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획 3년 더? 위기의 제주 노루

2016-05-01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 총 맞아 죽은 노루 ⓒ제주시청

 

2013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3년간의 유예를 두고 시행됐던 노루의 유해야생동물 지정을 3년 더 연장하려 하고 있다. 제주도는 현재 도내에 약 7600마리의 노루가 있고, 적정개체 수가 6100마리로 추정되기 때문에 1500마리의 노루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고 이를 2019년 6월까지 3년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환경단체와 동물보호단체 등의 반발을 의식해 포획방법과 시기 등의 구체적인 관리방안 등을 제주도환경정책위원회에서 매년 심의를 받고 시행토록 하는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수준에서 이번 포획연장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2년 6개월간 사라진 노루 최대 2만3000마리 

이번 포획 연장과 관련해 제주도가 내세운 이유는 농가 피해다. 적정 개체 수 이상의 노루가 분포해 농가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 이번 포획연장 논리의 근간이다. 하지만 포획을 3년간 더 연장하는 논리로 제공되고 있는 이유들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특히 지난 유해야생동물 지정 과정의 의혹들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노루 사살포획을 지속한다는 방침을 쉽게 동의할 수 없다. 특히 노루 포획 3년, 그간의 변화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지난 2013년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적정 개체 수에 대한 명확한 근거도 없이 제주도에 지나치게 많은 노루가 서식하고 이로 인해 농업피해가 상당하다며, 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다. 당시 제주도가 도내에 서식할 것으로 판단한 노루의 개체 수는 최소 2만 마리에서 최대 3만 마리였다. 제주도가 발표한 개체 수는 도민사회에서도 지나치다는 여론을 형성했다. 하지만 개체 수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는 도내 환경단체와 동물보호단체의 주장은 큰 힘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수많은 노루의 포획이 시작되었다. 2013년 6개월간 포획된 노루의 수는 무려 1285마리였다. 그리고 이후 2년간 평균 1650마리 이상 포획되었고, 2년 6개월간 포획된 개체 수는 무려 4597마리다. 그렇다면 현재 도내에 최소 1만 마리 이상의 노루가 서식해야 하지만 현재 제주도에 서식하는 노루는 약 7600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무려 2년 6개월 사이에 최소 1만3000마리에서 최대 2만3000마리가 줄어든 것이다.  

이런 급감의 원인을 제주도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제주도는 크게 밀렵과 사고로 인해 엄청난 수가 감소했다는 입장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밀렵과 사고가 기존 포획과 비슷한 수준으로 노루 개체 수를 감소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노루의 포획만 신경 썼을 뿐 노루의 밀렵감시나 사고 방지 등의 노루 보호와 관련된 일체의 정책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특히 개체 수가 이 정도로 급감하는 상황이라면 노루 생태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최초 개체 수 자료에 문제가 있거나, 제주도의 노루에 대한 보호관리에 심각한 구멍이 났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별 효과 없는 포획 정책 

그렇다면 이렇게 급감한 노루에 의한 농업피해도 역시 급감했을까? 포획이 시행된 2013년에는 369개 농가가 5억600만 원에 이르는 피해보상을 받았다. 2014년과 2015년에는 분명 피해보상액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많은 수의 포획이 이뤄진 2014년과 2015년의 농가피해와 피해 농가 수에는 큰 변화가 없다. 결론적으로 노루의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과 별개로 노루가 농지에 접근할 수 있는 조건하에서는 농가피해는 계속 발생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루포획으로 발생하는 연간 2억 원 비용을 생각한다면 과연 현행 포획정책이 합리적인지 의문이다. 

 

제주도가 발표한 노루의 적정 개체 수 6100마리에 대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과연 이 적정 개체 수가 합리적인 기준이냐는 것이다. 이번 노루 적정 개체 수 기준은 모호한 점이 많다. 일단 노루가 먹을 수 있는 먹이식물총량 조사에서 노루의 주요서식지인 목장 등의 초지는 빠져있다. 즉 먹이식물총량이 제주도가 조사한 양보다 매우 높게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노루의 적정 개체 수는 현재의 6100마리보다 매우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제주도가 제시한 6100마리 기준 자체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먹이식물총량의 오류를 제외하더라도 먹이식물총량에 따른 수용능력의 30퍼센트를 적정 개체 수로 결정하는 것은 어떠한 과학적·학문적 검토나 검증이 이뤄진 바 없다. 특히 국내에는 이런 논의나 연구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음에도 이런 결과를 내놓는 것은 마치 답을 정해놓고 연구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노루 멸종 불러올라

지난 2년 6개월간 포획된 노루는 무려 4597마리나 된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결국 현행 노루 포획 정책의 고수는 노루 생태계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줄 우려가 높다. 이런 환경적 피해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농업피해만을 고려하는 현행 정책은 우려점이 많다. 더욱이 노루보호 대 농가피해라는 극단적인 정책 설정은 합리적인 타협점을 마련할 수 없게 만든다. 따라서 농업피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노루피해방지시설과 기피방법 개발과 연구, 농업피해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방안 마련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제주도에서도 인정하듯 노루의 포획이 밀렵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라면 현행 사살포획은 충분히 재검토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농가피해 이전에 노루의 멸종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디 농가와 노루가 상생하고 어울려 살 수 있는 공존의 섬 제주도가 될 수 있도록 제주도의 전향적인 정책전환을 바란다.

 

글 |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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