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부산 기름유출 사고, 악몽은 인재(人災)로 반복된다

지난 1월 31일 오전 9시 35분경, 전남 여수시 낙포동 GS칼텍스 원유 2부두로 진입중이던 싱가포르 유조선 우이산호(16만 톤급)가 송유관 3개를 들이받으며 송유관 내부에 있던 원유가 해상으로 유출됐다. 어민들과 지역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여수 지역은 이미 1995년 7월 씨프린스호 사고로 큰 고초를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피해를 키운 건 GS칼텍스의 거짓말이었다. 사고 당일 GS칼텍스는 원유 유출량이 800리터라 밝혔다. 그러나 2월 3일 해경은 중간 수사발표를 통해 16만4000리터의 원유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초기 GS칼텍스 발표량의 200배가 넘는 양이었다. 심지어 2월 5일 민주당 김영록 의원은 유출된 원유의 추정치를 64만2000리터라 발표했다. GS칼텍스 추정치의 무려 800배다. 환경연합은 2월 12일 조사 보고서를 통해 유출된 원유를 최소 33만2780리터에서 최대 313만6500리터로 추정했다. GS칼텍스의 허위신고로 사고 초기 방제장비와 인력 투입이 적절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여수 기름유출 사고 보름 뒤인 2월 15일 오후 2시경, 이번에는 부산에서 사고가 터졌다. 부산 남외항 해상에서 라이베리아 화물선 ‘캡틴 벤젤리스 엘’호(8만8250톤급)에 연료용 기름을 공급하던 유류공급선 그린플러스호(460톤급)가 너울성 파도로 캡틴 벤젤리스 엘호와 충돌, 배의 연료탱크에 구멍을 내면서 기름이 바다로 유출됐다. 해경은 유출된 기름이 연료용으로 사용되는 벙커C유로, 유출량은 총 23만7000리터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형 탱크로리 차량 12대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었다. 당시 유류공급선 그린플러스호의 선장 강 모(65) 씨는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졌음에도 무리하게 급유 작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경은 강 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미 기름유출이 끼친 영향은 돌이킬 수 없었다. 

바다와 바다의 생명 그리고 이에 기대어 살아가는 어민들까지, 인간의 안일한 마음과 거짓말이 불러올 이들의 고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이 크다.

 

글 | 함께사는길  

 

//사진 정부는 GS칼텍스 여수 기름 오염사고를 ‘우이산호 충돌 유류유출사고’로 통일하여 부르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GS칼텍스의 피해자 코스프레를 돕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제공 여수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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