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평도 앞 임진나루터 ⓒ함께사는길 이성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던 1997년에 그녀를 처음 만났다. 이후 그녀는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했고 그 때마다 함께 한국 이곳저곳 여행을 떠난다. 올해는 어떤 곳을 보여주어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때, 마침 파주환경연합에서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트레킹을 계획하고 있었다. 파주환경연합과 동행하면 새와 식물은 그냥 들꽃이나 철새가 아니다. 제 이름을 지닌 특별한 존재가 된다. 우리나라 고유종인 수원청개구리가 내게는 그랬다. 그 이름을 알고 나서부터 어디서 사는지 어떻게 보호해야하는지가 궁금해졌다. 친구에게도 그런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과 동행하기로 했다.
“철새와 멋진 농부들이 사는 곳”
임진강 생태 탐방로 9.1킬로미터가 민간인에게 모두 개방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예전에 부분 개방이 된 적은 있었다. 이것을 경기도와 파주시가 육군 1사단과 협약을 맺고 폭 1미터 정도 되는 군 순찰로를 1.5~3미터로 넓히고 탐방객이 다니기 편하도록 보도블록과 계단을 설치해 일반인에게 본격 개방했다. 생태 탐방로는 탐방일 7일 전까지 사전 접수를 받아 허가제로 운영이 된다. 또한 현장에서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이 되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생태탐방로 관리사무소지요? 이번에 외국인 친구와 같이 참여하고 싶은데 외국인이면 여권번호를 드려야 하나요?”
“잠시만요. 아직은 외국인이 한 번도 방문 온 적이 없어서요. 군에 문의해보고 내일쯤 확답을 드리겠습니다.”
내 친구는 외국인 1호 방문객이 되었다.
임진각 평화의 종 앞에 9시 30분에 집결했다. 친구 부부, 친정엄마, 우리내외와 두 아이까지 7명이 참여했다. 신분증을 보여주고 조끼를 받았다. 그날 전체 참여인원은 80여 명이였고 3그룹으로 나누어 출발했다. 해설사분과 노현기 <임진강지키기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님이 파주환경연합 회원 그룹에게 생태와 안보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기로 했다.
탐방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해설사분이 경의선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기차가 다니는 거야? 북한까지?” (친구)
“도라산역이라는 곳까지만 다녀. 언젠가는 더 연결되겠지.” (나)
출발해서 20분쯤 지났을 때 오른쪽에 영화 『JSA』 속 주인공을 만든 조형물이 나타났다.
“여기 봐. 이병헌 이영애 인형이야. 사진 찍어도 돼? 이 주변에 JSA가 있는 거야?” (친구)
“사진은 허가구역에서만 찍어야 해. 그리고 JSA는 통일대교를 건너서 한참을 가야 해. 오늘 코스에는 포함되지 않아. 소 500마리를 북으로 가지고간 사람 알아? 그때 이용된 도로가 통일대교야.” (나)
고 정주영 회장이 1998년 북한에 소 500마리를 끌고 방문한 것이 외국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기 때문인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친구는 남한과 북한 경계선이 1997년에 있었던 홍콩과 중국경계선과 비슷하다고 여겼다. 나는 그녀가 북한 군인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정전 협정 때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가 만들어졌고 DMZ(비무장지대)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쌍방향 2킬로미터씩 후퇴하여 설치된 지역이다. 맑은 날이어도 북한 군인을 볼 수 없는 물리적 거리차이가 있다.
한 시간 정도 평지를 걸으니 이번에는 왼쪽으로 평화를 상징하는 조형작품이 보였다.
