에 모여 있었다. 가창오리 일부는 가까운 곳에 내려앉았고, 많은 무리가 영암호 가운데 있는 ‘뜬섬’ 너머로 날아갔다. 그 서쪽 편에 교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영암IC와 건설 예정인 해남의 기업도시까지 직선도로를 만들기 위한 공사의 하나다. 불과 10여분 거리쪽에 있는 영암방조제의 도로를 이용해도 될 터인데 새 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 낭비이자 영암호에 도래하는 조류의 행동에 악영향을 줄 만한 공사다. 이 문제와 관련해 평소 월동 조류, 특히 가창오리의 서식 정보를 주고받아온 박종기 선생과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박 선생은 해남군 산이면에 거주하면서 오랫동안 농민운동을 하신 분으로 갯벌 간척사업이 지역의 어민과 자연생태계의 동식물 서식상에 큰 문제를 불러온다고 지적해 오신 분이다. 그는 영암호와 금호호 방조제를 열어 해수 유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년 전 이 도로 공사와 관련한 박 선생의 자문 요청에 의견을 드린 바 있었고, 공사를 반대하는 입장의 글도 쓴 적이 있다. 공사는 오늘날까지 저렇게 계속 진행중이다. 토목 건설공화국의 현실이다.
호수 건너편으로 이동하려고 포장길로 나오는데 기러기들이 날아오른다. 농민으로 보이는 두 명이 트럭에서 내려 기러기를 향해 걷거나 뛰면서 새들을 쫓아내고 있었다. ‘뜬섬’ 남쪽의 조류관찰대로 이동해 보니, 갈대군락 앞에 수면이 얼지 않은 자리에 가창오리 무리와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무리가 잔뜩 모여 있다. 큰고니 30마리는 얼음 위에 웅크리고 묵묵히 추위를 견뎌내고 있었다. 추위에 먹이를 잘 먹어야 생존할 수 있는데 섭식을 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철근과 철판을 이용해 만든 조류 관찰대는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새들이 조류관찰자가 있는지 모르게 밀폐식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개방식으로 만든 것이다. 예산낭비다.
다시 ‘뜬섬’ 주변을 돌아보는데 독수리와 흰꼬리수리가 각각 6마리 정도 보인다. 죽은 사체를 먹는 독수리가 먹이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먹이를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흰꼬리수리는 물고기를 잡아먹어야 하는데 호수의 많은 지역이 얼음으로 덮여있고, 수온이 낮아지면 물고기들이 수면 아래에 머무르면서 동면을 하기 때문에 먹이를 잡기 힘들 게 분명하다.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추위를 피해 먹이를 찾아 북쪽에서 내려온 기러기들도 많을 텐데 생각보다 기러기류 무리가 많지 않다.
전망대에 올라보니 영암호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산이면은 영암호와 금호호 사이에 있는 지역이다. 동행한 김경완 사무국장은 이 곳이 외가라 한다. 어릴 적 외가에 왔을 때는 영암호 지역이 갯벌이었다고 한다. 영암호 주변 논습지에 과거에 없던 축사나 건물축이 하나 둘씩 들어서고 있어 야생조류의 서식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영암호의 수질 개선과 영암호 주변 논습지를 친환경농업으로 경작하는 지원사업을 영암군과 해남군, 그리고 농업기반공사가 협력해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수차 했는데 별 진척이 없는 모양이다. 친환경농법으로 논습지를 경작하는데 그치지 말고 영암호 해수유통까지 논의를 확대해 추진하길 바란다.
30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날아올랐다

먹이활동을 위해 영산호에서 날아오르는 가창오리 무리
고천암호로 이동을 했다. 고천암호의 안쪽 좁은 수로의 대부분이 얼음으로 덮여 있다. 주변 농경지에는 의외로 기러기 무리가 적었다. 논갈이를 한 탓에 낙곡들이 적은 모양이다. 호수 중간쯤 만들어진 탐조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소소한 혈세 낭비가 너무 잦다. 추운 날씨였지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다. 공룡 화석지 옆으로 이동을 해 금호호를 바라보았다. 서쪽 일부 수면만 얼지 않고 대부분 얼어붙어 있다. 물새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창오리 무리는 어디를 갔을까?
