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숲에 들다

2018-01-01

서귀포 치유의 숲의 대표적인 삼나무

 

제주는 동서로 누운 섬이다. 그 섬의 북쪽 반이 제주시이고 남쪽 반은 서귀포시다. 한라산이 중심에서 우뚝 솟았는데 그 사면이 동서남북 흘러내려 바다까지 이어진다. 한라산과 바다 사이의 중산간 지대에는 오름들이 별처럼 뿌려져 있다. 한라산 남서 중산간 지대를 잇는 길이 1115번 지방도로(제2산록도로)다. 서귀포시 호근동 2271번지는 이 도로의 동쪽에 치우쳐진 중산간 지대인데 이곳에 열린 숲이 ‘서귀포 치유의 숲’이다. 

 

지하암반수인 편백 치유의 샘

 

‘치유의 숲’은 지난해 <생명의숲>, 산림청, 유한킴벌리가 진행한 제1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017 생명상(대상)’을 수상했다. 53만여 평(173ha)에 이르는 치유의 숲은 산록도로에 접한 방문자센터 앞의 ‘가멍오멍숲길’에서 시작해 북서방향으로 10개의 테마별 숲길을 거느리고 있다. 그 테마 숲들의 이름은 제주어로 지어졌는데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될 만하다. 노고록헌(여유있는) 숲, 가베또롱(가뿐한) 숲, 벤조롱(산뜻한) 숲, 숨비소리(잠수했던 해녀가 수면에 올라와 내뱉는 숨소리) 숲, 오고생이(있는 그대로) 숲, 쉬멍(쉬면서) 숲, 엄부랑(엄청난) 숲, 산도록(시원한) 숲, 놀멍(놀면서) 숲, 하늘바라기 숲이 그것이다.  

치유의 숲을 구성하는 수종은 100년생 붉가시나무, 80년생 이상의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대표적이고 조록나무, 동백, 서어나무 군락지도 폭넓게 분포한다. 엄부랑숲은 거대한 삼나무숲인데 피톤치드를 내뿜는 장대한 초록의 풍경은 자연의 신성이 무엇인지를 피부로 느끼게 한다. 치유의 숲을 북서로 종행하다보면 그 끝에서 놀멍숲을 만나고 그 숲은 시오름으로 이어진다. 시오름 정상에 서면 한라산의 남서사면을 조망할 수 있다. 

 

엄부랑 치유의숲길에서 노루를 만나다

 

서귀포 산림휴양관림소가 치유의 숲을 관리하고 있는데 3개의 ‘산림치유 프로그램’(1일 3시간 프로그램 2회 진행, 회당 선착순 10명)과 5개의 ‘숲길 힐링 프로그램’(동절기 9~16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해설사가 동행하는 1~3시간 소요되는 5개 코스의 자연/문화해설 프로그램,  20~25명 단위 사전예약자에 한함)을 운영하고 있다. 숲 속에는 1800년대 제주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집터와 숲가마터 등 유적과 유명한 제주 똥돼지 화장실 터 등이 남아 있어 생태와 문화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다(예약 T:064-760-3770 www.seogwipo.go.kr). 숲길을 걷고 돌아오거나 출발 전 방문자센터 인근의 ‘힐링하우스’에서 대바구니(차롱)밥상을 맛볼 수 있는데, 체험 3일 전 예약(T:064-760-3067~8)해야 한다(이용시간 12~13시). 

 

쉬어가는 쉼팡에 얼어붙은 동백꽃

 

조용히 심신을 어루만질 시간이 필요하다면 남들 다 몰려가는 붐빌 때 말고 세상이 비수기라 부르는 이 한 때 제주의 산숲에서 고요히 걸어볼 일이다.

 

글 | 박현철 편집주간 

사진 | 이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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