“철조망 안쪽에는 누가 농사를 지어?” (친구)
“허가받은 농부만이 농사를 지을 수 있어. 그리고 겨울에는 철새가 와서 먹고 쉴 수 있도록 논을 뒤집지 않고 그냥 둬.” (나)
“새를 위해 남겨두다니 멋진 농부들이다. 새가 먹는 것이니 농약은 없나봐?” (친구)
“응. 여기는 친환경농법으로 벼를 기르시는 분이 많아.” (나)
“저기 새가 보이네. 무슨 새야?” (친구)
그때 파주환경연합 박은주 회원이 망원경을 건네며 보라고 했다. 쇠기러기였다. 겨울새로 11월에서 3월까지 우리나라에 있다가 북으로 가는 철새이다. 가끔 늦게 북상하는 무리가 있다. 초평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임진강 하천정비 사업으로 논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차마 하지 못했다. 새도 친환경 영농인도 논도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는 이야기가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임진각을 출발해 통일대교 아래를 지나 초평도 전망대까지 오면서는 평탄한 쉬운 길이었다. 초평도 전망대에는 쉴 공간, 화장실과 사진촬영을 할 장소도 있었다. 모두 초평도를 바라보고 있을 때 고라니가 나타났다. 한 회원이 소리쳤고 모두의 시선이 고라니에게 향했다. 고라니도 우리를 보고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평지길이 심심하던 차에 그리 험난하지 않은 산길로 들어섰다. 눈 밝은 한 회원이 쥐방울덩굴 열매를 발견했다. 한의학에서는 마두령이라 하여 약재로 사용한다. 예전에는 흔하디 흔한 식물이었는데 현재는 산림청에서 희귀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생태탐방로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식물들이 나타났다.
30분쯤 걸어 산길이 끝났을 때 임진나루에 도착했다. 선조가 임진왜란 때 서울을 버리고 건너간 그곳. 부끄럽고 슬픈 역사라는 생각에 친구에게 장어와 민물게가 잡히는 나루터로만 소개했다.
임진강 하천정비사업 안 돼

임진강을 함께 걸은 친구 부부와 필자 가족들 ⓒ함께사는길 이성수
율곡습지공원에 도착하니 1시쯤 되었다. 습지공원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아직 4월초라 춥고 습지가 쓸쓸하지만 7월이면 연꽃이 만발한다. 이곳에서 생태탐방은 마무리됐다. 친구도 탐방이 만족스러운지 표정이 밝다. 이 길을 다시 또 함께 걸을 수 있을까. 임진강 하천정비사업이 진행되면 임진강 생태탐방로는 더 이상 생태탐방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봄과 여름 사이 임진강이 신록으로 물들고 풀꽃이 지천으로 피고 생태탐방로도 더 풍성해졌을 것이다. 임진강 생태탐방로를 걸어보시라. 그리고 철새들과 철새들을 위해 벼를 남겨두는 멋진 농부들을 함께 지켜주시길.
글 | 권해진 파주환경운동연합 회원
초평도 앞 임진나루터 ⓒ함께사는길 이성수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던 1997년에 그녀를 처음 만났다. 이후 그녀는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했고 그 때마다 함께 한국 이곳저곳 여행을 떠난다. 올해는 어떤 곳을 보여주어야 할까 고민하고 있던 때, 마침 파주환경연합에서 임진강변 생태탐방로 트레킹을 계획하고 있었다. 파주환경연합과 동행하면 새와 식물은 그냥 들꽃이나 철새가 아니다. 제 이름을 지닌 특별한 존재가 된다. 우리나라 고유종인 수원청개구리가 내게는 그랬다. 그 이름을 알고 나서부터 어디서 사는지 어떻게 보호해야하는지가 궁금해졌다. 친구에게도 그런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과 동행하기로 했다.
“철새와 멋진 농부들이 사는 곳”
임진강 생태 탐방로 9.1킬로미터가 민간인에게 모두 개방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예전에 부분 개방이 된 적은 있었다. 이것을 경기도와 파주시가 육군 1사단과 협약을 맺고 폭 1미터 정도 되는 군 순찰로를 1.5~3미터로 넓히고 탐방객이 다니기 편하도록 보도블록과 계단을 설치해 일반인에게 본격 개방했다. 생태 탐방로는 탐방일 7일 전까지 사전 접수를 받아 허가제로 운영이 된다. 또한 현장에서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이 되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생태탐방로 관리사무소지요? 이번에 외국인 친구와 같이 참여하고 싶은데 외국인이면 여권번호를 드려야 하나요?”
“잠시만요. 아직은 외국인이 한 번도 방문 온 적이 없어서요. 군에 문의해보고 내일쯤 확답을 드리겠습니다.”
내 친구는 외국인 1호 방문객이 되었다.
임진각 평화의 종 앞에 9시 30분에 집결했다. 친구 부부, 친정엄마, 우리내외와 두 아이까지 7명이 참여했다. 신분증을 보여주고 조끼를 받았다. 그날 전체 참여인원은 80여 명이였고 3그룹으로 나누어 출발했다. 해설사분과 노현기 <임진강지키기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님이 파주환경연합 회원 그룹에게 생태와 안보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기로 했다.