오후 2시 30분 경, 나주 우습제로 향했다. 국도를 따라 이동하다가 동양 최대 백련지 자생지인 무안회산백련지에 들렀다.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영산강이 있다. 혹시 가창오리 무리가 영산강에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돌렸다. 그 순간, 영산강 위로 가창오리 무리가 일시에 날아올랐다. 하류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서둘러 강변으로 이동했다. 강변에 4차선 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4차선 도로가 건설된 후 조류들에게 미칠 악영향이 우려된다. 영산강 수면에 가창오리 30여만 마리가 가득하다. 강이 좁다고 느껴질 정도다. 불과 1주일 전만 하더라도 이들은 금강호와 고창 동림저수지에 머물렀다.
영산강은 목포에 하굿둑이 건설되자 강이 아니라 호수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영산호’라고 부른다. 영산호가 아니라 원래의 모습인 영산강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하굿둑 내측으로 해수유통이 돼야 한다.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된 승촌보와 죽산보의 수문도 완전 개방돼야 한다.
오후 4시쯤, 나주 우습제로 이동했다. 우습제에는 잎이 떨어진 채 앙상하게 남은 연 줄기 사이로 큰고니 380마리와 기러기류, 오리류가 머무르고 있었다. 우습제 수면 대부분이 얼어붙어서 새들이 얼음 위에 웅크리고 서 있었다. 먹이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다시 차를 몰아 나주시 남평면 지곡천으로 이동했다. 매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호사비오리 10마리 정도가 월동하는 곳이다. 지곡천도 수면 대부분이 얼어붙어 있다. 하천인데도 지석교 아래 부분에 보가 있어서 물이 고이는 바람에 수면이 얼어버린 것이다. 호사비오리를 비롯해 물새 한 마리도 관찰되지 않았다. 다시 가창오리가 머무는 영산강으로 이동했다.
오후 5시 40분경, 가창오리 30여만 마리가 머무르고 있는 영산강에 다다르는데 벌써 군무가 시작되었다. 가창오리가 연출하는 장관에 셔터를 누르는 손이 바빠졌다. 가창오리들은 이동을 할 듯 날아오르다가 다시 수면에 내려앉기를 세 차례 반복을 했다. 잠시 후 그들은 북쪽으로 날아갔다. 군무가 펼쳐지는 가운데 총소리가 들렸다. 총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서 확인해 보았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겨울손님 돌보는 일은 국가의 의무
1월 22일 이후로 기온이 뚝 떨어져 추위가 계속되고 있고, 호수, 저수지, 하천 등 많은 습지의 수면이 얼음으로 뒤덮인 채 눈까지 내려서 먹이가 부족해졌다. 한파가 급습한 1주일 이내에 조류들의 이동상황과 서식상태, 섭식상황 등을 조사했어야 했다. 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먹이를 공급하고 기력이 떨어진 새들이 밀렵을 비롯한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도록 보호관리대책이 마련됐어야 했다. 환경부와 관련 연구기관의 연구자, 그리고 지방정부가 지금이라도 새들의 서식상황 조사와 생존을 위한 대책을 빨리 세우기 바란다.
이동과 서식상황을 정확히 조사, 분석해 적절한 장소에 적정한 양의 먹이를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들이 힘겹게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낚시꾼들과 밀렵꾼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을 계도하여 겨울철새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할 필요도 있다. 가창오리를 비롯한 수많은 겨울철새들이 올 겨울 우리나라에서 무사히 겨울나기를 마치고 북쪽 번식지로 돌아갈 수 있어야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우리는 겨울 진객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손님의 안위를 돌보는 것은 주인의 의무이고 자연의 청지기로서 인간의 의무이며 예의일 것이다.
글•사진 | 주용기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영암호의 얼음 위에 웅크리고 있는 큰고니 무리
지난 1월 22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맹추위가 20여일 넘게 계속됐다.
많은 저수지와 하천, 물웅덩이 등 거의 대부분의 습지들의 수면이 얼어붙었다. 바닷가 갯벌까지 얼음에 덮여 있었다. 습지에서 살아가는 물새들 중 논습지에서 낙곡을 먹는 기러기들과 일부 오리들은 먹이활동을 할 수도 있었지만 다른 대부분의 새들은 얼음 위에 서 있거나 웅크리고 앉아 움직이지도 않고 있었다. 아마도 굶주린 상태로 오랫동안 그 자리에 머무르고 있다고 추정됐다.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부와 지방정부 등 새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야 할 행정조직과 관련 연구기관 연구자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매년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의 주관으로 겨울철 조류 전국 동시센서스 조사를 하는데 올해는 1월 19일에서 21일까지 AI예찰지역을 포함한 전국 200개 주요 습지에서 실시했다고 한다(http://species.nibr.go.kr/bird). 하지만 이 시기 이후로 평균 기온이 영하 10도 가까이 뚝 떨어지면서 전국 대부분의 습지가 얼어붙었는데도 야생조류들의 겨울나기에 관한 어떤 조사도 행해지지 않았고 새들을 돕기 위한 행동지침도 수립되지 않았다.
새들이 추위를 피해 일차 도래지보다 더 남쪽으로 남하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이동해 기착한 곳을 찾아가 현황을 알아보았다.
얼어붙은 수면, 먹이는 어디에?
1월 28일 오전 8시 30분, 영암호. 신안문화원 김경완 사무국장과 동행했다. 영암호는 영암군과 해남군이 호수 가운데에서 행정구역이 나뉜다. 영암군 쪽으로 영암호에 접근하는데 북쪽 하늘에서 가창오리 2만여 마리가 영암호로 날아 들었다. 전날 낙조시간에 논습지로 나가서 밤새도록 낙곡을 먹고 영암호로 들어오는 것이다. 아주 먼 거리까지 나가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아침 늦게 들어왔다. 영암호 동쪽은 대부분 얼음으로 얼었고, 서쪽은 아직 얼지 않았다.
새들이 추위를 덜 타기 위해 갈대군락을 바람막이 삼아 갈대군락 남쪽에 모여 있었다. 가창오리 일부는 가까운 곳에 내려앉았고, 많은 무리가 영암호 가운데 있는 ‘뜬섬’ 너머로 날아갔다. 그 서쪽 편에 교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영암IC와 건설 예정인 해남의 기업도시까지 직선도로를 만들기 위한 공사의 하나다. 불과 10여분 거리쪽에 있는 영암방조제의 도로를 이용해도 될 터인데 새 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 낭비이자 영암호에 도래하는 조류의 행동에 악영향을 줄 만한 공사다. 이 문제와 관련해 평소 월동 조류, 특히 가창오리의 서식 정보를 주고받아온 박종기 선생과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박 선생은 해남군 산이면에 거주하면서 오랫동안 농민운동을 하신 분으로 갯벌 간척사업이 지역의 어민과 자연생태계의 동식물 서식상에 큰 문제를 불러온다고 지적해 오신 분이다. 그는 영암호와 금호호 방조제를 열어 해수 유통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년 전 이 도로 공사와 관련한 박 선생의 자문 요청에 의견을 드린 바 있었고, 공사를 반대하는 입장의 글도 쓴 적이 있다. 공사는 오늘날까지 저렇게 계속 진행중이다. 토목 건설공화국의 현실이다.
호수 건너편으로 이동하려고 포장길로 나오는데 기러기들이 날아오른다. 농민으로 보이는 두 명이 트럭에서 내려 기러기를 향해 걷거나 뛰면서 새들을 쫓아내고 있었다. ‘뜬섬’ 남쪽의 조류관찰대로 이동해 보니, 갈대군락 앞에 수면이 얼지 않은 자리에 가창오리 무리와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무리가 잔뜩 모여 있다. 큰고니 30마리는 얼음 위에 웅크리고 묵묵히 추위를 견뎌내고 있었다. 추위에 먹이를 잘 먹어야 생존할 수 있는데 섭식을 잘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철근과 철판을 이용해 만든 조류 관찰대는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새들이 조류관찰자가 있는지 모르게 밀폐식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개방식으로 만든 것이다. 예산낭비다.
다시 ‘뜬섬’ 주변을 돌아보는데 독수리와 흰꼬리수리가 각각 6마리 정도 보인다. 죽은 사체를 먹는 독수리가 먹이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먹이를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흰꼬리수리는 물고기를 잡아먹어야 하는데 호수의 많은 지역이 얼음으로 덮여있고, 수온이 낮아지면 물고기들이 수면 아래에 머무르면서 동면을 하기 때문에 먹이를 잡기 힘들 게 분명하다.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추위를 피해 먹이를 찾아 북쪽에서 내려온 기러기들도 많을 텐데 생각보다 기러기류 무리가 많지 않다.
전망대에 올라보니 영암호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산이면은 영암호와 금호호 사이에 있는 지역이다. 동행한 김경완 사무국장은 이 곳이 외가라 한다. 어릴 적 외가에 왔을 때는 영암호 지역이 갯벌이었다고 한다. 영암호 주변 논습지에 과거에 없던 축사나 건물축이 하나 둘씩 들어서고 있어 야생조류의 서식환경이 나빠지고 있다. 영암호의 수질 개선과 영암호 주변 논습지를 친환경농업으로 경작하는 지원사업을 영암군과 해남군, 그리고 농업기반공사가 협력해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수차 했는데 별 진척이 없는 모양이다. 친환경농법으로 논습지를 경작하는데 그치지 말고 영암호 해수유통까지 논의를 확대해 추진하길 바란다.