탐방로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해설사분이 경의선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기차가 다니는 거야? 북한까지?” (친구)
“도라산역이라는 곳까지만 다녀. 언젠가는 더 연결되겠지.” (나)
출발해서 20분쯤 지났을 때 오른쪽에 영화 『JSA』 속 주인공을 만든 조형물이 나타났다.
“여기 봐. 이병헌 이영애 인형이야. 사진 찍어도 돼? 이 주변에 JSA가 있는 거야?” (친구)
“사진은 허가구역에서만 찍어야 해. 그리고 JSA는 통일대교를 건너서 한참을 가야 해. 오늘 코스에는 포함되지 않아. 소 500마리를 북으로 가지고간 사람 알아? 그때 이용된 도로가 통일대교야.” (나)
고 정주영 회장이 1998년 북한에 소 500마리를 끌고 방문한 것이 외국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기 때문인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 친구는 남한과 북한 경계선이 1997년에 있었던 홍콩과 중국경계선과 비슷하다고 여겼다. 나는 그녀가 북한 군인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정전 협정 때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가 만들어졌고 DMZ(비무장지대)은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쌍방향 2킬로미터씩 후퇴하여 설치된 지역이다. 맑은 날이어도 북한 군인을 볼 수 없는 물리적 거리차이가 있다.
한 시간 정도 평지를 걸으니 이번에는 왼쪽으로 평화를 상징하는 조형작품이 보였다.
“철조망 안쪽에는 누가 농사를 지어?” (친구)
“허가받은 농부만이 농사를 지을 수 있어. 그리고 겨울에는 철새가 와서 먹고 쉴 수 있도록 논을 뒤집지 않고 그냥 둬.” (나)
“새를 위해 남겨두다니 멋진 농부들이다. 새가 먹는 것이니 농약은 없나봐?” (친구)
“응. 여기는 친환경농법으로 벼를 기르시는 분이 많아.” (나)
“저기 새가 보이네. 무슨 새야?” (친구)
그때 파주환경연합 박은주 회원이 망원경을 건네며 보라고 했다. 쇠기러기였다. 겨울새로 11월에서 3월까지 우리나라에 있다가 북으로 가는 철새이다. 가끔 늦게 북상하는 무리가 있다. 초평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임진강 하천정비 사업으로 논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차마 하지 못했다. 새도 친환경 영농인도 논도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는 이야기가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임진각을 출발해 통일대교 아래를 지나 초평도 전망대까지 오면서는 평탄한 쉬운 길이었다. 초평도 전망대에는 쉴 공간, 화장실과 사진촬영을 할 장소도 있었다. 모두 초평도를 바라보고 있을 때 고라니가 나타났다. 한 회원이 소리쳤고 모두의 시선이 고라니에게 향했다. 고라니도 우리를 보고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평지길이 심심하던 차에 그리 험난하지 않은 산길로 들어섰다. 눈 밝은 한 회원이 쥐방울덩굴 열매를 발견했다. 한의학에서는 마두령이라 하여 약재로 사용한다. 예전에는 흔하디 흔한 식물이었는데 현재는 산림청에서 희귀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생태탐방로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식물들이 나타났다.
30분쯤 걸어 산길이 끝났을 때 임진나루에 도착했다. 선조가 임진왜란 때 서울을 버리고 건너간 그곳. 부끄럽고 슬픈 역사라는 생각에 친구에게 장어와 민물게가 잡히는 나루터로만 소개했다.
임진강 하천정비사업 안 돼
임진강을 함께 걸은 친구 부부와 필자 가족들 ⓒ함께사는길 이성수
율곡습지공원에 도착하니 1시쯤 되었다. 습지공원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아직 4월초라 춥고 습지가 쓸쓸하지만 7월이면 연꽃이 만발한다. 이곳에서 생태탐방은 마무리됐다. 친구도 탐방이 만족스러운지 표정이 밝다. 이 길을 다시 또 함께 걸을 수 있을까. 임진강 하천정비사업이 진행되면 임진강 생태탐방로는 더 이상 생태탐방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봄과 여름 사이 임진강이 신록으로 물들고 풀꽃이 지천으로 피고 생태탐방로도 더 풍성해졌을 것이다. 임진강 생태탐방로를 걸어보시라. 그리고 철새들과 철새들을 위해 벼를 남겨두는 멋진 농부들을 함께 지켜주시길.
글 | 권해진 파주환경운동연합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