30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날아올랐다
먹이활동을 위해 영산호에서 날아오르는 가창오리 무리
고천암호로 이동을 했다. 고천암호의 안쪽 좁은 수로의 대부분이 얼음으로 덮여 있다. 주변 농경지에는 의외로 기러기 무리가 적었다. 논갈이를 한 탓에 낙곡들이 적은 모양이다. 호수 중간쯤 만들어진 탐조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소소한 혈세 낭비가 너무 잦다. 추운 날씨였지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다. 공룡 화석지 옆으로 이동을 해 금호호를 바라보았다. 서쪽 일부 수면만 얼지 않고 대부분 얼어붙어 있다. 물새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창오리 무리는 어디를 갔을까?
오후 2시 30분 경, 나주 우습제로 향했다. 국도를 따라 이동하다가 동양 최대 백련지 자생지인 무안회산백련지에 들렀다.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영산강이 있다. 혹시 가창오리 무리가 영산강에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돌렸다. 그 순간, 영산강 위로 가창오리 무리가 일시에 날아올랐다. 하류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서둘러 강변으로 이동했다. 강변에 4차선 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4차선 도로가 건설된 후 조류들에게 미칠 악영향이 우려된다. 영산강 수면에 가창오리 30여만 마리가 가득하다. 강이 좁다고 느껴질 정도다. 불과 1주일 전만 하더라도 이들은 금강호와 고창 동림저수지에 머물렀다.
영산강은 목포에 하굿둑이 건설되자 강이 아니라 호수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영산호’라고 부른다. 영산호가 아니라 원래의 모습인 영산강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하굿둑 내측으로 해수유통이 돼야 한다.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된 승촌보와 죽산보의 수문도 완전 개방돼야 한다.
오후 4시쯤, 나주 우습제로 이동했다. 우습제에는 잎이 떨어진 채 앙상하게 남은 연 줄기 사이로 큰고니 380마리와 기러기류, 오리류가 머무르고 있었다. 우습제 수면 대부분이 얼어붙어서 새들이 얼음 위에 웅크리고 서 있었다. 먹이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다시 차를 몰아 나주시 남평면 지곡천으로 이동했다. 매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호사비오리 10마리 정도가 월동하는 곳이다. 지곡천도 수면 대부분이 얼어붙어 있다. 하천인데도 지석교 아래 부분에 보가 있어서 물이 고이는 바람에 수면이 얼어버린 것이다. 호사비오리를 비롯해 물새 한 마리도 관찰되지 않았다. 다시 가창오리가 머무는 영산강으로 이동했다.
오후 5시 40분경, 가창오리 30여만 마리가 머무르고 있는 영산강에 다다르는데 벌써 군무가 시작되었다. 가창오리가 연출하는 장관에 셔터를 누르는 손이 바빠졌다. 가창오리들은 이동을 할 듯 날아오르다가 다시 수면에 내려앉기를 세 차례 반복을 했다. 잠시 후 그들은 북쪽으로 날아갔다. 군무가 펼쳐지는 가운데 총소리가 들렸다. 총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서 확인해 보았으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겨울손님 돌보는 일은 국가의 의무
1월 22일 이후로 기온이 뚝 떨어져 추위가 계속되고 있고, 호수, 저수지, 하천 등 많은 습지의 수면이 얼음으로 뒤덮인 채 눈까지 내려서 먹이가 부족해졌다. 한파가 급습한 1주일 이내에 조류들의 이동상황과 서식상태, 섭식상황 등을 조사했어야 했다. 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먹이를 공급하고 기력이 떨어진 새들이 밀렵을 비롯한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도록 보호관리대책이 마련됐어야 했다. 환경부와 관련 연구기관의 연구자, 그리고 지방정부가 지금이라도 새들의 서식상황 조사와 생존을 위한 대책을 빨리 세우기 바란다.
이동과 서식상황을 정확히 조사, 분석해 적절한 장소에 적정한 양의 먹이를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들이 힘겹게 겨울나기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낚시꾼들과 밀렵꾼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을 계도하여 겨울철새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할 필요도 있다. 가창오리를 비롯한 수많은 겨울철새들이 올 겨울 우리나라에서 무사히 겨울나기를 마치고 북쪽 번식지로 돌아갈 수 있어야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우리는 겨울 진객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손님의 안위를 돌보는 것은 주인의 의무이고 자연의 청지기로서 인간의 의무이며 예의일 것이다.
글•사진 | 주용기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